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128화 (1,127/1,826)

§ 나는 될놈이다 1128화

순간 미다스 길드원은 ‘김태현 짓인가?’ 싶었다.

길드 동맹 때부터 있었던 뿌리 깊은 기억!

-수상하다 싶으면 김태현을 의심해라. 그러면 90% 이상 맞는다.

하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김태현이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었다.

김태현이 이런 걸 의도할 수 있으면 플레이어가 아니라 신이겠다!

“<몬스터 웨이브>라면….”

“몬스터 숫자 미친 듯이 늘어나고 강해지는 거겠지!”

“좋은 거 아닙니까? 필드 몰이 사냥이 얼마나 짭짤한데.”

어떤 변태 같은 플레이어들은 전설 퀘스트만 노리면서 레벨 업을 한다지만, 그건 정말 드문 경우였다.

전설 퀘스트가 동네 똥개도 아니고 어떻게 그렇게 계속 찾는단 말인가.

정석은 ‘직업 퀘스트’+‘던전 사냥’!

직업 퀘스트로 스킬을 얻어 직업을 강화시키고, 경험치는 질 좋은 던전을 뺑뺑이 돌며 쌓는 식이었다.

문제는 이런 질 좋은 던전은 경쟁이 이미 치열하다는 점!

물이 좋다 싶으면 길드 몇 개는 와서 ‘ㅎㅎ 꺼지세요’라고 하는 게 기본이었다.

무엇보다 레벨이 높아지면 또 새로운 던전을 찾고 찾아야 하는 것이다.

왜 고렙 플레이어들한테 마계가 인기가 있겠는가?

난이도야 살벌하지만 던전 가지 않고 필드에서만 돌아다녀도 레벨 업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필드에 몬스터들이 넘쳐나기 시작한다니.

몰이 사냥 좋아하는 플레이어들한테는 기쁜 소식이었다.

“친구들 불러서 파티 만들어야겠는데요? 레벨 몇 정도는 올려놔야….”

“이런 멍청한 놈!”

“?”

“그렇게 만만한 상황이면 저런 메시지창이 떴겠냐! 길드원들 불러 모아!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길드원의 호들갑에, 같이 있던 플레이어는 왜 이리 호들갑을 떠나 싶었다.

그러나 길드원의 예측은 정확했다.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 * *

산악 회색 늑대. 레벨 80.

늑대 조련사 부족 전사. 레벨 85.

이 늑대와 늑대 부리는 전사들이 출몰하는 산길은 레벨 70~80 정도 되는 플레이어들이 자주 와서 사냥하는 곳이었다.

가끔 늑대가 많이 몰려올 때가 아니면 위험할 일이 없는 안전한 사냥터!

[늑대인간이 나타납니다!]

[늑대인간이 <반월의 포효>를 사용합니다!]

[산악 회색 늑대들이 모여듭니다!]

[산악 회색 늑대들이 강화됩니다!]

[늑대인간들이 새로 생겨납니다!]

[……]

[……]

그런데 갑자기 안 보이던 늑대인간이 나타나더니 늑대들이 숫자가 대폭 늘어나고 강화되기 시작했다.

바로 <몬스터 웨이브>의 힘!

초보 플레이어들은 산 위에서 몰려오는 늑대 군세들을 보며 의아해했다.

“저게 뭐지?”

“잘 모르겠는데. 설마 여기로 오진 않겠지?”

“일단 요새에 들어가 있을….”

[<작은 산악 요새>의 벽이 파괴되었습니다!]

[<작은 산악 요새>의 방어도가…]

[……]

“?!?!?”

순식간에 사방이 몬스터들로 들끓고 도망갈 길이 박살 나자 플레이어들은 기겁했다.

“이… 이건 좀 심한데???”

“친구 불러! 이건 우리끼리 안 돼!”

“그 친구로 이거 막을 수 있어?”

“야, 걔가 레벨 150 법사야! 이거 정도는 그냥 쓸어버린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가 도착했다.

“기다렸냐! 비켜봐! 내가 쓸어버릴 테니까!”

“오오! 든든해!”

“과연 레벨 150!”

“아무나 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야!”

그리고 1분 후.

“으아아악! 튀어! 튀어!”

“미친놈아! 잡을 수 있다며!”

“이렇게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 튀어!”

레벨 150 법사인 친구는 마법 몇 방 갈겼다가 기겁해서 도망쳤다.

늑대 몇십 마리 잡아봤자 별 소용도 없었다. 순식간에 늑대인간들이 늑대 끌고 나타나서 메워버렸다.

그저 어그로만 끌었을 뿐!

* * *

“몬스터 웨이브?”

케인을 어떻게 조질까 고민하던 태현은 메시지창에 의아해했다.

“별거 아니지 않나? 판온 이벤트 같은 거….”

“아니. 그런 친절한 이벤트면 도시와 성 안으로 도망가라고 하지는 않지. 흠….”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사실 이런 이벤트는 최상위권 랭커들한테는 별 의미가 없었다.

솔직히 아무리 몬스터가 많아지고 강해진다 하더라도, 필드에서 몬스터들한테 둘러싸여 죽을 정도라면 랭커 실격이었다.

랭커 정도 되면 다 잡지는 못해도 알아서 탈출할 기술 정도는 갖고 있는 법!

그러나 태현은 아탈리 왕국의 국왕이었다.

[현재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아탈리 왕국의 경제력이 하락합니다!]

[현재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아탈리 왕국의 문화력이…]

[……]

[……]

플레이어들뿐만 아니라 NPC들까지 타격을 받는 <몬스터 웨이브>!

이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는 몰랐다. 최소한 아탈리 왕국은 몬스터 토벌을 해줘야 했다.

“어쩔 수 없지. 잠깐 직업 퀘스트는 멈추고 <몬스터 웨이브>에 대응하는 수밖에.”

태현의 말에 모두 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동의하고 있었다.

아탈리 왕국은 지켜야 한다!

“와. 나 몰이사냥 너무 오랜만에 하는 것 같은데.”

“필드에서 평범하게 사냥하는 거, 어떻게 하는 거였습니까? 저 기억이 안 납니다.”

생각해 보니 새삼 비정상적인 플레이를 해왔어!

“둘 다 조용히 해.”

최상윤과 정수혁의 입을 다물게 한 다음 태현은 말을 이었다.

“일단 가능한 전력을 점검해 보자고. <은빛 검 기사단>.”

<은빛 검 기사단>.

에랑스 왕국으로부터 갈취한… 아니, 받아낸 기사단!

악마나 언데드를 전문으로 상대하던 이들이니만큼 전투력 하나만큼은 막강했다.

“얘네들은 주로 언데드 나오는 지역 위주로 돌리자.”

“플레이어들이 엄청 좋아하겠네요.”

기사단 한 번 뜨면 플레이어들은 눈빛을 반짝이며 달려왔다.

퀘스트를 깨며 기사단과 친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 다음은 수도 기사단…인데 얘네는 수도 방어해야 하고, 아키서스 성기사단하고 사제단이 있군.”

“태현 님을 따라다니게 할까요?”

“아니. 사냥은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 얘네들도 따로 돌아다니게 하자.”

<몬스터 웨이브>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쪽도 물량으로 맞서는 거였다.

하지만 태현은 길드 동맹처럼 무식하게 길드원들을 갖고 있지도 않고, 김태산처럼 오크 NPC들을 산더미처럼 갖고 있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태현에게는 어떤 플레이어에게도 없는, 독특하고 강력한 정예 NPC 군단들이 있었다.

[그리고 아키서스 교단도 있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카르바노그. 아키서스 교단을 저기 정예에 넣은 건데….’

[카르바노그가 설마 그렇게 고평가를 해줄 줄은 몰랐다고 당황합니다!]

예전이었다면 ‘아키서스 성기사단 따로 돌아다니게 했다가 아까운 성기사 NPC들 떼죽음 당하는 거 아냐?’ 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제 성기사단, 사제단 둘 다 알아서 제몫을 해낼 수 있는 강력한 NPC들!

‘나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지만… 아키서스 성기사단은 이제 꽤 강력해.’

[<은빛 검 기사단>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은빛 검 기사단>이 아탈리 왕국 내를 순례합니다.]

[<은빛 검 기사단>이 해내는 업적에 따라 왕국에 추가 보너스가 들어갑니다!]

[<은빛 검 기사단>이 경험치를 얻을 경우 <은빛 검 기사단>의 기사들이 성장합니다.]

[<은빛 검 기사단>이 패배할 경우 기사들의 숫자가 줄…]

“아키서스의 화염단도 동원하자. <데스 나이트 기사단>도 동원한다.”

화염학파 마탑 이후로 생긴 화염 마법사 NPC들, 아키서스의 화염단.

오스턴 왕국의 지하 광산에서 발견한 아탈리 왕국의 옛 기사 출신 데스나이트들, 데스 나이트 기사단.

둘 다 강력한 NPC들!

“전부 다?!”

“상관없어.”

보통 영주나 부하가 있는 플레이어들은 이런 부하들을 직접 끌고 다니는 걸 선호했다.

비싼 골드 주면서 왜 NPC들을 고용하겠는가?

자기가 이득을 보기 위해서!

NPC들을 시켜서 몬스터들을 몰아온 다음 경험치를 자기가 독점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몰이사냥은 레벨업에 매우 편했다. 다들 비싼 골드 주고 용병 NPC 고용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태현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이 강력한 NPC들을 아탈리 왕국 곳곳으로 보내버렸다.

“마르체티 백작령 기사단, 에르네스토 백작령 전사단, 다 순회시키자.”

“핏빛 군도 기사단은요?”

“아… 걔네는 좀….”

태현은 갈등에 빠졌다.

핏빛 군도… 그러니까 뱀파이어 애들!

“에이. 지금 뭘 가리냐. <은빛 검 기사단>하고만 안 부딪히면 되겠지. 얘네들도 오라고 하자.”

“네.”

“파워 워리어 길드에도 명령 내려서 좀 모여 다니라고 해줘. 흩어져서 다니면 위험하니까.”

태현은 발빠르게 준비를 마쳤다. 그러고는 일행과 함께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정말 오랜만에 하는 필드 몰이사냥!

뚜둑-

태현은 어깨를 풀며 말했다.

“좋아. 오랜만에 좀 진득하게 사냥해 볼까.”

“오랜만에?”

“좀??”

“진득하게????”

일행들은 태현의 말에 경악했다.

야 이제까지 우리가 한 건 뭔데?

“자! 가자!”

“아니… 선배님….”

“태현아! 우리 너무 무리하지 말자!”

케인만 조질 때가 좋았는데, 태현이 자기들까지 조지자 일행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지옥사냥의 시작!

* * *

[<은빛 검 기사단>의 기사들이 도착했습니다!]

[기사들이 <눈부신 은빛의 돌격>을 사용합니다!]

[몬스터들의 사기가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몬스터들이 도망칩니다!]

“와… 와아아아아아아!”

정신없이 두들겨 맞으며 몰리던 플레이어들은 갑작스러운 등장에 깜짝 놀랐다.

기사단이라니!

-기뻐하라, 모험가들이여! 아탈리 왕국의 위대한 국왕 폐하께서 우리를 보내셨도다!

-찬양하라! 찬양하라!

<몬스터 웨이브에 맞서 싸워라!-은빛 검 기사단 퀘스트>

명예로운 은빛 검 기사단은 모험가들이 그들에게 합류해 싸우기를….

거기에 퀘스트까지!

겁먹고 도망치던 플레이어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원래 뭉칠 곳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있다 하더라도 산산이 흩어지게 마련.

그런 점에서 태현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대응을 한 셈이었다.

자기가 몰이사냥으로 이득을 볼 생각을 버리고, 왕국 플레이어들을 위해 통 크게 내린 결정!

물론 태현 본인은 좀 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NPC들 도움 받아가면서 몰이사냥하면 애들 실력 나빠진다.’

뒤의 일행들이 들으면 ‘야 이 미친 놈아!’가 절로 나왔을 소리!

그냥 좀 편하게 잡으면 어디가 덧난다고 이 와중에 그걸 또 난이도를 올리고 있어…!

어쨌든 태현은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도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니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이기적이었다.

사실, 그게 보통이었다.

* * *

-몬스터들이 미쳐 날뛰고 있다고? <화산의 저주>나 역병, 드래곤에 비하면 못 버틸 수준은 아니잖아?

-플레이어들이 필드에서 사냥을 못 해? 필드에서 사냥을 못하면 던전 가라 그래.

-아니 그게 무슨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란 개소리….

-이거 좋은 기회 아닙니까? 이렇게 몬스터들이 많다니. 오랜만에 필드에서 몰이사냥 한 번 가도 될 것 같습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 랭커들 중 괜찮은 랭커를 뽑아 밀어줄까?

-역시 앨콧이죠.

-역시 앨콧이….

다른 길드라고 해서 딱히 다른 건 아니었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 <몬스터 웨이브>로 최대한 이득을 보자!

내 길드 간부, 내 길드원 우선!

그러나 이들은 착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길드를 우선한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좀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는 시늉이라도 내야 한다는 걸!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길드들이 하는 짓을 모를 리 없었던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