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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087화 (1,086/1,826)

§ 나는 될놈이다 1087화

언제나 상황이 꼬였을 때를 대비한 플랜 B가 필요한 법!

앨콧은 자기의 준비성에 스스로 뿌듯해졌다.

김태현한테 하도 많이 당하고 나니 이런 식으로 준비를 하게 됐….

‘아니. 잠깐. 슬퍼지는데.’

“그래서? 무슨 수작을 꾸미고 있길래?”

“아. 그게.”

앨콧은 헛기침을 한 번 했다. 그 모습에 케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기 길드의 약점을 말하는 것에서 죄책감 느끼나?’

물론 아니었다. 앨콧은 그냥 헛기침한 거였다.

앨콧은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요즘 진행되고 있는 일들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악마하고 손잡고 오스턴 왕국에서 일어나는 악마 토벌은 전부 다 일시중지하기로 했어.”

“저런 못된 놈들!”

케인은 울컥해서 외쳤다.

아무리 김태현한테 많이 당했어도 그렇지!

악마하고 손을 잡다니!

“어… 음….”

“케인. 민망하니까 화내지 말자.”

그러나 다른 일행들은 케인과 달리 분노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악마 이용하는 건 태현의 주특기였으니까!

“아, 아니. 우리는 착한 이용이고 쟤네는 나쁜 이용….”

“네 멘탈은 감탄이 나오지만… 어쨌든 길드 동맹이 악마하고 손을 잡았나. 으음. 머리 잘 썼군.”

태현은 감탄했다.

좋은 계략은 원래 실패해도 손해 볼 거 없고, 성공하면 이득이 많이 남는 계략이었다.

지금 길드 동맹이 한 짓처럼!

실패해도 길드 동맹이 직접 내려오는 게 아니니까 손해 볼 거 없고, 성공하면 너무 너무 너무 통쾌해서 며칠간은 푹 잠을 잘 수 있겠지.

‘내가 게임 접으면 길드 동맹에서 축제 열리지 않을까?’

[길 가다가 넘어지기만 해도 그 날이 축제일이 될 거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태현이 자주 쓰는 짓인데 길드 동맹이 따라 하다니.

원작자로서 배가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얄밉긴 하군.’

“대책 고민 안 하냐?”

“뭔 대책? 아. 길드 동맹 영지로 들어가서 역병을 뿌리는 거? 그건 좀 고민 중이었는데.”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이런 미친놈이 뭔 흉악한 꿍꿍이를 꾸미고 있어?!

“악마들이 곧 여기로 올 거 아니야.”

“아. 그거. 뭐 그렇겠지.”

“…그러면 준비해야 하는 거 아냐?”

악마와 상대하는 건 언제나 무시무시한 난이도의 퀘스트였다.

마계가 열린 건 비교적 최근!

그 전까지 악마만 나오면 플레이어들은 일단 쫄고 봤다.

그러나….

“뭘 이제 와서 새삼.”

“시험 벼락치기 하는 사람 치고 좋은 성적 나오는 사람 없는 법이죠.”

“맞아. 평소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담담하게….”

“????!”

앨콧은 기겁했다.

얘네들이 단체로 미쳤냐?!

“야! 악마라니까?! 악마라고!”

“악마인 거 알아. 들었어 인마.”

예전이었다면 악마 온다는 말에 기겁을 했을 것이다.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NPC들 빌리고 준비를 했겠지!

그러나….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이제 와서 악마 좀 온다고 해서 겁을 먹지는 않았다.

그러기에는 태현이 쌓아 올린 게 너무 많았던 것이다.

특히 이 골짜기는 악마 군세 좀 온다고 해서 털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아키서스 교단의 본문!

거기에 설치된 수십 개의 신전!

안에 우글거리는 성기사들과 사제들(태현은 이들의 전력이 아직도 좀 수상쩍었지만 최근 활약을 보면 너무 뛰어났다)!

외곽에는 삼중 성벽에 각종 무시무시한 방어 시설!

거기에 최근에는 고렙 플레이어들까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이런 곳을 친다고?

솔직히 오라고 하고 싶었다.

‘경험치가 짭짤하겠군.’

“악마 대공이 직접 오는 거 아니면 걱정 안 해도 돼. 오히려 영지 플레이어들만 신나게 생겼는데.”

“그러게요? 앗. 장사 준비해야…!”

영지 플레이어들에게는 신나는 퀘스트일 것이다.

와! 저기 경험치가 성벽 밑에서 굴러다녀!

“성수, 축복 걸린 무기, 축복 걸린 화살, 은 화살도 좋겠군.”

“축복 걸린 폭탄은….”

“그건 기계공학 좀 익힌 놈들만 쓰게 하거나 성벽 밖에서 쓰라고 해. 성벽 위에서 폭탄질하는 놈 있으면 던져 버린다고 전해.”

당구에서 300 이하는 마세 금지라는 말이 있듯이, 골짜기에서도 비슷한 룰이 있었다.

기계공학 스킬 중급 미만은 길거리에서 폭탄질 금지!

“그 정도면 되겠지? 곧 악마 온다고 경보 걸면 다들 좋아할 거야.”

“네. 그 정도면 될 것 같은데요.”

“…….”

앨콧은 정신줄을 붙잡고 둘의 대화를 들어야 했다.

‘이 자식들…! 나중에 악마한테 탈탈 털리고 후회나 하지 마라!’

“네 얼굴에 불만이 가득해 보이는데. 앨콧.”

“앗. 저놈 첩자 아냐?”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하냐! 악마를 너무 만만히 보고 있어서 그렇지.”

“만만히 보고 있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있는 건데. 우리 영지를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게 너 아니냐? 그리고 앨콧. 퀘스트 같이 깨자고 왔으면서 악마들 세다고 하면 나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냐? 그렇게 세면 난 영지에서 애들 도와줘야지.”

“…!”

아…!

그, 그러네?!

“생각해 보니 너 없어도 사람들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거 같다!”

“이 자식 재수 없는 거 봐. 지 영지 아니라고 아주….”

“선배. 그냥 쫓아내죠.”

“아니 진짜 좋은 퀘스트라고! 내가 왜 전설 퀘스트 핵심 정보 갖고 왔는데 푸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앨콧은 이 불합리한 상황에 울부짖었다.

“흠. <화산의 저주>… 아쉽긴 하지만 해결을 할 수 있다면 하는 게 좋지.”

앨콧 말대로 화산의 저주가 어디까지 심해질지도 모르는 데다가, 무엇보다….

전설 퀘스트는 깰 수 있으면 깨는 게 무조건 이익이었다.

그 경험치와 보상을 어디서 얻겠는가.

“그런데 솔직히 난, 내가 해결 안 해도 누가 해줄 줄 알았거든?”

태현은 안 아쉬웠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쉬운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진짜 뭐하고 있냐 다들?

“이세연은 요즘 뭐하고 있는지 알아?”

“아직 산맥에서 고대 거인 잡고 있어요.”

“진짜!?”

“네. 방송으로 나오던데요.”

“망했으면 좋겠군.”

태현의 중얼거림을 모두가 못 들은 척했다.

우린 못 들은 거야!

“아니면 삐끗해서 밑으로 떨어진다던가… 아니면 거인한테 잘못 맞아서 장비를 잃어버린다던가….”

“태, 태현 님. 본론으로 돌아오죠.”

“아. 미안.”

앨콧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물론 랭커들 중에 이 퀘스트를 진지하게 깨려는 놈들도 꽤 있다. 길드 동맹에서도 깨려고 하고 있고.”

<화산의 저주>는 정말 사방에 민폐를 뿌리고 있었다.

당연히 모두가 깨려고 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런 건 깨려고 한다고 해서 무조건 깰 수 있는 게 아니지. 능력! 능력이 있어야 해.”

“지금 저거 지 능력 있다고 저러는 거냐?”

“와. 진짜 재수 없는 놈이네.”

최상윤과 케인이 중얼거렸지만 앨콧은 무시했다.

“그리고 난 그럴 능력이 있다. 실제로 <길드 동맹>의 추적대를 풀어서 그 <국제강도연합> 길드원 놈들을 붙잡았단 말이지.”

“네 능력이 아니라 네 부하들 능력….”

“케인. 그만 놀리고 좀 듣자. 어쨌든 앨콧. 그래서 붙잡아서 놈들의 위치를 들었으면 가서 끝낼 일이지 왜 이러고 있는 거냐?”

“…….”

앨콧은 우물쭈물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놈들이 프로즈란드로 튀었다는군.”

“!”

“!!!”

프로즈란드!

판온의 수많은 미개척지 중 그나마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이었다.

케인의 영지인 노드란체에서 더 북쪽으로 가면 나오는, 춥고 황량한 얼음의 땅!

탐험가 플레이어들이 미개척지를 돌아다니면서 공략 영상을 올리는데, 이 덕분에 프로즈란드도 어느 정도 정보가 있었다.

“그 또라이들은 왜 프로즈란드로 간 건데!”

케인은 분노해서 외쳤다. 앨콧은 당황해서 물었다.

“쟤는 왜 저래?”

“아. 케인은 프로즈란드로 날아간 적이 있거든.”

프로즈란드로 날아간 케인은 권능 찾아 헤매던 갈락파드와 만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오래 있지 않았는데도 끔찍한 추억!

갈락파드의 갈굼을 받느니 차라리 태현의 갈굼을 받는 게 나았다.

“머리 잘 썼네. 하긴, 위험한 곳으로 가야 덜 쫓아오겠지.”

화산지대나 얼음지대 같은 곳으로 가야 좀 덜 쫓아오지 않겠는가!

게다가 지금 프로즈란드도 <화산의 저주> 때문에 좀 갈 정도로 변했을 것이다.

“김태현. 같이 가서 놈들을 붙잡자고! 너희 파티(케인 제외)라면 충분히 거기서도 활약할 수 있을 거야!”

“방금 저 자식 나 힐끗 쳐다보지 않았냐??”

케인은 수상쩍어했지만 앨콧은 진지했다.

* * *

“좀 더 뜯어낼 줄 알았는데.”

“아니. 솔직히 저 정도 정보면 귀한 거 맞아.”

태현은 앨콧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화산의 저주> 퀘스트는 깰 수 있으면 무조건 깨는 게 좋은 퀘스트!

그리고 솔직히 앨콧이 갖고 온 정보는 정말 대단한 정보긴 했다.

지금 드래곤의 보물을 갖고 튄 놈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제보하고 있는 정보 아닌가.

“그리고 너희 앨콧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인 건 알고 있지?”

“아니 그딴 놈이?”

“…앨콧이 지금 길드 동맹 간부 중 한 명이잖아….”

“아…!”

태현의 말에 케인은 무릎을 쳤다.

생각해 보니 그랬었지!

“그런 놈이 우리한테 협조하고 있는 거니까 좀 챙겨줘야지. 삐져서 협조 안 하면 어쩌려고.”

“…….”

“…….”

태현의 말에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우리….

엄청 괴롭히지 않았나!?

물론 앨콧은 일행이 괴롭히든 말든 이제 와서 배신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지만, 일행은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윽. 앞으로 조금은 잘 대해줘야겠다.’

“그리고 프로즈란드는 좋은 곳이야.”

“뭐? 뭐가 좋은 곳이라고?”

[죽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냐며 카르바노그가 의아해합니다.]

“새로 맞춘 장비 시험하기 좋은 곳이라고.”

“아…!”

일행의 얼굴이 환해졌다.

앨콧 때문에 놓치고 있었는데, 태현은 아다만티움 작업을 끝내고 온 것이다.

그렇다.

드디어 완성된 것이다!

“이, 이런 걸 받아도 되나요? 정말?”

“다 같이 퀘스트를 해서 받은 건데 왜. 부담 갖지 말라고.”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 안 했다고. 편하게 입으면 그만이지.”

“넌 부담 좀 가지고 입어라.”

“!?”

케인은 갑자기 날아오는 구박에 당황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파아아앗!

그러나 그런 당황도 장비를 입자 사라졌다.

‘이건… 이건 정말…?!’

‘사기적이다! 태현이 이 자식 진짜…! 뭘 만든 거야!?’

최상윤은 장비의 옵션에 경악했다. 최상윤은 회피와 컨트롤로 싸우는 근접 딜러. 당연히 가벼운 갑옷을 입어서 방어력이 낮은 편이었는데….

이 아다만티움 갑옷은 가벼운 갑옷 형태로 만들었는데도 사기적인 방어력을 갖고 있었다.

어중간한 중갑 뺨 때리는 방어력!

뭐 이런 사기템이 있냐?!

‘경매장 올라오면 뒤집어지겠군….’

이 장비 하나 가지기 위해서라면 대형 길드들이 전쟁을 감수할 것 같았다.

만약 이런 갑옷을 길드의 랭커한테 입힌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영지전에서 괴물이 하나 나오는 셈 아닌가.

아무리 아다만티움이어도 그렇지!

“이거, 사람들이 아다만티움으로 장비 만들면 이 정도 옵션이 나오는 거 알고 있을까?”

“글쎄? 대략적으로 좋게 나올 거라고 짐작은 하더라도….”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 이건 베켈프의 도움에, <태초의 불>에, 태현의 대장장이 기술 스킬, 기계공학 스킬,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스킬 등등까지 다 합쳐서 만들어 낸 걸작이었다.

태현보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는 있어도, 이런 걸 다 갖고 있을 플레이어는 없을 것 같았다.

“모르지 않을까?”

“…한동안은 최대한 숨기자. 다들!”

최상윤은 강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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