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050화 (1,049/1,826)

§ 나는 될놈이다 1050화

남의 도시를 팔아서 골드를 번다.

생각만 해도 마음에 드는 발상이었다.

[카르바노그도 감탄합니다!]

‘그렇지?’

[상대방이 화신을 이유 없이 싫어할 때에는 싫어할 이유를 확실하게 만들어주자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나도 그럴 생각이었어.’

“이다비. 영지를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 저도 영지는 팔아본 적 없는데요?!”

상인이라고 영지 팔아본 적 있을 거라고 단정하다니!

“일단 구매할 사람을 찾는 게 좋지 않을까요?”

“구매할 사람이라… 으으음. 일반 아이템이 아니라 골치가 아프군.”

태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막상 영지를 팔려고 하니 또 어려운 것이다.

일단 수상쩍은 놈한테 팔면 안 됐다. 길드 동맹이나 미다스 길드처럼 초대형 길드들은 제외였다.

그런 길드들은 영지전과 공성전이 주 수입원 중 하나였다.

어마어마한 투자를 받으며 기업처럼 굴러가고 있는 이상 자기들이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었다.

그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싸워야 하는 놈들!

그리고 이세연의 길드도 제외였다.

딱히 이유는 없고, 그냥 제외였다.

[????]

‘뭐 왜 뭐.’

그렇다면 좀 믿을 만하고 견실한 중형 길드 정도인가?

요즘 영주 붐이 일어서 개나 소나 다 영지 하나 가지려고 다들 열심히니, 구매자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중요한 건 믿을 만한 놈인지 아닌지!

“태현 님. 너무 고민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

이다비의 말에 태현에 살짝 감동했다.

그래. 세상에 그렇게 수상쩍은 놈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벌써부터 이렇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같이 가서 제압한 다음에 또 팔면 되잖아요.”

“?!?!”

이다비!?

하지만 태현도 부정할 수가 없었다. 이다비의 말이 완전히 옳았던 것이다.

아키서스식 해결법!

“맞는 말이긴 해.”

“그렇죠?”

이다비는 모처럼 좋은 생각을 해낸 것 같아서 뿌듯한 표정이었다.

물론 다른 일행들은 ‘히익’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지만….

-저거 다 태현이 때문 아니냐?

-아니. 이다비 씨는 사실 원래 좀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단 살 놈들부터 찾은 다음 고민하는 게 낫겠지.”

태현은 경매 게시판에 들어갔다. 판온의 온갖 아이템들이 올라오는 여기서는 다양한 방식의 경매가 가능했다.

“도시… 팝니다… 선제시요….”

“…….”

“…….”

대체 저게 언제 때 게시글이야!?

<도시 팝니다. 선제시요. 좋은 도시입니다.>

아탈리 왕국 도시 팝니다.

남부 도시 피넬레.

남부 도시 밀레네.

남부 도시 트레움.

이렇게 세 개 팝니다. 한 사람한테는 안 팔고 나눠 팝니다.

원하시는 분 상담해 주세요.

*길드 동맹 사절.

*미다스 길드도 사절.

“흠. 다 썼다.”

“…고, 고치는 게 낫지 않냐?”

케인도 장사를 많이 해본 건 아니었지만, 태현의 게시글이 잘 쓴 게시글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왜?”

“뭔가 좀 더 구매 의욕을… 생기게 하고, 무엇보다 좀 더 믿음직스러워야 하지 않아?”

아무리 봐도 저건 수상쩍은 낚시글이잖아!

판온 경매 게시판은 쓸 만한 글도 많았지만, 허위광고도 더럽게 많았다.

<오리하르콘 검>을 팝니다! 해서 갔더니 목검에 칠해서 팔려고 하는 건 양반 수준.

아무리 제재를 하더라도 이용자 숫자가 많다 보니 허위매물은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상관없어. 물건만 괜찮으면 알아서 올 테니까.”

판온 1에서도 아이템만 괜찮으면 게시글이 아무리 개떡 같아도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어 있었다.

옵션 하나 차이에도 목숨 거는 게 판온 플레이어 아니었던가!

* * *

“길마님. 이거 보셨습니까?”

“뭔데?”

“게시판에 웬 미친놈이 영지 판다고 낚시 글을 올렸는데요.”

“그런 놈이 한둘이야?”

“근데 거기가 아탈리 왕국 남부 도시라서….”

“뭐?!”

태현이 우드스탁 길드한테 틸라우 시를 판 건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모두가 침만 꼴깍꼴깍 삼키며 부러워할 뿐, 차마 말은 걸지 못하고 있는 상황!

“진… 진짜 김태현인가?”

“아니면 사정 알고 놀리는 미친놈일 수도 있고요.”

“만약에 가짜라는 게 들키면 PK 당할 텐데.”

“에이. 이런 거 낚시하는 놈들이 뭐 그런 거 신경 썼어요? 죽어도 아쉬울 거 없는 놈들인데.”

글을 보니 벌써 리플이 뜨거웠다.

-님 정신나감? 김태현이 이제 님 쫓아다니면서 접을 때까지 죽일 듯 ㄷㄷ.

-김태현 선수 그런 분 아니거든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김태현 판온 1 때 길드전 영상… 환상의 대학살쇼!>. 이거나 보고 와라. 이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내가 김태현한테 뼈가 시리도록 당한 사람이야! 아직도 비가 오면 김태현한테 맞은 곳이 아프다!

-여기 있는 길드원들이 잘못했네요 ㅉㅉ.

-그러게 왜 김태현 선수의 길을 막죠??

-나 같으면 그냥 길드 해체하고 던전 비켜줬다.

-법대 나온 내가 봐도 길드 잘못임.

-…….

-그런데 이거 진짜 판매글인가?

-낚시겠지. 누가 이렇게 올려. 김태현이 무슨 초보 상인도 아니고… 그냥 아는 인맥한테 물어보지 않겠냐?

-그런데 왜 닉네임 앞에 [문의함]이 떠있죠?

-…….

낚시라고 넘기기에는 너무 유혹적이다!

다들 ‘에이… 설마…’ 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문의를 해버렸다.

[혹… 혹시 진짜 김태현인지…]

[꼭! 사고 싶습니다!]

[아들아! 영지를 팔 거면 나한테 먼저 말을 해줘야지!!]

* * *

게시글을 올리고 계속 기다리는 건 태현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게시글은 올렸으니 이제 우리는 우리 할 일 하자!

[<아키서스의 성스러운 동물원>이 건설 시작됩니다!]

[현재 골짜기의 인원이 매우 많습니다! 건설에 추가 버프 <대인원>이 들어갑니다!]

[현재 영지의 경제 상태가 양호합니다! 건설에 버프가…]

[현재 거인족들이 영지에 있습니다. 건설에 버프…]

[거인족들로 인해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현재 뱀파이어들이 영지에…]

[현재 고블린들이…]

[드워프들도…]

[서로 사이 나쁜 종족들을 정말 많이도 모았습니다! 버프가 들어갑니다!]

쿠르르릉-

우르르 뜨는 메시지창에, 태현은 감회가 새로웠다.

예전에는 영지에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사람들한테 사기… 아니, 설득을 해서 일을 시켜야 했었다.

그러나 이제 골짜기도 어엿한 영지.

태현이 착실히 쌓아 올린 것 덕분에, 이런 대공사도 골드만 있다면 어마어마한 속도로 진행이 됐다.

[<화산의 저주>로 인해 사람들이 쉽게 지칩니다! 건설의 속도가 내려갑니다.]

[거인족들이 배가 고프다고 난동을 부립니다! 건설의 속도가…]

‘…괜히 감동했군….’

* * *

화르륵!

[<태초의 불>이 완성됩니다!!]

[세계가 처음 열릴 때부터 있었던 <태초의 불>을 불완전하게나마 구현한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사디크의 권능이 더더욱 강해집니다!]

‘아니 왜 사디크가?’

[카르바노그가 사디크가 얹혀간다고 혀를 쯧쯧 찹니다.]

자기는 하는 것도 없으면서 얹혀 간다니 신으로서 자존심도 없나!

‘…카르바노그… 그 말은 너한테도….’

[자기는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메시지창은 계속되었다.

[골짜기에 <태초의 불>의 버프가 영원히 적용됩니다!]

[영지에서 들어가는 모든 대장장이 기술 스킬에 추가 버프가 들어갑니다!]

[제련이 힘들었던 금속들을 추가로 제련할 수 있습니다.]

[영지 대장간에서 일정 확률로 높은 등급의 아이템이 나옵니다!]

[영지의 대장장이들의 성장 속도가 크게 빨라집니다!]

[지하에 녹아 있던 광산들이 <태초의 불>로 인해 모습을 드러냅니다. 고블린들이 미쳐 날뜁니다!]

[영지의 드워프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고블린들이 혼자 지하 광산을 독점하는 걸 참지 못합니다!]

[태초의 불로 인해 <아키서스의 성스러운 동물원>에 사디크의 마수가 자연적으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아. 그건 싫은데….’

[카르바노그도 부정탄다며 질색합니다!]

[대장장이 기술이 크게 오릅니다!]

[<최고급 장비의 힘 끌어내기> 스킬이 <태초의 담금질>로 변합니다!]

<날카롭게 갈기>나 <녹 없애기> 같은 대장장이들의 기본 강화 스킬들이 합쳐진 <최고급 장비의 힘 끌어내기>.

태현이 최고급을 찍고서 받은 강력한 대장장이 스킬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한 번 더 강화!

<태초의 담금질>

장비의 성능을 태초의 불에서 받은 기운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강력하게 만듭니다! 스킬을 중첩할 수 있습니다. 스킬을 중첩할수록 실패 확률이 올라갑니다.

‘역시 나한테 좋은 스킬…!’

이런 식의 중첩 가능한 스킬은 행운에서 매우 유리한 태현을 위한 스킬이었다.

태현의 폭딜은 싸우기 전부터 이런 식으로 겹겹이 걸린 버프를 걸어 완성되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태초의 불을 설치한 값어치가 있다.’

최고급 대장장이 기술 4 (2%)

‘…아직도 멀긴 했지만….’

[지금부터 하늘성에 있는 대장간에서 아다만티움 제련이 가능합니다!]

[<태초의 불>로 인해 하늘성 안에 있는 <냉기의 핵>의 결계가 녹아내립니다!]

“?!?!?”

태현은 기겁했다.

아니 그게 그렇게 되나?

‘설마…?’

[결계가 녹아내려 <냉기의 핵>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냉기의 핵>은 마계의 가장 춥고 어두운 곳에서 끌어온 냉기가 뭉친 결정체. 섣불리 다루지 마십시오! 사용자를 파멸로 몰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화산의 저주를 견뎌내라-영지 관리 퀘스트>

성질 더러운 드래곤이 내린 화산의 저주는 끝이 없고 지독한 저주다!

점점 갈수록 더워지는 열기는 영지를 좀먹고 파멸로 이끌어 갈 것이다.

<냉기의 핵>은 악마 대공도 쉽게 다루지 못하는 위험한 물건이지만, 아키서스의 화신인 당신은 행운의 가호를 받아 견뎌낼 수 있으리라.

<냉기의 핵>을 사용해 영지를 <화산의 저주>로부터 막아내라!

‘…하기 싫은데….’

느낌이 불길해!

태초의 불로 인한 보상을 즐기던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판온의 퀘스트는 곳곳에 단서가 있었다.

지금 <냉기의 핵>이 이용 가능하다고 태현을 유혹하고 있었지만, 곳곳에서 불길한 냄새가 났다.

악마 대공도 쉽게 못 다룬다, 섣불리 다루지 마라….

‘이거 재수 없으면 그대로 얼어붙는 거 아냐?’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죽이려고 덤벼들었는데도 버텨낸 태현이 여기서 한 번 죽으면 그것만큼 웃긴 일도 없으리라!

그러나 태현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화산의 저주>가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하게 영지를 휩쓴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더워진다!

* * *

화산의 저주와 별개로, <태초의 불>의 메시지는 영지에 있던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떴다.

갑자기 만들고 있던 각종 장비들이 어마어마한 버프를 받자,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영… 영주님이 미쳤어요…?!”

“뭐야 이거?!”

“…?!?!?!”

대장장이 랭커, 필은 갑자기 뜨는 메시지창에 깜짝 놀랐다.

<검은 바위단> 소속 대장장이인 그는 이 골짜기의 매력에 푹 빠져 굳이 여기서 제작하는 플레이어 중 하나였다.

다른 랭커들은 ‘그 확률에 기댈 바에는 그냥 다른 시설 좋은 영지에서 NPC들 도움 받아가면서 할랜다’라고 했지만, 필은 그러지 않았다.

가끔씩 뜨는 예상외의 대박작이 너무 중독성 강했던 것!

<검은 바위단>의 일로 엮였을 때만 해도 불평을 엄청나게 했던 그였지만, 그 이후로 제작은 꼭 골짜기에서 하게 됐다.

[<태초의 불>로 인해 추가 버프가…]

[지금 만들고 있는 작업 도중에 <태초의 불>이 완성되었습니다! 작업에 추가적으로 버프가 들어갑니다!]

[만드는 결과물에 <태초의 불>이 내뿜는 기운이 들어갑니다!]

지금 제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강력한 버프!

[희박한 확률을 뚫고 <불완전한 위대한 울음의 검>이 만들어집니다!]

[<위대한 울음의 검>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태초의 불>이 있는 대장간에서 직접 담금질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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