§ 나는 될놈이다 1137화
“어머니!!”
케인은 울부짖었다.
뜨거운 감정이 담긴 어머니였다.
어쩐지!!
“야! 왜 상품권을 나한테 안 주고 부모님한테 보내는데! 우리 부모님이 경기 뛰냐!?”
“와 뭐 저런 뜨거운 효자가 있냐.”
“진짜 살다 살다 처음 봅니다.”
둘의 구박에도 케인은 굴하지 않았다.
나만 빼놓고…! 나만 빼놓고!
“게임단 사장으로서 선수 잘 맡아서 하고 있다고 겸사겸사 보낸 거지. 부모님께서도 잘 받았다고 하시던데?”
“부모님이야 그렇다 쳐! 그렇지만 예리까지 그럴 줄이야!”
믿었던 여동생의 배신에 케인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핸드폰을 들어 바로 전화를 걸었다.
-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상품권을 받아놓고서 나한테 말 한 마디도 안 해줘!?
-…오빠. 저번에 사다 준 옷 있지?
-어? 어. 뭐 이런 비싼 옷을 샀냐고 했던 그거?
-그거 상품권에 내가 알바해서 받은 돈 합쳐서 산 거거든.
-…….
옆에서 듣고 있던 일행은 경악했다. 심지어 태현마저!
“너는… 정말… 선을 넘었구나!”
“와. 이건 정말 진짜….”
-동생아! 미안하다!!
-됐거든.
-동생아!! 진짜 미안!!! 정말 미안!!!!
“미안하면 돈으로 사과해.”
“맞습니다. 돈으로 사과하십쇼.”
-뭐든 사줄게! 뭐든!! 나 돈 많아 이제!
-됐어. 저번에 용돈 받은 걸로 충분해.
통화는 그걸로 끝났다.
“쓰레기….”
“대체 저런 오빠한테서 어떻게 저런 여동생이 나온 거지?”
“으아악! 나도 반성하고 있어! 나도 반성하고 있다고!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다고!”
케인은 절규하며 엎드렸다.
부모님한테는 뜨거운 효자인 케인이었지만, 여동생한테는 좋은 오빠이고 싶었던 케인이었다.
언제나 사이좋았던 남매(여동생이 일방적으로 챙겨준 것에 가까웠지만)였는데!
“흠. 그래서 이다비 선물 뭐가 좋을 거 같냐? 이다비가 부담 안 가지되 기쁘게 받을 수 있어야 해.”
“…내가 그냥 판온에서 이세연 잡고 오면 안 될까?”
최상윤은 도망가려고 했지만 태현은 놔주지 않았다.
“주장 명령이다. 각자 하나씩 짜내.”
“뭔 놈의 처음으로 내려온 주장 명령이…!?”
남들 알면 뒤집히겠다!
그래도 평소 안 이러던 태현이 명령을 내리자 둘은 입 다물고 고민에 들어갔다.
“일단 이다비 같은 사람이 부담 안 가지고 받으려면 비싼 건 안 되겠지?”
“마음이 담긴 편지 같은 건 어떻습니까?”
옆에서 듣던 태현이 코웃음을 쳤다.
“그런 값어치 없는 물건을 주면 진심이 전달되겠냐? 케인이나 좋아할 선물이다 그런 건. 가격이 곧 진심이야. 가격을 올려!”
“…….”
“…….”
정수혁은 처음으로 존경하던 선배가 약간 귀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가격을 올리는데 어떻게 부담을 안 가지게 해!
“선배님이 원래 저러신 분이었습니까?”
“쟤는 원래 저랬어. 네가 가장 콩깍지가 오래 씌어 있었던 거지.”
정수혁도 이제야 좀 눈을 뜬 것 같았다.
태현이는 원래 저랬어!
“하지만 저놈이 우리 주장, 단장, 사장, 숙소 주인이긴 하지.”
“감투가 참 많기도 합니다.”
“억울해도 어쩌겠냐. 하라면 해야지. 아오. 뭐 좋은 선물이 있다고… 솔직히 이다비는 태현이 나무젓가락 하나 줘도 좋아할 사람인데.”
“판온 아이템 안 됩니까?”
“케인이나 할 생각 하지 말자.”
그러던 도중 케인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아니. 애들아! 날 도와줘야지! 동생이 지금 날 싫어하게 됐는데!”
“그건 알아서 해 자식아.”
“맞습니다. 자업자득 아닙니까.”
둘은 냉정했다.
솔직히 케인 일은 케인이 알아서 해도 됐다.
“음… 몸으로 때우면 안 됩니까?”
“…너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냐?”
최상윤은 당황해서 물었다.
“그 있잖습니까. 유명인사들하고 점심식사 한 시간 하는 권리를 경매로 파는 행사 같은 것 말입니다.”
유명인사와의 식사 한 시간!
이런 걸 경매에 붙이면 누가 사나 싶었지만, 의외로 전통 있는 행사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는 것이다.
“선배님도 그런 거 하면 비싸게 팔릴 것 같습니다만.”
“오….”
“그런데 왜 놀라신 겁니까?”
“아, 아무것도 아니야.”
최상윤은 얼굴을 붉혔다.
이런 순수한 눈빛이라니!
* * *
하늘섬에는 널려 있는 도시, 성, 마을들이 많았다.
몇 개는 시설이 비교적 멀쩡했고 몇 개는 부서져 있었고 몇 개는 아예 없었다.
플레이어들은 어느 도시가 좋냐, 어느 성이 좋냐, 이런 걸 빠르게 정보를 모아가며 움직였다.
처음에 자리 잡는 게 가장 크다!
[<앙카라스> 길드가 <하늘섬의 버려지고 잊혀진 도시>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도시의 주인…]
[……]
[……]
가서 깃발 꽂고 점령만 하면 되니, 이렇게 쉬운 일도 없었다.
물론 플레이어들이 땅따먹기에만 집중한 건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은 하늘섬에 있는 각종 던전을 찾아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던전은 역시 하늘섬 위를 날고 있는, 폐허가 된 하늘성들!
폐허성은 보기만 해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안 그래도 태현이 마계에서 하늘성 하나 훔쳐온 다음부터, 하늘성은 모든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 된 것이다.
[자격이 없습니다.]
[현재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자격이 없다는 게 무슨 뜻이지?”
“영지를 좀 더 가져야 열리는 거 아냐?”
“…?!”
딱히 근거도 없는 소리였지만 원래 헛소문은 한 번 퍼지면 빠르게 타오르게 마련.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온갖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특정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더라, 아니다 칭호가 필요하다더라, 아니다 영지가….
그중 몇몇 눈치 빠른 탐험가 플레이어들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잠깐만… 여기는 원래 고대 제국의 땅이었잖아. 저 하늘성들도 고대 제국의 하늘성들이었겠지. 그러면 고대 제국 관련 자격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고대 제국 관련 있는 NPC들은 다 죽었잖아.”
“지금 중앙 대륙 왕국들은 고대 제국에서 쪼개져 나온, 어떻게 보면 후예인 왕국이잖아. 거기 국왕 정도면 자격 있을 수도 있어.”
“…에랑스 국왕을 납치해 오자고????”
생전 처음 듣는 참신한 아이디어에 다른 플레이어들은 기겁했다.
살다 살다 국왕을 납치해 오는 건 처음 봤다!
에랑스 왕국처럼 강력한 왕국의 국왕을 건드리면 진짜 판온 접어야 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가 언제 그랬냐?”
“방금 국왕이라고 했잖아.”
“에랑스만 있냐? 플레이어 중에서도 국왕 있잖아!”
오스턴 왕국의 쑤닝!
아탈리 왕국의 김태현!
일단은 둘 다 왕관 쓰고 있는 플레이어!
“우르크 지역 쪽 오크 길드들은?”
“거긴 족보 없는 야만족 나라 같은 거라서 안 돼.”
김태산이 들었다면 극대노 했을 소리였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태현의 왕관→고대 제국으로 올라가는 아탈리 왕국의 역사 깊은 왕관.
김태산의 대족장 자리→딱히 역사 같은 거 없음.
…이었으니까!
억울하면 오크를 하면 안 됐던 것이다.
“그러니까 둘 중 한 명을 데리고 오면 성의 문이 열릴지도 모른다?”
“그럴듯해…! 해볼 만한 시도야.”
“근데 누굴 데려오냐?”
“…….”
탐험가 파티들은 서로의 표정을 쳐다보았다.
정작 생각해 보니 둘 다 데려오기 애매했던 것이다.
쑤닝은….
“데려오면 이 새끼들이 지들 길드원 데려와서 점령해버리는 거 아냐?”
“충분히 가능성 있다.”
“아주 도적 놈들이야 도적 놈들.”
몇 번 대형 길드들한테 당해 본 탐험가 파티들은 이를 갈았다.
대형 길드만큼 이기적인 놈들이 없는 법!
탐험가들이 기껏 오지를 뒤져가며 던전을 찾아 놓으면, 대형 길드원들이 몰려와서 ‘아 여기는 참 물이 좋네요 저희가 접수하겠습니다 ^^ 네? 싫다고요? 그러면 죽으셔야겠네요 ㅎㅎ’ 하며 쫓아내는 횡포를 얼마나 당했던가!
그걸 생각해 보면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기 플레이어들이 몇 명인데 길드 혼자서 점령이 가능할까?”
“가능성이야 모르겠고 그거 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좀 꺼려진다 나는.”
“하긴… 그러면 김태현은?”
“김태현이야 인성 좋기로 소문난 사람이지.”
“…뭔 개소리야? 너 판온 1 안 해본 뉴비지? 판온 1 때 김태현이 던전 점령하고 들어오는 놈들 전부 다 죽여 버린 걸 몰라?”
“에이. 그건 대형 길드 놈들이 김태현을 음해하기 위해 만든 헛소문이잖아. 길드 놈들이 먼저 들어가지 않았다면 죽었을 일도 없었을 거 아냐.”
“…?????”
판온 2부터 시작한 플레이어의 말에, 판온 1 때 태현을 직접 겪었던 탐험가 플레이어는 경악했다.
세, 세상에…!
과거가 변하고 있어?!
들어오는 놈들 말 한 마디 할 시간 없이 족족 죽여 대는 태현을 멀리서 봤던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저렇게 ‘김태현은 착하지 그치’ 하는 친구가 이해되지 않았다.
마치 호랑이 수염을 뽑으면서 ‘얘는 화 안 낼 거야 그치?’ 하는 걸 보는 기분!
“그래도 김태현도 사람인데 자기가 성 열었으면 먼저 보상받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것도 그러네.”
“애들아. 너희가 한 가지 놓친 게 있는데….”
“??”
“일단 둘 다 우리가 부른다고 올 사람인지가 문제 아니냐? 솔직히 둘 중 누가 오든 간에 아무나 와주면 감지덕지겠는데.”
“…!!!”
생각해 보니 그랬다.
나름 랭커 탐험가 파티라고 했지만 쑤닝이나 태현에게 비교하면 보름달 앞의 반딧불 수준!
그런 놈들이 ‘하늘성 오시면 열릴지도 모르는데 오실래요?’ 하면 보통 무시할 가능성이 100%였다.
안 그래도 그쯤 되는 랭커들한테는 하루에 수천, 수만 건의 온갖 요청이 날아오고 있을 테니….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
“둘 다 보내자. 둘 중 한 명만 걸려도 대박 아니냐?”
“너 천재냐?”
“확실히 둘 다 보내는 게 그나마 가능성 있어 보이는데.”
“야. 그러다가 둘 다 오면?”
“말이 되냐? 한 명도 솔직히 지금 안 올 거 같다. 두 명은 무슨.”
“최선을 다해서 요청을 보내볼게. 음. 뭔가 구미가 당길 만한 말을 써야 할 거 같은데….”
“<♚♚하늘☆성♚♚방문시$$전원 골드☜☜100%증정※중국인*대환영>은 어때?”
“…미쳤냐??”
“아, 아니. 파워 워리어는 이걸로 성공했는데….”
“따라할 걸 따라해야지! 그냥 정중하게 요청해! 우리가 얻은 퀘스트 정보나 그런 것들을 제공하겠다고 진지하게 요청해야지!”
“길드 동맹이 지금 관심 가지는 곳은 마계야. 그래서 마계 관련 퀘스트를 준비해 왔지.”
“오오오! 역시! 뭔데?”
“<에다오르의 숨겨진 광산> 퀘스트인데, 난이도가 높아 보여서 안 하고 있었어. 하지만 길드 동맹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
“에다오르면 악마 공작 아냐? 너무 난이도 높지 않나?”
“저번에 크게 다쳤으니까 해볼 만할걸? 어쨌든 관심은 가질 거야.”
탐험가 플레이어들은 이런 부분에서 자유로웠다.
퀘스트가 어려워 보인다고?
그러면 우리가 깨지 말고 다른 사람한테 넘겨버리자!
“김태현한테는 뭐 좋은 거 있어?”
“아키서스 교단 관련 역사책하고 퀘스트 모아 놓은 거 있어.”
“너무 조촐하지 않냐? 교황쯤 됐으면 그런 거 다 있을 텐데.”
“크윽… 그치만… 그거 말고는 없단 말이야….”
약점을 찔린 탐험가 플레이어는 투덜거렸다.
솔직히 김태현은 뭘로 설득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걸로 안 먹히면 그건 그냥 어쩔 수 없는 거였다.
“그래. 일단 보내는 게 의미가 있는 거니까. 보내보자.”
“좋아!”
탐험가 플레이어들은 작업을 마치고 둘에게 보냈다.
오스턴 왕국의 쑤닝과, 아탈리 왕국의 태현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