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083화
아다만티움으로 만든 장비 세트!
그걸 파티 전원이!
어느 파티도 누리지 못한 호사스러운 장비였다.
태현은 이 날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최고급 대장장이 기술 스킬과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
<태초의 불>을 약하게나마 구현 가능한 대장간과, 그걸 운영할 수 있는 대장장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아다만티움 주괴까지.
정말 많은 노력이 들어간 일이었지만….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완성된다면 태현 파티는 걸어다니는 요새가 되리라!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욕 나오겠군.’
안 그래도 지금 리그에서 태현 파티를 상대하는 방법은 얼마 없었다.
막아내면서 무승부를 노리거나, 태현 이외의 플레이어를 노리거나….
게다가 후자 같은 경우는 잘 통하지도 않았다.
태현이 그렇게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딜러가 따로 돌아서 뒤라도 치려고 하면 그놈부터 먼저 자르고 보는 게 태현!
그런데 그런 일말의 희망마저 사라질 지경이었으니….
물론 그건 걔네 사정이었고, 태현은 최선을 다해 장비를 만들 생각이었다.
권능 스킬 중 하나, <아키서스의 아티팩트 제작>까지!
‘어차피 지금 대장장이 기술 스킬로는 뭘 해도 페널티를 입는다.’
이만큼이나 올렸는데도 아다만티움은 완벽하게 다룰 수 없는 재료였다.
아마 완벽하게 다룰 수 있을 때쯤에는 게임이 끝나지 않을까?
하지만 태현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지금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한다!
거기에다가 아다만티움을 다루는 것만으로도 대장장이 기술, 기계공학 스킬이 어마어마하게 오를 테니까….
태현은 아다만티움 장비를 만들기 위해서 가능한 스킬을 총동원할 생각이었다.
* * *
“영지가 왜 이래?”
돌아온 태현은 갑작스러운 분위기에 당황했다.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은 우리의 신이다!”
“에어컨의 신, 김태현!”
“????”
물론 태현은 객관적으로 인기 있는 영주였다.
다른 대형 길드들은 자기 영지에서 환호를 받으려면 길드원들을 쫙 풀어야 했다.
-아니, 꼭 이런 행사를 해야 합니까?
-쉿. 길마님 영지 오셨을 때 환영 못 받으시면 성질 더러워지신다. 빨리 길에 플래카드 걸어!
이런 행사 정도는 대형 길드의 기본!
그러나 태현은 그런 거 필요 없이 영지에 왔다는 소문만 나면 사람들이 몰려와서 환호를 해댔다.
플레이는 환상적이지, 영지 운영은 거의 퍼주는 수준이지….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건 좀 심한데?’
하지만 오늘 열기는 좀 많이 이상했다.
태현도 처음 보는 수준!
태현이 아무리 인기가 있다고 해도 원래 영지 플레이어들만 나와서 환영을 했지, 다른 대형 길드 플레이어들까지 나와서 환영을 하진 않았다.
태현은 보통 질투의 대상!
마계 가고 싶으니 얌전히 이용료를 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질투가 끓어오를 게 분명했다.
그런데 오늘 자리에는 대형 길드의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김태현! 김태현!”
“폐하!”
그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펠마스가 위풍당당하게 나타났다.
뭘 잘못 먹었는지, 펠마스 근처에는 펠마스를 호위하는 플레이어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은 <아키서스의 이름으로 선선한 영지를 만들자>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미쳤나??’
태현과 같이 퀘스트를 깨느라 정신이 없었던 이다비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불러 급히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게….
-…….
이다비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태현 님. 태현 님.”
“?”
“그게….”
이다비은 빠르고 간단하게 상황 설명을 끝냈다.
에어컨… 아니, 하늘성이 사라지자 난폭해진 플레이어들이 길드 동맹을 아작냈다!
지금 수많은 길드 동맹 플레이어들이 잡혀 와서 감옥 안에 갇혀 있었다.
-풀어줘! 풀어달라고! 이것들아!
-우리 김태현하고 평화 협정 맺었어! 안 들리냐!? 너희 영주하고 평화 협정 맺었다고!
-뭔 놈의 영지가 이렇게 사람 말을 안 들어?!
길드 동맹 입장에서는 기가 막힌 일이었다.
그들도 눈이 있었다.
이건 김태현이 시킨 일이 아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플레이어들이 한 번에 미쳐 날뛰는데?
-김태현이라면 가능할지도….
-김태현이 무슨 최면술사냐!? <화산의 저주> 때문에 우연이 겹친 거야!
-우연이든 뭐든 간에 해결을 해야 할 거 아냐! 김태현은 왜 연락이 안 되는데?
우두머리가 딱히 없으니 어디 가서 따질 곳도, 협박할 곳도 없고….
그나마 상황을 말리는 게 가능한 건 태현 밖에 없어 보이는데 이 자식은 연락도 안 되고….
태현도 빠르게 상황 파악을 끝냈다.
[조금 덥다고 그렇게 난리를 치다니 참 별나다고 카르바노그가 웃습니다.]
하하 필멸자들이란 참!
더위를 안 느끼는 신답게, 카르바노그는 재수 없게 말했다.
상황 파악을 끝낸 태현은 바로 입을 열었다.
“다들 고생….”
“?”
“??”
“…많았다! 너희들의 노력에 나는 감동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김태현이 우리 노력에 감동했대!”
“거 봐!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역시 길드 동맹 놈들을 조지는 게 답이었어!”
“앞으로 놈들이 영지에서 보이면 제대로 밟아버리겠습니다!”
플레이어들은 하늘성이 갑자기 사라진 게, 서로 이기적으로 굴던 모습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길드 동맹 놈들이 영지에서 깝치는데도 서로 자기 일 아니라고 미루던 그 모습!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수많은 플레이어들, 심지어 다른 대형 길드 길드원들도 미쳐서 열심히 영지를 지키겠다고 외치는 모습에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꼬드기기 힘들던 놈들이, 하늘성 한 번 치웠다고 이렇게 나오다니!
“다들 안심하고 자기 퀘스트를 해라! 하늘성은 계속 여기 있을 테니까!”
“와아아아아아아아!”
태현의 말 한 마디에, 주변을 돌아다니며 ‘길드 동맹을 찾아야 해…! 언제 더워질지 몰라…!’ 하던 광기가 갑자기 끝났다.
플레이어들은 갑자기 정신이 든 것처럼 하던 일을 멈췄다.
쫓겨다니던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매우 매우 억울했다.
‘이 자식들이 김태현 말 한 마디에 멈출 거면서 그 난리를 쳐?!’
‘뭐 이런 놈들이….’
한 덩어리로 모여서 날뛰던 플레이어들이 흩어지자 영지는 평소의 모습대로 돌아왔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바쁘게 움직이던 영지!
“평소의 모습이 이렇게 기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케인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그 넓은 도시 대로를 꽉 채우고 외치던 모습은 정말 무서웠던 것이다.
* * *
“풀어줘! 김태현! 풀어달라고!”
“영지의 범죄자를 함부로 풀어주면 어떻게 영지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
태현이 무슨 국왕 NPC처럼 말하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당황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이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잖아!
“헛소리 하지 말고 이 자식아! 우리가 잘못 없다는 거 알고 있잖아!”
“들어보니 광장에서 제작 직업들이 행패 좀 부렸다는데.”
“그… 그건 다들 하는 일이잖아! 그걸로 가두는 놈이 어디 있어!”
광장에서 제작 직업들끼리 경쟁하면서 서로 견제하는 건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었다.
물론 태현은 꼬투리 하나 잡으면 얼마든지 치사해질 수 있는 사람!
“어허! 잘못을 저질러 놓고도 반성할 줄을 모르다니!”
“당장 참형에 처해야 합니다!”
옆에서 케인이 장단을 맞췄다. 길드원들은 이를 갈았다.
“저 팔 여섯 개 달린 놈이…!”
“인성도 걸맞게 흉악해!”
“…당장 처형하자!”
“아, 아니야! 아니야!”
“김태현. 뭘 원하는 거냐! 타협하자!”
원래라면 ‘가둘 테면 가둬봐라!’라고 했겠지만….
지금 상황은 좀 좋지 않았다.
너무 많이 가둬졌다!
지나가는 길드원들부터 시작해서 마계에 있는 정예 파티까지 잡혀서 감옥에 끌려온 것이다.
한창 영지전 해야 하는데!
“일단 남의 영지에서 제작 직업으로 깝치지 않아야겠지.”
“…그건 해줄 수 있다.”
그 정도는 충분히 내줄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명당 소량의 보석금을 받아야겠는데.”
“…그… 그러겠다.”
욕이 나왔지만 그것도 해줄 수 있었다.
감옥 들어가서 나올 때 골드 내는 건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물론 한 명 한 명의 푼돈을 모으면 태현한테는 큰돈이 들어왔다.
‘영지 경매도 그렇고 요즘 이상하게 돈이 잘 모이네.’
태현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태현의 영지는 길드 동맹이 키워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진짜 반성했는지 파악해야 하니까 영지 건설도 좀 하고 가라.”
건설 일퀘 참여 강요!
길드원들은 결국 폭발했다.
빨리 나가서 자기 퀘스트 해야 하는데 건설은 뭔 건설이야!
“작작해 이 자식아!”
“뭐? 허. 죄에 대한 반성이 부족하군.”
“아, 아니….”
“우리가 진짜 급해서 그래 김태현! 좀 봐줘! 건물 난이도나 개수는 좀 줄여달라고!”
태현과 길드 동맹 간부의 열띤 협상!
옆에서 듣고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은 걱정된다는 듯이 이다비에게 물었다.
“길마님. 길마님.”
“왜 그러지?”
“길드 동맹이 <호구 동맹>이라고 불리긴 하지만….”
“…입은 조심하자.”
이다비는 슬쩍 말했다.
태현이야 쑤닝을 욕하고 다녀도 되지만, 파워 워리어 길드원은 그랬다가는 뒤에서 PVP 당해 죽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요즘은 엄청 잘나가지 않나요?”
영지전과 대형 투자로 화려하게 부활 성공!
영토는 다 회복 못 해도 저 정도면 부활한 셈이었다.
“그렇지?”
“그런데 저렇게 싸울 구실을 만들어줘도 괜찮나요?”
새로 들어온 길드원은 매우 상식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었다.
이다비는 그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 줬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왜죠?”
“저걸 안 한다고 안 싸우기에는 이미 원한을 엄청 쌓았으니까!”
화해도 가능한 상대랑 하는 것이었다.
이제 와서 태현이 길드 동맹을 배려해 주고 잘 해준다고 해서 원한이 잊혀지겠는가!
그냥 하던 대로 뜯어낼 수 있을 때 뜯어내는 게 좋았다.
“…!”
길드원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 *
의외로 태현은 상식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물론 강제로 갇힌 사람들한테 일일 건축 퀘스트 던진 것부터가 좀 비상식적이긴 했지만….
-골짜기는 잘 돌아가고 있는데, 밖은 아직 건설이 덜 됐단 말이지. <왕국 가도>부터 시작해서 <왕국 병사 초소>들 좀 곳곳에 지어달라고.
<왕국 가도>는 길이고.
<왕국 병사 초소>는 곳곳에 지어 놓으면 병사 NPC들을 일정 숫자 동원 가능한 건물이었다.
별로 크지도 않은 작은 건물들!
길드 동맹은 상식적인 제안에 안도했다.
‘후. 그래도 김태현이 마지막 양심이 있긴 했군.’
‘시키는 것부터가 양심 없는 거 아닙니까?’
‘누가 그걸 모르냐? 빡치니까 조용히 해.’
귀찮았지만 길드원들이 여럿 덤벼들면 순식간에 끝날 퀘스트들이었다.
길드 동맹 간부는 이를 갈며 말했다.
“이것만 하면 더 이상 요구는 없는 거다.”
“물론이지. 날 믿으라고.”
간부와 길드원들이 우르르 감옥에서 나가는 걸 보며, 이다비가 물었다.
“길이나 초소는 왜 지으시는 거예요?”
“슬슬 왕국 전체도 좀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서.”
태현은 국왕의 자리를 얻었지만 이제까지 자기 영지만 관리하고 있었다.
왕국 전체는 전혀 신경 안 써왔던 것!
이유는 별거 없었다.
나머지 영지의 영주들은 전부 다른 귀족 NPC들이었고, 얘네들은 태현의 말을 더럽게도 안 들었다.
그렇다고 태현이 사방에 적투성이인데 영지전을 벌일 수도 없었고….
그래서 그냥 서로 무시하며 살았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태현의 말을 안 듣던 귀족 NPC들이 거의 다 박살 나기 직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