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098화
“그 새로 들어온 신입 어디 있습니까?”
일행의 질문에 키메라 죄수들은 뒤쪽 건물을 가리켰다.
“지금 저 안에서 <고대 제국의 키메라 종족 변환 비술>을 받고 있을 거다. 이미 시작했지.”
그 말에 일행은 당황….
“저런! 당장 구… 할 필요가 없었지.”
“습관적으로 구하자고 할 뻔했네. 이미 받고 있는 거면 어쩔 수 없지. 살아나면 데리고 가자.”
…하지 않았다.
운 좋게 살아나면 잡아가서 현상금 받고 죽으면 뭐….
죽는 거지!
솔직히 저 정도면 자업자득 그 자체 아니겠는가!
* * *
“혹시 교황님. <신의 예지>를 쓸 수 있으십니까?”
“쓸 수 있다.”
“다행입니다! 일이 몇 배로 쉬워지겠군요.”
아키서스 성기사는 안도했다.
아키서스 교단의 강력한 권능, <신의 예지>!
각종 탐지 마법을 막아 놓은 미로나 던전도 뚫어버릴 수 있는 강력한 권능 스킬이었다.
파괴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그 효과만큼은 절대적인 것이다.
“아키서스 권능을 잘 아는군?”
“예! 제가 직접 본 권능들이 있으니까요.”
‘유, 유능해…!’
태현은 놀랐다.
‘아키서스 성기사’란 주어에 ‘유능하다’라는 말이 어울릴 수가 있단 말인가!?
‘종족이 바뀌어서 그런가? NPC들 다 종족 변환시켜야 하나? 펠마스도 키메라가 되면….’
[카르바노그가 정신 차리라고 말합니다!]
‘하긴. 펠마스는 키메라가 돼도 딱히 달라지지 않을 거야.’
[…….]
“혹시 기억나는 다른 권능 스킬들도 있나?”
“으음….”
키메라 죄수는 고민에 빠졌다. 여기 있는 고대 제국의 죄수들은 자신의 이름도 까먹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살아온 이들이었다.
그만큼 기억이 뒤죽박죽 혼란스러웠다.
“아. <아키서스의 천재지변>이 있었지요.”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권능 스킬은 뭐지?”
솔깃한데?
태현은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으음. 일단 행운의 바람을 불러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선행 스킬 <행운의 바람 소환>!
지역에 무작위 속성을 가진 바람을 불러와 깽판을 치는 광역기 스킬이었다.
다행히 태현이 이미 갖고 있는 스킬!
“그건 있지. 앗. 그러면 바로 쓸 수 있나?”
“아닙니다. 그건 기본이고….”
“칫.”
“그리고 권능 스킬을 어떻게 쓸 수 있는지는 평기사인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것도 그렇겠군. 스킬 설명이나 해주게.”
“일단 <아키서스의 천재지변>은 여러 개로 나뉘는 스킬입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아키서스의 첫 번째 천재지변>을 쓰면 강이 핏빛으로 물들고 근처의 생명체들에게 저주가….”
“…잠, 잠깐만. 아키서스 맞아? 사디크가 아니라?”
“주변에 강력한 불운을 퍼뜨리는 거니 아키서스의 권능이 맞습니다만? 교황님께서는 이 권능을 써서 악마들의 공격을 막아냈습니다.”
“…….”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물론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지만….
이게 과연 선신이 가질 스킬일까?
[권능 스킬, <아키서스의 천재지변>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여러 스킬로 구성된 권능 스킬, <아키서스의 천재지변>은 강력한 행운의 힘으로 주변에 영향을 끼치는 스킬입니다.]
[현재 <행운의 바람 소환>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화염 용오름 소환>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아키서스의 천재지변> 스킬을 얻을 경우, <아키서스의 천재지변> 스킬이 강화됩니다.]
<아키서스의 천재지변-아키서스 권능 스킬 퀘스트>
예로부터 아키서스의 권능을 이어받은 교황들은 그 권능을 갈고닦아 후대에 넘겨주었다.
<아키서스의 천재지변>은 교단의 교황들이 일으킨 업적들이 모인 스킬!
현재 당신은 <화염 용오름 소환>으로 <아키서스의 천재지변>에 새로운 스킬을 추가할 자격이 생겨났다.
<아키서스의 천재지변>이라는 업적을 이어받고 그 업적을 이어나가라!
보상: <아키서스의 천재지변>
“…….”
그러니까 결국….
교황들이 했던 깽판 모음이잖아?!
[카르바노그가 원래 싸움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냐며 위로합니다.]
악마만 잘 막으면 되지 뭘 그런 걸 신경 쓰고 그래!
‘말이야 맞는 말이긴 하지. 게다가 <화염 용오름 소환>급 스킬이면 쓸만하기도 하고.’
<화염 용오름 소환>은 태현이 가진 광역기 스킬 중 가장 강력한 스킬이었다.
MP를 전부 써버리고, 한동안 회복되지 않는다는 살벌한 페널티만 빼면!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스킬은 맞았다. 이런 게 더 있다면 든든할 것이다.
“또 다른 건 없나?”
“기억이 떠오르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잘….”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사디크 성기사 출신 죄수가 끼어들었다.
“아키서스의 권능도 좋지만 사디크의 권능은 그보다 더 대단한데. 사디크의 화염이라고….”
“어. 그건 이미 있다.”
“?!?!?!?”
* * *
“운이 좋군.”
“정말로 운이 좋아….”
“너희들은 행운을 타고났음에 분명하다. 아키서스의 축복을 받은 것이지.”
[<고대 제국의 키메라 종족 변환 비술>이 끝났습니다!]
[성공적으로 키메라 종족이 되었습니다!]
[힘이…]
[민첩이…]
[……]
[……]
[……]
[돌연변이 <추가 팔>을 얻었습니다.]
드래곤의 유물을 건드린 세 명.
더글라스, 찰스, 해롤드.
이 셋은 정말로 운이 좋았다.
무려 키메라가 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비술을 집행한 죄수들도 감탄할 정도였다.
“우리의 동료가 된 걸 축하한다!”
“감… 감사합니다?”
“야. 이상한 거 없냐?”
“스탯이 좀 올라간 것 같은데? 방어력도….”
“외모는? 겉모습은 어때?”
셋은 서로의 겉모습을 쳐다보았다.
가장 두려웠던 게 겉모습!
태현 같은 사람이야 ‘야 강한 게 최고지 좀 못생기면 어때?’라고 했지만, 의외로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겉모습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간지나지 않으면 판온을 할 이유가 없어!
“멀, 멀쩡한데? 얼굴에 꿰맨 자국도 없고, 양쪽 눈 크기도 똑같고.”
“피부색도 다 똑같고. 어디 튀어나온 것도 없고.”
“눈도 두 개고. 귀도 두 개고. 팔도 세 개고….”
“아니. 네 개…?!?! 뭐? 세 개?”
“네 개?!”
그제야 셋은 깨달았다.
팔이….
팔이 여러 개다!
더글라스는 3개.
찰스는 4개.
해롤드는 5개!
한 개만 더 있었으면 팔 많은 걸로 판온 신기록을 세운 케인과 타이 기록!
“미, 미친. 팔이 왜 이렇게 많아! 뭐야 이거!”
“감사 인사는 됐다. 후후.”
따졌지만 키메라 죄수들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니야 미친놈들아! 고마워하는 게 아니라고!”
당황해서 존댓말도 사라진 셋!
그러나 죄수들은 여전히 무시했다.
“팔 많아지는 게 가장 좋은 옵션인데. 아주 좋은 걸 골랐군.”
“운이 좋아. 운이 좋아.”
“이 자식들이 대체….”
쾅!
그때 문이 열리고 태현 일행이 들이닥쳤다.
앨콧의 얼굴이 특히 험상궂었다.
이 셋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대륙 전체에 민폐를 끼치고 또 여기까지 도망쳐서….
“더글라스, 찰스, 해롤드. 나와라, 이 개자식들아. 몇 번을 죽여도 시원치 않을… 아니. 잠깐. 너희 왜 팔이 많냐?”
뒤에서 보고 있던 케인은 멍청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 따라한 건가?”
“저걸 누가 따라해! 따라하려고 해도 할 수도 없어!”
곧 상황을 파악한 앨콧은 폭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하핫!”
키메라로 변하면서 뽑기에 실패한 것이다!
‘아니, 실패는 아닌가? 목숨도 건졌고 팔 많아지는 건 좋은 거니까….’
앨콧이 비웃자 셋은 분노했다.
남은 지금 절망하고 있는데 감히 비웃어?
“앨콧 너… 우릴 비웃고도 무사할 것 같냐?”
“무사하지 않으면? 지금 누가 누굴 협박하는 거냐?”
앨콧은 싸늘하게 말했다.
김태현 앞에서는 케인이지만 다른 놈들 앞에서는 앨콧이다!
셋은 앨콧의 차가운 표정에 움찔했다. 그제야 앨콧이 얼마나 무서운 랭커였는지 새삼 기억이 난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 있는 키메라 죄수들이 우리의 동료다. 우리를 건드리면 이 강력한 NPC들이….”
“어? 아니야. 미안한데 우릴 이끌어 줄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 왔다는군. 그 사람이 명령한다니 들어야지.”
“…….”
키메라 죄수들의 빠른 손절!
셋은 당황해서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동료라고….”
“그래. 하지만 가끔 대의를 위해서는 동지도 버릴 수 있는 법이지. 우리도 동지를 버리게 되어서 가슴이 아프다. 동지.”
“그래도 더 친해지기 전에 버려서 다행이야. 안 그래, 동지?”
“야! 이것들아!”
더 빡치게 하고 있어!
앨콧은 흐뭇하게 웃었다. 태현이 죄수들을 지휘해 준 덕분에 날로 먹게 된 셈이었다.
“유언은 있냐?”
“잠깐! 잠깐! 드래곤의 석판이 필요할 텐데?”
“죽이다 보면….”
“…나오겠다고 생각하지 마라! 우리한테 지금 없으니까. 못 믿겠으면 확인해 봐도 좋다. 하지만 우릴 건드리는 순간, 우리는 게임을 접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말해주지 않을 거다!”
셋이 가장 믿고 있는 구석!
바로 드래곤의 석판이었다.
힘으로 이길 수는 없지만, 한 번이라도 죽는다면 절대 알려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죽이다 보면 나오겠다고 말한 게 아니라. 죽이다 보면 정신을 차리겠지,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앨콧은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석판 이미 찾았다. 이 새끼들아.”
“말도 안 되는 소리! 거짓말하지 마라. 그걸 찾을 수는 없을걸?”
“내가 누구하고 같이 왔는지 아냐?”
“누구하고 같이 왔는데…?”
앨콧은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 한 번 멈췄다. 그때 뒤에서 같이 온 길드원들이 튀어나와 외쳤다.
“김태현하고 같이 왔다 이 자식들아!!”
“너희 때문에 길드가 박살 났어! 죽어!”
“이 쓰레기 같은 놈들!”
“…….”
비장하게 김태현의 이름을 말하려던 앨콧은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아오 이 <국제강도연합> 길드원 놈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안 들어!
* * *
[<고대 제국 감옥 요새 지하 1층>을 성공적으로 돌파했습니다.]
[명성이…]
[……]
[……]
“과연 교황님. 그 미로 같던 1층을 바로 돌파하시다니.”
“믿고 있었습니다!”
죄수들은 신이 나서 태현을 칭찬했다.
“내가 없을 때는 어떤 식으로 돌파했지?”
“시간이야 넘치니 될 때까지 계속 들이박았습니다만.”
“그, 그래.”
늙지 않는 키메라기에 가능한 전법!
방금 지나온 1층 던전은 정말 귀찮고 짜증 나는 던전이었다.
몬스터나, 간수 역할을 하는 골렘도 나오지 않았다.
오로지 있는 건 계속해서 바뀌는 맵뿐!
눈 감았다 뜨면 벽이 바뀌고 길이 비틀어지고 바닥이 회전하고 천장이 내려앉고….
이런 곳에 있는 지하 던전이라 망정이지, 밖의 던전에 있었다면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최악의 던전으로 이름 높았을 것이다.
강한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보다 끔찍한 게 길 찾기 힘든 던전!
이걸 그냥 맨땅에 헤딩 식으로 뚫었다는 게 더 놀라울 정도였다.
“2층부터는 실질적인 감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는 1층은 어떻게든 뚫었지만 2층부터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정도인가?”
이 광기와 집념으로 불타는 죄수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니?
대체 지하 2층에 어떤 괴물이 있길래??
“대체 뭐가 있길래?”
“지하 2층으로 들어가는 정문의 열쇠를 못 찾아서 말입니다….”
“…….”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동시에 할 말을 잃었다.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지?
그러나 죄수들은 진지했다.
“그러나 교황님께서 오신 이상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지하 1층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테니 아키서스께서 내려주신 행운으로 잘 찾아보시면….”
“…!”
태현은 이제야 깨달았다.
죄수들이 왜 그를 그렇게 반겼는지!
물론 명성이나 업적도 있긴 했겠지만….
‘이 자식들 잃어버린 물건 찾을 목적으로 리더 만든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