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094화 (1,093/1,826)

§ 나는 될놈이다 1094화

‘이 자식 나 없는 사이에 뭐 매수라도 했나?’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그렇게 빨리 찾을 수가 없다!

그 세 놈이 무슨 <여기에 석판을 묻었습니다> 표지판을 세워 놓은 게 아니라면….

-왜. 벌써 찾으면 안 되냐?

-아, 아니. 대단해! 대단하단 거지.

-요새 상황은 어떻지?

-아주… 장난 아니지.

-…앨콧. 정보 전달력이 케인 수준인데….

-아, 아니. 네가 직접 봐야 안다니까. 말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준이 아니야.

앨콧은 긴장한 채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앞에는 살벌하게 휘날리는 눈보라 사이로 모습을 힐끗힐끗 드러내는 거대한 요새가 있었다.

[<고대 제국 감옥 요새>를 발견했습니다!]

[<고대 제국 감옥 요새>는 고대 제국이 죄인들을 가두기 위해 만든 철혈의 요새입니다.]

[<고대 제국 감옥 요새>에는 고대 제국 마법사들이 걸어 놓은 강력한 저주가 걸려 있습니다.]

[<북풍의 바람>이 침입자들을…]

[……]

[……]

휘이이이잉-

접근하기도 전에 살벌함이 느껴지는 맵은 오랜만이었다.

죄수들을 가두기 위해서였는지 요새 벽은 장난 아니게 높았고, 겉모습 또한 육중했다.

온통 시꺼먼 색으로 칠해진 칠흑의 요새!

마치 온몸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들어오면 죽는다!

‘뭐 이런 곳에 이런 요새가 있냐?’

프로즈란드에 이런 곳이 있다고는 앨콧도 처음 들었다. 플레이어들도 아마 이런 거대한 요새가 있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으리라.

강력한 마법과 추위로 가려져 있었으니….

끼이이이익-

그렇게 쳐다보는 사이 요새의 문이 막 닫히기 시작했다.

-그렇군. 앨콧. 잘 부탁한다.

-어?

-들어가서 염탐해야지. 기회를 놓치면 안 되잖아.

-아니. 야. 방금 위험하다고… 혼자서는 좀….

-하지만 세계 최고의 암살자인 너라면 할 수 있겠지. 믿는다.

믿는다!

태현이 ‘믿는다’고 말하는 건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과 그 무게감이 달랐다.

그 김태현이 믿어준다니!

앨콧은 순간 정신줄을 놓고 대답해 버렸다.

-…나만 믿어라!

-그래. 곧 간다.

“…….”

내가 미쳤나?!

1초 만에 돌아온 정신줄!

앨콧은 양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괴로워했다. 아니, 왜 내가….

‘아오… 김태현 이 자식이 점점 더 악랄해지고 있어…!’

예전에는 채찍질에만 능숙했던 놈이 이제는 당근질도 능숙해지고 있다!

‘…잠깐만. 석판 찾았는데 굳이 요새 들어갈 필요가 없잖아?’

그걸 앨콧이 깨달은 건 이미 요새 안으로 잠입한 뒤였다.

* * *

“흠. 케인한테 하던 게 앨콧한테도 통하는군.”

태현은 신기해했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다 통하려나?

나중에 실험해 봐야겠다!

“어?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아니야. 자. 석판 챙겼으니 움직이자.”

“근데 김태현. 석판 찾았으면 빠져도 되는 거 아니야?”

케인의 말에 일행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앨콧을 버리자고?”

“와. 그건 좀….”

“아, 아니. 나오라고 하면 되지!”

“이런 퀘스트를 그냥 내버려 두고 가면 안 되지. 케인. 깰 수 있을 때 깨야 하지 않겠냐? 다른 놈들이 와서 깨버리면 어쩌려고?”

태현은 기본적으로 사고방식이 달랐다.

일반 랭커가 지금 깨기 어려운 퀘스트를 보면 ‘음 피했다가 나중에 깨야겠다’ 하고 생각한다면….

태현은 지금 깨기 어려운 퀘스트를 보면 ‘음 피하면 다른 놈들이 가져갈 수도 있으니까 지금 어떻게든 깨봐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

‘아주 이세연하고 하는 짓이 똑같아요.’

최상윤은 그렇게 생각했다. 고대 거인 잡겠다고 계속 들이받고 있는 이세연하고 사고방식이 똑같았던 것이다.

물론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아무리 친구라도 그런 말 했다가는 진짜 PK 당할라!

‘현실에서도 PK 당할지도….’

[<고대 제국 감옥 요새>를 발견했습니다!]

[<고대 제국 감옥 요새>는 고대 제국이 죄인들을 가두기 위해 만든…]

요새를 발견한 일행들은 앨콧이 왜 겁을 먹은 건지 깨달았다.

보통 요새는 성보다 작은 단위였다.

도시>마을.

성>요새.

이런 느낌!

벽도 낮고 방어력도 낮고 나오는 병사 NPC들 레벨도 좀 낮아야 하는데….

이 <고대 제국 감옥 요새>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뭔 죄수를 가두려고 이렇게까지…?”

“저건 요새 벽 타고 넘어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겠는데?”

“케인. 할 수 있겠냐?”

“…지금 설마 내 팔이 여섯 개라고 물어본 건 아니지?”

“그, 그냥 물어본 거야.”

최상윤은 급히 말을 돌렸다.

이 자식 예리해졌어!

“으음. 어렵긴 하겠군.”

태현은 요새 주변을 돌며 가볍게 견적을 냈다.

단순히 높고 가파르기만 한 거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레벨이 높으니 시간만 있으면 올라갈 수 있겠지만….

[<고대 제국 감옥 요새> 성벽에 깃든 강력한 마력이 침입자를 방해합니다!]

[<고대 제국 감옥 요새> 성벽에서 <진노의 파동>이…]

[……]

[……]

[……]

벽을 잡고 타고 오르려는 순간, 벽이 온갖 방식으로 방해를 해오는 것!

이렇게 되면 태현 말고는 오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화신은 오를 수 있냐고 카르바노그가 당황해합니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성벽이 갑자기 솟구치고 물처럼 흘러내리고 진동한다지만 뭐 잘 버티면….

[…아키서스의 화신이 아닌 등산의 화신이라고 카르바노그가 중얼거립니다.]

‘앨콧은 요새 성문 닫히기 전에 따라 들어갔나? 열어달라고 해야겠군.’

-앨콧? 문 몰래 열어줄 수 있겠냐?

안의 분위기가 어떤지는 몰랐지만 앨콧이 문을 열 수 있다면 커다란 도움이 되리라.

물론 열 수 있다면!

-앨콧? 야. 앨콧. 너 뭐하냐?

그러나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앨콧 죽었나 본데?”

“벌써?!”

“아니 간 지 얼마나 됐다고! 이 자식 암살자 때려치우라고 해!”

일제히 쏟아지는 불평!

“죽진 않더라도 지금 꽤 곤란한 모양이군. 음. 어쩐다….”

“성벽을 부술까요?”

“아니. 부수면 어그로를 너무 끌겠지. 안에 누가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인데.”

“날아다니는 탈것은….”

“그것도 마찬가지겠지. 보통 탈것 타고 들어가면 눈치를 챈다고.”

판온에서 방어가 좀 잘 되어 있는 곳은 탈것 타고 들어갈 수 없게 대비가 되어 있었다.

보통 <비행 생물 감지> 마법이나 <조류 감지>, <드래곤 감지>….

[보통 <드래곤 감지>까지는 안 쓴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근처에 산으로 기어 올라가서 낙하산 타고 날아 들어가야겠군. 기계공학 아이템까지는 대비 안 되어 있을 테니까.”

인기 없는 스킬을 파면 이럴 때 편했다.

허점을 뚫을 수 있는 것!

“앨, 앨콧이 연락 안 되는 거 보면 위험한 거 아니냐?”

“잘됐네. 아다만티움 장비 실험해 볼 수 있겠네.”

“…….”

* * *

요새 문이 닫히기 전에 간신히 따라 들어간 앨콧은 재빠르게 움직였다.

앨콧의 은신 스킬은 매우 높았지만, 스킬만 믿고 까불기에는 판온은 만만치 않은 게임!

적절한 컨트롤이 필요했다.

[<고대 제국 감옥 요새>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강력한 마력으로 인해 횃불이 꺼집니다!]

[<고대 제국 감옥 요새> 안에는 강력한 방해 마법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스킬 실패 확률이 올라갑니다.]

[……]

“…….”

앨콧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잠깐, 잠깐, 잠깐…!

[프로즈란드의 냉기가 당신의 뼛속을 파고듭니다!]

‘아오!’

횃불이 너무 편해서 잊고 있었는데 여긴 프로즈란드였다!

앨콧은 투덜거리며 재빨리 포션을 꺼내 마셨다. 얼어붙지 않으려면 계속 먹고 마셔야 했다.

-크르릉.

“?”

[<고대 제국 감옥 사냥개>가 수상쩍은 냄새를 감지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아오!’

“무슨 일이냐?”

-크릉. 크르릉. 크릉.

“뭐? 침입자가 들어왔다고? 아까 데리고 온 놈들하고 착각한 게 아니라?”

키메라 죄수들이 사냥개의 그르렁거림을 듣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은신이 깨졌나?!’

앨콧은 기겁했다.

은신이 실패했거나 아니면 저 사냥개가 생각보다 더 강했거나….

어쨌든 움직여야 했다.

‘안전한 곳. 일단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해!’

모르는 지역에서는 일단 안전한 곳을 찾고 움직여야 했다.

다행히 이 요새 안은 더럽게 넓었다. 곳곳에 감옥으로 보이는 건물들도 꽤 있었고.

이 중 하나에 들어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크르르릉!

[<고대 제국 감옥 사냥개>가 울부짖습니다!]

[<고대 제국 감옥 사냥개>가 분신 추적 스킬을 사용합니다!]

[<고대 제국 감옥 사냥개>가 늘어납니다!]

“…….”

앨콧은 울고 싶어졌다.

내가 미쳐 가지고 혼자 들어와서…!

-야. 앨콧. 뭐하냐? 나 좋은 퀘스트 찾았는데 같이 깰래?

친구 크로포드에게서 귓속말이 날아왔지만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걸음아 나 살려라!

-크르릉! 크릉!

-크릉!

사방에서 나타나는 사냥개들!

거리가 좁혀지면 은신 스킬이 완전히 깨질 수 있었다. 그러면 죄수들한테도 쫓긴다!

앨콧은 필사적으로 달리고 벽을 타고 지붕 위를 넘었다. 어떻게든 놈들을 따돌려야 했다.

* * *

[<고대 제국 감옥 요새>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고대 제국 감옥 요새> 안에는 강력한 방해 마법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스킬 실패 확률이 올라갑니다.]

[<아키서스의 화신>입니다. 저항에 성공합니다.]

‘이런. 스킬에 페널티 주는 맵이군.’

플레이어들이 제일 싫어하는 곳 중 하나가 이런 곳이었다.

스킬 실패 확률 올라가는 곳!

보통 이런 곳은 난이도가 몇 배로 뛰었다.

평소라면 무리 없이 썼을 스킬들이 발목을 잡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태현에게는 이런 페널티가 별 의미가 없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야기가 달랐다.

“으악! 조종! 조종 틀어진다! 김태현?! 이거 대충 만든 거 아냐?!”

“에휴.”

-아키서스의 축복!

[아키서스의 축복을…]

[……]

태현이 일행의 행운을 올려 버리자, 그제야 페널티가 풀렸는지 조종이 제대로 되기 시작했다.

태현이 기계공학 스킬이 몇인데 이런 간단한 낙하산을 잘못 만들 리는 없었다.

요새의 페널티!

“스킬에 페널티 붙는 곳이니까, 스킬 쓸 때 조심해라.”

“후후. 그 정도는 미리 짐작하고 있었지.”

“…….”

태현은 케인이 저러자 갑자기 불안해졌다.

저놈 저거….

그들을 따라온 <국제강도연합>의 길드원들도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보통 영화 보면 저런 놈들이 사고 치지 않나?”

“케인 저놈 우리보다 더 뻔뻔한 것 같아.”

[현재 아탈리 왕국의 국왕입니다!]

[<고대 제국 감옥 요새>의 관해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고대 제국 감옥 요새>는 고대 제국의 왕족들과, 귀족들, 위험한 범죄자들을 가두는 시설입니다.]

[아탈리 왕국의 귀족들의 먼 선조들도 여기 갇힌 적이 있습니다.]

‘흠. 그렇군.’

국왕이라는 신분 덕분에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

[현재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입니다!]

[현재 아키서스의 화신입니다!]

[<고대 제국 감옥 요새>의 관해서 숨겨진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고대 제국 감옥 요새>에는 아키서스 교단의 사제나 성기사들도 갇힌 적이 있습니다.]

“…….”

[…….]

왜 여기서 재회를 하는 건데…!

‘시설 찾고 싶었지 NPC를 만나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솔직히 아키서스 교단 NPC는 만나고 싶지 않다!

그냥 권능이랑 시설만 줘!

나머지는 알아서 할 테니까!

[카르바노그가 괜찮다고 위로합니다. 역사가 기니 다른 교단 NPC들도 잡혀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거야 그렇겠지만, 선신 교단 중에서는 아키서스 교단이 가장 많이 잡혀 있을 것 같단 말이지.’

[…….]

‘카르바노그? 거기서는 아니라고 해줘야지?’

[카르바노그는 못 들은 척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