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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099화 (1,098/1,826)

§ 나는 될놈이다 1099화

생각해 보니 그럴듯했다.

여기 키메라 죄수들은 레벨이 높고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데다가 무엇보다 끈질겼다.

보스 몬스터가 있었다면 어떻게든 상대할 방법을 찾아냈을 것이다.

그러나 열쇠 잃어버린 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지하 1층의 미로는 고대 제국의 건축가들과 마법사들이 직접 만든 강력한 미로였고, 어떤 탐지 마법도 먹히지 않았다.

이런 미로를 뚫고 그 안에 떨어진 열쇠를 찾으려면 마법을 뛰어넘는 신의 권능이 필요했다.

그렇다.

바로 행운의 신!

[카르바노그가 죄수들의 영리한 지능에 경악합니다!]

‘야…!’

[카르바노그가 시선을 피합니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 하겠다고 합니다.]

할 말은 하는 카르바노그!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기분이 찜찜해서 그렇지.

‘어쩐지 환영하더라.’

“자. 교황님. 바로 2층의 정문을 찾으신 그 능력은 똑똑히 보았습니다! 이제 열쇠를 찾아주십시오!”

“교황님이라면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키메라 죄수들의 기대 가득한 눈빛!

남한테 기대받으면서 이렇게 기분 미묘한 건 또 처음이었다.

“알겠다. 알겠어.”

<신의 예지>를 켜면 찾을 수 있….

‘잠깐. 바로 2층 나오지 않았나?’

<신의 예지>를 켠 상태로 1층을 돌파한 태현!

열쇠가 있었다면, 그리고 그 열쇠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도중에 길이 나왔어야 했을 텐데….

그냥 바로 2층의 정문이 나온 것이다.

‘뭐지? 지하 1층에 없나? 열쇠 찾는 게 안 좋은 짓인가?’

고민하던 태현은 문득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나 최근에 <고대 제국 감옥 요새의 열쇠> 얻지 않았었나?

고대 제국 감옥 요새의 열쇠:

고대 제국 감옥 요새의 지하를 봉인하는 열쇠입니다. 평범하고 간단하게 생겼지만, 절대 위조할 수 없습니다.

고대 제국 감옥 요새 간수장의 검:

내구력 20/20, 공격력 65.

고대 제국 감옥 요새를 담당하고 있던 간수장의 검이다. 전투용은 아니지만 간수장의 신분을 알려주고 있다.

그랬다.

<국제강도연합>의 세 놈이 숨긴 드래곤의 유물을 찾으러 밖에 갔을 때, <고대 제국 감옥 요새의 열쇠>와 <고대 제국 감옥 요새 간수장의 검>을 얻었던 것이다.

“…!”

[…!]

깨닫고 놀라는 화신과 신!

‘뭐 이런….’

어쩐지 이렇게 오랫동안 못 찾은 이유가 있었다.

밖에 있으니까 못 찾았겠지!

‘설마 간수장이 죄수들이 못 찾도록 밖으로 탈출한 건가? 똑똑하군.’

간수장이 누군지는 몰라도 참 대단했다.

밖으로 탈출해 프로즈란드의 눈 속에 열쇠와 검을 숨겨버린 것 아닌가.

그 덕분에 키메라 죄수들은 끔찍할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삽질만 하고 있었다.

태현도 정말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면 여기서 같이 삽질할 뻔했다.

[카르바노그가 아키서스의 힘에 감탄합니다. 이것이 행운의 신의…]

‘카르바노그. 아무 데나 다 갖다 붙인다고 행운이 되는 거 아니거든.’

이건 우연이지!

[그게 행운…]

‘음. 그나저나 어쩐다.’

태현은 고민에 잠겼다.

지금 일행은 위에 있고, 태현은 키메라 죄수들과 같이 내려온 상태였다.

그 이유는 하나.

‘위험할까 봐 얘네들만 데리고 온 거였는데….’

키메라 죄수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뚫지 못했다니 정말 강력한 보스 몬스터라도 있는 줄 알았던 것이다.

키메라 죄수들은 일종의 화살받이!

견적 좀 낸 다음 데리고 오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안 데리고 올 이유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얘네들을 따돌린 다음 2층으로 들어가야겠다.’

지하 2층부터는 실질적인 감옥이니, 황자가 나와도 놀랄 게 없었다.

그리고 키메라 죄수들은 황자와 만나게 해주면 안 됐다.

‘아키서스 교단 주교만 만난 다음 튄다!’

태현의 목표는 확고했다.

아키서스 교단 권능만 챙기고 나면 얘네들하고 엮이지 말아야지!

“앗! 아키서스의 계시가 내려왔다!”

“!”

“!!”

“!!!!!”

키메라 죄수들은 깜짝 놀랐다.

아키서스의 계시라니!

“설, 설마 지금부터 서로 죽여야 하는 겁니까? 그러면 축복이 내려오나?”

너희 아키서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니?

“…대체 뭔 미친놈의 신이 그런 짓을… 아니. 그런 게 아니다. 지금부터 너희는 다시 1층에 흩어져서 열쇠를 찾아라!”

“이제까지 몇십만 번을 찾았습니다만…?”

“이번에는 다르다! 아키서스께서 내게 속삭이셨다. 나를 믿어라!”

“오오오…!”

“알겠습니다! 다시 찾겠습니다!”

반쯤 미친 키메라 죄수들이었지만 태현의 말은 또 고분고분 들었다.

후다다닥!

키메라 죄수들은 제각각 흩어져서 1층 미로의 깊은 곳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후. 이제 좀 깔끔하군.”

이제 일행 데려와야지!

* * *

“말도 안 돼! 넌 <길드 동맹> 소속인데 어떻게 김태현을!”

처음에는 부정.

“저건 케인이잖아! 김태현이 온 게 맞아! 으아악! 김태현! 왜 길드 동맹 놈을 도와주는 거냐! 너도 우리와 같은 자유로운 영혼이면서!”

‘김태현이 들으면 개 패듯이 팰 소리를 하고 있네.’

그 다음에는 분노.

“석판 못 찾았을 걸 안다! 타협하자! 석판을 줄 테니까 저 앨콧 놈을….”

그 다음에는 우울.

“우리는 끝났어! 멍청한 놈아! 왜 하필 이런 곳으로 도망을 쳐서!”

마지막으로는 받아들이기!

셋의 변화에 일행은 수군거렸다.

“쟤네 무슨 감정에 문제 있나?”

“변화가 장난 아니게 빠른데요.”

“미친 놈들인가 봐.”

그러는 동안 태현이 돌아왔다. 들어온 태현은 셋을 보고 의아해했다.

“어? 케인 따라한 건가?”

“아니거든!!”

진짜 김태현을 본 셋은 좌절해서 고개를 푹 숙였다.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던 실낱같은 희망도 사라진 것이다.

“뭐 됐고. 지하 공략할 건데 따라와라. 쟤네도 데리고 가자.”

“어디다 쓰게?”

“쓸 곳이야 많지 뭐. 제물로 써도 좋고 폭탄으로 써도 좋고….”

담담하게 말하는 태현의 모습에 셋은 공포에 질렸다.

아무 감정 없는 저 모습이 더욱더 무서웠다.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고 무슨 자원 보듯이 보고 있어!

드래곤의 석판을 훔치고 나서 정말 온갖 살벌한 협박을 받은 셋이었다.

-이 세 놈 만나면 무조건 죽인다!

-갖고 있는 장비 다 박살 내고 저주 건 다음 게임 접게 해버릴 거야!

그러나 이런 감정 섞인 협박보다 저렇게 아무 감정 없는 태도가 더 사람을 무섭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오늘 깨달았다.

“자. 움직이자. 잘 묶어놨지?”

“물론이지. 한두 번 하나. 가자. 범죄자 놈들아.”

케인은 신이 나서 셋을 재촉했다. 이놈들이 대륙에 그 난리를 일으켰다고 생각하니 몇 대는 더 때리고 싶었다.

“케, 케인.”

“뭐냐? 풀어달라는 말이나 거짓말 같은 건 하지 마라. 통하지도 않으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팔 하나 더 달린 거 어떻게 적응한 거냐 대체… 컥!”

“입 다물어 이것들아.”

뭘 물어보나 했더니 쪽팔리게!

* * *

“정, 정말 왔다! 악마들이야!”

‘그’ 골짜기.

플레이어들은 저 너머에 나타난 악마 군세들의 모습에 겁에 질려 도망치….

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영지에서 수십 수백 수천 번 광고를 때리니 관심 없던 사람들도 ‘와 이번 악마 사냥이 그렇게 핫해?’ ‘그렇다니까 아주 유행이래!’ 하면서 참가하게 되는 마법!

[악마들이 이끄는 군세가 골짜기를 침공했습니다!]

[이들을 물리치지 않으면…]

[퀘스트 <악마 침공>이 발동…]

[……]

[……]

골짜기에 뜨는 다급한 메시지창!

플레이어들은 골짜기 성벽 위로 올라갔다.

좀 더 적극적인 플레이어들은 골짜기 밖에 위치한 요새 중 하나로 들어갔다.

“온다. 사제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대기하고 있던 아키서스 교단 상급 사제 NPC들이 우르르 나서서 버프를 닥치는 대로 걸어주기 시작했다.

동시에 영지에 있던 요리사들이 닥치는 대로 괴식 요리를 플레이어들한테 뿌리기 시작했다.

“이거 드시고 싸우세요!”

“켁! 컥! 끅!”

“참아! 참고 목구멍으로 넘겨!”

“아오 이걸 음식이라고… 크윽….”

“한약이라고 생각해!”

“그게 뭔데?”

“한국에 그런 약이 있대! 먹어! 김태현도 아마 먹었을 거야!”

“뭐? 게임 잘하는 약인가?”

[체력이 일시적으로 크게…]

[공격 속도가…]

[MP 회복 속도가…]

괴식 요리의 효과는 이미 입증된 지 오래였다.

싸우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게다가 아키서스 교단 NPC들의 축복은 만만치 않았다.

이제 다들 레벨이 오른 것도 있었지만 이들의 축복이 하나하나 겹치다 보면….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가 또 터졌습니다! 처음으로 3연속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칭호 <운이 조금 좋은 사람>…]

“나, 나 치명타 세 번 연속으로 터진 거 처음이야!”

“매번 버프 받았으면 좋겠다.”

플레이어들이 살벌하게 준비를 마친 동안 악마 군세들도 골짜기 근처에 접근했다.

꾸어어어어어어!

악마 군세들의 구성은 다양했다.

마계에서 소환한 각종 괴수들.

악마를 숭배하는 흑마법사들.

사악한 기운에 물든 전사들.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는, 마계에서 튀어나온 악마들!

그 숫자가 어마어마해, 관전 나온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당황할 정도였다.

-야. 잠깐만. 쟤네 오스턴 왕국 쪽에서 왔다면서? 쟤네들 다 어디서 나온 거야?

-숨, 숨어 있던 놈들 아닐까요?

-숨어 있던 수준이 아니잖아?! 게다가 상급 악마 이상이 왜 이렇게 많아?!

레벨 400, 500은 가뿐히 넘겨 보이는 상급 악마들이 곳곳에 보였다.

상급 악마들이 마계에서 대륙으로 나오려면 얼마나 어려운지 다들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된 게 분명!

-놀랄 거 없다. 어차피 골짜기 공격하는 놈들이잖아. 강할수록 좋지.

-그렇긴 한데….

길드 동맹은 간절히 빌었다.

김태현이 이번 공격으로 망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망했던 것의 절반만이라도!

그러나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게 있었다.

영지전은 어디서든 볼 수 있었지만, 악마 군세가 공격하는 퀘스트는 여기서밖에 볼 수 없다는 것!

-현재 실시간 순위-

3위: <골짜기 공성전 생중계 시작! 레벨 275 랭커가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2위: <악마 군세가 무너질 때까지 접속 종료 안 함>

1위: <파워 워리어 길드 방송>

수백만 넘는 시청자 숫자가 골짜기로 모인 것!

3위, 2위, 1위를 골짜기 공성전 혼자서 차지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대단한 건 김태현이 없는데도 차지했다는 것!

태현이 없는데도 이만큼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건, 골짜기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이었다.

* * *

“감옥 같지가 않은데?”

“이 정도면 궁전 수준인데….”

지하 2층은 미로도 아니었고 감옥도 아니었다.

궁전의 방처럼 아늑하고 잘 꾸며져 있었다.

“음. 이 정문 가져갈 수 없나? 골짜기 신전에 달아놓고 싶은데.”

“가져갈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요? 대신전 입구나, 골짜기 성문에만 달아놔도….”

“완벽하겠군….”

그러는 사이 태현과 이다비는 흉흉한 꿍꿍이를 꾸미고 있었다.

고대 제국의 기술은 과연 놀라웠다.

따라갈 수 없는 강력한 정문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키메라 죄수들이 그 오랜 시간 동안 뚫지 못할 정도!

[<고대 제국의 감옥 정문>이 공격을 튕겨냅니다.]

[<고대 제국의 감옥 정문>이 방어에…]

[<고대의 망치>가 데미지를 주지 못합니다.]

저번에 만났던 골렘과 비슷한 수준의 방어력!

각종 속성을 섞어 놓아서 치명타를 방지했고, 심지어 살아 있는 부분도 곳곳에 넣어서 <고대의 망치> 같은 공격도 방어했다.

그나마 가능한 건 <살아 움직이는 폭탄>이었는데, 놀랍게도 이것도 대비한 상태였다.

잘게 쪼개서 서로 섞어 놓은 것이다.

이걸 깨려면….

<고대의 망치>로 무생물인 부분을 부수고, <살아 움직이는 폭탄>으로 생물인 부분을 폭파시키고, 그 다음 다시 <고대의 망치로> 또 부수고….

‘끔찍할 정도로 오래 걸리겠군.’

과연 놀랍다!

[고대 제국의 놀라운 기술을 발견했습니다!]

[대장장이 기술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함정에 대한 이해도가…]

[……]

“김태현. 골렘 나타났어! 골렘 나타났어!”

“이 검 휘둘러보고 그래도 덤비면 그때 말해. 이 문 좀 더 훑어보게.”

“야! 야! 쟤 만만치 않… 어. 뭐야. 공격 안 하는데?”

케인은 깜짝 놀라서 검을 쳐다보았다.

이 간수장의 검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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