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064화 (1,063/1,826)

§ 나는 될놈이다 1064화

끈기 있는 드워프들도 도망치게 만드는 NPC, 펠마스!

-흠흠. 드워프 여러분. 재미있는 문제를 풀지 않겠습니까? 가문의 광산을 나열해 주십시오 (5점), 창고에 얼마나 보물이 있습니까 (5점), 가문이 갖고 있는 창고의 개수는 몇 개입니까 (5점)….

-자이언 산맥에 다른 드워프 왕국들도 많지 않습니까? 혹시 그중 가장 부유한 곳이 어디인지?

-거기 드워프들 약점 같은 거 없습니까? 뜯어내기 좋은?

대접하면서 말을 걸어오는 펠마스의 태도에 갈카드 드워프들은 완전히 질려 버렸다.

뭐 이런 돈에 미친놈이 있냐!

‘아니, 저 인간 교단 성직자 아닙니까?’

‘아키서스가 황금의 신이었나?’

드워프들도 나름 보물 좋아하고 황금 좋아하는 종족이었지만, 펠마스의 집착은 그 수준이 달랐다.

-큭큭큭… 언젠가 자이언 산맥에 가서 금을 대량으로 팍팍 캐오고 말겠다…!

-장로님. 저놈 이제 속마음을 숨기지도 않습니다만.

-여기 오래 있어야 합니까? 저놈 너무 무섭습니다.

갈카드 드워프들은 펠마스의 모습에 질려 바로 떠날 준비를 했다.

어차피 태현에게 아이템만 전해주면 되는 것 아닌가.

“여기에 맡기고 갈까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장로님. 저 인간 놈은 가져다가 팔아먹을 수도 있는 놈입니다.”

“그래. 맞는 말이다.”

펠마스가 그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드워프들은 이미 믿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갖고 온 건, 자이언 산맥에서 발견된 아키서스의 유물이었다.

태현이 고대 거인으로부터 그들을 도와주었으니 그들도 보답을 하기 위해 찾아온 보물!

“물어보니 국왕은 저 북쪽 너머의 섬, 노드란체로 떠났다고 합니다.”

“하필 섬이란 말이냐? 거기까지 가는 건 별문제가 아니지만 배를 구하기가 힘들 텐데.”

드워프들끼리는 어느 정도 친분이 있어 거기까지 가는 데에는 별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함대를 갖고 있는 드워프 부족은 드문 것이다.

“덩글랜드의 엘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건 어떻습니까?”

“연락이 끊긴 지 오래 되었는데… 흠. 그래, 부탁해서 손해 볼 건 없겠지.”

* * *

놀랍게도 겔렌델은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수락했다.

-오스턴 왕국을 지나 북쪽 끝으로 올라오시면 항구도시 벡텔이 있습니다.

오스턴 북쪽 끝의 도시, 벡텔!

태현이 겔렌델을 꼬드겨 점령한 다음부터는 왕국의 약탈자란 약탈자들이 모두 모이는 무법도시가 된 도시였다.

당연히 길드 동맹이든 미다스 길드든 눈엣가시로 여겨 몇 번이고 공략했지만….

겔렌델의 지원 때문에 완전히 재점령이 불가능했다.

덕분에 벡텔 시는 지금도 약탈자 플레이어들의 성지였다.

촤아아악-

“함대다! 겔렌델 함대야!”

“또 무슨 일이라도 있나?”

벡텔 시는 무법도시였지만 겔렌델 공작은 별개였다.

약탈자 플레이어들도 공작이 어느 정도로 강한지는 알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길드 동맹이나 미다스 길드가 쳐들어오면 도와주러 오는 게 공작!

그러나 겔렌델의 함대는 상륙하지 않고 항구에 잠깐 머물렀다가 다시 출발해 버렸다.

“뭐지? 무슨 퀘스트 아냐?”

“날씨도 더운데 쫓아갈까?”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겔렌델 함대가 훌쩍 떠나버리는 걸 보고 갑자기 궁금해졌다.

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배 끌고 와! 쫓아가 보자!”

소형선 열 몇 척이 돛을 펼치고 겔렌델의 함대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약탈자 플레이어들의 직감!

퀘스트가 있는 곳에 막대한 이익이 있다!

* * *

그렇게 갈카드 드워프 사신단과 겔렌델 공작은 화기애애하게 배를 끌고 노드란체에 도착했다.

겔렌델 공작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물었다.

“혹시 여기는 오크 없습니까?”

“저희가 알기로는 없습니다만.”

“이런… 아쉬워라….”

겔렌델은 아쉽다는 눈빛으로 검을 쓰다듬었다. 눈빛이 살기로 번뜩이는 게 매우 무서웠다.

“그래도 안쪽까지 호위해드리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지 않습니까?”

“허허… 괜찮은데… 호의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드워프들도 자신 몸 하나 지킬 정도는 됐다.

물론 노드란체에서 지금 무슨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니까 하는 소리!

“…그런데 저 반대쪽 해안가에서 지진이라도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드워프 중 한 명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저 반대 쪽 해안가에서 뭔가 세상이 무너지는 굉음이 들리고 있었다.

싸우나?

“앗. 저기 아탈리 국왕 폐하께서 오시는군.”

드워프들은 태현 일행을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겔렌델 공작도 무기를 핥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오…?”

“왜 그러십니까?”

“아니. 되게 낯이 익어서 말입니다.”

[명성이 매우 높습니다! 겔렌델 공작을 상대할 때 추가 보너스를…]

[악명이 매우 높습니다! 겔렌델 공작을 상대할 때 추가 보너스를…]

‘악명 높은데 왜 보너스를… 아. 겔렌델 공작이었지.’

겔렌델은 그럴 만해!

태현은 납득했다.

[이미 매우 높은 친밀도를 갖고 있습니다. 뛰어난 전사이자 엘프인 겔렌델 공작이 예민하게 알아차립니다!]

[추가 친밀도 보너스를 받습니다!]

‘그딴 보너스 필요 없어!’

[카르바노그가 그러니까 조심해야 했다고 말합니다!]

엘프답게 겔렌델은 태현의 정체는 몰라도 태현에게 본능적으로 호감을 가졌다.

저 인간….

오크도 잘 썰 것 같다!

[겔렌델이 당신에게 매우 호감을 가집니다. 친밀도가 한계치에 도달합니다!]

“…….”

이 정도면 만나자마자 반한 수준!

겔렌델 공작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태현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아탈리 국왕이 영웅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 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폐하! 저는 겔렌델 공작입니다.”

“아. 예.”

태현은 무심코 뒷걸음질 칠 뻔했다.

아키서스의 광기를 뛰어넘는 겔렌델의 광기!

그만큼 겔렌델은 눈을 희번덕거리고 있었다.

“폐하의 존함이 김태현이라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참 좋은 이름입니다. 음음.”

겔렌델이 고개를 끄덕이자 태현은 더욱 무서워졌다.

이 자식 이미 알고 이러는 거 아냐?

[카르바노그가 그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알았으면 벌써 난리치고 있을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겔렌델 공작께서는 여기 무슨 일로?”

“아. 갈카드 왕국과의 오랜 인연으로 그들을 도와주러 여기 왔습니다.”

“하하. 그러면 이제 돌아가셔도 되겠네요.”

-전력 필요하지 않냐?

케인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어봤다. 엘프 함대 정도면 충분히 강한 전력 아닌가?

-케인아. 오크로 분장해서 저 공작한테 선물해 버리기 전에 조용히 해라.

-…….

전력으로 쓸 놈이 있고 안 쓸 놈이 있지!

“하지만 폐하를 보니 오랜만에 직접 무기를 들고 싸우고 싶어졌습니다.”

“…….”

이다비는 분명히 보았다.

태현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지는 모습을!

“아, 아니. 여긴 위험하고 상관도 없는 다른 나라의 귀족을….”

“명예를 위한 싸움에 뭐 그런 게 중요하겠습니까. 폐하. 덩글랜드의 왕은 늙어서 직접 전장에 나서지도 않는데, 폐하께서는 이렇게 홀몸으로 나서서 싸우려고 하시다니… 오크도 분명 잘 써시겠지요.”

방금 그거 칭찬 맞지?

“…그래. 뭐 그러면 감사히 도움을 받겠네.”

“예, 폐하! 엘프의 전투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겔렌델 공작은 멈칫했다.

정확히는 케인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퀘스트, <엘프 부족들의 연결>을 완료했습니다!]

[현재 덩글랜드의 엘프 공작 겔렌델이 이 퀘스트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겔렌델이 당신에게 매우 감사해합니다!]

<엘프 부족들의 연결-엘프 종족 퀘스트>

중앙 대륙의 고대 제국이 멸망하고 나서 엘프 종족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친하든 친하지 않든 엘프 부족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그들에게 연락이 끊긴 부족은 가장 먼저 찾아야 할 이들이다.

놀랍게도 당신은 마계에서 쉐도우 엘프 부족 하나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놀라운 일을 알려준다면 엘프 부족들은 당신을 돕기 위해 나설 것이다!

그랬다.

지금 케인은 드워프들과 엘프들이 올라온다는 말에 급히 쉐도우 엘프로 변신하고 있었던 것!

그걸 본 겔렌델은 감격한 표정으로 깜짝 놀랐다.

“폐하! 설마… 설마 쉐도우 엘프 부족을 발견하신 겁니까?! 저희를 위해?? 그 마계에서!”

“아니. 너희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쩌다가 발견한….”

[화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친밀도가 매우 높습니다!]

[겔렌델이 감격합니다!]

“겸손하시기까지!”

“내 말 안 듣고 있지?”

내 말 좀 제대로 들어 이 케인 같은 놈아!

그러나 태현이 뭐라고 하든 말든 겔렌델은 혼자 감격하고 혼자 감동 받을 뿐이었다.

[덩글랜드 왕국의 공적치 포인트가 크게 오릅니다!]

[엘프들의 왕국, 덩글랜드 왕국에서 당신의 노고에 크게 감사합니다!]

[다른 귀족들도 당신을 보고 감사할 것입니다.]

[경험치를…]

[……]

[덩글랜드 왕국의 <흑사자 장궁 기사단>을 빌릴 수 있습니다!]

[덩글랜드 왕국의…]

[……]

[칭호 <엘프들의 구출자>를…]

[덩글랜드 왕국 내에서 당신의 명성이 울려 퍼집니다!]

그러나 보상은 확실히 좋았다.

왕국 관련 공적치 포인트는 언제나 쓰기 좋았고, <흑사자 장궁 기사단> 같은 걸 빌릴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특혜였다.

<엘프들의 구출자>는 사격 관련 보너스 들어가는 칭호!

태현뿐만 아니라 일행 모두가 받았으니 더더욱 효과가 좋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겔렌델은 케인한테 다가가 이것저것 묻고 있었다.

“그대의 선조는 누구신가? 어느 부족의 엘프지?”

“어, 그게, 그러니까, 그것이….”

케인은 구해달라는 듯이 애처롭게 태현을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왜 쉐도우 엘프로 변장하고 있냐?

-아니, 드워프들하고 엘프들 올라오는데 키메라 상태로 있을 수는 없잖아! 몬스터 취급 당한다고!

케인은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했다. 확실히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말 걸기도 전에 화살 몇 대 맞고 시작할 수는 없었으니까!

“흠흠. 폐하.”

“아. 미안하게 됐군.”

태현은 갈카드 드워프 사신단에게 시선을 돌렸다.

겔렌델이 혼자 신나서 북치고 장구치고 있는 바람에 그들은 입도 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폐하께 바칠 물건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나한테?”

태현은 수상쩍게 쳐다보았다.

남들이 뭔가 선물해 주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게 태현!

[카르바노그가 어이없어합니다. 화신이 드워프들을 구해준 건 생각 안 하냐고 묻습니다.]

‘아. 그거.’

[드워프들은 은원을 확실하게 갚는 종족이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은혜와 원한은 확실히 갚는다!

태현에게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드워프들이 찾아오다니.

“뭘 갖고 왔길래? 혹시 아다만티움이나 오리하르콘 주괴라면 뭘 이런 걸 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닙니다만. 더 좋은 겁니다.”

“뭐? 더 좋다고? 그렇다면….”

태현은 번뜩였다.

“오리하르콘 주괴 2개인가?”

“…아키서스의 성물로 추측되는 아이템을 발견해서 갖고 왔습니다.”

“…에이….”

태현은 노골적으로 실망했다.

그건 쓰레기잖아!

[…….]

-…….

“뭐, 그래도 감사히 받겠네. 고맙군.”

“예! 폐하께 은혜를 갚기 위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영지에 있어도 됐을 텐데 왜 이렇게 직접 찾아왔지?”

“…크흠, 폐하께서 북쪽 땅에서 싸우고 있으시다는 말을 듣고, 뭐라도 좀 도와드리기 위해….”

차마 펠마스가 너무 짜증 나서 왔다는 말은 못 하고 돌려 말하는 드워프들!

태현은 그 모습에 살짝 감동을 받았다.

‘그거 하나 도와줬다고 이렇게 갚으러 오다니….’

고블린이라면 먹튀했을 것이고, 오크들이라면 잊어버렸을 것!

과연 드워프는 신의를 아는 종족이다!

태현은 상자를 받고 열어보려고 했다.

철컥철컥-

[잠겨 있어서 열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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