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108화 (1,107/1,826)

§ 나는 될놈이다 1108화

‘물론 너 때문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카르바노그.’

[카르바노그가 감동합니다!]

‘하지만 왠지 기분 나쁘니까 잠시 조용히 하고 있어.’

[…….]

“상황을 말해줘.”

“네. 지금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보고 저희 길드원들을 보냈는데요….”

이다비는 빠르게 상황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지금 게시판은 난리가 나고 있었다.

* * *

린즈펑과 중소형 길드 랭커들이 모여 만든 <니팅거스 공격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봤다면 ‘드래곤을 잡으려고 한다니! 미친놈들인가 봐!’라고 무시했겠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은 전원이 랭커였다.

당연히 생각이 있었고, 계산이 섰기에 나선 것이다.

밖에서 떠드는 놈들보다 판온을 잘 안다는 자부심!

<니팅거스 공격대>는 방심하지 않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다행히 그들에게는 참고할 만한 예시가 있었다.

바로 김태현의 학카리아스 레이드!

아직도 조회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판온의 전설적인 순간 중 하나였다.

<니팅거스 공격대>는 레이드를 위해 이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고, 여기 참가한 플레이어들을 불러 물어보기까지 했다.

-음. 그러니까 김태현이 악마 군세를 불러내서 학카리아스의 발을 묶은 사이, 포병대를 최대한 이용해서 딜을 넣고, 그 다음에는 음….

-토끼로 변신을 시키는데?

-토끼로 변신을 시킨다… 음… 그래….

그거 정말 참고하기 좋은 방법이야!

-그 다음에는 김태현이 안으로 들어가서 딜을 넣는군.

-공격을 어떻게 버틴 거지?

-김태현 회피력이야 소문 났으니까… 그래도 드래곤 공격까지 피한 건 진짜 대단하군.

-괜찮아. 우리도 우리의 방법이 있으니까.

-그냥 김태현 부르면 안 되냐? 린즈펑. 너 중국인 아니면 김태현 불러도 되잖아.

누군가 꺼낸 말에, 다른 랭커들이 일제히 반대했다.

-안 돼!

-김태현은 안 됩니다.

-왜 김태현을 부르려고 해?!

조금도 고민하지 않는 대답!

-어, 어? 뭐야. 너희 김태현한테 당한 적 있냐? 판온 1 출신임?

-…아니, 그것 때문은 아니고….

-당한 적 없어?

-아니, 그러니까 그거 때문이 아니라….

-당한 적 있냐고, 없냐고.

-너 뒤지고 싶냐? 깃발 꽂을까??

-아, 아니. 그냥 물어본 거잖아. 진정해.

왜 김태현한테 당한 놈들은 김태현 이야기만 꺼내면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일까?

랭커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랭커를 보며 당한 전적이 있는 랭커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거 나중에 김태현한테 꼭 당하게 해야 한다.’

‘저 저 저 뉴비 놈…!’

당해본 사람들만 아는 그 감정!

-크흠. 어쨌든. 김태현 안 부르는 이유는 하나다.

-?

-김태현 오면 우리가 가져갈 보상이 엄청나게 줄어들 테니까.

-…!!!

매우 현실적인 이유!

그러나 이건 무시할 수 없는 이유였다.

여기 랭커들이 모여서 공격대를 만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것도 대형 길드들을 쏙 빼놓고?

‘대형 길드들이 오면 우리 몫이 확 줄어든다. 게다가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몰라.’

‘안 그래도 요즘 대형 길드들이 영지 구입해가며 영지전 벌이는 탓에 관심이 다 거기로 쏠리는데….’

대형 길드들은 막대한 투자를 받은 것을 자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돈지랄을 해댔다.

개인으로 뛰는 랭커들은 도저히 따라가기 힘들 정도!

방송 켜면 전 세계 수십만 명이 몰려드는 태현이 이상한 거였지, 다른 랭커들은 그렇게까지 할 수 없었다.

이 <니팅거스 공격대>는 반격이었다.

대형 길드들을 향한 반격!

-그런데 김태현을 부르면 어떻게 되겠냐고. 보상이 미친 듯이 줄 거 아냐.

-관심도 엄청나게 줄겠지.

영화 제목이 <니팅거스 공격대>가 아니라 <김태현과 떨거지들>이 될 것!

-이, 이해했어.

-좋아. 김태현처럼 버티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도 버틸 방법이 있으니까.

분석 끝에 <니팅거스 공격대>는 레이드에 필요한 걸 크게 네 가지로 정리했다.

1. 레이드 동안 니팅거스의 어그로를 끌어줄 수 있는 NPC.

2. 니팅거스의 힘을 일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아이템.

3. 니팅거스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스킬.

4. 니팅거스의 공격을 버틸 수 있는 방법.

-4번은 답이 없군.

-4번은 답이 없다. 최대한 방어해 보고, 안 되면 희생 감수해야지.

여기 모인 랭커들은 기본적으로 한 번 죽을 각오를 한 랭커들이었다.

드래곤 사냥이라면 어쩔 수 없지!

-1번은?

-고렙 용병들 닥치는 대로 고용해서 부르고 있다. 사방에서 움직이면서 어그로를 끌어줄 거야. 그리고 2번은 린즈펑을 믿어라.

린즈펑이 랭커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건 바로 2번이었다.

린즈펑이 구한 주문서 아이템, <용의 추락 주문서>과 <용의 파멸 주문서>!

용의 추락 주문서:

강력한 마법 <용의 추락>이 담겨 있는 주문서입니다. 한 번 사용하면 파괴됩니다.

용의 파멸 주문서:

강력한 마법 <용의 파멸>이 담겨 있는 주문서입니다. 한 번 사용하면 파괴됩니다.

아스비안 제국 연계 퀘스트를 깨고 나서 얻은, 강력한 사기 아이템!

이 아이템이 있었기에 니팅거스 공략을 계획할 수 있었다.

-니팅거스는 <카프 화산지대 분화구>에서 깨어난 다음부터 계속해서 그 근처에 머물고 있다. 아마 석판을 갖고 오길 기다리는 거겠지.

-거기서 싸우는 건 자살행위야. 드래곤의 홈그라운드니까. 어떻게든 밖으로 끌어내야 해.

-린즈펑. 생각해 놓은 장소가 있어?

-그래.

-어디지?

-<붉은 바다>.

<붉은 바다>.

에랑스 왕국 남쪽, 오스턴 왕국 남서쪽, 아탈리 왕국 서쪽의 바다!

뱀파이어들의 섬인 핏빛 군도 근처의 바다였다.

근처에 크고 작은 암초들이 많아 숨거나 매복하기에 적합했고, 굵직굵직한 왕국들이 가까이 있어서 이런저런 준비를 하기도 편했다.

물론 에랑스 왕국, 오스턴 왕국, 아탈리 왕국 입장에서는 펄쩍 뛸 계획이었다.

미친놈들이 남의 왕국 근처에서 뭔 개짓거리야!!

하지만 <니팅거스 공격대>는 대형 길드 소속도 아니었고 영주들도 아니었다. 덕분에 이런 개짓거리를 쿨하게 저지를 수 있었다.

바다의 암초 곳곳 근처에 은밀하게 공성 병기가 설치되었다.

기계공학의 폭탄을 이용한 병기는 아니어도, 고급 이상의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강력한 공성 병기였다.

<해머맨의 대룡화창 발사기>나 <제너럴갓태현의 확산 구속창> 같은 살벌한 공성병기들이 우르르 깔렸다.

게다가 바다 밑에도 각종 함정들이 깔렸다.

-니팅거스를 바다에 빠뜨리는 순간 놈의 전투력은 급감한다. 묶어서 쓰러뜨리는 거다!

-좋은 전략이다.

계획은 완벽했다.

늘 그렇듯 깨지기 전까지 계획은 언제나 완벽한 법. 그들의 계획도 완벽해 보였다.

…니팅거스에게 한 대 얻어 터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니팅거스는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몇 배로 더 강한 괴물이었다.

* * *

-<카프 화산지대>의 주인이시자, 여섯 날개로 하늘을 뒤덮으시고, 뿜는 불길은 사디크의 불길보다 강력하시며, 신과 악마들조차 두렵게 만드는 위대한 레드 드래곤 니팅거스 님!

‘야. 이걸 진짜 읊어야 해? 놀리는 거 같은데?’

‘책 보니까 이게 가장 좋아하는 문구래.’

랭커들은 책에서 나온 대로 읊었다.

드래곤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구라를 듣고 좋아한단 말야?

[매우 낮은 화술 스킬로 인해 페널티를…]

[드래곤들이 가장 좋아하는 칭찬을 읊었습니다. 보너스를…]

[레드 드래곤은 화염 칭찬을 좋아합니다! 레드 드래곤은 사디크보다 더 강하다는 칭찬을 좋아합니다. 보너스를…]

[니팅거스가 내심 흐뭇해합니다!]

-으음. 그래! 미천한 놈들아. 무엇을 말하러 왔느냐?

니팅거스의 목소리가 분화구 아래에서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꿀꺽-

랭커들은 긴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미천한 모험가가 니팅거스 님의 분노를 달래기 위해, 도둑을 찾아 물건을 찾아왔습니다!

-!

니팅거스는 날개를 푸르르 떨었다.

-그게 정말이냐?

-예!

-그렇다면 어디 한번 내놓아 보거라.

-그것이… 사정이 있어서, 니팅거스 님께서 직접 회수하셔야 합니다.

-뭐라?

-도, 도둑놈들이 수작을 부린 탓에 저희가 도저히 아이템을 꺼낼 수가 없습니다. 니팅거스 님의 위대한 마법으로 꺼내주십시오!

랭커들은 <붉은 바다>로 니팅거스를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어떻게든 니팅거스를 데리고 가야 한다!

-음… 좋다. 한 번의 자비를 보여주도록 하지.

니팅거스는 아까 칭찬 덕분인지 그 거대한 몸을 일으켜 날아갈 준비를 했다.

-그러면 저희들은 니팅거스 님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그러도록 하여라.

랭커들이 후다닥 돌아가고 나서, 니팅거스는 느긋하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드래곤이 하늘 높이 날아가는데 어떤 몬스터가 감히 덤비겠는가!

니팅거스는 아무런 방해 없이 <붉은 바다> 위에 도착했다.

배 수십 척이 작은 섬 하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 섬 위에는 상자가 있었다.

-저 상자인가?

-예!

마법으로 잘 보호된 상자 안에는 케인 열 명을 죽일 수 있는 맹독이 담겨 있었다.

<니팅거스 공격대>가 자존심을 걸고 만든 맹독!

-흠.

니팅거스는 발톱을 한 번 튕겼다. 그러자 상자가 그대로 열렸다.

후우욱!

[<지독한 맹독의 상자>가 열립니다!]

[<니팅거스 특제 맹독>이 니팅거스를 덮칩니다!]

[니팅거스가 언령 스킬을 사용합니다.]

[맹독이 해독됩니다.]

-흠.

-…….

-…공격해!!!

-용의 추락, 용의 파멸!

[대마법, <용의 추락>이 발동됩니다!]

[니팅거스가 저항합니다!]

[저항을 뚫는 데 성공합니다!]

[니팅거스가 추락합니다!]

[대마법, <용의 파멸>이 발동됩니다!]

[니팅거스가 저항합니다!]

[저항을 뚫는 데 성공합니다!]

[니팅거스의 능력이 약화됩니다!]

첨벙!!!

갑작스러운 기습에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치고, 니팅거스가 바다 밑으로 추락했다.

모여 있든 공격대 플레이어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됐다!!!!”

“1단계 성공!! 1단계 성공!! 깃발 올려! 영상 튼다! 방송 시작해!”

“전투 들어간다! 공성 병기 전부 가동시켜! 발사해! 발사!”

몇 번이고 준비한 레이드.

랭커들은 순식간에 자기 역할을 맡아 내달리기 시작했다. 공성병기들이 끼리릭 소리를 내며 거대한 마창을 드래곤에게 겨눴다.

* * *

“이야. 잘 싸우는데?”

“…태현 님. 여기 왕국 앞바다… 여기서 가까운 핏빛 군도는 태현 님 봉신인 뱀파이어들….”

“이런 나쁜 놈들 같으니! 남의 왕국 앞에서 싸우다니!”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남의 왕국에서 싸우다니! 세상에 그런 나쁜 놈이!]

‘…카르바노그. 네 말에 뭔가 가시가 느껴지는데….’

[카르바노그가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습니다.]

“음. 계속 보자고.”

태현은 빠르게 영상을 넘겼다.

바다에 빠진 니팅거스. 추락도 먹히고 약화도 먹혔다. 어디서 구했는지는 몰라도 매우 강력한 마법 주문서를 구한 모양이었다.

그 위로 쏟아지는 공성병기들과 마법들의 포격!

니팅거스는 기습을 당해서인지 반박하지 못하고 그대로 두들겨 맞았다.

공성병기에는 강철로 만든 줄이 달려 있어 니팅거스를 칭칭 묶었다.

-딜 넣지 마! 딜 넣을 시간에 저주부터 걸어!

-놈을 제대로 막아야 해! 용병들, 돌진! 놈 주변을 돌면서 화살을 발사해라!

공격대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공략했다. 니팅거스가 반격하지 못하도록 정신을 흐트러뜨린 것이다.

그리고 공격대는 박살 났다.

“???”

“?????”

보고 있던 태현 일행은 당황했다.

방금까지 잘 싸우고 있지 않았나?

“잠, 잠깐 다시 틀어봐.”

공격대는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그리고 공격대는 박살 났다.

“뭐야 이거?!”

1초 만에 개박살 난 공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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