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104화 (1,103/1,826)

§ 나는 될놈이다 1104화

유명한 랭커 놈들은 모조리 다 이름 던져줄 생각이었다.

어디 한번 내가 경험한 민폐를 겪어봐라!

‘사람 혈압을 올리는 데에 특화된 놈들이니 효과는 확실하겠지!’

태현은 뿌듯했다.

이 키메라 죄수들은 사람을 열 받게 하는 데에 특화된 이들이었다.

레벨이 높아서 힘으로 떨쳐낼 수도 없었고, 미쳐서 설득도 잘 안 통했고, 도망쳐도 끝까지 쫓아오는 끈질김까지 갖고 있었다.

이 죄수들한테 붙잡힌다면 랭커든 뭐든 얌전히 테스트를 받아야 할 것이다.

물론 그 테스트는 매우 귀찮고 짜증 나는 퀘스트가 되겠지!

“이 친구는 인성 테스트를 꼭, 많이, 철저하게 해야 할 거야. 황제가 되어야 할 사람이 인성이 안 좋으면 쓰겠나.”

-맞는 말씀이십니다. 교황님.

-라이벌을 도와주시다니, 역시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답게 그릇이 크고 넓으시군요!

[<누가 고대 제국을 부활시킬 것인가?> 퀘스트에서 공적치 포인트가 오릅…]

‘…….’

태현은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케인. 나 대신 설명해 줘라.”

“?!?”

있던 친밀도 없애는 데에는 케인이 전문가 아니겠는가!

* * *

유명 플레이어들의 이름과 파악된 위치를 전부 다 상세하게 적어주고 나서야 태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아키서스 교단의 주교도 찾았고, 드래곤의 석판도 찾은 상태.

이제 돌아가서 퀘스트만 깨면 됐다.

“이다비. 지금 영지 상태는 어때?”

“악마들이 공격하고 있지만 계속 막히고 있나 봐요.”

이다비의 말에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골짜기의 수비는 태현이 봐도 객관적으로 너무….

지독했다.

난공불략의 요새!

솔직히 태현 본인도 저 골짜기를 공략하란 말을 들으면 욕이 나올 것 같았다.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빨리 돌아가긴 해야겠군.”

“왜? 지금도 잘 잡고 있잖아.”

“음. 다른 문제가 있거든.”

태현이 걱정하는 건 다른 일이었다.

바로….

악마 군세가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일!

물론 악마들은 매우 자존심 강하고 오만한 놈들이었다.

아키서스 교단의 총본산인 골짜기를 내버려 두고 다른 곳을 간다는 건 스스로의 패배를 인정하는 일이나 마찬가지.

그런 걸 쉽게 선택하지는 않겠지만….

[상대가 아키서스다 보니 악마들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카르바노그가…]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이번 일은 경우가 좀 달랐다.

상대가 아키서스라면 악마들도 자존심 좀 굽히고 다른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이야 여전히 영지에 꼬라박고 있지만 악마 군세가 다른 곳으로 가면 골치가 아파졌다.

‘다른 곳으로 가기 전에 깔끔하게 섬멸한다. 그러면 한동안 마계에서 나오지 못하겠지.’

지금 악마 군세가 빙결공 푸르네우스와 관련이 있다는 건 누가 봐도 명백한 일.

제대로 한 방 먹여주면 한동안 나오지 못할 것이다.

“드래곤의 석판은?”

“그거 좀 늦게 돌려준다고 별일 안 생기잖아. 악마 군세부터 처리하자고.”

별일 생겨!

지금도 너희 영지 말고 다른 영지들은 푹푹 삶아지고 있는데!

하늘성으로 에어컨 틀어놨다고 태현 일행은 매우 느긋했다. 솔직히 태현 일행은 한 두세 달 더 기다렸다가 퀘스트를 깨도 별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에휴.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고.’

앨콧은 속으로 말을 삼켰다.

이번 퀘스트에서 태현이 보여준 활약이 너무 대단했던 것이다.

솔직히 앨콧 혼자서 왔다면 찾기는커녕 저기 죄수들한테 잡혀서 강제로 키메라가 됐을 것 같았다.

그만큼 김태현 덕을 봤으니 조용히 입 다물고 있자!

* * *

‘정말 괜찮을까?’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 중 한 명은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그냥 모인 게 아니었다.

수많은 준비와 치밀한 계산 끝에 모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괜찮을까?

“준비는 끝났다!”

그러나 고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제 막 퀘스트가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자리에 모인 모든 파티장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여기 있는 모두는 제각각 다른 나라, 다른 길드에서 온 플레이어들이다. 그러나 목표는 하나! 바로 드래곤 레이드다!”

“와아아아아아!”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열광 섞인 환호성을 내질렀다.

몇몇 신중한 랭커들은 긴장되거나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그보다 흥분이 앞선 모양이었다.

드래곤 레이드!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단어였다.

아직 레벨 300을 넘은 플레이어도 없는 지금, 레벨 6, 700이 넘는 걸로 추정되는 드래곤은 플레이어가 잡을 수 있을 만한 보스 몬스터가 아니었다.

실제로 드래곤을 잡은 플레이어는 한 명 빼고 없었다.

바로 김태현!

만약 성공한다면 김태현에 이어서 두 번째로 드래곤 사냥에 성공한 플레이어들이 될 것이다.

드래곤 레이드 자체에서 나오는 보상 자체도 어마어마하겠지만, 외적 보상도 어마어마했다.

여기 참가한 랭커들은 전부 다 이름을 확실하게 남길 것이다. 눈 감았다 뜨면 새 스타가 등장하는 판온에서도 이런 화제는 드물었으니까.

실제로 지금 자리에는 전 세계의 방송사에서 나온 직원들이 기대 가득한 표정을 짓고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몇몇 직원은 아예 다른 목적을 갖고 있었다.

-저 사람들 뭡니까? 방송사 기자는 아닌 거 같은데…?

-드래곤 레이드 성공하면 이거 갖고 영화 찍는다는군.

-!!!

드래곤 레이드 과정을 다큐멘터리 식으로 담아서 만드는 것!

내로라하는 영화 스트리밍 기업들이 드래곤 레이드 제안에 OK를 했고, 그 결과 바로 이렇게 촬영 준비가 끝났다.

레이드 결말이 성공적이라면 더더욱 완벽한 마무리가 될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침착하던 플레이어들도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영화에 출연하다니!

그것도 전 세계에 상영하는 영화에!

판온에는 여러 드래곤이 있었지만, 지금 플레이어들이 일치단결해서 노릴 만한 드래곤은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화산의 저주>를 대륙에 퍼뜨린 레드 드래곤, 니팅거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우리는 니팅거스를 잡는다!”

“니팅거스! 니팅거스! 니팅거스!”

“와아아아!”

“대륙을 <화산의 저주>로부터 구하자!”

이 모든 것을 주도한 랭커, 린즈펑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상위권에 뽑히는 랭커이자 뛰어난 기사 플레이어인 린즈펑.

그는 이 레이드를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해왔다.

훼방 받으면 안 되니 대형 길드들의 랭커는 제외시키고, 중형 길드나 소규모로 노는 랭커들을 설득해서 끌어들이고, 인맥을 동원해 기자들과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그 결과, 실력파로 뽑히는 파티 수십 개가 완성되었다.

이 정도면 대형 길드를 박살 낼 수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전력!

린즈펑도 이 정도로 일이 잘 풀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역시 <화산의 저주>가 커.’

드래곤을 사냥했다는 명성과 업적, 보상도 탐이 났지만….

무엇보다 <화산의 저주>가 컸다.

지금 랭커들도 <화산의 저주> 때문에 판온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정도였던 것이다.

미친 더위!

“그런데 린즈펑. 왜 <길드 동맹>이나 <미다스> 같은 초대형 길드의 랭커들은 안 끌어들이는 거야?”

“맞아. 거기까진 안 가더라도 대형 길드들 랭커는….”

“잘 생각해 봐라. 그런 놈들 데리고 오면 일이 잘 굴러가겠냐? 분명 자기네 길드가 많이 먹겠다고 훼방 놓을걸.”

“아. 그것도 그러네.”

“린즈펑 저 녀석, 중국인이라서 길드 동맹 편 들어줄 줄 알았는데….”

“난 대만인이다 이 자식아! 누굴 착각하는 거야!”

린즈펑은 이를 갈며 외쳤다.

그는 길드 동맹과 사이가 나쁜 랭커 중 하나였다.

근데 사람들은 자꾸 이름만 보고 ‘어? 길드 동맹이랑 친한가?’ 하고 오해를 하는 것!

“미안. 미안. 이름이 다 비슷비슷해서.”

‘저 자식은 가장 위험한 곳에 밀어버려야지.’

린즈펑은 속으로 욕하며 외쳤다.

“출발한다! 니팅거스를 끌어내는 거다!”

* * *

[3차 공격도 막아냈습니다!]

[악마 군세의 사기가 내려갑니다!]

[공적치 포인트가…]

[보상으로…]

[……]

[……]

“놈들이 또 물러선다!”

골짜기는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압승!

조금의 피해도 없는 압도적인 승리였다. 골짜기로 덤벼오는 악마 군세는 위에서 쏟아 내리는 살벌한 화력에 그대로 녹아내렸다.

골짜기 앞 요새도 뚫지 못하고 악마 군세들이 계속 후퇴만 하니 플레이어들은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악마 군세 퀘스트라고 해서 겁먹었던 플레이어들까지 몰려온 탓에 대흥행!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주인님! 놈들의 성벽이 높다지만 아직 제가 이끌고 있는 부하들은 멀쩡합니다!

악마 천인장이 지휘관에게 무릎을 꿇고 간청했다.

악마 군세들이 녹아내렸다지만 그건 대부분 하급 하수인들.

상급 악마들은 전력을 지키며 뒤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병력을 다 몰아친다면…!

-음. 아니다.

-어째서입니까!

-아키서스 교단의 방어가 생각보다 너무 대단하군. 차라리 물러서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악마 지휘관은 교활하고 냉정했다.

마음 같아서는 골짜기를 바로 점령하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했다.

-하지만 저희의 이름이! 마계의 다른 악마들이 어떻게 보겠습니까, 주인님!

-아키서스가 상대라면 후퇴도 그리 부끄럽지는 않을 텐데?

-하긴 그건 그렇습니다. 주인님!

바로 납득하는 악마 천인장!

-아키서스 놈이 이 왕국의 국왕이니, 왕국의 다른 땅을 불태우고 짓밟는 거다. 자! 움직여라!

[악마 군세가 물러납니다!]

[공성전에서 승리합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악마 군세가 전부 철수하자 골짜기의 플레이어들은 크게 함성을 내질렀다.

우리가 이겼어!

그 살벌하고 무서운 악마 군대 상대로 이렇게 쉽게 이기다니.

“그런데 쟤네 어디로 가는 거지?”

“그… 그러게?”

태현이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지던 바로 그 순간!

간신히 때를 맞춰 태현이 영지에 도착했다.

‘진짜 철수하고 있네?!’

[카르바노그가 악마 놈들 자존심도 없다고 욕합니다!]

‘악마 놈들은 원래 그랬었지.’

태현은 빠르게 상황 파악을 끝냈다.

골짜기 안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신나서 축배를 들고 있었고, 악마 군세들은 당당하게 후퇴하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은?

“펠마른, 날 도와라! 지금부터 내가 꾸리는 파티에 최대한 버프를 걸어라!”

“예! 알겠습니다!”

“용용아. 날아올라!”

용용이가 휙 날아오르자, 골짜기 안에 있던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저렇게 눈에 띄는 탈것은 판온에서도 흔치 않았다.

게다가 저 금빛의 드래곤 탈것은….

“김태현이다!!!”

“뭐? 김태현? 어디?”

태현이 나타났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들고 있던 음식도 집어 던지고 우르르 달려왔다.

맛있게 마시고 있던 맥주도 던지고 달려오게 만드는 뜨거운 인기!

태현이 허공에서 멈추자 플레이어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무슨 소리를 하려고 저러는 걸까?

승리에 대한 축하?

아니면 다른 무언가?

“200….”

“200?”

“이백이 뭐지?”

“…이 넘는 플레이어 집합! 선착순 백 명만 퀘스트 받는다!”

“??!??!”

“뭐, 뭐야? 뭔 퀘스트인데?”

“뭔지도 모르는 퀘스트를 그냥 덥썩 받을 리 없….”

아무리 태현의 말이라지만 당황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무슨 퀘스트인지도 모르고 다짜고짜 받는 게 말이 되….

퍽!

“비켜! 저 레벨 240입니다! 받아주십쇼!”

그러나 눈치 빠른 플레이어들은 앞으로 미친 듯이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길 막는 플레이어들은 후려쳐서 길을 만들 정도!

“비키세요! 안 참가할 거면 비키시라고요!”

“아! 왜 뒤에 있어가지고! 백 명 먼저 차버리면 너희들이 책임질 거냐?! 비켜! 비키라고!”

“뭐, 뭔데? 저게 뭔데? 왜 하는 건데?”

“김태현이 하는 퀘스트에 끼는 건데 이유가 어디 있어! 그냥 하는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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