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053화 (1,052/1,826)

§ 나는 될놈이다 1053화

‘감… 감히 우리를 무시해…?’

‘리X지나 할 아저씨가 감히??’

길마들이 이렇게 무시당한 적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돈으로 갑질을 당하자 몇 배로 더 뼈아팠다.

태현은 의아해했다.

‘근데 우르크 지역이 돈이 안 나올 텐데 골드가 어디서 나셨지?’

우르크는 드넓었지만 돈은 별로 안 됐다.

태현의 영지 수입과 비교한다면 훨씬 더 적을 것이다.

대부분이 산맥 지역인 데다가+주민 대부분이 오크 종족이고+영지 성장 대신 주민 숫자만 계속 올리고 있는 상황.

영지 수입 페널티 3관왕이었다.

물론 그걸 포기한 대신 어마어마한 물량의 오크 군세를 동원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건물 파셨나? 아니, 그러실 분은 아닌데.’

정답은 카투가 요새였다.

길드 동맹이 갖고 있는 요충지였는데, 스미스와 해적들한테 뺏기고, 스미스가 김태산한테 팔고….

김태산과 아저씨들이 알박기해서 길드 동맹을 꾸준히 엿먹여 온 요새!

길드 동맹은 이를 갈면서 밟아버리려고 했지만, 김태산은 어디서 구해 온 역병 폭탄을 꺼내서 요새를 조져 버리겠다고 역으로 협박했다.

길드 동맹은 치사하고 더러워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오스턴 왕국 남부 역병 지대는 황무지 그 자체였으니까!

결국 길드 동맹은 비싼 돈을 주고 요새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뒤에 계속 가시를 박고 싸울 수는 없었으니까.

김태산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그 돈을 전액 베팅!

쑤닝이 알았다면 뒷목을 잡았을 일이었다. 그 돈이 저렇게 흘러가다니….

* * *

“그러면 다음은 밀레네입니다.”

‘밀레네가 애매하긴 한데, 그래도 트레움을 못 살 수도 있잖아.’

‘맞아. 산에 둘러싸인 도시니까 방어하기도 좋고, 자원도 꽤 있을 거야. 던전 찾기도 좋아 보이고.’

‘항구야 밑으로 내려가서 어디든 잡으면 되니까 밀레네도 입찰을 해볼까….’

길마들은 수군거리며 전략을 고민했다.

트레움을 갖고 싶긴 한데, 밀레네도 나쁘진 않다!

트레움은 경쟁이 심할 것 같으니 밀레네도 한 번 입찰을….

“밀레네에 50만 골드.”

“?!?!?!”

“장난해?!?”

“뭐야 대체?!”

또 한 번 튀어나온 무식한 베팅!

아까 가면을 쓰고 있던 플레이어였다.

“50… 50만 골드 나왔습니다!”

이다비는 기쁜 기색을 감추지도 않았다.

오늘 레벨업하겠구나!

“더 없으신가요? 더 없으신가요?”

“더 있겠냐!”

“아니 시세 좀 맞춥시다! 이렇게 경쟁해서 좋은 건 김태현밖에 없는데!”

“대체 왜 그렇게 세게 때리는 건데!”

그러나 가면 쓴 플레이어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50만 골드! 낙찰되었습니다!”

‘후. 빨리 나가야지.’

유 회장은 안도했다.

여기서 오래 있어봤자 좋을 게 없었던 것!

나중에는 결국 들키겠지만 일단 지금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손녀한테 들키면 좀 많이 민망할 거 같다!

그 결과 선택한 전략이 바로 무식한 베팅이었다.

‘반응을 보니 밀레네 시의 가치를 모르는 모양이군.’

유 회장은 음흉하게 미소 지으며 걸어 나갔다.

여기 모인 길마들은 밀레네 시의 가치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

-아, 그 영지 판매요?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만약 저라면 밀레네 시를 살 겁니다.

-자네… 설마 근처에 산이 있어서….

-아니, 제가 산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거 때문에 영지를 고르지는 않죠!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희 길드는 밀레네 근처의 산을 몇 번이고 등산해서 잘 압니다.

등산 매니아인 <가늘고 길게>의 길드원들은 산이라면 일단 타고 보는 사람들이었다.

덕분에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희귀한 장소들도 꽤 알고 있었다.

-재료도 재료인데, 거기가 괴수 키우기 딱 좋은 곳입니다. 와이번을 대량으로 풀어놓고… 와이번 군단 좋지 않습니까? 팔아도 좋고….

-와, 와이번 군단…!

그 말이 유 회장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이미 바다는 충분히 전력을 갖고 있었다.

와이번까지 더해진다면…!

게다가 이번에 얻은 와이번의 알들도 있었으니….

‘반드시 사고야 만다!’

그리고 유 회장은 성공했다.

다른 놈들과 드잡이질 할 필요 없이 강하게 한 방을 때려서 기선 제압!

경매도 쪼잔하게 치고받을 필요 없었다.

“뭐야 이거! 너 어디서 나온 놈이야!”

“가면 까라!”

두 번째 도시도 뺏기자 길마들도 열이 받았는지 슬슬 으르렁거렸다. 물론 유 회장이 저딴 협박에 흔들릴 사람이 아니었다.

“너희도 억울하면 돈을 써라 꼬꼬마들아.”

“…….”

짜고 친 것처럼 김태산과 똑같은 대사!

김태산이 했던 말을 따라한 유 회장은 갑자기 통쾌해졌다.

아, 이런 맛인가!

“으핫핫핫!”

어차피 가면도 썼겠다, 유 회장은 우렁차게 웃으며 걸어 나갔다. 태현은 그걸 보며 생각했다.

‘저건 나중에 녹화해서 보여드려야지.’

어르신이 의외로 저런 걸 좋아했었구나!

유 회장이 껄껄 웃으며 나가자, 안의 공기가 뒤바뀌었다.

‘남, 남은 도시는….’

‘남은 도시는 하나…!’

‘미친, 대체 얼마를 질러야 하는 거야? 10만 골드 정도면 해결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15만 골드로는 무리인가?’

‘아까처럼 또 미친놈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

길마들의 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상황을 파악한 길마들은 재빠르게 나섰다.

-연합하자!

-뭐?

-보라고! 그쪽이 낼 수 있는 골드, 기껏해야 10만 안 넘잖아! 우리도 마찬가지야. 연합해서 나눠 가지자고. 안 그러면 도저히 가능성 없어!

-…!

“뭐야. 왜 다들 조용해졌어?”

태현은 의아해했다.

길마들이 눈빛만 교환하면서 씰룩이고 있었던 것이다.

너희 무슨 ‘눈으로 말해요’ 하니?

“귓속말로 이야기하나 본데요?”

“담합하나? 에이… 정정당당하게 붙지.”

길마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너 같으면 시작부터 50만 골드 때리는 미친놈이 두 번이나 나왔는데 그냥 붙게 생겼냐?!

“됐고 시작한다. 자! 마지막 도시, 트레움!”

“1만!”

“2만!”

“5만!”

“10만!”

‘미친…!’

‘아 저 또라이들!’

10만 밑으로 어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길마들은 대번에 정신이 들었다.

절대 그런 푼돈(?)으로 먹을 수 있는 판이 아니다!

김태산과 유 회장의 과격한 베팅이 완전히 분위기를 뒤흔든 것이다.

길드 밑천까지 걸 분위기!

“15만!”

“20만!”

‘말, 말도 안 돼! 쟤네 길드는 절대 저 돈을 못 만들 텐데?’

‘힘을 합친 거야! 우리도 붙어야 해!’

순식간에 물 밑에서 몇 개의 연합이 생겨났다.

태현은 그걸 보면서 ‘와 의외로 돈이 많네? 길드들은 다 돈이 어디서 난 거래?’ 하며 신기해했다.

“25만!”

“어디서 개수작이야! 너 그 골드 있지도 않으면서!”

“이 자식이 감히? 내가 없는지 있는지 어떻게 알아!”

“30만!”

“젠장… 50만! 50만!”

“…55만!”

“!!”

결국 깨져 버린 기록!

갈 데까지 가게 된 길마들의 베팅은 75만 골드까지 가고서야 멈출 수 있었다.

이렇게 되자 김태산과 유 회장은 오히려 현명하게 소비를 한 셈!

“75만으로 낙찰!”

“죽어 이 개자식아! 뭔 원수를 졌다고 붙잡고 늘어지냐!”

“이놈이 어디서!”

“넌 리더 행세하던 놈이 저거 하나 못 따내냐!”

“니들 골드 부족한 걸 왜 나한테 난리야!”

낙찰이 끝나자 순식간에 아수라장!

따낸 길마들은 그래도 서로를 얼싸안으며 환호했지만, 나머지 길마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욕설을 던져댔다.

그 모습을 본 태현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는 아이템 경매가 아니라 영지 경매를 해야겠어….”

세상에서 제일 쏠쏠한 거 같다!

* * *

“드디어 도착했다!”

“저기 우리 쳐다보는 눈빛 좀 봐. 저 저 저… 혼자들 꿀빨다가 우리 오니까 질투하는 거지?”

“거 참 치사하게. 사람이 나눠 먹을 줄도 알아야지!”

노드란체에 새로 도착한 개척단 플레이어들!

프리카 대륙에 왔다가 태현에게 부탁해 새로 참가한 플레이어들이었다.

기존 개척단 플레이어들은 ‘뭐지?? 미친놈인가???’ 하는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쟤네 뭐냐??

-보니까 김태현한테 부탁해서 여기 왔다는데?

-…왜??

-몰라. 미친놈들인가 봐.

-세상에는 일단 유명하면 해보려는 놈들 있잖아. 그런 놈들 아닐까?

-하긴… 일단 유명하면 똥을 싸도 된다는 말도 있으니까….

-그런 뜻의 말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다들 말없이 빤히 쳐다보고만 있자, 새로 온 개척단 플레이어들도 당황했다.

“뭐지?”

“우리를 견제하려고 저러는 겁니다. 휘둘릴 필요 없습니다! 김태현 선수도 말했습니다. 노드란체 가서 원하는 퀘스트를 마음껏 하라고! 저들이 우리를 막을 권리는 없단 말입니다!”

“오오… 오오오!!”

“가자!”

우당탕-

플레이어들은 재빨리 배에서 내려 달려 나갔다.

막든 말든 마음껏 퀘스트를 하겠다!

“새로 온 모험가들이군! 저기 땅이 얼어붙어서 뭘 할 수가 없는데, 잘 녹이고 갈아서 좀 만들어주게.”

“여기 건물이 없어서 너무 추운데 좀 뭐라도 지어주면….”

“상점 건물이 폭풍에 부서졌는데….”

“배가 박살 났는데 배 한 척 구해다 주면….”

그러나 맞이해 주는 퀘스트들이 다 뭔가 이상했다.

“…아, 아니. 뭔가 희귀한 몬스터나… 그런 거 없습니까?”

“위험한 던전에 가족 잡혀가신 적 없으십니까?”

미개척지면 뭐 그런… 숨겨진 던전이나… 희귀한 몬스터 같은 게 있어야 하지 않나?

물론 그 질문에 마을 NPC는 발끈했다.

“이 모험가 놈이 뭐라는 거야! 지금 저주하는 건가?”

“아, 아니….”

“여기는 눈만 감았다 뜨면 폭풍이 치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곳인데 무슨 던전에 잡혀갈 여유가 있나! 이 근처에서 먹고살기도 바쁜데. 뭔가 찾고 싶으면 이 살벌한 추위나 어떻게 하고 말하게!”

“아니… 아니….”

턱-

“?”

고개를 돌리니, 고참 개척단 플레이어가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자. 여기 곡괭이다. 필요할 거야.”

“…케인놈 어딨어?!?!”

딱히 케인이 잘못하진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케인을 찾게 되는 상황!

개척단 플레이어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확실히 화가 나면 케인을 먼저 찾게 되더라.”

“이상하게 케인 탓 같지.”

“근데 케인 탓이 맞지 않나? 우리는 끌려 왔….”

물론 그런다고 멀리서 방송 찍으면서 헤헤 웃는 케인이 당장 나타날 리 없었다.

“이, 이 자식 방송 찍고 있어…!”

“그것도 예쁜 연예인이랑!”

“케인… 죽인다!”

“어떻게? 네가 지지 않냐?”

“…그러면 목표를 바꾸자. 케인이 좀 불행해졌으면 좋겠다!”

“케인, 걷다가 은행이나 밟아라!”

“케인, 새끼발가락이나 부딪혀라!”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외치며 다시 곡괭이를 휘둘러나갔다.

왠지 모르게 흥겹다!

그렇게 케인에 대한 증오로 불태우던 플레이어들에게 어느 순간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화산의 저주>로 인해 노드란체의 추위가 잦아들기 시작합니다.]

[노드란체의 추위가 멈췄습니다!]

[퀘스트, <해빙의 계절>이 시작됩니다!]

[살벌한 투쟁을 각오하십시오!]

“…!??!”

“뭐, 뭐지?”

어떤 곳은 일정 조건을 만족시켜야 퀘스트가 시작되었다.

노드란체의 퀘스트는 바로 추위를 막는 것!

NPC들의 말에서 힌트를 알 수 있었지만, 플레이어들이 그것까지 알아채지는 못했다.

그러나 <화산의 저주>로 갑자기 깨져 버린 것이다.

“<해빙의 계절>이 뭔 퀘스트인지 아는 사람?”

“처음 들어보는데….”

“잘 모르겠지만 지금 이것보다는 낫지 않겠냐?”

“근데 메시지창에는 ‘살벌한 투쟁을 각오하라’고 하는데….”

“…이, 이런 퀘스트 한두 번 해봐? 여기 인원이 몇인데….”

오싹-

갑자기 플레이어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왠지 모르게 무섭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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