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065화 (1,064/1,826)

§ 나는 될놈이다 1065화

“…….”

태현의 얼굴에 슬픔이 번져나갔다.

하긴, 아키서스가 그냥 권능을 쉽게 줄 리가 있나!

‘이건 어떻게 여는 거지?’

철컥철컥-

힘으로 시도해 봤지만 어림도 없었다.

“열쇠 없었나?”

“죄송합니다. 열쇠는 찾지 못했습니다.”

드워프들은 미안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저희가 열어보려고 했지만 열리지 않았습니다. 폐하. 그래도 일단 바치기 위해….”

‘이 자식들 대충 안 열리는 상자 준 다음 아키서스 권능 있다고 뻥치는 거 아니겠지.’

[카르바노그가 그건 아키서스나 할 짓이라고 말합니다. 드워프들이 그러지는 않을 거라고 합니다.]

‘하긴 그것도 그래.’

그건 진짜 아키서스나 할 짓!

“흠.”

태현은 고민하다가 1초 만에 결론을 내렸다.

툭-

태현은 상자를 앞에 두고 <고대의 망치>를 꺼냈다.

그리고 풀스윙!

“태, 태현 님!”

“?”

꽝!

[상자를 파괴했습니다!]

[힘 스탯이 오릅니다!]

[악명이…]

[……]

“왜?”

“…예전에 프리카 투기장에서 받은 황금 열쇠 써보시라고 하려고 했는데요….”

“…!!”

이다비의 말에 태현은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그런 아이템이 있었지!

‘조금 기다리고 할 거 그랬다…!’

아키서스 권능 때문에 고민하기 싫어서 바로 행동한 결과가 이것인가!

그러나 상자를 부수는 것도 정답 중 하나였다.

파아아아앗!

[아키서스의 권능을 얻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아키서스의 직업 스킬들의 레벨이 오릅니다!]

[스킬 <아키서스의 주사위>를 얻었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아키서스의 주사위>

랜덤으로 스탯을 골라, 그 스탯을 영구적으로 소모해 아키서스의 주사위를 굴립니다. 나온 숫자에 따른 버프를 받습니다!

*주사위는 행운 스탯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

태현은 멈칫했다. 새로 얻은 권능 스킬은 언제나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던 것이다.

‘일단 스탯 영구 소모해서 버프 거는 스킬이긴 한데….’

태현은 갖고 있는 스탯들을 생각해 보았다.

이 중 좀 소모되어도 괜찮은 스탯은?

‘행운, 공포, 명성, 악명… 이 정도인가. 신성 스탯은 아깝긴 하지만 넉넉하니까 좀 깎인다고 크게 상관은 없긴 하지.’

대신 힘, 민첩, 체력 같은 스탯들이 깎이면 눈에서 피눈물이 날 것!

‘영구 소모면 버프 효과는 좋긴 하겠는데… 아무리 아키서스의 화신이라도 그렇지 이렇게 랜덤한 권능은 좀 쓰기 힘든데.’

소모되는 스탯도 랜덤.

나오는 효과도 랜덤!

‘일단 한 번 써보자.’

스탯이 아깝긴 했지만 이런 건 여유 있을 때 써봐야 했다.

-아키서스의 주사위!

갑자기 태현 위에 거대한 20면체 주사위가 생기더니 회전하기 시작했다.

뚝-

[스탯 행운이 소모됩니다.]

[17! <위대한 폭발의 가호>가 파티 전체에 걸립니다!]

[폭발 관련 스킬에 크게 보너스가 들어갑니다!]

“!”

“!!!”

“!!!!!”

태현 일행은 모두 깜짝 놀랐다.

‘행운 스탯이 소모된 건 좋은데… 이런 식이었나?’

다른 19가지 결과는 뭔지 알 수 없었지만, 일단은 17이 나오면 폭발 관련 보너스가 뜬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카르바노그가 빨리 뭐라도 터뜨리자고 말합니다!]

‘그게 그렇게 쉽게 되냐?’

일단 어떤 스킬인지는 대충 안 것 같았다. 태현은 예전에 챙긴 아이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황금 열쇠>를 꺼냈다.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황금 열쇠:

무엇을 여는 열쇠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지 않습니까?

투기장의 보상!

그때는 기껏 얻은 황금 상자에서 이런 게 나와서 케인한테 화를 냈었는데….

“…근데 이거 안 쓰고 해결했는데 어떡하지?”

“…그러게요….”

이다비도 황당한 표정이었다.

상자가 열리지 않는 순간, 갑자기 그 열쇠가 떠올라서 외쳤는데….

그거 듣기도 전에 그냥 고대의 망치로 상자를 부숴버린 태현!

“나중에 언젠가 쓰지 않을까?”

“그 전에 게임이 끝나지 않을까요?”

“…이다비….”

“앗, 아니에요. 쓸 수 있을 거예요!”

“이제 와서 그래봤자 설득력 없거든.”

옆에서 듣고 있던 갈카드 드워프들이 다가오더니 태현의 열쇠를 보고 놀라워했다.

“폐하. 그건… 고대 제국의 열쇠 아닙니까?”

“응?”

“고대 제국에서 쓰던 열쇠가 분명합니다. 잠깐만 줘보시겠습니까?”

[갈카드 드워프 장로들이 열쇠에 대한 정보를 알려줍니다.]

[열쇠에 관한 지식이 늘었습니다!]

고대 제국의 황금 열쇠:

고대 제국에서 자주 쓰였던 황금 열쇠입니다. 귀한 아이템을 보관하는 창고나 상자를 열 수 있습니다.

“…!”

“아, 아니. 진짜 상자 열 수 있는 거였어요?!”

이다비도 놀랐다!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정말로 열 수 있었을 줄이야!

“태현 님. 부서진 상자 좀 챙겨도 괜찮죠?”

“응.”

[<부서진 고대 상자의 파편>을 얻었습니다.]

[<부서진 고대 상자의 잠금장치>를…]

[……]

이다비는 아이템을 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기 치기 좋겠어!’

잘 갖다 붙인 다음 밀봉해 버리면, 사람들은 두근거리면서 사려고 하겠지!

[카르바노그가 저기 아키서스의 상인이 수상쩍은 눈빛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다비가 그런 눈빛을 할 리 없잖아. 헛소리하지 마.’

[카르바노그가 아키서스의 상인 눈빛이 황금빛으로 빛난다고 말합니다.]

‘아. 이다비는 원래 그랬어.’

[…???]

너희 좀 이상해!

카르바노그의 말은 무시하고 태현은 열쇠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

고대 제국의 열쇠라!

‘확실히 저번보다는 쓸모가 좋아졌는데.’

망치로 후려갈길 때만 해도 살짝 후회했는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더 좋게 됐다.

열쇠를 아낀 셈 아닌가.

‘밑의 놈들한테 가서 다시 말 걸어볼까?’

어차피 지하도시로 내려갈 생각이긴 했는데 열쇠까지 떠오른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물어보면 뭐라도 알겠지!

‘하지만 그 전에 기껏 받은 버프는 써먹어야겠지.’

태현은 드워프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갈카드 드워프들은 대장장이 기술과 마법 위주로 올리는 이들이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일단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높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러분들의 선물 감사히 받았습니다.”

“기뻐하시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태현이 망치 휘둘러서 상자 깰 때만 해도 ‘미쳤나?’ 했던 드워프들이었지만, 속마음은 곱게 접어 안으로 숨겨 넣었다.

“하지만 이렇게 오신 김에 좀 더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니, 그건… 저희는 이만 돌아가고 싶은데….”

“아앗. 거인 놈들하고 싸울 때 맞았던 어깨가 갑자기… 크윽….”

태현은 멀쩡한 어깨를 잡고 신음 소리를 냈다. 그러자 이다비가 깜짝 놀라 말했다.

“태현 님. 괜찮으세요?”

“아, 아니. 난 괜찮아. 크윽. 드워프들한테 피해를 끼칠 수는 없으니까….”

“안 돼요!”

“…….”

[최고급 화술 스킬이…]

[갈카드 드워프 왕국의 공적치 포인트가…]

[친밀도가…]

[……]

“도, 도와드리겠습니다.”

갈카드 드워프 사신단은 너무 순진했다.

아무리 펠마스가 싫어도 그렇지 태현이 싸우는 곳에 순진하게 찾아오면 안 되었던 것!

이제까지 태현이 싸우는 곳에 찾아왔다가 억지로 코 꿰여서 싸워야 했던 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제 드워프들도 그중 하나가 되어야 했다.

“앗. 감사합니다. 갑자기 어깨가 씻은 듯이 나았군요.”

“…….”

“태현 님! 다행이에요!”

“하하. 다른 사람들이 걱정해 줘서 그런 거지.”

“…….”

“…….”

드워프들의 표정이 매우 복잡미묘해졌지만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그러면 일단 성벽부터 만들죠.”

“예? 아니, 폐하. 이 춥고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말입니까?”

“여러분들이 있잖습니까.”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매우 높은 친밀도…]

[그래도 드워프들이 감동을 받지는 않습니다!]

‘칫.’

[카르바노그가 양심 없냐고 묻습니다.]

‘케인한테는 통하던데.’

“아니 폐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무것도 없는 곳에 성벽을 만들 수는 없….”

쿠쿠쿵, 쿠쿵, 쿠쿵-

“…그리고 아까부터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는 뭡니까?”

그 말에 겔렌델 공작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하하. 제가 맞춰 봐도 되겠습니까, 명예로운 오크살육자 폐하?”

“오크살육자는 빼고 맞춰보게.”

“오크들이 있는 거겠지요!”

“…아닐세. 지금 반대쪽 해안가에서 고대 수인족 부족들이 치고 올라와 싸우고 있거든.”

“고대 수인족 부족?!”

“그 무지막지한 놈들 말입니까?!”

“?”

둘 다 안다고?

갈카드 드워프 부족, 겔렌델 공작 모두 알자 태현은 의아해했다.

[카르바노그가 쟤네는 기본적으로 오래 사는 종족이라 정보가 잘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중앙 대륙의 왕국들은 몇 번이고 망했다가 사라져서 고대 제국의 정보도 같이 사라졌지만, 저 멀리 드워프 왕국들이나 엘프들의 왕국은 이야기가 달랐다.

아직 고대 제국으로부터 내려오던 이야기가 꽤 남아 있는 것이다.

“오. 잘 됐군. 어떻게 싸우는지 아나?”

“저희는 해안가 근처의 드워프 부족 하나가 멸망했다는 전승만 들었습니다만.”

“저희도 비슷한….”

“…….”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겔렌델은 오히려 더 타오르는 모양이었다.

“폐하, 이건 선조들의 원한을 갚을 기회입니다! 아주 잘 된 거 아닙니까!”

“그렇게 좋으면 너희 왕국으로 보내줄 테니까 거기서 싸우지 않을래?”

“하하! 농담도 잘 하십니다!”

역시 겔렌델은 자기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은 귓등으로 듣는 타입이었다.

아키서스 교단에 있어도 이상할 것 없는 성격의 인재!

겔렌델은 신이 난 표정으로 검을 뽑더니 외쳤다.

“들어라, 엘프의 사나운 전사들아! 우리는 옛 원한을 갚기 위해 고대 수인족들과 싸울 것이다!”

[엘프 전사들의 사기가 내려갑니다!]

[엘프 전사들의 불만도가 올라갑니다!]

“…….”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모두 당황했다.

보통 여기서는 사기가 올라야 하는 상황 아닌가?

겔렌델…!

부하들한테 이미지가 어떻길래…!

그러나 함대의 엘프들은 딱히 겔렌델을 못 믿거나 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을 뿐!

그들은 고대 수인족들과 싸운다는 말에 매우 두려워했다.

갈카드 드워프들도 수군거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꼭 싸워야 하는 겁니까, 장로님?”

“안 도와줄 수는 없지 않느냐. 고대 거인들보단 낫겠지.”

“하지만 그놈들이 얼마나 사납고 지독한지 기록에 나와 있잖습니까.”

“그래도 이 인원과 같이 싸운다면 못할 것은 없다. 봐라. 폐하의 강한 군대도… 아니, 폐하. 군대 다 어디에 두고 오셨습니까?”

갈카드 드워프들은 당황했다.

왜 그 많은 군대들은 어디에 두고?

태현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대답했다.

“곧 올 거다.”

[??]

“역시. 곧 온다고 하시잖느냐.”

“으음… 그렇다면야….”

갈카드 드워프들은 마지못해 납득했다. 일단 태현에게 빚진 것도 있는 데다가, 태현이 저렇게 말하니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지만 폐하. 성벽만으로는 저 사나운 놈들을 상대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음. 그래서… 나는 그대들이 기계공학을 좀 익혀줬으면 하는데.”

“…….”

“…….”

드워프들은 진심으로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태현은 살짝 상처 받았다.

* * *

“여기가 지하도시 입구니, 이 근처를 빙 둘러싸서 요새 벽을 쌓으면 되겠지. 크게 할 필요는 없어.”

“꼭 기계공학을 배워야 합니까?”

“드워프들이 세우는 성벽에는 마법도 새겨지니 분명 몇 배는 강력할 거고….”

“정말 기계공학을 배워야 합니까?”

“거기에 이제 대포들만 쫙 깔면 훨씬 좋지 않겠어?”

“꼭, 정말, 진짜로 기계공학을 배워야 합니까?”

“응.”

태현은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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