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100화
[<고대 제국 감옥 요새 간수장의 검>을 갖고 있습니다!]
[<고대 제국의 혼종 골렘>이 당신을 공격하지 않습니다!]
‘그렇군!’
케인은 자신 있게 골렘을 쳐다보았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데, 아키서스 노예로 구른 케인이라면 태현을 따라하는 정도는 충분히 해낼 자신이 있었다.
“자! 들어라, 골렘이여! 내 말을 들어라! 내 말에 복종해라! 내 군대가 되는 거다!”
[화술 스킬이 매우 낮습니다.]
[골렘이 당신을 미친놈 보듯이 쳐다봅니다.]
혼종 골렘은 머리에 손가락을 대고 빙빙 돌리더니 옆으로 가버렸다.
“…….”
케인은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뒤에 있던 일행들은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오죽하면 붙잡혀 있던 셋도 민망해서 입을 다물었을까!
“내, 내 말 들으라고! 나 간수장의 검 갖고 있다고! 야! 내 말 들어! 들으란 말이야!”
일행이 케인의 어깨를 붙잡고 말렸다.
“진정해! 미친놈아!”
“검 하나 있다고 남을 멋대로 부려먹을 수 있겠냐! 그냥 신분 확인용이겠지!”
앨콧이 보기에 저 검은 간수장인 걸 확인시켜주고 골렘이 공격하지 않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딱 거기까지!
그걸 들고 ‘내 부하가 되어라!’ 하는 게 미친 소리지!
“하지만 김태현은 부려먹는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 아니. 김태현은 했을지도… 됐고! 쓸데없는 짓하지 말라고. 가만히 있어!”
앨콧은 괜히 골렘을 자극할까 봐 케인을 말렸다.
골렘이 공격 안 하면 좋은 거지 왜 욕심을 부리는 거냐!
그러는 사이 태현은 이다비와 같이 정문을 떼어내고 있었다.
“가장자리만 최대한 파괴한 다음 토왕이한테 삼키라고 하자.”
-???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
깡, 깡, 깡-
[<고대 제국의 감옥 정문>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악명이 오릅니다!]
[힘 스탯이…]
[대장장이 기술이…]
‘아. 이걸 어디에 설치한다?’
태현은 행복한 고민을 하며 망치질을 해댔다.
성벽 정문도 좋고 대신전 정문도 좋고….
* * *
“첫 번째 공격이 온다!”
“모두 긴ㅈ….”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악마 군세의 첫 번째 공세가 들어오기 시작하자 플레이어들은 긴장했다.
다가오는 순간 공격을 퍼붓….
기도 전에 쏟아지는 폭발 세례!
[<아키서스 포병대>의…]
[<악마가 빙의된 대포>…]
[<신성력이 부여된 거대 대포>…]
[……]
[……]
[거대한 충격이 퍼져 나갑니다!]
[하늘이 울리고 땅이 무너집니다!]
“뭐, 뭐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성벽이나 요새 위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눈을 깜박였다.
방금 번쩍! 하더니 주변에 거대한 폭발이 휩쓸고 지나간 것이다.
수십 초 동안 울린 것 같은 폭격!
지금 골짜기에는 태현이 데리고 다니던 살벌한 NPC들이 전부 배치되어 있었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잔뜩 신이 난 기계공학 대장장이들까지 있었다.
-한 발이면 돼! 제발 한 발만 쏘게 해줘!
-진정해! 적도 없는데 누굴 쏘겠다는 거야! 저번에 금지했잖아!
-젠장! 새로 폭탄을 만들었는데! 기껏 새로 개발했는데!
-애들아! 좋은 소식이야! 골짜기에 악마가 쳐들어오고 있어!
-와!!! 신난다! 공격 받는다!
그리고 지금.
그 결과가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미, 미친….”
“돌아버린 위력이다…!”
꿀꺽-
개인 방송을 하던 플레이어들은 설명을 멈추고 침을 삼켰다.
그만큼 위압적인 광경!
골짜기의 화력은 플레이어들도 알고 있었다. 폭탄 아이템은 강한 화력을 갖고 있었고, 태현이 데리고 다니는 부하들도 꽤 강한 NPC들이었으니까.
그러나 골짜기는 볼 때마다 화력이 몇 배로 올라가는 것 같았다.
쟤네 나중에는 대륙을 쪼개는 대포를 발사하는 거 아닐까??
“아군인데 무서운 놈들은 진짜 처음이다.”
“내려가서 싸우다가 쟤네 폭탄에 잘못 맞으면 한 방에 로그아웃 당하겠는데??”
각종 버프부터 시작해서 <아키서스 포병대>의 거대 대포까지 있고, 힘을 모은 상태에서 한 번에 퍼붓는 그 화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래도 지금은 우리 아군이잖아!”
“맞아!”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든든한 게 저 미치광이 놈들!
플레이어들은 용기를 얻었다. 이런 대규모 전투에서는 긴장하게 마련인데, 아군에서 저렇게 강력한 마법, 아니, 포격을 보여주니 사기가 오른 것이다.
“와라! 우리도 준비됐다!”
“전사 파티 준비됐지? 다가오면 치러 나간다!”
“스킬 준ㅂ….”
[군세의 첫 번째 공격이 실패합니다!]
[악마 군세가 일시적으로 물러납니다!]
“어?”
“아, 아니. 야! 어디 가! 돌아와!”
“지금 화살에 불 붙였는데!”
너무 피해가 커서 일시적으로 후퇴하는 악마 군세!
성벽 위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억울해서 아우성쳤다.
돌아와 이것들아!
우리는 아직 경험치 못 얻었단 말야!
* * *
[고대 제국 귀족의 유품을…]
[……]
“여, 여기는 혹시 천국인가요?”
“흠. 죽은 사람들이 많은 점에서는 천국 같기도 하고….”
지금 일행은 객실, 아니, 감방을 하나씩 열면서 뒤지고 있었다.
궁전 못지않게 호화로운 지하 감옥이었기에 감옥을 뒤지는 건지 궁전에 있는 건지 살짝씩 혼란이 왔다.
지나가는 골렘들도 태현 일행을 굳이 건드리지 않았기에 매우 평화로운 탐색이었다.
문제는….
‘…다 죽어 있는데?’
[그야 그렇게 시간이 지났으니까 죽은 게 당연하다고 카르바노그가…]
방 안에는 죄수가 쓰던 유품 아이템들이 널려 있었다. 비싼 장신구나 천 옷 같은 것들.
“혹, 혹시 저희도 배분을 나눠 받을 수 있나요?”
파티는 파티니까 보상도 나눠 주나?
그런 참신한 아이디어에 케인은 감탄했다.
뭐 이런 나보다 뻔뻔한 새끼들이 있나!
“지금 누구 때문에 여기 와 있는지도 모르고… 너희들은 염치가 없냐?!”
“케인한테 염치 없다는 소리를 듣다면 진짜 반성해야지. 암.”
“맞는 말입니다.”
일행의 말에 <국제강도연합>의 길드원은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케인과 비교하니 확 와닿은 것이다.
“…지금 왜 내 이름을….”
“앗. 저기 계단이다. 저쪽으로 가자.”
“여기 수색 다 했습니다.”
일행은 빠르게 수색을 진행해 나갔다. 문을 열고 안을 확인하고 아이템을 챙기고….
그런데도 딱히 황자의 모습이나 아키서스 주교는 찾을 수 없었다.
[<고대 제국 감옥 요새 지하 3층>으로 진입합니다.]
[지하 3층은 고대 제국 감옥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위험한 죄인을 가둬 놓는 공간입니다.]
‘…….’
[…….]
아키서스 주교가 여기 있지 않았나?
[혹한이 몰아칩니다!]
[냉기가 당신의…]
[사디크의 권능…]
[아다만티움 갑옷…]
휘이이이이잉!
지하 3층은 2층처럼 안락하고 좁은 공간이 아니었다.
황량하고, 춥고, 넓은, 온통 얼음투성이인 곳!
빙결공 푸르네우스의 영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제대로 공사하지 않은 것 같은 드넓은 어둠이 일행을 반기고 있었던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왜 여기에 감옥을 지었는지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
[얼려 놓는 게 가장 안전하니까…]
‘…….’
태현 일행이야 괜찮았지만 다른 일행들은 바로 추위 데미지를 입기 시작했다.
태현은 횃불에 사디크 화염을 붙여 건네주기 시작했다.
“자. 받아라.”
-야. 잠깐만. 이거 기회 아니냐?
-뭔 기회?
붙잡힌 셋은 서로 귓속말을 보내며 꿍꿍이를 꾸몄다.
이대로 가면 진짜 게임 조진다!
어떻게든 탈출을 해야 했던 것이다.
-여기 지형 봐라. 넓잖아. 딱 몬스터도 나올 것 같고. 잘 기회 봐서 탈출하면….
-묶였는데 어쩌려고?
-내가 <포박 해제 스크롤> 있으니까, 던지면 바로 잡아서 사용해. 그러면 풀 수 있어.
-괜, 괜찮을까? 앞에 김태현 있는데?
-야. 김태현도 사람이야.
-그건 아니지.
-그건 아닌듯.
-…어쨌든 김태현이 지금 석판도 챙겼고, 중요한 퀘스트도 하는 것 같은데 우리 같은 놈한테 그렇게 신경을 쓰겠냐? 도망만 치면 우리한테 신경 끌 거야.
-오… 굴욕적인데 기분 좋은 소리야.
-그럴듯한걸?
둘은 동의했다.
확실히 얻은 거 다 얻은 태현이니, 그들이 도망쳐서 거리만 벌린다면 굳이 죽어라 쫓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케인이면 모를까 태현은 합리적인 플레이어였으니까!
‘문제는 이놈들을 따돌리는 건데.’
지금 그들을 둘러싸고 일행과 길드원들까지 있어서 어떻게 도망갈 틈이 안 보였다.
어떻게든 몬스터라도 나와야….
[타락한 엘프 부족, 아르드 부족의 마법사가 나타납니다!]
[추운 지하에서 이성을 잃고 타락한 아르드 부족은 강력한 마법을 부리는 흉악한 적입니다.]
“전투 준비!”
태현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일행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 속도에 앨콧은 깜짝 놀랐다.
솔직히 ‘김태현 아니면 내가 다른 놈들보단 낫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단하다!’
팀 KL은 태현의 원맨팀 이미지가 강했지만, 다른 일행들도 성장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수십 번 넘게 싸워오면서 맞춘 호흡!
“케인. 마법 날아온다!”
“알고 있다!”
여섯 개의 팔이 펼쳐지며 거대한 방패벽이 만들어졌다. 앨콧은 팔 여섯 개 달린 놈이 멋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외부인이다, 죽여 버려라!
엘프라고 생각할 수 없이 살벌한 외모를 가진 아르드 부족 마법사들은 양손에서 닥치는 대로 마법을 날려댔다.
그러나 케인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마법을 튕겨내고 몸으로 받아냈다.
놀라운 맷집!
마치 갑옷이 마법을 빨아들이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저 자식 진짜 왜 이렇게 늘었지?’
앨콧은 위기감을 느끼며 나섰다.
파바바밧!
케인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내가 잡는다!”
마법사를 잡는 건 언제나 도적 같은 근접 딜러!
가까이 붙으면 마법사는 힘을 못 썼다.
“어, 앨콧. 잠깐….”
케인이 당황했다.
야, 우리야 괜찮지만 너는….
[혹한의 냉기가 당신을 덮칩니다!]
[사디크 화염의 힘이 약해집니다!]
[추위에 몸이 느려집니다!]
[아르드 부족 마법사가 당신에게 <상급 냉기의 쐐기>를 시전합니다.]
[아르드 부족 마법사가 당신에게 <상급 냉기의 파편>을…]
[……]
[……]
‘큰일 났다!’
발이 멈추고 순식간에 마법이 쏟아지자 앨콧은 경악했다.
성급한 마음에 했던 실수가 너무 크게 돌아온 것이다.
스킬로 반격하기에는 지금 얼어붙어서 나가지 않았고, 뒤에서 도움을 받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피가 쭉쭉 깎이는 속도를 보면 받기 전에 죽는다!
‘이런.’
앨콧의 상황을 가장 먼저 파악한 건 태현이었다.
다른 일행은 ‘설마 앨콧이 죽겠어?’ 하고 방심하고 있었지만, 태현은 아니었다.
원래 앨콧 같은 유리몸 딜러는 실수 한 번에 훅 갈 수 있는 것!
방금은 대체 왜 성급히 나선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회복부터 시키자!’
태현은 가까이 있는, 이번에 잡힌 세 명 중 한 명인 더글라스를 붙잡았다.
-아키서스의 제물!
“어? 어? 어?!”
어떻게 도망칠지 눈을 굴리고 있던 더글라스는 태현의 스킬창을 보고 무심코 받아버렸다.
그 순간 발동되는 스킬!
파아앗!
[<아키서스의 제물>이 발동됩니다!]
[파티 전체에 강력한 버프가…]
[……]
“살, 살았다!”
앨콧은 냉동 상태에서 풀려나자 바로 스킬을 사용해 공격을 피해냈다.
HP가 몇 배로 늘어나고 각종 방어력 공격력 이동속도가 다 올라간 덕분에 죽었다 살아난 것이다.
-아키서스의 광선!
그 순간 저 뒤편에서 외침과 함께 강력한 빛줄기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아르드 부족 마법사들은 기겁해서 외쳤다.
-미친 아키서스 놈이다!
-도망쳐라! 놈과 엮이지 마라!
후다다닥!
아르드 부족은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냥 이름을 말할 걸 그랬나?’
-아니. <아키서스의 제물>을 쓰시다니… 설마 교황님이십니까?
[아키서스 교단의 주교, 펠마른을 만났습니다!]
[교단의 명성이…]
[명성이 크게 오릅…]
[신성이…]
아르드 부족이 도망치자, 저 뒤편에서 주교가 나타났다.
놀랍게도 아키서스 교단의 주교는….
언데드인 유령 상태였다.
“…….”
[…….]
아니….
물론 시간이 엄청 오래 지나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