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049화 (1,048/1,826)

§ 나는 될놈이다 1049화

판온에서 그럴듯한 이름을 가진 NPC 단체는 보통 뭔가 갖고 있게 마련!

그런 법칙에 플레이어들은 껌뻑 속아 넘어갔다.

차라리 <아키서스 십자군>이었다면 ‘어? 아키서스 십자군?? 뭔가 불길한 이름인데?’ 하고 당황했을 것!

[<에르네스토 백작령 전사단>이 아키서스의 동상을 설치합니다!]

[공성 측에 <아키서스의 동상> 버프가…]

“동상을 설치하네…?”

“뭐지?”

“으음. 버프 받으려고 하는 걸 수도 있지.”

[<에르네스토 백작령 전사단>이 아키서스의 급식소를 설치합니다!]

[공성 측은 언제든지 참가해서 식사를 받아갈 수 있습니다.]

[공성 측에 <아키서스의 식사> 버프가…]

“…급, 급식소…?”

“아니, 밥 나오면 좋긴 한데….”

플레이어들은 웅성거렸다.

밥 나오면 좋긴 한데….

우리가 생각한 거랑 뭔가 다른데?

<전사단>이면 막 싸워야 하지 않나?

[<에르네스토 백작령 전사단>이 아키서스의 임시 대장간을 설치합니다!]

[공성 측은 언제든지 참가해서 수리를…]

[공성 측에…]

“아, 아니. 안 싸워!?”

“설치만 하냐?!”

우리 수성이 아니라 공성 측 입장이거든?!

공격하는 쪽이 오히려 주변에 건설만 해대니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우드스탁은 초조한 마음에 가서 달려갔다.

“아니… 선생님! 공격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물론 갈락파드한테는 어림도 없었다.

“시간이 없다니까요, 선생님!”

“그러면 다른 데 가서 알아봐라.”

“…크흑! 그러면 알겠으니 제발 좀 서둘러서….”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공성전이란 건 제대로 준비해서 해야지.”

‘지가 무슨 방망이 깎던 노인이야?!’

“아키서스 님의 신앙이 인근에 푸근하게 퍼져야, 그때가 공격할 때가 된 거라… 이걸세. 알겠나?”

“…???”

우드스탁은 그 말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잠깐만??

‘…이, 이 인간 아키서스 교단 고위 NPC잖아?!?!’

판온 교단 중 유일하게 플레이어가 부활시킨 교단, 아키서스 교단!

처음에만 해도 ‘에이 너무 세력도 없고 약한 교단이다’ 하며 푸대접을 받았던 것과 달리, 아키서스 교단은 들불처럼 세력을 늘려 나가고 있었다.

지금 중앙 대륙에서 아키서스 교단이 안 퍼진 곳은 없을 수준!

그런 결과에는 물론 태현의 능력도 있었겠지만, 태현 옆에서 아키서스 교단을 도운 유능한 고위 NPC들 덕도 있을 것이다.

…물론 사실은 좀 달랐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저게 펠마스인가? 교단 운영 능력이 거의 신에 도달한 수준이라고….

-앗, 에드안이다! 저 팔 봤어? 저 팔, 아키서스한테 바치고 능력을 얻었다더라!

-갈락파드…? 너무 유능해서 마탑 마법사들이 질투한 탓에 쫓겨났다는 그 마법사?!

원래 소문이 한 번 퍼지면 이상하게 퍼지는 법.

우드스탁은 갈락파드의 얼굴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김태현이 진짜 이런 NPC를 보내준 거야??’

솔직히 김태현이 이렇게까지 퍼줄 줄은 몰랐다!

대체 뭐가 남길래??

-여러분이 남습니다….

-팬들이 남습니….

‘아. 미친. 길드원 놈들이 한 소리가 머리에 맴도네.’

하도 유행해서 갑자기 떠오른다!

어쨌든 갈락파드는 김태현 옆에서 아키서스 교단을 돕는 유능한 고위 NPC들 중 하나였다.

그가 이렇게 왔다는 건 분명 의미가 있으리라!

[아키서스의 임시 대장간에서 공성 병기, <아키서스의 분노>가 완성되었습니다!]

[아키서스의 임시 대장간에서 공성 병기, <역병과 불>이 완성되었습니다!]

“????”

* * *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이제 전원이 다 고급 기계공학을 찍은 상태였다.

어느 스킬이든 고급만 찍으면 길드에서 대우받는 수준이었으니, 여기 대장장이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폭탄에 인생을 바친 사람들!

[<폭탄의 달인> 스킬로 인해 폭탄의 오작동 확률이 줄어듭니다!]

[<폭탄 장인> 스킬로 인해 폭탄의…]

각종 수련으로 얻은 스킬들과, 높은 폭탄 제조 숙련도.

그 결과….

“발사!!”

쿠쿠쿠쿠쿠쿠쿵!

[<성벽 파괴 폭탄>이 성공적으로 폭발합니다! 추가 데미지가 들어갑니다!]

[<지옥 마력 연쇄 폭탄>이…]

[……]

[<화산의 저주>로 인해 폭탄이 더욱더 강력하게 폭발합니다!]

“오오오!”

“봐라! 아키서스 님의 힘이시다!”

‘화산의 저주는 딱히 아키서스랑 상관없지 않나?’

아직 좀 제정신인 기계공학 대장장이 플레이어가 의문을 품었지만, 그는 곧 시선을 돌렸다.

그거 신경 쓰기에는 지금 던질 폭탄이 너무 많다!

[<고블린식 폭탄 투척 발사기>로 인해 폭탄 발사 속도가…]

[……]

각양각색의 공성 병기들!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제각각 만든 것이었지만, 모두 다 똑같은 목적을 갖고 있었다.

폭탄을 최대한 많이, 최대한 세게 때려 박는 것!

콰콰콰쾅! 콰쾅! 콰콰쾅!

[틸라우 시 서쪽 성벽이 완전히 무너집니다!]

[폭탄의 폭발로 인해 작은 지진이 일어납니다!]

[지진이 일어납니다! 모두 휩쓸리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틸라우 시 서쪽 성문이 박살 납니다!]

[틸라우 시 서쪽 경비대가…]

[공성 측의 사기가 오릅니다!]

[……]

“미… 미친….”

“세상의 종말이냐???!”

모여 있던 플레이어들은 그 살벌한 위력에 경악했다.

여기 모여 있던 플레이어들이 마법을 때려 부어도 카운터 치며 버티던 수비 측!

그러나 폭탄 물량 공세가 시작되자 도저히 못 버티겠는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길드 동맹이고 미다스고 폭탄 구하려고 필사적이었던 게 이래서였나?’

‘이 정도 위력이면 안 하는 게 이상하다!’

폭탄의 대표적인 단점.

마법처럼 쓰기 편하지도 않고, 만드는 데 오래 걸리고, 취급이 불편하다.

그런 단점은 공성전만 들어오면 전부 다 사라졌다.

마법사들이 MP 회복하고 스킬 쿨타임 기다리는 동안에도 폭탄만 있으면 무한폭격 가능!

요즘 공성전 좀 하는 길드들이 왜 저렇게 폭탄에 목매는지 확실하게 실감이 왔다.

이 정도면 공성전에 필수적인 소모품 아닌가!

-김, 김태현이 직접 왔나? 아니지??

-이…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나?

-얘네 언제 이렇게 컸어?

현장에 있던 사람들만 충격을 받은 게 아니었다.

이 공성전을 생중계로 보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성벽을 일격에 무너뜨리고 지진을 일으키는 위력!

[틸라우 시 서쪽 성벽을 점령했습니다!]

[틸라우 기사단이 <사나운 돌격>을 시작합니다!]

“기사단 나왔다!!”

“막아! 대장장이들 무너지면 게임 이상해진다!!”

틸라우 기사단들도 이걸 누가 일으켰는지는 아는 모양이었다.

무너진 성벽 뒤에서 분노한 채로 돌격을 준비하는 기사단!

몇 번이고 당해본 공성 쪽 플레이어들은 기겁했다.

“안 막고 뭐해! 가서 몸으로라도 막아야지!”

우드스탁은 길드원들과 함께 달려가며 외쳤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오지 않았다.

“뭐야?!”

“길, 길마님! 겁먹은 거 같은데요….”

“아오 이 도움 안 되는 놈들…! 나중에 두고 보자!”

우드스탁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들만으로 기사단 돌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전사단 앞으로. 벽을 쳐라.”

그러나 갈락파드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아키서스 십자군이 온갖 직업이 섞인 잡탕 군세긴 했지만, 성기사들과 사제들도 있었다.

아키서스 성기사들과 사제!

[<아키서스 성기사>들이 <아키서스 신성의 벽>을 사용합니다!]

[<아키서스 성기사>들이 <아키서스 믿음의 방패>를 사용합니다!]

[<아키서스 성기사>들이 기도합니다! 아키서스의 행운이 그들에게 내려옵니다.]

[불운이 적들에게 닥칩니다!]

[……]

파파파파팍-

대장장이들 앞에 성기사들로 만들어진 단단한 벽이 생겨났다.

그걸 본 플레이어들은 조마조마해했다.

아무리 그래도 아키서스 교단은 전투력이 그렇게 강한 교단은 아닌데, 저걸로 기사단의 돌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기사 직업은 돌격으로 먹고사는 직업인데….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기사단의 맨 앞이 그대로 성기사들의 방벽에 들이박았다.

살벌한 기세!

[아키서스의 불운으로 인해 기사들이 미끄러집니다!]

[아키서스의 축복으로 인해 믿음의 방패 데미지가 더욱 올라갑니다!]

[아키서스의 사제들이 불운의 저주를 겁니다! 기사들의 시야가 어둡게 변합니다!]

[……]

히히히힝!

[<사나운 돌격>을 막는 데 성공합니다!]

[……]

[틸라우 기사단이 돌격 페널티를 받습니다!]

“막… 막아냈어!!”

어떻게 보면 공성 병기보다 더 커다란 충격!

아키서스 교단은 그렇게 전투력이 강한 교단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저 매서운 돌격을 막아낸 것이다!

-!!!

-아, 아키서스 교단 맞아?

-우리 교단이 저렇게 강했었나?

태현도 봤다면 놀랐을 것이다.

모르는 사이 아키서스 교단이 저렇게 강해지다니?

태현이 계속해서 퍼주고 밀어주고 하는 동안, 아키서스 교단도 어엿하게 성장한 것이다.

* * *

“그런데 너희 세이렌의 눈물은 얻었냐?”

“…….”

“…….”

“??”

다들 침묵하자 태현은 의아해했다.

분명 잡았을 텐데?

“아키서스 이름을 말하니까 그냥 눈물을 흘리던데….”

“…그… 그래.”

태현은 뭐라고 할 말이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세이렌을 생포했습니다!]

[유니콘을 생포했습니다!]

[타락한 유니콘을…]

[아키서스의 키메라들이…]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 <아키서스의 성스러운 동물원>을 건설 가능합니다!]

[<아키서스의 성스러운 동물원>은 각종 희귀한 신수와 마수들을 기르는 곳으로, 교단에 강력한 짐승들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현재 건설할 경우 세이렌을…]

[현재 건설할 경우 유니콘을…]

[아키서스의 키메라는 번식이 불가능합니다.]

‘…!’

태현은 의외의 건물 메시지창에 놀랐다.

‘이런 게 가능했나?’

하긴, 생각해 보니 다른 교단들은 보통 거대 괴수들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았다.

사디크 교단이나, 살라비안 교단이나….

[둘 다 악신 교단 아니냐며 카르바노그가 의아해합니다.]

‘…그건 뭐… 넘어가자.’

거대 마수를 갖고 있는 교단들은 꼭 악신 교단이었던 것 같았지만….

기분 탓이겠지!

“이건 무조건 지어야겠지?”

“네. 신수나 마수는 없어서 못 구하는데 당연히…!”

설명을 들은 이다비가 눈빛을 반짝였다.

도시에 마구간 같은 건물들이 괜히 있겠는가. 각종 말부터 시작해서 그리핀이나 와이번 같은 것도 기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아키서스의 성스러운 동물원>은 무려 마수나 신수까지 커버 가능!

“그런데 유니콘은 전투용으로는 못 쓰잖아?”

겁이 많아서 싸움만 벌어지면 무조건 도망치는 신수!

“…키워서 비싸게 팔까요?”

“…그럴까?”

태현이야 쓸모없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유니콘 이름만 들어도 눈이 뒤집힐 것이다.

평생 보기 힘든 신수 아닌가!

꼭 유니콘뿐만이 아니더라도, 이 동물원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태현은 사디크나 살라비안 교단도 흡수하지 않았는가.

그쪽 마수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튼튼한 살라비안 교단 마수를 생각하면 태현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용용이나 흑흑이 같이 등장하자마자 브레스 쓰고 기절해 버리는 애들 말고 진짜 튼튼한 마수!

한 마리 있으면 공성전도 뚝딱!

-주인님….

-주인이여….

[그보다 사디크 마수는 왜 생각 안 하냐고 카르바노그가 의아해합니다.]

‘걔는 왠지 문제가 있을 거 같아서 좀….’

사디크에 대한 편견!

[카르바노그도 부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을 보면 부정할 수가 없다!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으음. 다 지으면 기껏 남의 영지 팔아서 번 골드가 또 동나겠군.’

이미 남부 귀족들과는 틀어질 대로 틀어진 사이.

…더 팔아버릴까??

틸라우 시 말고도 도시 몇 개가 더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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