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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052화 (1,051/1,826)

§ 나는 될놈이다 1052화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신이 나서 게시판에 리플을 올렸다.

예전에 태현 한 사람 못 잡고 길드가 반으로 쪼개질 때야 ‘뭐? 길드 동맹? 거긴 이미 끝났어!’ 같은 소리를 들었지만, 요즘은 달랐다.

미다스 길드와의 영지전으로 관심도 많이 올라가고, 여러 곳에서 투자도 많이 받으면서 길드 분위기가 확 좋아진 것이다.

덕분에 길드 동맹 길드원들도 요즘 게시판에서 ‘내가 길드 동맹 소속인데~’라며 자랑하고 다녔다.

이번 글도 비슷한 경우!

-진짜 탈퇴하지도 않을 거면서 허세는….

-뭐? 날 지금 뭘로 보고. 내가 길드 동맹 아센이다! 내가 거짓말한 거면 아레네 시로 와서 부르던가!

-맞아! 아센 말은 내가 보장한다고!

-만약 안 하면 진짜 찾아가서 도시 광장에서 시위한다??

-ㅋㅋㅋㅋㅋㅋ 재밌겠네. 나도 같이 감.

“아니. 이것들은 거짓말이 들켰으면 물러설 줄 알아야지 뻔뻔하게….”

“너희 뭐하냐?”

“아. 예! 조장님! 지금 어떤 놈들이 뻔뻔하게 ‘그 골짜기’에서 <화산의 저주>가 사라졌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어서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거 진짜다. 지금 길마님이 어떻게 한 건지 알아보라고 명령 내려왔어.”

“…네????”

“뭘 ‘네’야? 지금 화산의 저주 때문에 온도 올라가는 거 안 보여? 이러다가 도시가 쪄죽겠다. 게시판에서 놀 시간에 빨리 움직여!”

“어, 어, 어….”

* * *

“…만약 거짓말이면 어쩌죠?”

“거짓말이면 네가 PK해라.”

“아니… 뭔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모일 저녁.

정해진 시간이 되자 수상쩍은 플레이어들이 골짜기 근처 곳곳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장비는 평범해 보였지만 눈썰미 좋은 사람들이라면 끼고 있는 장신구가 매우 좋은 아이템이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위장!

고렙 플레이어들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매번 중무장하고 다니진 않았다. 괜히 시선 끌어서 좋을 일 없으니까.

특히 이번 일은 시선을 끌어서 좋을 게 없다!

“그래도 골짜기에서 만나자고 하는 거 보면 거짓말이 아닐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면 기왕 거짓말한 거니 골짜기에서 만나자고 한 미친놈일 수도 있지.”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셔야 합니까?”

고렙 플레이어들이 여기 모인 이유는 하나였다.

게시판에 올라온 수상쩍은 경매글!

수상쩍기로는 이제까지 올라온 경매글 중 최고라고 봐도 좋았다.

영지를 저렇게 파는 놈이 어딨어!

아니, 애초에 판온에서 영지를 판매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긴 했지만….

어쨌든 영지를 판다는 글에 문의를 했더니, ‘그러면 몇일 몇시에 여기로 오세요~’ 하고 답장이 온 것이다.

“헉, 저기 <아란> 길마 아닙니까?”

“촌스럽게 티 내지 마! 설마 우리만 입찰했겠냐!”

아무리 낚시글이라도 넘길 수 없는 글들이 있었다.

바로 지금이 그런 상황!

길드 동맹이나 미다스 길드처럼 초대형 길드는 아니더라도, 꽤 규모를 갖춘 길드들은 다들 저 글을 진지하게 고민한 모양이었다.

요즘 중, 대형 길드들의 고민은 하나였다.

길드 동맹이나 미다스 길드처럼, 영지를 어떻게든 확보한 다음 투자를 받아 적극적으로 운영할 것인가?

아니면 치열한 영지전에는 관심을 끄고 조용히 판온을 즐길 것인가?

다들 알고 있었다.

길드 동맹이나 미다스 길드가 전쟁으로 화제를 끌고 투자를 받았다는 것을!

앞으로는 저렇게 대규모로 투자를 받는 길드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도였다.

태현처럼 ‘뭐 굳이 투자를 받냐? 나는 그냥 혼자서 다 패는데 ㅎㅎ’ 같은 게 가능하지 않는 한, 길드들은 선택을 내려야 했다.

경쟁을 포기하든지 경쟁에 뛰어들든지.

그리고 이 자리에 온 길드들은 후자를 선택한 길드들!

어떻게든 영지를 확보해서 싸움에 뛰어들기로 결정한 길드들인 것이다.

…물론 그 매물이 진짜라면 말이지만….

“어우, 여기는 시원하다?”

“<화산의 저주>를 막은 게 진짜인가? 대체 어떻게 막은 거지?”

“김태현이야 워낙 희귀한 퀘스트를 많이 깼으니, 냉기 쪽 마법사 NPC를 알아놓은 거 아닙니까?”

“그게 한두 명으로 될 일인가…?”

길마들은 몰라보게 변한 골짜기의 모습에 감탄했다.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예전에만 해도 일확천금에 미친 놈들만 가는 이상한 곳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김태현 이 자식은 투자도 안 받고 현질도 안 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대체 영지를 어떻게 운영하는 거야??’

‘몰래 현질하는 거 아닙니까?’

‘도저히 이만큼 못 할 거 같은데….’

정답은 다른 사람들한테서 약탈!

그러나 길마들은 그걸 깨닫지 못하고 순수하게 감탄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 길드도 이런 영지를 갖고 싶다!’

‘도시를 먹을 수 있다면야….’

‘작은 마을이나 요새 같은 건 너무 미래가 없어. 확장도 힘들고. 하지만 도시… 도시 정도라면….’

플레이어가 아무도 없는 먼 곳에 가서 개척을 해서 영지를 만든다면, 보통 마을이나 요새 정도로 시작했다.

제일 작은 단위!

거기서 더 발전하고 발전해야 이제 도시나 성이 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 길마들은 그렇게 처음부터 키울 생각이 없었다.

너무 오래 걸리는 데다가 관심도 못 받을 테니까.

하지만 아탈리 왕국 남쪽이라면….

‘바다도 있고, 배 타고 나가서 에랑스 왕국이나 오스턴 왕국 공격하기도 딱 좋다.’

‘김태현도 오스턴 왕국 치는 건 뭐라고 안 하겠지!’

‘길드 동맹하고 미다스 길드는 서로 싸우느라 정신이 없으니, 해안 쪽 도시나 성 하나만 점령하면 쭉쭉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모두가 행복한 망상을 하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저 광장에서 어떤 미친놈이 울면서 장비 다 벗고 나눠주는데요?”

“게임 접으려나 보지.”

“아니, 근데… 쟤 길드 동맹에서 본 놈 같은데…?”

“뭔 헛소리야? 길드 동맹 길드원이 왜 그런 짓을 해?”

* * *

[<뱀파이어의 지하 홀>에 들어왔습니다!]

[뱀파이어들의 마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지하 홀>은 뱀파이어들의 각종 아이템이…]

[뱀파이어 종족의 능력치가 상승…]

[……]

“…???”

“아니 왜 영지에 이런 건물이…?”

뱀파이어 건물이면 혐오시설 아냐??

길마들은 의아해하며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어서 오십쇼! 시원한 마실 것 하나 드릴까요?

“아. 주시죠….”

-여기 신선한 돼지 피 하나!

“…….”

길마는 떨떠름한 얼굴로 잔을 받았다. 뱀파이어는 손을 내밀었다.

“?”

길마는 손을 맞잡고 악수했다. 그러자 뱀파이어가 정색했다.

-돈 주셔야죠. 손님.

“…그, 그렇군요.”

공짜가 아니었어?!

‘그래도 이 정도면 사기는 아닌 것 같은….’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

“김태현이다!!!”

“아니, 그런 개떡같은 글이… 진짜 김태현이 올린 거였다고?”

길마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마지막까지 거짓말이라고 의심했던 길마였다. 태현이 올렸다고 보기에는 너무 퀄리티가 쓰레기였던 것이다.

“누구인가?”

“???”

“방금 누가 개떡 소리를 내었어?”

여섯 팔 달린 랭커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주번을 두리번거렸다.

바로 케인이었다.

어두운 곳에서 보니까 더 무섭다!

‘아오. 저 자식 종족은 뭐 저리 흉측해?’

‘엘프로 변신도 가능한 거 같던데 그냥 변신이나 하고 있지.’

길마들은 속으로 케인을 욕했다. 그러나 케인은 평소 갑질할 기회가 없던 길마들을 만나서 매우 신이 난 상태였다.

레드존 길마일 때 당한 서러움을 여기다 풀리라!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데에 있어서 케인은 달인이었다.

“케인. 그만해라. 그리고 불편하니까 엘프로 변신해. 너 팔 너무 많아서 안에서 거추장스러워.”

“힝….”

케인은 슬퍼하며 종족 변신을 했다.

언제는 팔 여섯개라고 칭찬해 줬으면서 이 자식이…!

“판온하느라 바쁜데 이렇게 시간을 내어서 와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

태현의 공손한 말에 모두 다 적응 안 되는 표정이었다.

저 자식이 저렇게 공손한 태도도 취할 수 있었나?

‘김태현 맞냐? 위장한 가짜 아냐?’

‘그러게? 진짜 수상한데.’

‘김태현이면 보통 <죽어> <뒤져> <두 번 죽어> 같은 말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지 않아?’

‘어떤 미친놈이 사람을 불러놓고 그럽니까?’

‘판온 1에서는 그랬거든?’

길마 중 한 명이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일어서서 소리쳤다.

“너… 너는 가짜가 분명해! 영지를 판다는 것부터 그렇고 김태현이 저렇게 공손할 리가 있나!”

“역시…!”

“그런 거였나!”

다들 그럴듯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태현이 정색했다.

“깃발 꽂히기 싫으면 개소리 그만하고 앉아라.”

“…넵.”

길마는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아… 김태현 맞구나…!

“흠흠. 영지를 사러 온 사람한테 좀 친절하게 대해주려고 했더니 반응이 별로군.”

“난 믿고 있었다, 태현아!”

“아버지. 쪽팔리니까 제발 좀….”

김태산이 손을 들고 아는 척을 하자 태현이 민망해서 얼굴을 가렸다. 길마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아니 김태현 아버지도 있었어?’

‘김태현 아버지도 유명 랭커였지?’

‘우르크 산맥 쪽에 오크들 엄청 데리고 있다면서? 질은 몰라도 양으로만 치면 판온 최고 수준 아니냐.’

‘뭔 놈의 가족이 저리 흉악해?’

김태산도 자리에 있자 길마들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아….

진짜 영지를 파나 보다!

“흠흠. 빨리 시작하기나 하세.”

“…?”

다들 적당히 위장을 하고 있었지만, 웬 플레이어 한 명은 아예 가면까지 쓰고 있었다.

누구지?

“제가 팔 영지는 <피넬레>, <밀레네>, <트레움>. 이 세 도시입니다.”

피넬레는 동남쪽 항구 도시.

교통으로는 최고의 위치였다.

오스턴 왕국, 프리카 대륙, 아스비안 제국 등 배만 타면 어디든 가기 좋은 위치!

원래는 많던 해적들도 누구 때문에 사라진 상태라 더더욱 좋았다.

트레움도 마찬가지로 남쪽 항구 도시. 다만 피넬레와는 반대인 서쪽에 위치해 있었다.

아스비안 제국은 가기 좀 까다로워도 에랑스 왕국이나 오스턴 왕국을 노리기는 더더욱 좋았다.

그리고 밀레네는 두 도시 가운데에 위치한 산악 도시.

‘밀레네가 애매하지?’

‘얻는다면 피넬레나 트레움이지. 항구가 있잖아. 항구가 최고지.’

‘세금부터 시작해서 남들 공격하기도 좋고….’

아탈리 왕국이 왜 매력적인가?

오랫동안 싸움이 없어서 번영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북쪽에서 공격 받지 않는다는 게 컸다.

태현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데 누가 공격하겠는가.

남쪽 영지만 얻으면 배 타고 온갖 해적질을 벌여도 됐다.

‘오스턴 왕국이라거나 오스턴 왕국이라거나….’

‘길드 동맹이라거나 미다스 길드라거나….’

요즘 잘나가는 놈들일수록 군침 도는 먹이!

“그러면 피넬레부터 시작해 볼까 싶은데….”

“피넬레에 50만 골드!”

“???”

“뭐야 XX?!”

“미쳤냐???”

무심코 욕이 나올 정도로 무식한 베팅!

어떤 또라이가 경매 가격을 이렇게 올려?

…바로 김태산이었다.

진행을 맡은 이다비가 흥분된 얼굴로 물었다.

“50만 골드 나왔습니다! 더 없으신가요? 더 없으시면 50만 골드! 낙찰되었습니다!”

“아니 뭐 저런 미친놈이….”

“경매 너 혼자 하냐?!”

길마들이 웅성거렸지만 김태산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실실 웃으며 말했다.

“너희도 억울하면 돈을 써라 꼬꼬마들아.”

“…….”

“…….”

화르륵!

이다비는 분명히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바로 길마들의 눈에 불이 붙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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