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101화
[보통 교단 NPC는 언데드 되는 경우 드물지 않냐며 카르바노그가 당황합니다!]
언데드와 신성은 서로 반대 위치!
신성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이 언데드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뭐 아키서스 교단 주교라면 유령 정도는 될 수 있지 않냐며 카르바노그가 유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아키서스 교단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카르바노그는 매우 유연하게 받아들였다. 태현은 기분이 찜찜했다.
-교황님 맞으십니까?
“맞다.”
-아직 교단이 안 망했군요!
[아키서스 교단의 주교, 펠마른이 매우 놀라워합니다!]
“…….”
[…….]
그런 걸로 놀라워하지 마!
-망했을 줄 알았는데…!
“한 번 망했는데 내가 부활시켰다.”
-아. 역시. 그럴듯합니다.
바로 납득하는 펠마른!
-역시 망했을 줄 알았….
“됐고. 자네는 왜 유령이 되어 있나?”
-어쩔 수 없었습니다. 몸은 여기 갇혔지만 제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요.
“?”
주교가 언데드가 될 정도로 해야 할 일이 뭐지?
‘복수?’
[출세에 대한 집착?]
‘감투인가?’
[아니면 생전에 사악한 계약을 해서 언데드가 된 걸지도….]
-그건 바로 악마들의 침략으로 피해 입은 교단을 부활시키는 일이었습니다.
“…….”
[…….]
…의심해서 미안해!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동시에 반성했다.
교단 걱정으로 언데드가 되다니.
우리가 저런 사람을 오해해서…!
둘이 오해한 것도 모르고 펠마른 주교는 말을 이어갔다.
-죄송합니다. 교황님. 교단의 이름을 더럽히다니.
“아니야. 상관없네.”
[딱히 더럽힐 이름이 있었….]
‘조용히 해!’
-하지만 교황님께 교단이 부활했다는 말을 들으니, 제가 오랜 시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미련을 버리고….
“??!”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깜짝 놀랐다.
저 말은 보통….
언데드 몬스터가 미련을 버리고 성불할 때 하는 말이잖아?!
[아키서스 교단의 주교, 펠마른이 미련을 버리고 성불하….]
“아니야! 아니야! 교단은 도움이 필요해! 교단 상황이 개 같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좀….]
-어? 그렇습니까?
펠마른은 멈칫했다.
“그래! 자네 같은 인재의 도움이 필요해!”
-교황님. 참으로 감동적인 말씀이십니다. 저 같은 늙은이한테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다니. 교단에는 분명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많을 텐데!
[아키서스 교단의 주교, 펠마른이 당신의 말에 감동합니다!]
[설득에 성공합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아니. 딱히 없는데.’
그런 인재 같은 게 있었나?
어쨌든 펠마른을 만나자마자 죽이는 건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
펠마른에게 들어야 할 정보가 많았는데 벌써 보낼 수는 없지!
“펠마른. 자네한테는 물어볼 게 크게 두 가지가 있네.”
-무엇이든 물어봐 주십시오. 가능한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너무 성실해서 불안해지는데.’
태현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아키서스 교단에 저런 성실한 NPC가 말이 되나?
저거 다른 교단 첩자 아냐?
[…….]
“일단. 교단은 한 번 망했다가 내가 부활시킨 거라 없어진 게 너무 많네. 교단에 관해 알고 있는 게 있나?”
-저도 다는 알지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펠마른이 교단으로 돌아올 경우, <아키서스 성기사 회랑>의 건설이 가능해집니다.]
[<아키서스 주교관>의 건설이 가능해집니다.]
[<아키서스 상급 축복의 탑>의 건설이…]
[……]
[……]
[……]
촤르르르륵!
수십 개의 건물과 스킬 가능 목록이 올라오자,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 이건….
정말 유능하고 성실한 아키서스 교단 NPC란 말인가?
악마가 변장한 게 아니라?!
펠마른은 겸손하게 말했다.
-이 정도밖에 도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쯤 되자 태현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주교는 정말 유능하다!
생각해 보니 교단 주교 정도 될 NPC는 다 유능한 인물들이었다.
이제까지 아키서스 교단에 너무 근본 없는 놈들만 있었던 거였지!
‘무조건 데리고 가야겠군.’
“펠마른 주교. 그런데 이 감옥에는 어쩌다가 갇히게 된 건가? 역시 악마를 부리거나 악마와 결탁하거나 악마와 손을 잡아서인가?”
-??? 저는 그런 능력 없습니다만…? 제가 갇히게 된 건 황제 폐하께 충언을 올려서입니다. 어두워진 눈을 뜨고 제대로 통치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제가 말을 안 좋게 한 모양입니다.
성실하기까지!
태현은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아키서스 교단은 원래 순수하고 선량한 교단이었는데 내가 오해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러면 교황이 강을 붉게 물들게 했다는 것도 헛소문인가?”
-아. 그건 진짜입니다. 악마를 막아내기 위해서 어쩔 수가 없었죠.
“…….”
[턱도 없는 기대 하지 말자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젠장.’
주교는 그때 상황을 설명했다.
대륙 곳곳에서 악마들이 미친 듯이 날뛰고 있어서, 교단 입장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고.
물론 다른 교단들은 자기희생이나 순교 같은 수단을 쓰긴 했지만….
뭐 이것도 나름 희생 아니겠는가.
-교황님께서 좀 과격하신 면이 있어 오해를 많이 받았지만, 마음은 정말 순수하신 분이었습니다.
“나도 그런 오해를 자주 받지.”
[?]
어쨌든 덕분에 태현은 고대 제국 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다행히 아키서스 교단이 사기 치다 걸려서 대륙공적으로 멸망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 아키서스 교단도 나름 열심히 싸웠던 거야!
너무 과격하게 싸우긴 했지만…!
“펠마른. 이런 오해를 받으면서도 대륙의 평화를 위해 싸우기 위해서는 자네 같은 인재가 필요해. 날 도와주겠나?”
-이 유령이 된 늙은이가 부끄럽지 않으시다면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아키서스 교단을 다시 위대하게>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권능>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권능> 다음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주교의 기억을 따라 잊혀진 권능의 장소로 향하십시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교단의 힘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크게…]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
‘!’
설마 이걸로 레벨이 2나 오를 줄은 몰랐는데…!
‘190을 넘겼다!’
레벨 191!
남들은 300 찍겠다고 호들갑 떠는 시대에 200도 못 찍은 게 레전드였지만, 태현은 기뻤다.
솔직히 게임 접을 때까지 200 못 찍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주교를 공짜로 구해왔다는 게 컸다.
아키서스 교단도 이제 주교 있다!
-그런데 물어볼 게 두 가지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 그거. 여기 제국의 황자도 갇혀 있다고 했는데, 그 장소도 알고 있나?”
-저를 따라오십시오.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믿음직하다고 카르바노그가 호들갑을 떱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카르바노그!’
쟤가 아키서스 교단 출신이야!
* * *
“고맙다. 김태현. 이 은혜는 잊지 않으마.”
“뭘 이런 걸 가지고.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는 법이지.”
앨콧의 사과에 태현은 훈훈하게 받아들였다.
“랭커가 되어서 그런 실수를 하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
“…네가 할 소리는 아니야 이 자식아!”
앨콧은 발끈했다. 다른 놈은 몰라도 케인이 그딴 소리를 해?!
물론 여기서 제일 따져야 하는 건 앨콧도, 케인도 아니었다.
덜덜덜덜-
-김태현 이 자식 귓속말도 읽는 거 아냐?
-설, 설마… 그런 스킬은 있을 수가 없다고.
-더글라스는 진짜 죽은 건가?
-죽었대. 로그아웃당한 거야.
도망칠 궁리를 마치고 ‘야! 도망치자!’ 하려는 순간에 바로 태현한테 한 명이 잡혀서 죽은 상황!
남은 둘은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귓속말을 읽은 게 아니면….’
‘…이 자식이 설마 김태현한테 고발했나?!’
죽은 한 놈 빼면, 둘이 남는데, 이 둘에서 자기를 빼면 김태현한테 고발할 놈은….
저놈뿐이다!
“…….”
“…….”
“얘네 왜 말이 없어졌지?”
“무시하셔도 됩니다. 헤헤. 쟤네가 원래 저런 놈들이라….”
길드원들은 재빨리 셋, 아니 둘을 욕했다.
도움 안 되는 놈들 밟아서 위로 올라가자!
앨콧은 주변을 두리번거린 다음, 케인이 안 듣고 있다는 걸 확인하자 태현에게 조용히 말했다.
“진짜 고맙다. 쟤네 한 명 써서 날 구해준 건 잊지 않을게.”
플레이어 한 명을 희생해서 구해주다니!
솔직히 앨콧은 매우 감동받았다. 그가 케인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냥 별거 아니어서 해준 건데…?’
태현은 ‘얘가 왜 이러나?’ 싶었다.
저기 잡힌 세 놈은 죽든 말든 별 상관없어서 써준 건데, 앨콧이 이상하게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얘가 이러던 놈이 아니었는데!
-역시 교황님. 인덕으로 사람을 감동시키신 거군요.
펠마른 주교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인… 인덕?”
생전 처음 듣는 말인데?!
보통 폭력으로 굴복시켰던 것 같….
“아니요. 태현 님은 인덕이 있어요.”
“이다비 너까지 왜 그래?”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데요….”
케인이나 앨콧이 했다면 ‘뭔 흉악한 속셈을 가지고 개수작이냐’라고 했겠지만 이다비가 말하니 그렇게 자를 수가 없었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진짜예요.”
“아냐. 믿어.”
“전혀 믿는 표정이 아니신데…?”
“솔직히 이다비. 내가 없는 걸 있다고 해봤자 받아들이기가 애매하다고. 케인한테 ‘넌 잘생겼어’라고 말해봐. 케인이 어떻게 반응하겠어.”
“좋아 날뛰지 않을까요?”
“…예시를 잘못 들었군.”
“하지만 태현 님은 정말 인덕이 있는걸요. 물론 태현 님이 판온 1 때 길드 수십 개를 박살 내고 1:1로 랭커들을 게임 접게 하고 원한 쌓은 사람을 수백 명 정도 만들긴 했지만….”
“그렇게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말아줄래?”
괜히 부끄럽잖아!
“뒤를 보시면 알잖아요. 다 태현 님 덕분에 모인 사람들이에요.”
“…고마워. 이다비. 살짝 감동했어.”
이다비의 진심 어린 말에 태현은 살짝 감동했다. 확실히 최상윤하고만 놀던 판온 1 때와는 달리, 판온 2에서는 수많은 인연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판온 1 하던 과거의 태현에게 돌아가 ‘너는 나중에 게임단을 만들어서 직접 팀원들을 돌보며 게임을 한단다’라고 말한다면, 과거의 태현은 ‘너 미쳤냐?’라고 말하겠지!
“그런 의미에서 자선행사 같이 나갈래?”
“아, 아니요. 저는 그냥 기부만 하면 안 될까요?”
태현이 사인해 준 유니폼이 역대급으로 팔리고 나서, 이런저런 곳에서 태현에게 연락이 왔다.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자선행사에 참가해 주실 수 없으신지, 김태현 선수가 오면 커다란 도움이 될 테니 부탁드린다고.
다른 방송이라면 귀찮아서 잘랐을 테지만 자선행사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가능하면 태현도 들어주고 싶었다.
문제는 2인 1조로 와달라고 그쪽에서 부탁했다는 것!
팀 전체로 나가는 건 상관없었지만, 태현과 단둘이 나가는 건….
‘방송에도 나올 텐데….’
어쩐지 자격지심이 생겨서 부끄러웠다. 자기가 같이 나가면 괜히 욕만 먹을 것 같았다.
태현의 팬들이 얼마나 많은데!
“상윤이하고 수혁이는 거절했고.”
-2인 1조? 앗. 난 빠질게. ㅎㅎ.
-2인 1조입니까? 앗. 저도 빠지겠습니다. 기부금만 내겠습니다!
“그러면 결국 케인하고 나가야 하는데. 솔직히 좀….”
“부끄럽다? 창피하다? 쪽팔리다?”
“다 똑같은 뜻이잖아. 그리고 걔는 그 시간에 연습이나 더 해야 해. 어제도 남는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길래 압수했는데.”
“앗! 태현 님! 저기 감옥이에요!”
“이다비. 말 돌리지 말고.”
누구한테서 배웠는지 말 돌리는 솜씨가 제법이다!
-교황님. 저 독방이 황자께서 갇혀 계시는 독방입니다.
“그렇군.”
저기에 손 미끄러졌다고 폭탄 던지면 안 되나?
황자는 숨통을 끊어놓는 게 편할 것 같은데….
-그런데 황자께서 갇힌 독방은 왜 물어보신 겁니까?
“어, 음, 그게, 구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어서….”
-????
“?”
주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태현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펠마른이 왜 저러지?
-예전에 돌아가셨습니다만?
“…….”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