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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054화 (1,053/1,826)

§ 나는 될놈이다 1054화

판온에서 보통 불길한 예감은 현실로 찾아오게 마련이었다.

태현을 상대하면서 ‘설마 우리가 이렇게 많은데 지지는 않겠지?’ 했던 길드 동맹이 대표적 예!

<해빙의 계절-노드란체 퀘스트>

춥고 외진 섬, 노드란체.

그러나 먼 고대에는 이 노드란체도 번성하던 섬이었다.

북쪽에서 찾아온 사나운 수인족 전사들이 노드란체를 휩쓸고 제국을 위협하자 고대 제국의 마법사들은 두려움을 느껴 노드란체를 통째로 얼려 버린 것이다.

노드란체의 추위가 멈춰지자 노드란체의 빙하에 갇혀 있던 전사들도 긴 잠에서 깨어났다.

고대의 원한을 갖고 있는 이 전사들은 노드란체를 반드시 자신의 땅으로 만들 것이다.

이들을 격퇴하고 노드란체에 묻힌 유적을 부활시켜라!

보상: ?, ???, ???

“야, 이거… 심상치 않은데…?”

보통 퀘스트에 ‘고대’가 들어가 있으면 더럽게 빡센 퀘스트!

개척단 플레이어들은 웅성거렸다.

“일단 요새부터 만들어야 하나?”

“목책부터 세우고….”

“여기 나무 찾기도 힘든데.”

“돌로 세우자. 나무는 너무 쉽게 부서지지 않나?”

[분노한 고대 곰 전사들이 절벽을 기어올라 나타났습니다!]

[<고대 곰의 포효>가 울려 퍼집니다!]

[공포 상태에 빠집니다!]

[움직임이 느려집니다!]

[적들이 <고대 곰의 시야>를 사용합니다!]

[방어력이 내려갑…]

“벌, 벌, 벌써 왔어?!”

“뭘 겁먹는 거야! 비켜!”

개척단 플레이어들이 워낙 많다 보니, 고렙 플레이어들도 많았고 호전적인 플레이어들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바로 덤빌 사람들이 꽤 되는 것이다.

“날 따라와! 내가 탱킹한다!”

“오오! 지금 갑니다!”

“든든한데? 나도 탱킹한다! 뒤에서 받쳐주기만 해!”

“사제들 이쪽으로 모여서 버프 좀 같이 걸어줘!”

즉석에서 탱커, 딜러, 힐러가 나뉘어지며 제법 숫자가 되는 파티가 만들어졌다.

-환희의 찬가!

-대지 여신의 가호!

-방어의 각성!

각종 버프를 받은 탱커들은 기세 좋게 달려 나갔다.

“어디 한번 와봐라! 이 곰 같은 놈들아!”

탱커의 목적은 상대의 발을 묶는 것!

여기 있는 탱커들은 경험이 풍부했다. 곰처럼 생긴 전사들이 달려든다고 해도 겁먹지 않았다.

맹수 몬스터를 한두 번 잡았겠는가!

-충격 망… 커허허헉!

[치명타를 맞았습니다!]

[한 번에 HP가 50% 밑으로 깎인 탓에 출혈 상태에…]

[스턴 상태에…]

[방패의 내구도가 떨어져 파괴됩…]

[……]

콰아아앙!

곰 전사가 휘두른 도끼에 맞고 저 멀리 날아간 탱커!

그 한 방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

“…….”

-노드란체는 우리 땅이다!

-허약한 남부 놈들을 찢어 죽여라!

울부짖으며 덤벼드는 곰 전사들!

그 모습에 플레이어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 저것들 레벨이 대체 몇이야?!”

“300?? 아니, 한 놈 한 놈이 400은 넘어 보이는데??”

“500은 되는 거 아냐??”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해도 모자랄 시간에, 플레이어들은 겁에 질려 상황을 더 부풀려서 판단했다.

그런 전사들이 수십 명 정도라니!

“후퇴! 후퇴!”

“야! 탱커들이 뒤로 빠지면 어떻게 해!”

“네가 저걸 막아봐라! 한 방에 저렇게 날아가면 어떻게 막냐!”

탱커들부터 뒤로 빠지자, 뒤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더더욱 기겁했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졌습니다. 사기가 하락…]

[진형이 엉망입니다! 추가 데미지를…]

[적들의 사기가 올라갑니다!]

아군이 혼란할수록 적군이 강해지게 마련.

개척단이 그렇게 박살 나기 직전….

-물러서지 마라, 물러서지 마라!

-현명하고 지혜로운 우리가 왔다!

태현이 노드란체에 풀어 놓은 종족들이 도우러 왔다.

“…!!”

“너, 너희…!”

개척단 플레이어들은 순간 눈물이 핑 도는 걸 느꼈다.

살다 보면 기대하지도 않았던 도움을 받을 때가 있었다.

바로 지금 같은 순간!

거인이나 오크, 고블린이나 뱀파이어들이 노드란체 곳곳에 자리 잡을 때는 ‘아 뭐 저런 종족들이 있냐?’ 했었는데….

지금 보니 선녀 그 자체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크흑!”

“그, 그런데 거인들로 막을 수 있나?”

거인들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묵직한 바윗덩이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곰 전사들도 한 덩치 했지만, 거인들의 덩치에는 따라갈 수 없었다.

쿵! 쿵!

-성가신 짓거리를…!

-바위를 쪼개고 달려라!

곰 전사들은 발톱을 휘두르거나 무기를 휘둘러 길을 막는 바윗덩이들을 쪼개기 시작했다.

워낙 힘 스탯이 높아 그대로 바위가 잘려 나가는 괴현상!

-빨리 빨리 뒤로 빠져라!

“고… 고마워!”

거인들이 틈을 만들어 준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뒤로 후퇴할 수 있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기 있는 종족들은 거인족만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취익! 오크 궁사대 발사해라!

파파파파파팍-

숫자 하나는 많은 오크들이 굵직한 활을 당기며 화살을 쏘아댔다.

어디서 갖고 왔는지 투박한 투석기까지 굴려대는 오크들!

-돼지 같은 놈들이 감히…!

-신성한 곰의 분노를 보여주겠다!

투투퉁, 투퉁!

화살은 제법 매섭게 날아갔지만 곰 전사들에게 데미지를 주지는 못했다.

곰 전사들은 몸으로 막아내며 계속해서 비탈길을 걸어 올라왔다.

-취익, 저놈들 무례하다! 우리보고 돼지라니!

-취이익! 오크의 이름에 맹세코 용서하지 않겠다!

오크들은 심한 무례에 부들부들 떨었다.

-취익! 주술사들이여. 우리 복수를 해다오!

-췩! 맡겨다오.

진짜는 오크 주술사들이였다.

대기하고 있던 오크 주술사들이 지팡이를 흔들자, 바닥에 떨어진 화살들에서 연기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정령의 환상!

-헤매이는 정령의 미로!

-취익, 지금이다! 박쥐들!

오크 주술사들의 말에 대기하고 있던 뱀파이어들도 나섰다.

-흡혈의 안개!

-매혹의 시선!

상태 이상 저주에 특화된 종족이 바로 뱀파이어!

오크 주술사들이 건 주술만으로는 부족해도, 뱀파이어들까지 마법을 퍼붓자 곰 전사들도 멈칫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블린들이 나섰다.

-큭큭큭… 여기 폭탄이다. 던져라!

-폭탄 좋다! 우리 던진다!

거인들은 신이 나서 폭탄들을 들어 닥치는 대로 던지기 시작했다.

아까처럼 돌덩어리인 줄 알고 튕겨내려던 곰 전사들은 갑작스러운 폭발에 깜짝 놀랐다.

콰콰콰콰쾅! 콰쾅!

-으악! 왜 여기서 터지냐!

-앗. 불량품 정도는 있을 수도 있지 않나? 크헤헤.

-저 고블린 놈들이…!

…물론 작은 사고 정도는 있었지만, 종족들의 연합 공격은 훌륭했다.

곰 전사들은 결국 버티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는지 재빨리 후퇴하기 시작했다.

“살… 살았다!”

“진짜 박살 나는 줄 알았네….”

한숨 돌린 플레이어들은 거인을 비롯해서 도와주러 온 종족들을 감동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우리가 그렇게 무시했는데 우리를 도와주러 오다니…!”

-뭐? 우리를 무시했나?

“정말 감동이야!”

-우리를 무시했다고??

“너희가 케인보다 몇 배는 낫다!”

종족들이 따지기 전에 재빨리 달려와서 입을 막아버리는 플레이어들!

“거인 만세! 거인 만세!”

“오크 만세! 오크 만세!”

“고블린 만세! 고블린 만세!”

“뱀파이어 만세! 뱀파이어 만세!”

“케인은 죽어라!”

* * *

“이다비. 이 소리 들려?”

“네! 들려요!”

“그렇지? 나도 들릴 줄 알았어!”

“영지가 잘 돌아가는 소리…!”

“돈이 넘쳐 흐르는 소리!”

‘잘들 논다. 잘들 놀아.’

일행은 뒤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태현이 이다비를 닮아가는 것인가, 이다비가 태현을 닮아가는 것인가!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경매가 대박이긴 했어….’

순식간에 자금이 철철 넘치는 영지가 되어버린 골짜기!

경매를 준비할 때만 해도 이다비와 태현은 저렇게 대박까지 예상하지 않았었다.

-한 십만 골드 나오려나?

-십오만 정도면 좋을 텐데요.

-이야. 그 정도만 나와도 참 좋겠다. 그치?

그러나 결과는 상상을 초월해도 너무 초월한 대박!

‘아. 이러니까 갑자기 병사들 숫자 늘리고 싶어지네.’

돈이 많아지자 악마의 유혹처럼 드는 생각!

[카르바노그가 그런 돈 있으면 자기 동상이나 세워달라고 합니다!]

‘앗. 그럴까?’

[?!]

‘아차. 내가 돈 때문에 잠깐 정신줄을 놓은 것 같군. 동상이라니.’

[탕탕탕탕탕!]

태현은 영지 창고에 골드를 쌓아놓은 다음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탑을 늘릴까, 다른 건물을 지을까, 아니면 성기사들이나 사제들을….’

“김태현! 김태현! 노드란체에서 큰일이 났대!”

“그렇군… 노드란체에서 큰일이 났다니… 하하.”

“…….”

이 자식 뭐 잘못 먹었나?

케인은 태현을 붙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지금 믿을 만한 건 태현밖에 없는데 이러면…!

“야! 노드란체가 지금 망하게 생겼다고!”

“아. 망하긴 뭐가 망해. 왜? 또? 눈보라가 쳤대? 괜찮아. 안 죽어.”

“아니! 막 얼어붙어 있던 고대의 야만족 전사들이 쳐들어와서….”

“개척단이 전멸당했나? 에이. 뭐 그런 영지를 신경 쓰고 그래. 하하.”

“아니! 막아냈다고! 거인하고 오크하고 뱀파이어하고 고블린하고 힘을 합쳐서….”

“뭔 브레멘 음악대냐?”

태현은 농담은 그만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갑자기 그런 놈들이 올 정도면 퀘스트 같은데, 왜 퀘스트가 생겼지?”

“<화산의 저주> 때문에 따뜻해져서….”

“…….”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게 그렇게 되나?

‘거 참. 나비효과도 이런 나비효과가 없군….’

“하긴 거기 개척단 플레이어들은 지켜야 할 절박한 이유가 없을 테니, 힘들면 뒤로 빠지겠지. 도와주러 가긴 해야겠군.”

“!”

“일주일.”

“???”

케인은 갑작스러운 시간 선언에 의아해했다.

“뭔 일주일?”

“일주일 안에 해결을 보겠다고.”

“…!”

케인은 감탄했다.

저 자신감이라니!

마치 관우가 적장 모가지를 술 식기 전에 따서 오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태현도 일주일 만에 퀘스트를 깨겠다고 선언한 것인가!

‘대단하다…!’

케인은 솔직히 부러웠다. 어느 정도 실력이 되어야 저런 자신감이 생길 수 있을까?

솔직히 케인은 평생 해도 안 생길 것 같은데….

“아다만티움 녹일 준비가 끝나려면 일주일 정도 걸리거든. 끝나든 안 끝나든 일주일 지나면 영지로 돌아와서 아다만티움 녹일 거야.”

“…응?”

케인은 멈칫했다.

“아, 아니. 일주일 안에 끝내겠다는 자신감이 아니었어?”

“내가 신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알아?”

[신 비슷한 거 맞다고 카르바노그가…]

“그러면 못 끝내면?”

“못 끝내면 그냥 두고 와서 아다만티움 녹일 건데.”

“야! 그렇게 내버려 두면 어떡해!”

“노드란체보다는 아다만티움 장비가 중요하지 않나? 너 아다만티움 장비 안 필요하냐? 대회 생각해 봐.”

“…!!!”

케인은 태현의 말을 듣고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아… 아다만티움 세트…!?

지금 케인이 입고 있는 장비도 솔직히 랭커들 중에서 손꼽히는 장비였는데, 이걸 아예 아다만티움으로 강화한다고…?!

“끄으으응…!”

두 건초 더미 사이에서 굶어 죽은 당나귀처럼, 케인은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다만티움 장비냐 영지냐!

“걱정 마라. 케인. 일주일 안에 끝내면 되지. 안 그래?”

“그… 그렇구나! 그러면 되는 거였어!”

케인은 눈에 불을 켰다.

일주일…!

일주일 안에 끝내고 만다!

[카르바노그가 지금 고대 야만족들을 우습게 보는 거냐고 어이없어합니다.]

‘뭐,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해결하고 오려고.’

케인 영지지 내 영지냐!

이야기를 마친 태현은 일행을 불러 바로 출발 준비를 했다.

동물원은 태현이 없어도 알아서 지어지고 있었으니 굳이 끝을 볼 필요가 없었다.

“출발!”

태현 일행이 떠나버리고 나서, 영지로 드워프 사절이 찾아왔다.

“폐하 계십니까? 폐하께 바칠 아이템이 있는데….”

갈카드 드워프 부족이 보낸 사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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