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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084화 (1,083/1,826)

§ 나는 될놈이다 1084화

남부 쪽에서 ‘우리가 힘을 합치면 국왕도 덤빌 수 없다!’ 하고 까불던 귀족 영주 NPC들은 지금 초비상 상태!

갑자기 도시 한 곳만이 아니라 여러 도시가 공격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 * *

-밀레네 백작! 네 백성의 피가 정의를 원한다! 나와라, 비겁한 녀석! 나와서 정의의 심판을 받아라!

-무슨 헛소리냐. 이 무뢰한 같은 모험가 놈들! 이러고도 너희가 무사할 것 같으냐! 감히 내 도시를 공격하다니! 이 아탈리 왕국을 무시하는 것이냐! 왕국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다! 왕국의 다른 귀족들이….

-애들아, 저 헛소리 들어줄 거 없다! 공격! 공격 개시!

-이, 이 모험가 놈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말해봐라! 내가 세금을 좀 많이 걷고 백성들을 부려먹긴 했지만 그건 딱히 잘못이 아니지 않느냐!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별생각 없이 그럴듯하게 던졌다가 제대로 맞춘 플레이어들은 급히 말을 바꿨다.

그래!

그래서 우리가 널 공격하는 거야!

-밀레네 사람들을 도와주자!

-공격! 공격!

-저, 저 미친놈들 같으니… 빨리 다른 백작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라!

-국왕에게도 연락을 보낼까요?

-그걸 말이라고 하냐! 빨리 보내라!

안 그래도 틸라우 도시가 웬 모험가 놈들에게 점령당한 것 때문에 귀족들은 겁에 질려 있었다.

알아서 잘 막겠지 했는데 이 멍청한 틸라우 백작이 그대로 도시를 잃어버린 것이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태현에게 연락을 보낼 정도!

물론 태현은 펠마스를 아주 잘 써먹었다.

-나 계속 없다고 해라.

-예! 알겠습니다!

* * *

“지금 대충 틸라우, 피넬레, 밀레네, 트레움 이 네 명의 백작이 사라질 것 같은데….”

틸라우는 이미 점령됐고 나머지도 시간 문제에 가까웠다.

버티더라도 이기지는 못할 것!

“그러면 나머지 애들이 덤비더라도 솔직히 별문제가 안 되잖아.”

귀족 NPC들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아탈리 왕국 내전!] 이런 퀘스트를 일으켜도 이제 별로 무섭지가 않았다.

올라오기 전에 김태산, 유 회장, 우드스탁, 기타 등등 길드들의 영지하고 싸워야 할 테니까!

“이 정도면 내 마음대로 왕국을 돌려도 될 것 같아서.”

“확실히….”

이다비는 태현의 말에 동의하고 감탄했다. 확실히 태현은 그녀보다 넓은 시야를 갖고 있었다.

이다비는 지금 골짜기 플레이어들한테서 어떻게 돈을 뜯어낼지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왕국 전체에서 뜯어내는 걸 고민해야 할 때!

“일단 골드도 넉넉해졌겠다, 왕국 병사들 숫자 늘려볼 생각이야.”

길을 깔고 곳곳에 병사 NPC들을 배치하면 각종 효과가 나왔다.

치안 상태가 좋아지거나 몬스터나 도적들이 잡힌다거나….

그리고 가장 좋은 건 세금이 안 걷히던 곳에서 세금이 걷어진다는 것!

‘왕국의 빈 땅에 새로 마을이나 요새 지으면서 확장 좀 시켜야지.’

골짜기도 지금 거의 꽉 찼으니 밖으로 영지를 넓힐 때가 된 셈!

“태현 님.”

“응?”

“파워 워리어한테 맡겨주세요!”

“개척을? 별로 남는 거 없을 텐데?”

새로운 마을이나 요새를 짓는 퀘스트는 별로 좋은 퀘스트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초보자들이 하기 좋은 잡일 퀘스트!

재료 주워오고 건물이나 벽을 쌓는, 난이도는 낮은 대신 보상은 적은 퀘스트였던 것이다.

“아니요. 물론 보상은 적지만, 걔네들은 남는 게 시간이니까요.”

“…너희 길드원이야…!”

자기 길드원이라도 냉정하게 판단하는 이다비!

“그리고 이건 미래를 위한 투자에요.”

“?”

“새로 만들어지는 마을이나 요새에 미리 상점 건물 같은 거 사놓으면 나중에 대박이 나니까요.”

언제나 답은 부동산이다!

별생각 없이 사둔 골짜기의 건물과 땅들이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변하는 걸 본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었다.

-아, 정답은 땅에 있었구나!

-흙은 답을 알고 있다!

-길마님께서는 이걸 알고서 그렇게 우리를 갈구신 것인가…!

그런 그들이라면 ‘애들아 무급으로 마을 짓는 퀘스트할래?’라는 제안에도 ‘네!!! 시켜만 주세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그래. 파워 워리어가 맡아주면 나야 좋지.”

다른 대형 길드들이 영지에 들어와서 장사하는 것보다 <파워 워리어>가 훨씬 더 믿음직스러웠다.

태현의 명령 한 마디에 온갖 협잡질… 아니, 공작을 벌일 수 있는 것이 <파워 워리어> 아닌가!

그렇게 아탈리 왕국의 내부 공사 퀘스트가 시작되었다.

다른 대형 길드들과는 전혀 다른, 소박하고 조용한 시작이었다.

* * *

“으음. 저 동상들은 바깥으로 치우자.”

“아니. 아깝게… 저게 다 폐하의 권위 아닙니까?”

펠마스는 슬쩍 아부를 하려고 했다.

태현이 없는 사이 했던 일들 중 찔리는 게 너무 많았던 것이다.

그중 하나가 사람들이 미쳐 날뛰는 사이 세금을 늘리려고 했던 일!

물론 다들 알아서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세금 올려주세요!’이러던 때긴 했지만, 태현이 누구를 족치겠는가.

“펠마스.”

“예?”

“네 동상도 만들어줄까?”

“아, 아니…!”

[카르바노그가 자기 동상은 어디 가고 뭐 저런 놈 동상을 만들어주냐며 화냅니다!]

펠마스는 감격했다.

태현이 저렇게 보여도 자기를 정말 생각해 주고 있었구나!

“감사합니다, 폐하! 사실 제가 제 입으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갈락파드보다 더 많은 공을 세워오지 않았습니까!”

“그래. 저기 서라.”

“예?”

“저기 서라고. 그대로 동상으로 만들어줄게.”

“…….”

펠마스는 갑자기 겸손해졌다.

“생각해 보니 저는 아직 동상이 만들어질 자격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갈락파드가 좋을 것 같군요.”

“그래. 네 겸손함을 보니 좋구나.”

태현은 한숨을 쉬며 대로와 광장을 쳐다보았다.

태현이 한숨을 쉬는 이유가 있었다.

“…….”

[…….]

못 보던 사이에 엄청나게 생긴 급조 동상들!

하늘성 사라지고 날뛰던 플레이어들이 ‘야 동상 만들면 김태현이 화를 풀지 않을까?’ 해서 급조한 동상들이었다.

몇 개는 제법 솜씨가 뛰어난 이들이 만들었는지 그럴듯하고 효과도 좋았지만, 대부분은 솜씨가 들쭉날쭉했다.

안 그래도 골짜기 바깥을 지키는 삼중성벽에는 기계공학 플레이어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동상이 있는데 뭘 또…!

‘<기계장치로부터 온 신> 스킬 쓰기에는 또 아깝고.’

그러기에는 동상 수준이 별로였다. 결국 태현은 이 동상들을 전부 빼서 영지 밖 어딘가 으슥한 숲 공터에 치우기로 했다.

‘아. 마음 같아서는 그냥 녹여 버리고 싶다. 덩치는 쓸데없이 커다래서….’

철이나 구리, 청동은 기본이고 위에 은이나 금을 덧씌운 것도 있어서 다 녹여내면 꽤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남들이 만들어 준 거라 부수거나 녹이기 까다로웠고, 무엇보다….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입니다!]

[아키서스의 화신입니다!]

[아키서스의 화신을 조각한 조각상을 파괴할 경우 페널티가 있을 수…]

[불운이 닥칠 수 있…]

‘…….’

진짜 개떡 같은 직업!

자기 얼굴 조각상도 못 부수게 하는 게임 시스템!

태현은 어이가 없었지만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거인들. 키메라들. 저 동상들 다 들어서 밖으로 옮겨버려라.”

-저 거인. 폐하 닮았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거인족과 키메라들은 영지 곳곳을 뒤져 각종 동상들을 들고 날랐다.

플레이어들은 별 특이한 곳에 다 동상을 만들어 놨다.

-어떤 멍청한 놈이 화장실 안에 동상을 만들어 놨다. 미친놈인가 보다.

[카르바노그가 저기 자기 동상도 있다고 깜짝 놀랍니다!]

‘뭐? 진짜?’

으슥한 공터에서 동상 치우는 걸 감독하고 있던 태현은 깜짝 놀랐다.

진짜 사람들이 카르바노그 동상도 만들어줬나?

‘하긴 골짜기는 토끼 신세 많이 지긴 했으니….’

카르바노그 축복도 들어간 영지라서, 토끼들이 농사에 여러 도움을 줬다.

덕분에 플레이어들도 토끼를 귀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태현이 토끼 관련 스킬도 쓴 적 있었으니!

‘그래도 좀 신기하군. 용케 토끼 동상을….’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 보였던 것이다.

[저기 발 밑에 있지 않냐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

태현은 그제야 발견할 수 있었다.

태현의 동상 발밑에 조그맣게 조각된 토끼 동상을!

태현은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냥 네 동상도 하나 만들어줄게….”

[카르바노그가 화신이 너무 친절하다며 놀랍니다!]

영지에 사람들도 많겠다, 퀘스트 하나 띄우면 사람들이 우르르 몰릴 것이다.

-다 했다. 다 했다.

-동상 더럽게 많다. 폐하. 꼭 동상을 만들어야 자존감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

“내가 명령한 거 아니거든?!”

태현은 울컥했다.

이 자식들이 누굴 케인으로…!

[<아키서스의 공터>가 완성되었습니다!]

“?”

[?]

뭐가 완성돼?

[<아키서스의 공터>는 수많은 아키서스 동상들을 모아 놓은 곳으로, 아키서스를 향한 진실된 신앙심의 증거입니다!]

‘…딱히 증거는 아닌 것 같….’

그 광기에 신앙심이 있었나?

[주는데 조용히 받자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신성 스탯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 스탯이 50,000에 도달했습니다. <거룩한 신앙심의 동상> 스킬을 얻습니다!]

<거룩한 신앙심의 동상>

동상을 소환합니다. 시전자가 죽을 경우 대신 동상을 파괴합니다.

“…?!?!?!”

태현은 깜짝 놀랐다.

아, 아니….

이런 누추한 곳에서 이렇게 귀한 스킬이…!?

‘대마법사 같은 놈들이나 쓸 법한 희귀한 스킬 아닌가?’

대마법사의 스킬 중에는 자기가 죽으면 대신 파괴되는 성물함을 만드는 마법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최고급 마법 스킬은 찍고 각종 연계 퀘스트를 깨야 배울 수 있는 비전 스킬!

이런 스킬을 그냥 공터에 동상 대충 갖다 놓는 것만으로 얻는다니.

‘…역시 착하게 살아서 복을 받는 것인가.’

[????]

태현은 침착을 되찾고 고개를 끄덕였다.

남들이 자기 얼굴로 동상 만들고 심지어 기념품들까지 만들어서 팔 때 참아 온 보람이 있었다.

이렇게 돌아오지 않는가!

-거룩한 신앙심의 동상.

태현은 망설이지 않고 스킬을 사용했다.

파아앗!

[<거룩한 신앙심의 동상>을 사용했습니다!]

[동상이 나타납니다!]

[동상이 파괴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현재 조각 스킬이 낮습니다. 동상의 외형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현재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동상의 강도에 보너스를…]

나타난 동상은 정말 아름답고 정교하게 묘사된 동상이….

아니었다.

초급 조각 스킬 찍은 것 같은 조각사가 억지로 만든 것 같은 투박한 동상!

들쭉날쭉한 퀄리티의 동상들 사이에 들어가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카르바노그가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참 못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어차피 내구도만 단단하면 되니까 상관없어. 오히려 위장도 되고….’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겨라!

<거룩한 신앙심의 동상>은 아키서스 공터에 정말 잘 들어맞는 스킬이었다.

‘흠. 그렇게 생각하니 투박하게 만든 것도 잘 됐다 싶어.’

[카르바노그가 제발 자기 동상은 뛰어난 조각가가 맡아서 만들게 해달라고 말합니다.]

‘알겠어. 알겠어. 카르바노그. 그런데 내가 직접 안 만들어서 그렇지 내가 직접 만들면 다르다니까. 이건 스킬을 써서 그런 거야.’

[…….]

* * *

화르륵!

하늘성에 있는 <정령의 대장간>은 불이 꺼지지 않고 매일매일 돌아갔다.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를 위한 상급 합금 갑옷>이 완성되었…]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를 위한…]

[……]

교단 사람들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믿음직한 드워프, 베켈프 덕분!

“아! 너무 보람차다! 보잘것없는 내가 하는 일로 교단의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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