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135화 (1,134/1,826)

§ 나는 될놈이다 1135화

납 상자들이 차곡차곡 열리고 나자 드디어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의 모양 자체는 평범했다. 검신이 두 개 달려 있거나 칼날이 톱날처럼 생기지도 않았다.

대신 그 색이 기묘했다.

녹색과 푸른색을 웅웅거리며 뿜어내는 검!

[마검, <황제 살해자>를 보았습니다!]

[마검 <황제 살해자>는 주변 모든 이들에게 데미지를 줍니다.]

[<신성 권능> 스킬로 저항을…]

[신성 스탯이…]

[행운 스탯이…]

[<황제 살해자의 독>에 견뎌내는 데 성공합니다!]

“쿨럭, 쿨럭….”

“크헤헥.”

고블린들은 대번에 안색이 나빠졌다. 태현은 당황해서 물었다.

“아… 아니. 옆에만 있어도 데미지를 받을 거면 좀 물러서 있지?”

“검은… 바쳐야… 켈록켈록.”

벌써 일행들은 데미지 받는다는 걸 깨닫고 수십 걸음 뒤로 물러선 상태였다.

이런 부분에서는 매우 눈치가 빨라진 일행들!

“내가 가져갈 테니까 좀 물러서 있게.”

“케헥케헥.”

저러다가 피 토하고 죽는 게 아닌지 걱정 될 정도였다. 태현은 <황제 살해자>를 집어 들려고 손을 뻗었다.

[카르바노그가 화신이 죽는다 하더라도 카르바노그는 화신을 참 좋아했다고 말해줍니다.]

‘…나 부활 스킬 있다.’

[카르바노그가 믿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태현은 검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눈부신 소리와 함께 메시지창이 우르르 뜨기 시작했다.

[흉악한 마검 <황제 살해자>를 얻었습니다! 악명이 크게 오릅니다!]

[지하 연합 고블린들이 만들어 낸 마검 <황제 살해자>는 모든 황족들이 두려워할 사악한 무기입니다.]

[<황제 살해자>는 사용자의 목숨을 뺏어갑니다. HP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뭐야?!’

태현은 기겁했다.

이제까지 판온 2에서 어떤 플레이어들도 주지 못했던 데미지가 쭉쭉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황제 살해자:

내구력 50/50, 물리 공격력 1, 마법 공격력 1.

물리 방어력 관통, 마법 방어력 관통, 공격 시 상대 전체 HP의 1%~10%만큼 데미지를 줌.

스킬 ‘황제 살해자의 불완전 변이’ 상시 발동, 스킬 ‘황제 살해자의 독’ 상시 발동, 스킬 ‘황제 살해자의 저주’ 상시 발동.

착용 시 칭호 <황제 살해자> 필요.

정신 나간 고블린들이 황제를 살해하기 위해 만든 사악한 검이다. 이 검은 살아 있는 어떤 필멸자들도 두려워하리라.

“…….”

물공 1, 마공 1이지만….

한 번 때릴 때마다 상대 전체 HP의 1~10%만큼 데미지를 주는 미친 검!

왜 이름이 <황제 살해자>인지 알 수 있었다.

이론상 상대가 회복 못하는 사이 10번만 때리면 어떤 상대라도 죽일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문제는….

<황제 살해자의 독>

마검 <황제 살해자>가 착용자의 생명을 빼앗습니다. 1초에 1%, 2초에 2%, 3초에 3%….

Q: 1초에 1%, 2초에 2%, 3초에 3%씩 전체 HP가 깎일 경우 사람은 언제 사망하는가? (5점)

‘…14초면 죽는다!’

13, 14초 정도 착용하면 죽는 검이라니 뭐 이딴 검이 있어?

‘그나마 쓸 수 있는 방법은 4~5초 정도 쓰고 바꿔 끼고, 4~5초 정도 쓰고 바꿔 끼고….’

태현이 이 마검을 꺼낼 정도의 보스 몬스터 상대로 한 대 때리려면 1초로는 힘들었다. 바꾸고 자세 잡고 공격 들어가고 빠지는 데까지는 4~5초 정도는 있어줘야 했다.

‘어라? 할 만한가?’

의외로 할 만한데?

물론 보는 입장에서는 되게 정신 사납겠지만, 무기 갈아 끼는 걸로 이런 살벌한 공격력을 커버할 수 있다면….

태현은 마검을 집어넣은 다음 다시 꺼냈다. 쿨타임이 초기화되나 보기 위해서였다.

[<황제 살해자의 독>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7%의 데미지가…]

‘…….’

태현은 다시 마검을 후다닥 집어넣었다.

아무래도 무기 갈아 끼우는 식으로는 안 될 것 같았다.

한 번 쓰면 전투가 끝날 때까지는 쉬든가 해야 저 저주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검을 쓰는 방법은….’

[카르바노그가 심플한 답을 내놓습니다. 부활할 수 있으니까 죽을 때까지 때린 다음 부활하자고…]

‘지금 네가 죽는 거 아니라고 이러니?’

뭔 드래곤볼도 아니고 죽은 다음 부활하자가 그렇게 쉽게 나와!

하지만 카르바노그가 얄미운 것과 별개로 현실적인 방법이긴 했다.

지금 태현의 목숨은 <부활> 스킬과 <거룩한 신앙심의 동상> 스킬로 인해 최소한 3개였다.

하도 적이 많아서 다람쥐가 도토리 꿍쳐놓듯 스킬을 꿍쳐놓고 있었지만 한 개 정도는 써도 됐다.

“고맙다. 고블린들. 너희의 희생과 노력은 잊지 않겠다.”

“폐하께서 황제를 죽이시는 데에 그 검을 쓰신다면 더할 영광이 있겠습니까!”

고블린들은 감격한 목소리로 외쳤다.

물론 태현에게는 부담 100배인 소리였다.

지금 나보고 황제 잡으러 가란 소리니?

“그… 그래. 열심히 해보겠다.”

“황제 죽이자! 황제 죽이자!”

“황제의 목을 따서 창 끝에 매달자!”

“황제 아니면 왕 모가지라도!”

“…….”

국왕 앞에서 불순한 말을 외치는 고블린들의 모습에, 일행은 할 말을 잃었다.

저것들 저러다가 사고치는 거 아닐까?

* * *

하늘!

옛날 옛적부터 사람들은 하늘을 선망해 왔다.

날개도 없는 사람들이 왜 이것저것 만들어가며 하늘로 날아 오르려고 했겠는가.

그건 판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레벨 좀 높아지면 사람들은 그냥 탈것이 아니라 날아다니는 탈것을 찾았다.

사실, 비행 몬스터들도 많은 판온에서 날아다니는 탈것은 그렇게까지 좋은 건 아니었다.

난이도 높은 지역에 가면 차라리 걸어다니는 게 더 안전한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날아다니는 탈것을 원했다.

나는 게 좋아서!

그리고 그중 몇몇 탐험가 플레이어들은 땅이 아닌 하늘을 계속해서 찾아 헤맸다.

[너무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데미지를 입습니다.]

[열기로 인해…]

[바람으로 인해…]

[……]

[……]

[탈것이 사망했습니다! 추락합니다!]

-으아악! 공중 부양! 공중 부양!

[너무 높은 곳이라 마력이 혼란스럽게 뒤엉켜 있습니다! <공중 부양> 스킬이 실패합니다!]

[추락합니다!]

[HP가 0이 되어…]

더 높이, 더 높이!

대부분 구름이나 비행 몬스터만 만나고 추락했지만 플레이어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쟁이 붙었다.

-3천 미터까지… 신기록 경신!

-쟤가 3천 미터라면 나는 3500미터까지 간다!

-나는 4천 미터!!

-크아아악… 나는 4500!!

플레이어들의 레벨이 점점 높아지고, 장비도 좋아지고, 각종 스킬들과 탈것들이 발견되자 위로 올라가는 것도 점점 더 쉬워졌다.

탐험가 플레이어들은 계속 올라가고 올라갔고….

어느 날 저 하늘 너머에서 짙푸른 섬을 발견했다.

[눈부신 고대 제국의 흔적, 하늘섬을 발견했습니다!]

[고대 제국의 사람들은 놀라운 기술과 마법 능력으로 하늘섬에 자리 잡았습니다. 중앙 대륙은 혼란으로 멸망했지만, 남은 제국 사람들은 하늘섬에서 계속 살고 있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고대 제국 하늘섬>의 소식이 대륙에 크게 퍼집니다!]

[대륙의 왕국들이 호기심을 가집니다!]

[……]

[……]

“허어어어억!”

날고 있던 탐험가 플레이어는 숨 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땅.

그리고 그 땅 주변 위에 둥둥 돌아다니는, 폐허가 된 하늘성들까지.

이제까지 판온에서 본 적 없는 미개척지를 그가 발견한 것이다.

“심… 심… 심봤다…!”

“심봤다가 뭐야?”

“한국에서 쓰는 표현 아닌가?”

“뭔진 모르겠지만 같이 외쳐주자고.”

하늘섬을 찾은 플레이어들은 뜨겁게 환호했다.

그리고 이 소식은 곧바로 아래로 퍼져나갔다.

* * *

-몬스터 웨이브에 지친 당신, 하늘섬 특급 비행선을 타라!

-길드들이 개 같으신가요? 몬스터들이 날뛰는데 안 도와주는 왕국이 싫으신가요? 새로운 하늘섬으로 떠나세요!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낙원!

새 소식에 신난 플레이어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장사에 들어갔다.

비행선부터 시작해서 각종 날아다니는 탈것을 구해 올라갈 비행단들이 만들어졌다.

-프리카 대륙처럼 흐지부지해지는 거 아냐? 중앙 대륙보다 시설 부족하면 가봤자 힘든데.

-솔직히 중앙 대륙 왕국이 왜 인기가 좋겠음. 시설이 많잖아.

가장 많은 플레이어들이 머무르고 있는 중앙 대륙 왕국들!

오랜 역사와 전통 덕분에 각종 시설들이 넘쳐났고, 어떤 직업을 가져도 즐길 수 있었다. 잘츠 왕국 빼고.

그렇기에 새로운 소식에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반으로 나뉘었다.

-새로운 지역이 열렸는데 무조건 가봐야지! 뭐가 나올지 알고!

-그거 할 바에 그냥 자기 퀘스트나 깨라. 신대륙 가봤자 뭐가 좋다고.

그리고 파워 워리어 길드는 움직였다.

-어, 그런데 지금 이렇게 준비하는 거 보니까 잘 될 거라는 확신이 있나 봅니다?

-뭔 소리야. 그냥 새로 나왔으니까 하는 거지. 일단 발 들이미는 거 몰라?

잘 될지 안 될지는 몰라도 남들 나중에 잘 되면 배 아플 테니 나서는 파워 워리어!

게다가 비행선이나 탈것을 대여해 주고 받는 돈도 매우 짭짤했다.

장사하자!

-길마님. 플레이어들 하늘섬으로 가려는 거 같은데 저희 영지 관리 안 해도 됩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저번에 프리카 대륙 붐 일었을 때 기억 안 나냐? 다들 새 땅에 새 마을 차리고 논다고 했는데 어떻게 됐냐. 근처에 아무것도 없으니까 다 다시 중앙 대륙으로 돌아왔잖아. 이번에도 비슷할 거다. 레벨 높은 놈들만 남아서 던전 깨고 나머지 일반 플레이어들은 다 돌아올걸.

-하긴 그것도 그렇습니다.

중앙 대륙에서 주로 활동하던 길드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늘섬이 새로 열렸다지만 결국 마계처럼 레벨 높은 플레이어들만 활약할 수 있는 곳 아니겠는가.

레벨 낮은,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편하게 쉬고 놀 수 있는 곳을 좋아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앙 대륙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몬스터 웨이브와 각종 사건으로 불만이 쌓인 플레이어들의 숫자는 무시무시했다.

길드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우르르 이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 * *

“흠. 다들 하늘섬 가고 싶어하는데 비행선 같은 거나 좀 제공해 줄까? 기계공학 스킬도 올릴 겸.”

고블린에 드워프에 태현까지 있는 지금, 마음만 먹으면 온갖 비행선을 만들 수 있었다.

저가형 비행선, 고속 비행선, 전투형 비행선, 길드 동맹 전용 비행선(가격 5배)….

“어… 근데 하늘섬에 가서 활동해버리면 우리 손해 아냐?”

영지 플레이어들이 줄면 세금도 줄었다. 이런 걸 생각해 보면….

태현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우리 왕국 세율도 최저라 사람 좀 빠진다고 별 타격도 없어.”

“…….”

“…….”

일행은 숙연해졌다.

이제까지 전설 퀘스트 깨면서 얻은 골드를 다 영지 운영비로 꼬라박은 태현!

“가고 싶다는데 뭐하러 붙잡겠냐. 비행선 제공한 다음 교단 NPC들 보내서 신앙이나 퍼뜨리게 하자.”

“직접 갈 생각은 없어?”

“흠. 괜찮은 퀘스트나 던전 뜨면 갈 것 같은데… 폐허성은 좀 특이하더라.”

하늘성과 똑같지만, 사람들이 사라져서 폐허로 변한 폐허성!

하늘섬 공중을 돌아다니며 음산한 기운을 흩뿌리는 폐허성은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벌써 플레이어들은 저 성들을 들어가서 공략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 정도였다.

“고대 제국 관련 지역이니 아마 퀘스트가 있긴 한데, 괜히 사람들 많아서 혼잡할 때 가서 경쟁하는 것보다는 좀 알고 가서 가는 게 낫지.”

태현은 한결 여유가 있었다.

어차피 지금은 리그다, 스킬 작업이다 해서 서두를 필요가 없는 상황.

하늘섬에 다들 몰려간다고 같이 가서 경쟁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사람들 많이 가면 대형 길드들 어떻게 반응하려나?’

자기들도 근거지를 옮기거나 아니면 가지 말라고 붙잡거나….

둘 다 하기 힘든 선택지긴 했다. 이것도 역시 남 일이라 태현은 팝콘을 먹으며 구경하기로 했다.

억울하면 니들도 세금 적게 뜯으면서 왕국 굴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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