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055화 (1,054/1,826)

§ 나는 될놈이다 1055화

“폐하께서는 떠나셨습니다만….”

“어허… 이런 일이.”

갈카드 드워프 사절단은 당황했다. 태현을 만나서 직접 바치려고 했던 아이템이 있는데….

그 모습에 펠마스는 눈빛을 반짝였다.

‘뭔가… 뭔가 있어 보인다!’

옛날이야기에도 나오는 거였지만, 드워프들은 기본적으로 부유한 종족이었다.

각종 금은보화를 지하에 쟁여놓고 사는 종족!

왜 드래곤이 드워프들을 부려먹겠는가?

가장 돈이 많은 종족들이니까!

펠마스는 드워프들에게서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았다.

‘친해져야 한다!’

드워프들과 친해진다면 골드도 받고, 보물도 받고, 나중에는 보증도 좀 부탁하고….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키서스 교단 서기관 및 관리관 및 사법관 및 외교관인 제가 여러분들을 모시겠습니다.”

뭔가 거창한 감투들!

펠마스의 화려한 감투들에 드워프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오…!”

“뭔가 대단해 보이는군…!”

“그 폐하에게 그렇게 신임을 받다니…!”

“자, 따라오시지요. 폐하가 돌아오시기 전까지 제가 여러분들을 대접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혹시 집에 금광 같은 거라도 있습니까?”

“우리는 철광밖에 없네만.”

“…괜찮습니다. 뭐 다른 거라도….”

* * *

위풍당당!

태현이 갖고 있는 전력은 그야말로 위풍당당했다.

각종 기사단과 성기사단, 왕국 병사들과 전사대. 거기에 바다의 함대까지.

…문제는 이걸 노드란체까지 끌고 가기에는 애로사항이 많다는 점!

“아키서스 포병대도 예전에는 용용이 흑흑이 위에 다 태울 수 있었는데 이제는 좀….”

“그러게 말이에요.”

용용이와 흑흑이는 힘을 많이 회복했지만, 전성기의 드래곤 정도는 아니었다.

덩치를 크게 키운다 하더라도 와이번의 두세 배 정도.

그리고 아키서스 포병대는….

이것저것 짐이 많았다.

-이번 기회에 저희를 풀어주시는 게 어떻습니 크아아앗!

악마 우리에 갇힌 악마들부터 시작해서, 굵직굵직한 대형 대포들.

그리고 그걸 운반하는 거인들까지.

다 태우고 다니면 드래곤들 허리 부러진다!

결국 태현 일행은 심플하게 결정을 내렸다.

-…일단 우리만 가자!

“괜찮을까? 정말로 괜찮을까???”

“아,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 어쩔 수가 없잖아. 급하다며.”

노드란체는 하필이면 대륙 북쪽의 외진 섬이라 바다로 가려고 하면 대륙을 한 번 빙 돌아서 가야 했다.

확실히 태현도 불안하긴 했다.

일단 이름에 ‘고대’가 붙고, 카르바노그도 경고하고, 한 번 있었던 싸움을 보니 힘과 체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힘으로 정면에서 치고받는 싸움이 될 것 같다!

‘으음. 거기 있는 종족들을 최대한 동원해서 즉석에서 뭐라도 해보는 수밖에 없겠군.’

태현은 있는 수단을 최대한 동원해서 대응할 생각이었다.

“어, 와이번이다!”

“와이번이 아닌데? 색이 좀….”

“전설의 황금색 와이번 아님??”

“아, 그런 거 없다니까! 미친놈아! 색에 집착 좀 그만해! 그놈의 색깔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이 자식이 색깔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네가 RGB 1 차이에 울고 웃는 우리의 혼을 알아?”

“저건 와이번이 아니야! 김태현이다!! 김태현 펫이야!”

“뭐?? 김태현이 왔다고?”

“케인 놈만 온 거 아냐? 케인 놈만 온 거면 매달아버리자.”

“맞아. 케인 놈 혹시 김태현 빼고 온 거면 묻어버려야 해.”

개척단은 원한 가득한 목소리로 웅성거렸다.

만약 케인이 태현을 데리고 왔다면 용서해 주겠지만, 태현을 두고 왔다면….

묶어서 바닷속에 던져 버려야 한다!

탁-

그러나 예상과 달리, 태현은 가볍게 드래곤 위에서 뛰어내려 착지했다.

그 순간 모두가 상황을 잊고 목청 터져라 소리를 질러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뭐야.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태현을 싫어하고 질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만은 모두 한마음!

태현이 와서 정말 반가운 마음밖에 없었다.

어려운 퀘스트를 앞선 상태라면, 가장 반가울 수밖에 없는 사람!

그거 하나는 확실했던 것이다.

“…야. 저기 불타고 있는 거 내 조각상 아니냐??”

케인은 뭔가 이상한 걸 깨닫고 물었다. 화롯가에서 활활 타고 있는 나무 조각상이 왠지 익숙했던 것이다.

“아, 아니야. 저건 주술사 스킬인데 나무 조각상을 태워야 버프가 들어가는….”

“아니긴 뭐가 아니야! 팔이 여섯 개잖아!”

“여섯 개 달린 괴물이야!”

“그런 놈이 어디 있겠냐! 나겠지!”

케인이 멱살잡이를 하고 있는 동안, 태현은 일행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았다.

‘개판이군. 개판이야.’

케인의 설명이나 영상으로 몇 번 보기는 했었지만, 노드란체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개판이었다.

사방이 탁 트인 데다가 마을은 방어 시설이 거의 없었다.

골짜기는 그나마 방어나 좋았지 여기는 사방에서 두들겨 맞기 딱 좋았다.

장점은 시원한 것 정도?

“그래도 시원해서 좋아요.”

“그러게요. 오면서 더웠는데.”

용용이와 흑흑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날개를 흔들었다. 날아오면서 더위 때문에 땀을 흘린 것이다.

그 말에 개척단 플레이어들이 펄쩍 뛰었다.

“원래는 더럽게 추웠어!”

“네가 이 추위를 알아야 하는데!”

“왜… 알아야 하지?”

“…혼, 혼자 겪기에는 아쉬워서…?”

“…….”

태현은 무시하고 시선을 돌렸다. 일단 곳곳에 설치된 목책이나 돌벽이 있었다.

태현이 오기 전에 개척단 플레이어들이 임시로 만든 모양이었다.

‘저건 거의 의미가 없는데.’

그냥 잡고 기어오르거나 부술 수 있는데 무슨 소용이겠는가.

시간 벌이도 안 됐다.

“김태현! 우리는 뭘 하면 되지?”

“김태현! 놈들이 저쪽 밑의 절벽에서 올라오는 것 같던데….”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개척단 플레이어들은 순식간에 활기가 차서 태현에게 말을 던지기 시작했다.

“일단 마을은 포기하자.”

“뭐?!?”

“마을을 포기한다니…!”

“별거 없잖아?”

태현은 의아해했다.

노드란체의 마을은 정말 별거 없었다. 필요한 시설도 거의 없었고 건물들 몇 개 안 됐다.

오히려 그래서 포기하기 쉬웠다. 주민들을 데리고 이동하면 되니까.

“하, 하지만…! 우리가 지은… 잡화점이…!”

“내가 저기 밭을 새로 갈았다고…! 황무지였는데 이제 밭이 됐어!”

“새 마굿간이… 목장도 있는데…!”

“…아니. 그건 알겠는데 괜찮을 거야.”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설명을 계속했다.

“어차피 마을 사람들 데리고 빠진 다음 어그로 끌면 저기 전사 놈들이 우리를 쫓아오지 저런 아무것도 없는 마을 점령하진 않겠지.”

“아무것도 없는 마을이라니! 그 말 취소해!”

“우리가 정말 열심히 가꿨다고! 다시는 노드란체 마을을 무시하지 마라!”

강제로 끌려왔지만, 여기서 고생한 탓에 노드란체에 애정을 가지게 된 플레이어들!

무슨 스톡홀름 증후군이냐?

‘아. 귀찮은 놈들.’

“맞아! 노드란체는 작고 후졌지만 좋은 영지야!”

“…케인. 당장 이쪽으로 안 오면 바다에 던져 버린다.”

“…응….”

분위기를 타서 끼었던 케인은 털레털레 걸어 나왔다.

“어쨌든 마을은 무사할 거라 이거야. 전사들도 저런 /별거 없는/ 마을을 건드리진 않을 테니까.”

“그러면 어디로 빠지는 거지?”

개척단 플레이어들 중 그래도 생각이 있는 플레이어들은 태현의 말뜻을 바로 알아들었다.

“여기서 그나마 버틸 만한 곳은… 서쪽 숲이군.”

개척단이 왔을 때 뱀파이어들이 자리 잡은, 춥고 음침한 <노드란체 숲>!

플레이어들은 나무를 자를 때 아니면 굳이 근처에 가지 않았다.

음산하기도 하고 더 추운 느낌이었던 것이다.

“뱀파이어들. 안에 뭐 쓸 만한 거라도 있나?”

-숲이 넓은 것 말고는 황량한 곳입니다. 폐하.

미리 자리를 잡은 뱀파이어들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들이 포도나무를 심고 애써서 가꾸고 있긴 했지만, 그것 외에는 숲에 별게 없었다.

진짜 개똥땅!

“거 참… 여기 뭐가 있다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군. 유적이 그렇게 쓸 만한가?”

고대의 전사 부족들을 격퇴하고 노드란체에 묻힌 유적을 부활시키라는데, 솔직히 지금은 아무것도 쓸 만한 게 없어 보였다.

“일단 숲으로 이동한다. 거인들은 내가 지정해 주는 곳의 나무를 치워서 공간을 만들어주고, 고블린들은 외곽에 함정으로 도배해 버려. 폭탄은 내가 만들어주지.”

-역시 폐하…! 믿고 있었습니다!

-성 파괴자!

-위대한 파괴자!

-자폭하는 기계공학자!

태현의 관련 칭호들을 읊어대며 감탄하는 고블린들!

옆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기겁할 뿐이었다.

뭐 저런 미친 칭호들을 갖고 있대!?

“일단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목숨이다. 다른 건 다 부서져도 되니까 그걸 명심해.”

“김태현…!”

“크흑… 명심할게! 꼭 내 목숨은 챙길게.”

플레이어들은 태현의 따뜻한 말에 감격했다.

김태현이 이런 따뜻한 사람일 줄이야?

“무슨 헛소리야? 너희들 말고 NPC들 목숨.”

“…….”

“…….”

“안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땅인데 주민 NPC들 죽으면 진짜 회복하기 힘들어진다.”

영지에 있는 주민 NPC들이 죽기 시작하면 불만도부터 시작해서 각종 페널티가 덕지덕지 붙을 것이다.

노드란체 같은 경우는 치명적!

“주민들을 안으로 넣고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나머지는 외곽에서 싸울 준비하자고.”

“우, 우리는?”

“너희는 알아서 목숨 챙겨야지. 그 레벨 먹고 내가 목숨 챙겨줘야 해?”

맞아도 너무 맞는 말!

“크흑…! 냉정해!”

“잠시 감동해서 손해 봤다…!”

[최고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노드란체 숲 요새> 건설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노드란체의 날씨가 따뜻해졌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거인족이 있습니다. 보너스…]

[고블린… 보너스…]

태현의 전술 스킬에 힘입어, 이제까지 지지부진하던 작업은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물론 보너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작업에 참가하는 플레이어들의 건축 스킬이 낮습니다! 페널티를…]

[거인족들이 일하며 실수를… 페널티를…]

[……]

숲 외곽에는 고블린식 함정.

숲 안으로 들어오면 플레이어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1차 공격을 가한다. 안 될 거 같으면 뒤로 후퇴.

공터로 접근하는 순간 2차 공격. 그때에는 임시로 만든 방벽을 동원해 좀 더 적극적으로 때린다.

“…이런 식으로 치고 빠지는 거지. 강하다 하더라도 이렇게 몇 번 하고 나면 사기 꺾여서 후퇴할 수도 있고.”

“오… 오오… 그럴듯해…!”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인데.”

‘뭐가 기본이야 미친놈아!’

‘모든 사람들이 너처럼 혼자서 길드랑 싸우지는 않아!’

개척단 플레이어들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태현의 기준은 너무 엄격해!

이런 걸 어떤 플레이어가 하겠는가. 보통 이런 걸 경험할 일 자체가 적었다.

즉석에서 나무 깎아 방벽 만들고, 지형 좁히고, 함정 위치 지시하고, 배고픈 거인들 돌로 먹이 만들어주고, 폭탄으로 함정 강화하고, 플레이어들 무기들 뺏어서 강화한 다음 돌려주고….

초인적인 작업량!

개척단 플레이어들은 혀를 내둘렀다. 과연 초일류 랭커로 뽑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혼자서 몇십 명 역할을 하는 셈 아닌가.

“대충 다 된 것 같으니 놈들 유인해서 데리고 와야겠군. 같이 갈 사람?”

“…….”

“…….”

“흠. 그러면 주사위 굴려서 뽑을까?”

“그건 아키서스 교단만 유리하잖아!!”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해서 공적치 높게 쌓으면 주사위가 좀 더 잘 나온다는 건 이미 증명된 사실이었다.

이 사실이 퍼지기 전까지 아키서스 교단 플레이어들이 주사위로 이득을 단단히 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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