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056화 (1,055/1,826)

§ 나는 될놈이다 1056화

“칫. 눈치 빠르긴.”

“예전에는 이걸로 이득 많이 봤는데 요즘은 힘들단 말이야.”

“이래서 눈치 빠른 놈은 싫어….”

곳곳에 있던 아키서스 교단 소속 플레이어들이 중얼거렸다.

날로 먹을 수 있었는데 실패한 것이다.

“저 저 아키서스 교단 놈들 때문에 이제 주사위도 못 굴리겠어!”

“아. 꼬우면 가입하던가! 야! 교단마다 교단의 특성이 있는 거야!”

아키서스 교단 소속 플레이어들은 교황을 닮았는지 이상하게 뻔뻔했다.

우리도 교단의 특성 쓰는 건데 왜 우리한테 그래!

“말이나 못 하면… 저 저….”

“됐어. 다들 가기 싫으면 케인만 데리고 가지 뭐.”

“…응?”

가만히 있다가 뺨 맞은 케인!

태현의 말에 모두가 감탄했다.

솔로몬도 감탄할 판결!

“케인이라면 인정이지.”

“케인이라면 나도 인정한다.”

“이 자식들이… 그런 인정 필요 없어! 니들이 언제 인정해 줬다고!”

케인은 울컥했다.

평소에는 지지리도 인정 안 해줬던 놈들이 왜 이제 와서!

태현은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거 참 희한한 놈들이네. 다들 경험치 받고 싶어서 손 들고 나설 줄 알았는데….”

“…?!”

“그… 그러게?”

개척단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이 바보 같이 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고난이도 퀘스트는 깰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무조건 참가하는 게 이득!

너무 정신없이 도망친 탓에 잊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퀘스트를 이끄는 건 케인이 아니라 김태현이다!

“케인. 너 혼자 둘 수 있겠냐. 같이 간다.”

“태현 님! 저는 언제나 위험한 곳에 솔선수범해 왔습니다. 저를 뽑아주십시오!”

“…….”

케인은 진짜 뒤통수 한 대 세게 때리고 싶었다.

* * *

결국 서른 명 정도 되는 파티가 구성되어 밖으로 움직이게 됐다.

플레이어들은 단단히 각오한 표정으로 태현의 뒤를 쫓았다.

제대로 각이 선 그 모습에 케인은 물었다.

“너희 내가 시킬 때는 안 이러지 않았냐?”

“와. 케인. 양심이 없지. 널 지금 김태현이랑 비교하는 거냐?”

“…….”

케인은 할 말을 잃었다.

그건 그렇지만….

이렇게 대놓고 말할 줄이야!

“과연 사장한테 집안일 시키는 놈답다.”

“사람이 아니야. 사람이.”

“사고방식 자체가 우리와는 다릅니다.”

수군수군-

“아 그만해 이것들아! 나도 이제 도우려고 한….”

“모두 조용히 하고 집중해라. 괜히 함정 밟지 말고.”

“함정이 어디 있는데? 밖에 설치한 거 아냐?”

“…네가 서 있는 곳 밖은 전부 다 함정이다.”

“?!?!?!”

플레이어들은 기겁했다.

아니 미친?!

“언, 언제 이렇게 다 설치한 거냐?!”

“김태현 저거 판온 1 때 습관 또 나오는 거 봐라!”

아무리 함정 설치하는 게 좋아도 그렇지 길은 만들어놔야 할 것 아닌가.

일직선으로 좁은 길을 제외하면 전부 다 함정을 박아버린 광기!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상대를 막으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그, 그런가?”

“아니… 속지 마. 저건 아무리 봐도 과잉이야!”

“자기 취미 아냐?”

보통 수비전에서 함정을 설치하더라도 어느 정도 선이 있는데, 태현은 그런 게 없었다.

이렇게 빽빽하게 박아버리는 놈이 어디 있어!

플레이어들은 진땀을 흘리며 태현의 뒤를 쫓았다. 알고 나니까 모를 때보다 더 무서웠다.

길이 유난히 더 좁게 느껴진다!

그래도 어떻게든 길을 따라 숲 밖으로 나오는 데 성공했다.

“…어.”

“?”

[분노한 고대 곰 전사들이 당신들을 쫓아 <노드란체 숲> 앞까지 도착했습니다!]

저 앞 평야에서 신나게 달려오고 있는 곰 전사들!

눈에 쌍심지를 켠 것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카르바노그가 저 고대 수인족들은 선천적인 분노조절장애가 있다고 외칩니다!]

‘그래 보인다.’

각종 메시지창이 우르르 뜨며 태현이 이끄는 파티에 페널티를 먹이려 했다.

[최고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파티가 두려움을 이겨냅니다!]

[명성이 너무 높습니다! 고대 곰 전사들이 당신을 상대할 때 더욱더 주의합니다!]

[아키서스의 화신입니다! 고대 곰 전사들이 당신을 상대할 때 아주, 매우, 전력을 다해, 조심합니다!]

‘…강조하지 마…!’

싸울 준비 마치고 있다가 힘 빠질 뻔!

[고대에서 싸우던 수인족 전사들이면 아키서스 교단이 전성기일 때를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전성기라….

‘아키서스 교단의 전성기는 어땠는데?’

[…별로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

모략가, 배신자, 사악한 음모가들이 믿을 것 같은 교단!

대륙의 수상쩍은 놈들이 행운을 위해 믿….

‘됐어. 그만 말해도 돼.’

태현은 뒤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래도 한 번 싸워서 그런지 플레이어들은 나름대로 침착하고 각오가 된 얼굴이었다.

‘그래도 좀 든든한데?’

포병대도 못 갖고 온 태현이 쓸 만한 건 개척단 플레이어들뿐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주다니.

솔직히 좀 든든했다.

“역시 김태현이야.”

“?”

“네가 데리고 온 거지?”

“맞아. 맞아.”

플레이어들은 믿음 100%의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저렇게 수인족 전사들이 달려오다니.

아, 김태현이 사전에 작업을 한 게 분명하구나!

그러니까 저걸 상대할 계획도 있겠지?

“…뭔 개소리니 애들아. 너희하고 같이 요새 작업 했잖아.”

“그, 그러면 저건? 네가 보낸 부하들이 데리고 온 게 아니었어?”

“그냥 온 거지.”

“…으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악!”

개척단 플레이어들은 태현이 숲 앞 평야에 뭐라도 설치해 놓은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케인 비슷한 폭탄이라도 묻어 놓은 줄 알았지!”

“아니면 저기 달려오는 놈들 중 하나가 폭발하던가!”

무궁무진한 상상력!

태현은 그들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그런 거 없다. 싸울 준비나 하자고.”

“비켜! 도망칠 거야!”

“길이 좁아서 한 명밖에 못 도망쳐! 아니, 미친놈아! 비켜! 누가 안 비키는 거야?”

플레이어들은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길이 안 뚫렸다.

누가 맨 뒤에서 길을 막고 있나 했더니….

바로 케인이었다.

“애들아. 적은 앞에 있어! 앞으로 가!”

신이 나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외치는 케인!

“아니 이런 개….”

“너 진짜 이러기냐??”

“하하. 안 들리는데?”

“아오. 저거 진짜…!”

케인에게 밀려 플레이어들은 앞으로 나와 진형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케인 죽인다!’

‘케인 개자식!’

플레이어들의 눈빛은 살벌하게 타올랐다.

케인으로 대동단결!

그러는 사이 태현은 각종 버프를 걸며 상대를 쳐다보고 있었다.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태초의 담금질, 폭군의 지휘….

<아키서스의 축복>이나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같은 권능 스킬은 15초 후에 사용할 예정.

그 전에 태현이 치고 들어가 저들의 진형을 파괴할 생각이었다.

일류 딜러의 역할은 혼자서 상대 집단을 혼란시키는 것!

그러나 상대가 상대다 보니 태현도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전사니까 저주 없겠지?’

“지수야. 내가 들어가면 공공이도 같이 던져줘.”

“네. 준비했어요.”

-?!

공공이가 빙글빙글 돌았지만 둘 다 냉정하게 무시했다.

“나머지는 다 알아서 잘 할 거고….”

이다비나 정수혁, 최상윤은 언제나 안정적으로 자기 몫을 해냈다.

각종 버프와 디버프를 걸고 화력 지원까지. 그리고 이 역할은 달라지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케인. 만약에 저놈들이 파고들면….”

“알아. 알아. 내가 가장 앞에 서서 파티의 탱킹을 맡으라 이거지?”

케인은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하라면 해야지 뭐!

‘후. 나보고 사장 등쳐먹는 놈이라고 하는 놈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는 내 모습을 봐야 하는데….’

“아니. 그럴 필요는 없고.”

“?!”

“원래 애들만 막으면서 후퇴하라고. 여기 인원이 몇 명인데 다 지켜줘. 그럴 필요 없어. 자기 목숨은 자기가 알아서 챙겨야지.”

태현은 냉정하게 잘랐다. 케인은 그걸 보며 생각했다.

‘왜 똑같은 말인데 쟤가 하면 그럴듯하게 들리지?’

케인이 하면 왠지 쓰레기 같이 들렸을 것 같은데!

“그러면… 갔다 올게!”

태현은 말과 함께 앞으로 돌격했다. 전사들이 벌써 코앞까지 도착해 있었던 것이다.

-놈이 온다!!

-조심해라, 모두들! 무기에 독을 발랐을지도 모른다!

-귀를 막아라! 놈의 간교한 혓바닥에 넘어가지 않도록!!!

곰 전사들은 우렁차게 외쳤다.

케인은 감탄했다.

‘대단하다!’

고대부터 먹은 짬밥은 어디 가지 않는지, 태현을 상대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을 바로 구사하고 있었다.

남들은 저거 깨달으려면 한 열몇 번은 깨져야 하는데!

물론 귀 막는다고 태현이 멈출 리는 없었다.

쾅!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빠르게 달려간 다음 앞에서 덤비는 놈을 타고 넘는다. 간단해 보이는 동작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컨트롤은 아니었다.

하물며 무시무시한 적들이 사방에서 대지를 울리며 달려오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고대 곰 전사의 방어력이 매우 높습니다! 데미지가 줄어듭니다.]

[고대 곰 전사의 체력이…]

[……]

‘단단하다!’

타입은 전혀 다르지만 태현은 성기사가 떠올랐다. 깡스탯으로 밀어붙여오는 묵직한 탱커!

-우어어어어!

붕!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상대의 공격으로 인해, 공포 상태에…]

[저항에 성공합니다!]

‘그렇다면 무너질 때까지 쳐주마.’

언제까지 깡스탯으로 밀어붙이는 상대를 꺼릴 생각은 없었다.

결국 이런 상대를 공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공법!

쾅! 콰쾅! 콰콰쾅!

태현이 살벌하게 검을 휘두르면서 곰 전사 하나를 잡고 두들겨 패자, 보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침을 삼켰다.

“저게 1:1로 된다고?”

“절대 1:1로 잡을 상대가 아닌데….”

“김태현! 둘러싸이고 있어! 조심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태현은 이미 읽고 있었다.

눈은 앞의 상대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전신의 다른 감각은 뒤의 상황을 예민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치명타 폭발,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

상대가 좀 비틀거리자 태현은 바로 연속 공격을 퍼부었다. 아키서스 검법으로 인해 약점에 추가 효과가 생긴 전사는 반격도 하지 못하고 슬슬 밀리기 시작했다.

[검술 스킬이 오릅니다!]

‘고급 검술 거의 끝자락… 이번 퀘스트에서 최고급을 찍는다!’

다른 전사 직업과 달리 태현은 검술 스킬에 보너스를 받지 못했다.

대신할 방법은 더 센 놈을 더 많이 패는 것뿐!

-놈을 붙잡아!

-통하지 않아! 놈이 미끄럽다!

-아키서스의 힘이다. 놈에게 아키서스의 힘이 있어!

-짜증 나는 놈!

-저주받을 놈!

-마계에서 썩을 놈!

“…….”

퍼퍼퍼퍼퍼퍽!

묵묵히 패던 태현은 옆에서 외치는 소리에 어이가 없었다.

이 자식들이 지금….

-놈을 상대하지 마라, 놈은 괴수한테 맡기고 앞의 놈들을 쓸어버려!

-내가 막겠다! 피해!

쌩쌩한 곰 전사들이 태현 앞을 가로막고, 두들겨 맞던 곰 전사는 재빨리 후퇴하려 했다.

나머지 곰 전사들은 숲 쪽으로 돌진할 준비.

“온… 온다!”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지?”

“그래도 앞에 김태현 파티 있으니까 바로 무너지진 않겠지…!”

쿵쿵쿵쿵-

곰 전사들은 사납게 울부짖으며 흩어져서 돌진했다.

그리고….

콰콰콰콰콰콰쾅!

-함정이다!! 놈들이 숲에 함정을 쳐놨어!

-이런 아키서스한 놈들!

-정말 아키서스한 놈들이다!

대번에 몰이쳐서 포위하려던 곰 전사들은 스턴 상태에 빠져 이를 갈았다.

“공격! 공격해!”

“놓치면 우리가 죽는다!”

그 기회를 틈타 나온 플레이어들이 준비한 스킬을 닥치는 대로 퍼부어댔다.

여기서 몇 명은 잡아야 한다!

‘카르바노그. 진형 무너지면 말 좀 해줘. 바로 권능 스킬 써야 하니까.’

[열심히 보고 있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잡았다!”

-크아아악…!

[검술 스킬이 오릅니다!]

[<고대 곰 부족> 안에서 악명이 오릅니다!]

[적대심이…]

태현은 막는 곰 전사들 사이를 뚫고 기어코 한 명을 쓰러뜨렸다.

정말 더럽게 단단하고 끈질긴 놈들. 그나마 다행인 건 놈들이 태현을 잡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대로라면 시간만 오래 걸릴 뿐,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겠다!

뿌오오오오오-

“…울음소리가 불길한데….”

그 순간 멀리서 괴수의 울음소리 같은 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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