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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112화 (1,111/1,826)

§ 나는 될놈이다 1112화

아키서스의 천사들은 그 레벨과 상관없이 주인인 태현을 공손하게 모시고 있었다.

태현에게는 아주 다행인 일이었다.

“다행이다… 겉모습과 달리 예의가 바르다니….”

케인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중얼거렸다. 그러자 바로 천사 중 한 명이 호통을 쳤다.

-이놈!

“헉,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케인은 깜짝 놀라 머리를 박았다.

얼굴만 마주쳐도 너무 무서웠다. 무슨 악귀 같았던 것이다.

-보아하니 아키서스 님의 노예 같은데, 잘 하고 있군. 팔을 여섯 개까지 늘린 게 기특하구나.

-열심히 해라! 머리가 좀 부족하긴 하지만.

“…….”

울컥!

케인은 울컥했다. 이 자식들이?!

내가 멍청하기는 해도 이렇게 대놓고 말할 필요는 없….

“케인. 머리 부족하다는 게 네가 멍청하다는 게 아니라 머리 개수가 부족하단 뜻인 건 알지?”

“?!”

그런 뜻이었어!?

-정말 열심히 하면 너도 언젠가 머리도 늘어나고… 거기서 정말 운이 좋다면 언젠가는 아키서스 님의 천사가 될 수도 있겠지.

[아키서스의 전투천사들이 당신의 노력을 높게 평가합니다!]

[아키서스의 전투천사들 사이에서 친밀도가 오릅니다!]

[아키서스의 전투천사들 사이에서 평판이 오릅니다!]

[아키서스의 전투천사들이 당신의 업적을 높게 평가합니다! 전투천사들이 당신에게 퀘스트를 제안합니다!]

<전설 직업-아키서스의 전투천사 전직 퀘스트>

당신은 아키서스의 노예로서 화신을 충실히 따르며 온갖 업적을 세워왔다.

그 충성심과 우직함, 순진함은 아키서스께서도 높이 여길 정도!

그런 당신이 여섯 개의 팔을 가진 키메라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닌 운명이 분명하다.

‘…개소리하지 마!’

케인은 퀘스트창에 다시 울컥했다.

그딴 운명이 어디 있어!

…이제 그 운명을 더욱 영예롭게 바꿔야 한다!

더 많은 업적을 세워 <아키서스의 전투천사>로의 길을 걸어라!

-전투천사로서의 종족.

-아키서스 교단 내 공적치 포인트.

-아키서스의 노예로서의 업적.

보상: <아키서스의 전투천사> 연계 퀘스트.

“전, 전설 직업!”

케인은 깜짝 놀라 외쳤다.

갑자기 나타난 아키서스의 군세가 이런 퀘스트를 줄 줄이야!

게다가 직업 이름부터가 폼이 났다.

<아키서스의 노예>vs<아키서스의 전투천사>.

무조건 후자 아니겠는가!

“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머리를 늘려보겠습니다!”

-그래! 머리의 개수가 중요한 것이다.

-머리의 개수도 중요하지만 마음도 잊지 말아라. 섬기는 마음! 그 진실된 마음이 중요한 것이야.

전투천사들은 케인에게 진지하게 훈계했다.

-그래도 네 마음이 순수하고 충성스럽기는 하구나!

-그래! 순수하고 멍청하니 어디 가서 배신하지는 않겠다!

“감, 감사합니다?”

케인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채기도 전에 전투천사들은 다시 태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주인이시여! 우리가 여기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빠르게 명령을!

“레드 드래곤 니팅거스를 공격하려고 한다. 도와줄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주인을 위해서라면 마계의 악마 대공에게라도 덤빌 수 있습니다!

“불길한 소리는 하지 말자. 안 그래도 지금 드래곤 때문에 골치 아프니까.”

충성심 100%인 전투천사들!

태현은 솔직히 감동했다.

‘주교 펠마른도 그렇고, 천사들도 그렇고, 아키서스 교단도 나름 괜찮은 장점들이 있어.’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다.

이렇게 고생을 했더니 낙이 오지 않은가!

[…그건 다른 교단들이라면 기본으로 있는 옵션이라고 카르바노그가 슬퍼합니다!]

카르바노그는 태현이 감동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훔쳤다.

이제까지 얼마나 교단 관련으로 고생만 했으면 저런 기본적인 걸로 감동을 한단 말인가.

쓸 만한 천사랑 대주교 없는 교단이 어디 있다고…!

-아키서스의 진실된 눈, 아키서스의 적의, 아키서스의 앞길!

전투천사들은 으르렁거리는 악마들을 채찍으로 다스리며 스킬들을 닥치는 대로 걸기 시작했다.

이십에서 삼십 사이인데도 그 강렬한 기세는 좌중을 압도하고 있었다.

자리에 모인 모든 공격대 플레이어들은 침만 꼴깍꼴깍 삼키며 아키서스의 아수라, 아니, 전투천사들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무슨… 무슨 일이 터질 것 같다!

-주인이시여! 저희가 호위하겠습니다!

“가자!”

태현은 용용이를 타고 솟구쳤다. 용용이는 가능한 몸을 최대한 불리고 포효했다.

“흑흑이, 골골이는 내 옆에! 빠르게 돌진한다!”

1차 공격은 태현과 아키서스의 전투 천사들만으로 할 생각이었다.

일단 견적을 내본 다음 다른 일행이나 공격대를 동원한다!

쉬이이이익!

[<아키서스의 전투천사>들이 <천사의 가호>를 사용합니다!]

[모든 이동 속도에…]

[공격력에…]

[……]

[……]

아키서스의 전투천사들은 태현에게 닥치는 대로 버프를 걸기 시작했다.

주인을 위한 마법!

그 덕분에 태현과 용용이는 평소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저 멀리 거대한 붉은 드래곤이 사방을 찢으며 걸어오는 게 보였다.

레드 드래곤 니팅거스였다.

-주인이시여. 놈의 레벨은 최소 1000 이상으로 추측됩니다. 아스비안 제국의 고대 마법, <용의 추락>과 <용의 파멸>을 맞아서 크게 약화된 상태이지만 주인께서 상대하시기에는 여전히 위험한 상대입니다.

아키서스의 전투천사들은 유능했다. 매우 구체적으로 상황을 분석해 줬다.

…덕분에 태현은 매우 구체적으로 공포를 느껴야 했다.

‘…설마 설마 했는데 레벨이 천을 넘겼었나…!’

“너희들은?”

-저희들의 레벨은 700대! 약해서 죄송합니다. 주인이시여.

언령으로 도시 몇 개 날리고도 힘이 남는 거 보니, 드래곤 중에서도 레벨이 높을 거라고는 예상을 했다.

그래도 1000이라니.

네 자릿수 레벨을 구체적으로 들으니 기분이….

‘갑자기 대화가 하고 싶어지는군.’

“들어라, 위대한 레드 드래곤 니팅거스! 아탈리 왕국의 국왕이자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으로서 네게 제안을 하러 왔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매우 높은 명성을…]

[알렉세오스와 친분이…]

[……]

칭호, 스킬, 스탯, 했던 퀘스트 등으로 수십 개가 넘게 들어가는 버프.

그런데도 통하지 않았다.

[레드 드래곤 니팅거스는 <적룡의 분노>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레드 드래곤 니팅거스는 <적룡의 광란>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화술 스킬이 통하지 않습니다!]

-크르르… 감히 날 얕본 모든 생명체 놈들! 모두 다 화산 밑의 구덩이로 쓸어버리겠노라!

레드 드래곤이 바로 전투 준비에 들어가자 천사들은 투덜거렸다.

-대체 저 짜증 나는 드래곤 새끼는 뭘 잘못 처먹었길래 저러는 것인가?

-레드 드래곤이 저러는 게 하루이틀인가. 보나마나 사소한 일이겠지. 누가 또 보물 안 바치기라도 했나.

-하여간 드래곤 놈들은 다 조져 버려야 했네. 안 조지니 대륙이 이 모양 이 꼴 아닌가.

옆에서 듣고 있던 용용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 음… 그러니까, 모험가 중 어떤 놈이, 니팅거스 선조의 묘비를 훔쳐서 도망쳤는데, 또 다른 놈이 그거 돌려주겠다고 부른 다음에 기습을….

-…….

-…….

용용이의 말에 전투천사들은 침묵했다.

야 그건 좀 심했잖아!

-주, 주인이시여. 주인께서 한 짓은 아니시지요?

“나를 뭘로 보고… 난 석판 돌려주려고 온 거야!”

-믿고 있었습니다!

-휴. 전 또….

그 충성스럽던 아키서스의 천사들도 이런 부분에서는 과연 아키서스 교단 소속다웠다.

충성스럽지만 아키서스를 누구보다 잘 아는 모습!

-놈의 공격이 온다, 막아라! 주인을 보호해라!

-<아키서스의 육도>!

-<아키서스의 법륜>!

니팅거스는 바로 언령 스킬로 주변을 통째로 날려 버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허공에서 운석 크기의 화염 덩어리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레드 드래곤 니팅거스가 <화염 운석 낙하>를…]

[레드 드래곤 니팅거스가…]

그나마 다행인 건 니팅거스가 분노로 이성을 잃고 있다는 점!

니팅거스는 태현의 회피력을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날 보호할 필요 없다. 내가 직접 뚫고 가겠다! 가라! 놈을 둘러싸서 공격해라!”

-알겠습니다, 주인이시여!

전투천사들은 태현의 말에 충실히 따랐다.

순식간에 전차를 몰고 사방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화염 운석이 날아들어도 그들은 겁먹지 않았다.

-이 악마 공작의 자식들아! 빨리 빨리 달리지 못하겠느냐! 너희 부모가 그러고도 악마 공작이냐!

-이런 하찮은 핏줄 같으니! 어서 달려라!

“…….”

악마 전차를 몰면서 뭔가 흉흉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지만 태현은 못 들은 척했다.

누구 자식을 몰고 있는 것 같긴 했는데….

기분 탓이겠지?

콰르릉! 콰릉!

전투천사들은 운석을 쪼개고 튕겨내고 흘리면서 사방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여섯 개의 팔을 휘두르면서 니팅거스에게 공격을 가했다.

살벌한 소리와 함께 창이 쏜살같이 내리꽂히고 우레 소리가 하늘을 찢었다.

콰콰콰쾅!

크기는 니팅거스와 비교하면 매우 작았지만, 전투천사들의 일격 일격은 무겁고 강력했다.

공격을 맞을 때마다 <용의 파멸>과 <용의 추락>으로 약화된 니팅거스는 비명을 질렀다.

-놈이 결계를 치려고 한다! 막아라!

전투천사들은 언령 마법을 방해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니팅거스 정도 되는 레드 드래곤이 한 번 방어 마법을 주변에 쳐버리면 거의 절대방어 수준!

어떻게든 방해해야 했다.

-아키서스의 이름으로! 벼락이여 오라! 아키서스의 벼락!

콰르르르릉!

-여기에 악마의 피를 바치니! 아키서스시여! 이 제물을 받고 더욱 더 분노해 주십시오! 아키서스의 제물!

파아아앗!

-놈의 언령을 막아라!

-목숨을 걸고서라도 막아!

[니팅거스의 언령 마법의 속도가…]

[니팅거스의 언령 마법의 속도가…]

그야말로 아키서스 교단 올스타전!

전투천사들의 공격에 니팅거스는 신음하고 비명을 질렀지만 마법을 멈추지는 않았다.

단지 느려졌을 뿐!

그리고 그 화려한 싸움의 사이를 태현이 내달렸다.

오로지 보이는 건 니팅거스의 약점뿐!

스스로의 권능 스킬들로 부풀려진 공격력. 전투천사들과 대주교 휘하의 사제단이 걸어준 버프.

지금 태현은 판온을 시작한 이후 가장 강하다고 느꼈다.

꾸우욱-

손에 잡힌 마창 <용의 파멸>이 니팅거스를 노렸다.

-아키서스의 돌격,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 …화신의 일격!!

[아키서스의 사악한 힘으로 공간을 무시하고 빠르게 돌진해 상대를 공격합니다!]

[행운 스탯을 소모해 강력한 일격을 날립니다! 적중시킨 부위는 새로운 약점이 됩니다!]

[화신의 일격을 사용합니다!]

[창 끝에 아키서스가 강림합니다!]

그 순간, 지평선 끝쪽에서 반대쪽 끝까지 눈부신 빛이 내달리더니 창과 이어졌다.

그리고 그 창에서 나온 빛줄기가 그대로 니팅거스를 관통했다.

꽝!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굉음이 터져나오고….

니팅거스는 그 거대한 덩치 통째로 날아갔다.

실로 상상을 벗어나는 위력!

[<화신의 일격>을 사용…]

[칭호…]

[……]

[레벨 업 하셨습니다!]

[검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최고급 검술 1에서 최고급 검술 2로…]

[……]

아직 잡지도 않았는데 쏟아지는 보상들!

그러나 그걸 볼 시간도 없었다.

-데메르의 시간 되돌리….

레벨 업도 각종 보상도 날아가겠지만 <화신의 일격> 쿨타임을 되돌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제 저 분노한 니팅거스의 추격을 피해, 어떻게 도망쳐야 할지 고민해야 할….

-크르르….

데굴데굴 날아간 니팅거스가 신음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놈은 살벌하게 태현을 노려보았다.

그 순간 태현의 머릿속에 수십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더 싸워야 하는가? 아니면 지금 빠져야 하는가? 그것도 아니면….

[레드 드래곤 니팅거스가 충격과 공포로 인해 <적룡의 분노> 상태에서 깨어납…]

[……]

[니팅거스가 협상을 제안합니다!]

-…아키서스 님. 제가 잠시 미쳤나 봅니다. 이러지 마시고 대화로 해결합시다. 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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