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097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군.”
설마 저 때도 아키서스 교단은 사고치고 다녔나?
에이 설마….
태현의 말에 키메라 죄수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교단의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으니까요?”
전(前)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는 상황을 설명했다.
고대 제국의 후반기는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폭군의 통치는 수많은 곳에서 불만을 만들어냈고, 마계의 악마들은 대륙을 노리고 사방에서 덤벼들었다.
게다가 누명을 쓴 황자와 귀족들은 이런 북방의 외진 곳에 갇히고….
“누명은 아니지….”
“예?”
“아니. 계속 말해봐라.”
그런 혼란스러운 시기에 활약한 건 교단이었다.
아키서스 교단은 교단들 중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 교단!
사방에서 덤벼드는 악마들을 해치우고 마계로 가 악마들을 공격하고 교황이 직접 희생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동시에 경악!
아, 아니….
진짜?
아키서스 교단 맞아?
아기서스나 아키저스 교단 아닐까?
‘분명 황제 암살 시도 정도는 했을 줄 알았는데….’
[의심하는 게 너무 심하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자기 교단을 저렇게 안 믿는 화신이 어디 있어!
그러나 키메라 죄수는 진지했다.
“그렇게 해서 악마들의 공격은 막아냈지만, 교단의 피해는 심했습니다… 교황도 사라지고, 고위 사제나 성기사들도 전투에서 쓰러졌으니… 교단이 망했어도 이상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여전히 혼란에 빠져 있었다.
-뭔가 오해가 있었던 거 아닐까? 사이에서 이간질을 하려다가 어쩔 수 없이 희생을 했다던가….
[아니, 교황이 선량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카르바노그. 아키서스 교단은 선량한 사람이 들어올 수가 없는 교단이야. 그런 사람은 데메르 교단 같은 곳을 가야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런 사람이 어떻게 교황 자리까지 올라가?
[…….]
태현과 카르바노그가 떠드는 사이 키메라 죄수는 다시 말했다.
“그런데 교단이 안 망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망했는데 내가 부활시킨 거다.”
“…!”
키메라 죄수는 깜짝 놀랐다.
“교황님! 대단하십니다! 언젠가 밖에 나가게 되면 주교님과 같이 교단을 부활시키려고 했는데….”
“마음만 고맙게 받… 잠깐. 주교? 주교가 있어?”
아키서스 교단 주교가 있다고?
‘이름만 들어도 느낌이 좀 쌔한데.’
“지하에 계십니다. 신분이 높으신 분이라 이런 일반 감옥이 아닌 지하에….”
황자나 아키서스 교단 주교 같은, 신분 높은 사람들은 이런 지상의 감옥이 아닌 지하의 특수 감옥에 갇혀 있었다.
죄수들이 아무리 시도해도 뚫을 수 없을 정도로 살벌한 수준!
물론 태현 입장에서는 ‘대체 뭔 짓을 했길래 저기 갇혔냐’ 하는 기분이었다.
“주교는 왜 갇혔지?”
“악마와 결탁했다는 누명을 쓰셨….”
[…….]
“그래. 그거면 됐다.”
더 안 들어도 될 것 같아!
“설마 여기 죄수들이 키메라가 된 게… 네가 한 건 아니겠지?”
태현은 슬쩍 물었다. 그러자 죄수가 웃었다.
“농담도 심하십니다. 교황님. 그게 말이 됩니까? 제가 어떻게 그런 능력이 있다고. 교황님도 그런 능력은 없으실 겁니다.”
“그, 그렇지. 나도 농담 삼아서 물어본 거다.”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이야!
솔직히 아키서스 교단이 주도한 줄 알고 노심초사했던 태현이었다.
‘하긴. 아키서스가 대륙의 모든 문제를 만들지는 않았으니까.’
[한 절반쯤은…]
‘시꺼.’
“저희가 키메라가 될 수 있었던 건 마법사들과 연금술사들, 사제들 같은 이들이 모두 머리를 모아 비법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길이었지만, 모두의 열망이 있었기에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노력을 좀 다른 곳에… 아니다.”
[<고대 제국의 키메라 종족 변환 비술>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고대 제국의 키메라 종족 변환 비술>은 영지와 시설이 필요합니다. 설치할 경우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고대 제국의 키메라 종족 변환 비술>은 매우 위험한 비술입니다. 진행 도중 사망할 수 있…]
[스탯이 내려갈 수 있…]
[……]
[……]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연금술 스킬이…]
‘와. 얻었는데도 허무한 스킬은 또 오랜만이군.’
이걸 어디다 쓰냐?
[카르바노그가 특수 신전 근처에 설치하면 안 되냐고 묻습니다.]
돌연변이가 되는 <아키서스 특수 신전>에 도전하는 플레이어들에게는 매우 인기가 있을 것!
“교황님. 저는 이 만남에서 아키서스님의 인도를 느꼈습니다.”
“그러냐? 난 악의를 느꼈는데.”
태현의 말을 무시한 채 죄수는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이건 운명입니다! 곧 키메라가 되실 교황님께서 이 요새에 찾아온 것은! 황자님을 되찾아 제국을 부활시킴과 동시에, 주교님도 되찾아 아키서스 교단을 더욱 더 강성하게 만들라는 운명!”
<아키서스 교단을 다시 위대하게-아키서스 교단 주교 구출 퀘스트>
믿기 힘들겠지만, 아키서스 교단도 빛나고 선할 때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키메라 죄수가 되었지만, 아키서스 교단의 성기사는 아직도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그는 지하에 갇힌 주교와 함께 교단의 일을 도우려고 한다!
그를 받는 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교단의 세력에는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보상: ?, ???
<아키서스 교단의 권능-아키서스 교단 권능 퀘스트>
한 번 망했던 교단의 권능을 되찾는 건 교단의 영원한 숙제다.
아키서스 교단의 주교는 잊혀진 권능들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를 만나 권능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라.
한 번에 퀘스트 2개!
둘 다 교단 관련 퀘스트!
‘아. 젠장….’
그냥 이야기 듣지 말고 나갈 거 그랬다!
[후회해 봤자 이미 늦었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으윽. 원하던 게 맞긴 한데.’
태현이 고대 제국 감옥에 찾아온 건, 아키서스 교단의 흔적을 찾아서였다.
각종 권능 스킬이나 시설이나….
근데 이렇게 피둥피둥하게 살아 있는 성기사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
[어쨌든 찾았으니 다행이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퀘스트가 몇 배로 까다로워지겠어.’
일단 지하로 내려가서, 주교를 찾은 다음, 권능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그 다음에는….
‘황자는 무조건 두고 온다.’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계속 지하에 있어야 할 놈!
꺼내봤자 좋을 게 하나 없었다.
“그런데 사디크 교단은 어떻게 됐지?”
옆에 있던 사디크 성기사 출신 죄수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다른 죄수들이 그를 구박했다.
“잘 나가겠지. 뭘 그런 걸 묻고 그러냐?”
“하여간 교단 자랑은 더럽게 좋아해요.”
“지금 한 번 망한 아키서스 교단 앞에서 왜 그런 걸 묻는 거냐.”
죄수들한테서 쏟아지는 구박!
“하하하… 아니. 혹시 모르잖아. 사디크 교단도 망했을지 모르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디크 성기사 출신 죄수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사디크 교단이 망할 리가 없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
이렇게 되자 태현은 말하기 힘들어졌….
[사디크 교단 성기사인데 뭐가 어렵냐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하긴 그러네.’
태현은 깨달았다.
사디크 놈이면 뭐 배려해 줄 게 있나?
“응. 너희 교단 망했다.”
“…….”
“…….”
* * *
현실 부정하는 사디크 성기사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다른 동료 죄수들은 그를 연신 달랬다.
-아니, 뭐 망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나. 다시 부활시키면 되지, 친구!
-밖에는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까 그럴 수도 있는 법이지!
-크흑… 말도 안 돼… 사디크 교단이 망하다니… 그 강대하고 위대했던 교단이….
“남은 이들은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어… 내가 받아줬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강제로 굴복시켰지!
그러나 죄수들은 태현의 말을 다르게 오해한 모양이었다.
“세상에! 서로 사이가 안 좋을 텐데도 받아주시다니. 정말 관대하신 분이십니다!”
“저번 교황보다도 더 선량하신 분…!”
[고대 제국의 죄수들이 당신의 선행에 감동합니다!]
[친밀도가…]
[……]
[카르바노그가 사디크 교단 직접 멸망시킨 건 언제 말하냐고 묻습니다.]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평생 말하지 말아야겠군!
더 깊게 파고들면 위험할 게 뻔했기에, 태현은 바로 화제를 돌렸다.
“지하 특수 감옥에 대해서나 말해주지? 내가 들어가서 안에 갇힌 죄수들(황자 빼고)을 구해오겠다.”
“오오…!”
“대단한 패기야…!”
[매우 높은 명성을…]
[최고급 화술 스킬을…]
[……]
[……]
[<고대 제국의 죄수들>이 당신의 말에 감동합니다!]
[<고대 제국의 죄수들>이 당신을 지휘관으로 받아들입니다!]
[일시적으로 <고대 제국의 죄수들>의 리더가 됩니다! 죄수들은 주인이 나타나기 전까지 당신의 명령을 따를 것입니다.]
“…아니. 그냥 정보 달라고.”
너희 같은 놈들은 이제 충분해!
“아키서스! 아키서스!”
“김태현! 김태현!”
그러거나 말거나 죄수들은 신이 나서 태현의 이름을 연호했다.
오랫동안 지하를 뚫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던 키메라 죄수들에게, 태현 일행의 등장은 운명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게다가 태현의 업적, 명성, 화술 등등이 너무 대단했다!
“교황님. 저희 사디크 교단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교황님의 일을 돕기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전(前) 사디크 교단 성기사는 묵직하게 맹세했다. 그 모습이 매우 낯설었다.
사디크 교단 놈들이 보통 저랬나?
“고, 고맙다.”
상황이 일단락되자 앨콧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았다!’
대화가 오가는 동안에는 긴장해서 눈알만 굴리고 있었는데, 어떻게든 잘 마무리가 된 것이다. 온몸의 긴장이 탁 풀렸다.
그러자 새삼스럽게 김태현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뭐 이런 괴물 같은 놈이 있냐 진짜?’
끌려올 때만 해도 꼼짝없이 전투를 각오하고 있었다.
이 키메라 죄수들은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태현 일행은 오자마자 자리를 휘젓더니, 대화를 나누고 나서는 오히려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였다.
이렇게 강력한 NPC들을 말 몇 마디로 자신의 부하로 부리다니!
물론 태현은 전혀 원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앨콧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앨콧의 눈에는 태현이 이 모든 걸 계획한 것으로 보였다.
‘정말… 정말 너무 대단하다…!’
대담하게 들어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NPC들을 휘어잡는 능력까지.
단순히 레벨이 높거나, 스킬이 좋거나, 컨트롤이 뛰어난 영역이 아니었다.
카리스마!
태현의 플레이에는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있었다. 판온 1때부터, 보는 사람을 휘어잡고 홀리게 만드는 카리스마가!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미친놈아 왜 너까지 외쳐!?”
케인은 당황해서 앨콧을 말렸다. 앨콧이 뭔가에 홀린 것처럼 죄수들 사이에 끼어 태현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설득 스킬이 플레이어한테도 먹히나!?
“미, 미안. 분위기가 순간….”
“음. 그럴 때가 있긴 하지. 이해한다.”
케인은 바로 이해했다.
김태현 하는 짓을 보다 보면 순간 정신줄을 놓게 될 때가 있긴 해!
“그런데 여러분.”
“?”
“그 세 명 안 구하나요? 끌려간 지 꽤 됐는데….”
“…아.”
지금쯤 키메라로 종족 변환 이미 끝나고 남았겠다!
“지금 바로 구해야… 아니. 구할 필요가 없잖아?”
“그러게? 이미 필요한 거 없는데? 오히려 죽여야 하지 않나? 이 자식들 목에 현상금이 얼마인데.”
“헉. 잘 됐다. 온 김에 쟤네들도 잡아가자.”
빠르게 목적 전환!
여기까지 온 김에 부수입도 좀 얻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