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105화
퀘스트가 뭔지도 모르고 일단 하겠다니.
다른 고렙 플레이어들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눈치 빠른 고렙 플레이어들은 이미 낌새를 느꼈다.
대박의 냄새가 난다!
김태현이 해왔던 퀘스트 중 시시한 퀘스트가 없었고 실패한 퀘스트가 없었다.
김태현이 해왔던 퀘스트의 단점이라고는 딱 하나!
‘내가 끼지 못했다는 거지!’
왜 너희만 김태현하고 퀘스트하냐!
나도 김태현하고 퀘스트 할 줄 아는데!
순식간에 백 명이 태현 앞에 모여들었다. 그 뒤에 늦게 도착한 플레이어들은 눈물겨운 호소로 외쳤다.
“김태현! 우리도 끼게 해줘!”
“저 자식들이 길 막아서 늦게 온 건데!”
“흠. 그래. 너희들도 넣어주마.”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었기에 태현은 OK를 했다. 물론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저렇게 너그러울 수가!
옆에 있던 케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자식들은 뭐가 좋다고 저렇게 나서는 거지?’
“저 자식들은 뭐가 좋다고 저렇게 나서는 거냐고 생각하고 있겠지?”
“헉!”
앨콧이 자기 마음을 읽자 케인은 깜짝 놀랐다.
이 자식이 독심술을?!
“너야 맨날 김태현하고 같이 다니니까 네가 받는 기회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느끼기 힘들겠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 아니거든. 김태현하고 퀘스트 한 번 같이 할 수 있으면 영혼을 팔거나 널 죽일 수 있는 놈이 수두룩할 거다.”
“다 좋은데 왜 하필 내 목숨을 예시로 드냐?”
케인은 찜찜한 기분으로 목을 쓰다듬었다.
안 그래도 아다만티움 갑옷 이후로 누군가 자기를 노릴 것 같은 피해망상이 생겨났는데….
“그리고 나도 김태현하고 같이 하는 퀘스트가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지 잘 알고 있거든?”
초반의 케인은 아무리 잘 쳐줘도 하위권 랭커였다. 솔직히 그것도 좀 애매한 수준이긴 했다.
거기서 길드 망하면서 그 밑으로 떨어지기까지 했는데, 태현과 같이 다닌 이후로는 상위권 랭커로 훌쩍 레벨이 뛰었다.
태현의 퀘스트를 같이 깨면서 얻은 보상 덕분이었다.
길드 전용 던전에서 몰이사냥? 그런 거 다 필요 없었다. 김태현이 갖고 온 대형 퀘스트 한 방이면 경험치가 미친 듯이 뛰었다.
다른 랭커들이 케인 레벨 업 속도를 몰라서 망정이었지, 알았다면 배가 아파 쓰러졌을 것이다.
-저… 저딴 놈이…!
“그런 놈이 숙소에서 집안일도 안 하냐?”
“아니 뭔 해외에서도 알고 있어?!”
케인은 펄쩍 뛰었다. 케인이 숙소에서 놀고먹는다는 소문이 해외까지?!
“평소에 좀 더 감사한 마음을 갖고 열심히 하란 거다. 괜히 안티 생기기 싫으면.”
“크윽… 알겠다.”
케인은 앨콧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좀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팬들도 인정을 해주지 않을 것!
그러는 사이 태현은 준비를 끝냈다.
“저기 악마 군세가 후퇴하고 있다! 저걸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냐?”
“어, 잘 싸웠다?”
“고개를 들어라, 악마들! 골짜기에게 진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것도 맞는 생각이긴 하지만, 나는 울음소리를 들었다.”
“???”
“뭔 울음소리?”
“악마의 울음소리 아닐까?”
“경험치가 우는 소리! 경험치가 가져가 달라고 우는 소리가 들렸단 말이다. 아이템도 그 옆에서 같이 울고 있다. 가져가 달라고!”
“…!”
“!!!”
“너희도 들리겠지?”
“그, 그러고 보니 들리는 것 같기도….”
“확실히 저렇게 그냥 내버려 두는 건 아쉬운데.”
보통 후퇴하면 쫓아가서 털게 마련인데도 플레이어들이 가만히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상대가 악마들이었으니까!
악마 만인장 여럿이 이끄는 살벌한 군세는 감히 밖으로 나와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골짜기야 완벽한 요새니까 그렇다 쳐도 밖으로 나오면 정면으로 싸워야 하는 것이다.
“날 믿어라. 내가 너희들을 이기게 해주마.”
“…!”
“그, 그런…!”
두근!
태현의 말에 플레이어들은 남녀노소 할 거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이 자식….
사람을 감동시키는 능력이 있어!
“가자! 날 따라와라. 아키서스 사제들, 버프 총동원! 아키서스 성기사들, 가운데를 맡아라,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둘로 나뉘어서 좌우로 붙어라! 놈들의 뒤를 친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지시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최고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지시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전술 스킬이 오릅니다!]
[아키서스 사제단의 버프가 공격대 위로 쏟아져 내립니다!]
[주교, 펠마른이 버프를 한데 모아 엮어냅니다! <아키서스의 대축복>이 시전됩니다!]
[주교, 펠마른이 신성한 비를 내리게 만듭니다! 주변 전체에 강력한 신성력이 담긴 비가…]
[주교, 펠마른이 모든 무기에…]
[……]
“?!?!??!?!”
“펠마른이 누구야?!”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나름 골짜기에서 오래 굴러먹던 플레이어들도 이름을 들어본 적 없던 아키서스 교단 NPC!
그냥 갑자기 나타난 게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교단 대주교 뺨치는 실력을 갖고 있는 게 문제였다.
저렇게 광범위 버프를 연속으로 뻥뻥 걸어주다니.
아키서스 교단에 언제 저런 NPC가 있었지?!
“찰스. 네 도움이 필요하다.”
“예? 저요?”
드래곤 석판 훔친 셋 중 하나인 찰스는 당황했다.
“제물로 바쳐서 버프 걸어야 하는데 네 도움이 필요해.”
“…….”
미친놈아!
너 같으면 그걸 OK하겠냐?!
“뭐, 하기 싫으면 어쩔 수 없지. 네가 누군지 말하는 수밖에.”
“…저는 원래부터 제물이 하고 싶었습니다!”
“고맙다. 너의 그런 적극적인 태도를 기대하고 있었지.”
김태현한테 한 번 죽기 vs 플레이어들한테 게임 접을 때까지 추적당해서 죽기!
태현이야 <화산의 저주>에 별 원한이 없었지만,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 중 절반은 푹푹 찌는 날씨에 이를 갈고 있는 플레이어들이었다.
그가 누군지 알게 되면 악마 군세 치기 전에 그부터 공격할 것이다.
“그러면… <아키서스의 제물>!”
파아아아앗!
[<아키서스의 제물>을 사용했습니다!]
[공격대 전체에 어마어마한 버프가 들어갑니다!]
[공격대의 능력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 신이 직접 내려왔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칭호, <신이 축복한 돌격>을 얻습니다!]
[공격대 전체에 추가 보너스가 들어갑니다!]
“돌격!”
성문이 열리고 공격대가 뛰쳐나왔다. 폭발로 박살이 난 주변 땅을 가볍게 뛰어넘고 공격대는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쐐애애애액!
그야말로 쏜살같다는 말이 어울리는 돌격!
[돌격의 속도가 올라갑니다! 추가 보너스를…]
[……]
[……]
악마 군세는 아직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고 후퇴하고 있었다. 방심하지는 않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이 돌격을 막으려면 전력을 다해 방어를 해도 모자랐을 테니까!
“돌격! 돌격! 돌격!”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김태현이 옆에 있다는 사실에 플레이어들은 더욱더 환호하고 열광했다.
드래곤을 향해 돌격한다고 하더라도 겁이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든든하다!
-뭐야? 뭐야?
-뒤에서 아키서스 교단 놈들이 쫓아오는 모양인데?
-감히… 나, 악마 천인장 데크롯을 따라라! 저 건방진 놈들에게 분수를 가르쳐주겠다!
악마 천인장이 분노해서 나섰다.
성벽 뒤에 숨어 있던 겁쟁이들이 감히 이렇게 뛰쳐나와?
용서하지 않겠다!
-악마 공작의 분….
콰콰콰콰콰콰콰콰쾅!
공격대에 참가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분명히 들었다.
악마 군세의 뒤를 쳤을 때 들렸던 강렬한 소리를!
[돌격이 성공했습니다!]
[추가 데미지를…]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현재 <아키서스의 제물>…]
[주교 펠마른의…]
태현은 쐐기를 박듯 권능 스킬을 한 번 더 사용했다.
-아키서스의 축복!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가…]
일반 평타가 치명타로 확정되는 마법!
모든 스탯이 미친 듯이 뻥튀기된 상태에서 치명타까지 연속으로 뜨자,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신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짓밟아버려!”
“죽어라 악마 놈들! 아키서스 교단을 건드린 대가다!”
“어딜 그냥 도망치려고!”
그대로 쓸려 나가는 악마들!
악마 천인장은 순식간에 공격을 받고 쓰러졌다. 뒤에 있던 괴수들부터 흑마법사, 하급 악마들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경험치를…]
[아이템을…]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이 어마어마한 영광스러운 돌격으로 인해 명성이…]
플레이어들에게는 연신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그들은 입가가 쭉 올라가는 걸 꾹 참고 무기를 휘둘렀다.
역시….
역시 김태현이다!
퀘스트의 보증수표 같은 플레이어!
‘김태현이 사람 모은다고 했을 때 따라가길 잘 했어!’
* * *
[악마 군세의 세 번째 군단이 무너집니다!]
[꼴사납게 도주합니다! 마계에 그들의 굴욕이 울려 퍼집니다!]
[마계에 아키서스의 악명이…]
-뭘 하는 거냐?!
앞에서 다른 부하들을 이끌던 악마 천인장들은 분노했다.
-주인님께서 이 일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시겠느냐! 우리를 절대 용서하지 않으실 것 아니겠느냐!
-주인님!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직접 가서 놈들을 베겠습니다!
몇 안 되는 악마 만인장들도 기회라고 여겼는지 지휘관에게 간청했다.
성벽 안이면 모를까 밖이라면 악마들이 이길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감히 밖으로 나와서 덤벼들어?
이런 건방진….
‘음. 그냥 후퇴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 지휘관은 악마 공작 아다드의 심복 중 하나였다.
그는 오기 전 아다드에게 명령을 받았다.
-아키서스 놈을 공격하되, 너무 열심히 공격하지는 마라.
-그게 무슨 뜻이십니까, 주인이시여?
-잘 생각해 봐라. 그 멍청한 푸르네우스 놈이 바짝 약이 오른 상황 아니냐? 그놈이 하고 싶은 일을 내가 대신 해줄 수는 없는 법! 아키서스를 적당히 공격하다 보면 놈이 아쉬워서 직접 나올 것이다.
아다드가 원하는 건 아키서스와 푸르네우스가 서로 같이 뒤지는 것!
계속 약을 올리고 감질나게 만들다보면 푸르네우스는 직접 대륙으로 나서려고 할 것이다.
악마 공작이 대륙으로 나가려면 어마어마한 제약이 걸리고 온갖 비술이 필요하지만….
원래 악마는 빡치면 손익계산을 하지 못하는 법.
특히 상대가 아키서스라면 더더욱!
‘하지만 저건 너무 좋은 기회인데….’
지휘관은 망설였다.
아다드의 명령도 명령이지만, 아키서스를 잡은 악마가 되고 싶다는 유혹도 만만치 않았다.
만약 성공한다면 마계에 영원히 이름이 남을 것이다.
아키서스를 잡는 데 성공한 악마!
“좋다! 날 따라와라! 저 건방진 놈들을 잡는다!”
아다드가 봤다면 뒷목을 잡았을 것이다.
상대가, 특히 아키서스가 덤벼들었다면 당연히 믿는 구석이 있어서인데….
그걸 모르고 저렇게 정정당당하게 덤벼주다니!
덕분에 태현과 태현이 이끄는 공격대는 버프가 최대로 걸린 상태로, 악마 군세의 우두머리와 맞붙을 수 있게 되었다.
[카르바노그가 저 가운데에 있는 놈의 힘이 심상치 않다고 외칩니다!]
카르바노그가 재빨리 악마 지휘관을 찾아 경고했다. 태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날 따라와라! 저놈은 무조건 잡는다!”
“잡, 잡을 수 있을까?”
“있을까 없을까가 아니다. 케인. 잡는 거다.”
‘개, 개소리지만 설득력이 있어…!’
이 자식이 말하면 왜 개소리도 그럴듯하게 들릴까?
케인은 그렇게 생각하며 태현의 뒤에 바짝 붙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디까지든 따라간다!
“악마 놈들! 내가 아키서스다!”
[화술 스킬이 대성공합니다!]
[근처의 악마들에게 미친듯한 도발이 걸립니다!]
[중급 이하의 악마들이 도망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