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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133화 (1,132/1,826)

§ 나는 될놈이다 1133화

“애들아. 빨리 움직이자!”

“크흑… 파이토스 교단… 고마워…! 앞으로는 그만 욕할게…!”

케인은 울먹이며 태현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적절한 순간에 찾아온 교단 덕분에 그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안 그랬으면 진짜 한 명쯤 죽어 나갔을 거야!

* * *

“허, 정말 대단한 성입니다. 하늘성이라니. 고대 제국 시절에나 있던 것 아닙니까.”

“흥. 아키서스 교단이 정상적인 수법으로 저런 성을 움직이고 있겠습니까. 보아하니 비열한 수를 썼겠지요.”

“어허. 주교님. 말씀을 조심하십시오. 부탁하러 온 입장 아닙니까.”

“내가 틀린 말을 했습니까?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은 아탈리 왕국의 왕관도 꿀꺽한 사람 아닙니까! 사람들이 다들 영웅이라고 칭송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 사람은 간웅이에요 간웅! 저 성도 분명 수상쩍은 일화가 있을 겁니다!”

“마계의 악마 공작 성을 뺏어서 갖고 왔답니다.”

“…….”

“…….”

투덜거리던 교단의 주교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위대한 업적!

“…저 성은 그렇다 쳐도!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은 너무 난폭한 영웅 아닙니까. 자기 영지에서 다른 교단들을 전부 밀어내다니!”

“저희는 교단 건물 남아 있습니다만?”

눈치 없이 할 말을 하는 데메르 교단 주교의 모습에 다른 교단 주교들이 울컥했다.

저 저 저…!

“여러분? 왜 거리를 벌리십니까?”

“저 데메르 교단 놈들은 빼고 이야기하자고.”

“맞습니다. 데메르 교단 놈들은 아키서스 교단과 친한 게 영….”

태현은 대륙의 다른 메이저한 선신 교단들과 사이가 별로 안 좋았다.

그나마 친한 게 했던 퀘스트로 커버되는 데메르 교단 정도?

물론 그렇다고 악신 교단하고 사이좋은 건 아니었다.

멸망시킨 악신 교단만 해도 지금 벌써….

그냥 아키서스 교단은 다 사이가 안 좋다고 봐야 했다.

그럴 법도 했다.

멸망한 교단이 부활한 것도 새 경쟁자가 생겨서 못마땅한 일이었는데, 그 교황이란 작자가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미친 듯이 공격적으로 확장을 펼친 것이다.

무슨 곰팡이처럼 대륙 곳곳에 퍼진 아키서스 신앙!

규모나 퍼진 범위를 보면 이제 아키서스 교단은 확실하게 메이저 교단이 맞았다.

내실은 좀 부족해도 빠르게 NPC들이 성장하고 있었고….

다른 교단에서 온 주교들은 그나마 약점인 부분을 들먹였다.

“그래도 아키서스 교단에는 이름난 영웅이 없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전통이….”

“거기 고위 주교 중 한 명은 도박꾼 출신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그렇게 떠드는 사이, 골짜기에서 소식을 듣고 마중이 나왔다.

펠마스…가 아니라 새로 온 유령 주교, 펠마른!

그 위엄 찬 겉모습에 다른 교단에서 온 주교들은 움찔했다.

딱 봐도 범상치 않은 레벨이 느껴졌던 것이다.

아니, 아키서스 교단에 저런 인물이 있었나?

“어서들 오게.”

“어… 안, 안녕하십니까.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주교들은 당황해서 상대가 반말을 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상대의 정보!

“아키서스 교단의 주교, 펠마른일세.”

“아니. 교단의 주교면 그렇게 무례해도 되는 겁니까? 얼마나 대단한 분이시길래! 어느 왕국 출신이십니까!”

발끈한 주교 한 명이 따지자 펠마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고대 제국 출신일세.”

“어디 출신이길래 거들먹… 어. 고대 제국?”

“고대 제국???”

“잠, 잠깐만. 유령이잖아!?!”

주교들은 그제야 펠마른이 유령 상태라는 걸 깨달았다.

신성력과 레벨이 너무 높은 탓에 그걸 보느라 눈치 못 챈 것이다.

아니…?!

이 미친놈의 교단은 대체 뭘 부활시킨 거야?!?!

고대 제국 무덤이라도 갔다 왔나?!

“아, 아니… 아니… 아니!”

“뭐가 아니라는 거지?”

“아니! 이건… 반칙….”

“뭐가 반칙이라는 거지?”

“…펠마른 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주교들은 결국 포기하고 고개를 숙였다.

비겁하다 아키서스 교단!

살다 살다 유령을 꺼내서 손님들을 맞이하다니…!

고대 제국 시절부터 있던 주교 펠마른은 여기 있는 모든 주교들보다 배분이 훨씬 높은 주교였다.

다른 교단에서 온 주교들은 치사하고 억울해도 뭐라고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 * *

[주교 펠마른이 다른 교단에서 온 사신단을 압도합니다!]

[교단의 명성이 오릅니다.]

[사신단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습니다. 친밀도가 아주 조금 오릅니다.]

“응?”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당황했다.

아니… 펠마른이 뭐한 거지?

“교황님. 어서 오십시오!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아키서스 대신전 응접실에는 어색하고 분한 표정의 주교 NPC들이 앉아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왜 주교들이 온 거지?

-설마 또 전설 퀘스트 터지는 건가?

-아냐. 몬스터 웨이브도 안 끝났는데….

밖에 플레이어들이 구경이라도 하고 싶어 우르르 모여 있었다.

그 시선 자체가 굴욕!

주교 NPC들이 다급하게 말했다.

“교황 성하. 문을 좀 닫아주시면….”

“아니 왜. 환기를 좀 시켜야지.”

“…….”

“…….”

주교들의 기가 한풀 꺾였다는 걸 확인한 태현은 매우 여유로웠다.

아, 즐겁다!

‘하늘성 안 들켰지?’

[카르바노그가 안 들켰다고 확신합니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 하늘에 떠 있는 성에 교단의 영웅들이 갇혀 있을 거라고는!

그리고 드워프 장로 한 명 더!

“펠마른. 주교들이 불만스러워하지 않았나?”

“무슨 소리를요. 참 착한 후배들입니다.”

“…….”

“…….”

펠마른의 말에 주교들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젠장…!

다음에는 우리도 교단 무덤 뒤져서 유령 데리고 와야 하나?

태현은 싱글벙글 웃으며 앉았다.

“그래서 무슨 목적으로 오셨나?”

“성하. 이번 몬스터 웨이브 사태를 알고 계시겠지요.”

“잘 알고 있지.”

태현의 말에 뒤에 있던 일행들이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문제지!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니들이 알아??’

“다른 왕국과 달리 성하께서는 완벽에 가깝게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내셨습니다.”

“그래?”

태현은 의아해했다.

다른 놈들은 뭐하고 있길래 저런 소리가 나온담?

자고 있나?

“성하께서는… 까득, 대륙의… 까드득, 위대한… 크흑, 영웅이십니다.”

“앗. 미안하네. 목소리가 작아서 못 들었어. 다시 말해주게.”

“…성하께서는….”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다른 교단 NPC들 괴롭히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일!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그래서 성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내라-대륙 선신 교단 퀘스트>

몬스터들이 대륙을 휩쓸고 난리를 피우고 있지만, 대륙의 왕국들은 몬스터들을 막지 않고 게으름을 부리고 있다.

위대한 영웅인 당신은 아탈리 왕국의 몬스터들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다른 교단들을 도와 대륙의 몬스터들을 막아내라!

보상: 선신 교단 내 평판 완전 회복, 선신 교단 내 친밀도 완전 회복, ?, ???, ?????

‘!’

태현은 보상에 놀랐다.

그러니까 이 퀘스트를 하면….

이제까지 쌓았던 악연을 다 없애준다 이건가?

퀘스트를 보는 순간 태현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어, 그러면 교단들하고 사이 더 나쁘게 만든 다음 이 퀘스트 깨면 안 되나?’

[카르바노그가 아예 악신으로 전향하라고 추천합니다!]

‘농담이야. 농담.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겠지.’

그런 짓을 했다가는 교단에서 나온 퀘스트 자체가 취소되겠지!

교단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음… 고민이 좀 되긴 하는군.’

보상이 화끈하긴 했다.

태현이 이제까지 했던 사악하고 악랄한 짓들을 생각해 보면, 화해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적인 일!

하지만 동시에 저렇게 부탁을 할 정도의 일이라는 건….

‘그만큼 귀찮고 빡센 퀘스트겠지.’

아탈리 왕국에서 돌고 도는 것도 힘들었는데 대륙 방방곡곡을 뒤지며 몬스터들을 다 쓸어버리는 퀘스트라니….

시간도 시간이지만 난이도가 몇 배로 뛸 것이다.

‘교단들하고 사이가 좋아지면 어떤 점이 좋지?’

이제까지 사이가 좋았던 적이 없어서, 좋아져도 어떤 점이 좋은지 와닿지가 않았다.

[카르바노그가 교단 회의나 교단 친목질이나 교단 다과회 같은 곳에 불러주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

교단 회의야 그렇다 쳐도 그 뒤의 두 개는 좀 별 쓸모없어 보인다!

“혹시 퀘스트에 참가하면 에랑스 왕국 같은 곳은 물론이고 오스턴 왕국도 가서 도와야 하나?”

“그렇겠지요?”

“우르크 지역이나 남쪽 대륙이나 혹시 저 동쪽의 자이언 산맥도 가서 도와야 하나?”

“성하께서는 참으로 현명하십니다. 바로 맞추셨습니다.”

“…거절!”

태현은 단칼에 결정했다.

그냥 우리 서로 사이가 나쁜 대로 살자!

에랑스까지는 어떻게 참아준다 하더라도 오스턴 왕국 가서 몬스터 싹 치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거인들 나오는 자이언 산맥까지 가는 건 진짜 미친 짓이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해!

“아, 아니. 성하! 성하! 이건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좋은 기회는 무슨…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고 있군. 야. 그러면 이렇게 하자. 내가 너희를 안 싫어해 줄 테니까 너희가 다 정리해라. 뭔 미친 퀘스트를 맡기고 있어?”

태현의 말에 뒤에 있던 일행들이 박수를 쳤다.

용용이와 흑흑이도 앞발로 박수!

“훌륭한 결정이야, 김태현!”

“저런 말도 안 되는 제안에 넘어가면 안 돼!! 절대!”

일행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외쳤다.

저 사악한 제안을 한 교단 놈들을 쫓아내야 한다!

* * *

“잡았다… 잡았다!!!”

“!!!!!!”

“정, 정말… 정말 잡았다고?”

“말도 안 돼…!”

자리에 모인 랭커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랬다.

방금 이세연이 고대 거인을 드디어 쓰러뜨린 것이다.

이세연이 부른 랭커들은 고대 거인을 보면서 ‘이건 아직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드래곤처럼 못 잡는 몬스터다’ 같은 소리를 해댔지만, 이세연은 ‘뒤질래 잡을래’로 대꾸했다.

랭커들은 ‘이세연이 김태현한테 밀리니까 정신이 나갔나 봐’ 하며 투덜댔지만….

이세연은 결과로 입증해냈다.

정말 잡은 것이다!

“이세연! 이세연! 이세연!”

“이세연! 이세연! 이세연!”

자리에 모인 랭커들은 홀린 듯이 이세연의 이름을 외쳤다.

자리를 휘어잡는 카리스마!

“불평한 자식들 나와! 내가 뭐라고 했어? 잡았잖아!”

“불평해서 죄송합니다!”

“김태현, 보라고! 잡았어! 넌 못 잡았고!”

“저, 이세연 선수. 여기는 김태현 선수가 없습니다만.”

“아. 그랬지.”

이세연은 제정신을 되찾았다. 옆에 있던 선수들이 손으로 신호했다.

-야! 방금 영상은 잘라서 올려!

고대 거인 잡은 박진감 넘치는 감동 영상에 저런 추한 모습을 넣으면 안 됐다.

이세연은 어디까지나 멋있어야 해!

-이세연, 고대 거인 레이드 성공! 서버 최초!

-이세연 서버 최초로 레벨 300 돌파했다고 밝혀… 랭커 신기록!

-레벨 300의 벽이 깨지다! 이세연, 다음 레이드 대상은?

-이세연의 고대 거인 레이드 분석… 이세연의 전략 분석!

-이세연, 이세연, 이세연….

게시판은 온통 이세연 이야기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이세연 뭐하냐?’, ‘이세연 퇴물 다 됐네’ 하던 사람들도 연신 이세연의 이름을 외치는 상황!

그만큼 강렬한 업적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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