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047화 (1,046/1,826)

§ 나는 될놈이다 1047화

물론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유니콘들이 당신을 피합니다!]

[유니콘들이 당신을 피합니다!]

들어가는 사람들마다 가차 없이 나오는 메시지창!

처음에는 별 기대 없이 들어간 사람들도 계속 퇴짜를 맞자 슬슬 오기가 생긴 모양이었다.

“유니콘이 좋아할 만한 장비를 입고 들어가 보자!”

“아니야! 유니콘이 좋아할 만한 음식을…!”

뒤에서 보고 있던 PD는 싱글벙글!

팀 KL이 안 해도 알아서 분량이 착착 만들어지니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보고 있던 사람들은 유니콘의 숲에 웅성거렸다.

잘츠 왕국에 저런 곳이 있었다니!

-저거 진짜 유니콘이야? 잘츠 왕국에 유니콘 잡을 수 있는 거였나?

-잘츠 왕국 가실 분?

-아니, 유니콘 있어도 잘츠 왕국은 좀… 그냥 경매장에 나오면 사면 안 되나?

-그걸 누가 올려? 잡으면 자기가 타지.

-저기 2마리 잡힌 것 같은데?? 팔지 않을까? 김태현은 이미 탈것들도 있고 오토바이도 있잖아.

판온에서 유명한 탈것을 뽑으면, 태현이 만든 오토바이 시리즈가 꼭 들어갔다.

성능과 멋 모두 만족시키는 강력한 탈것!

게다가 이 오토바이는 성능을 떠나서 압도적인 희귀성을 가지고 있었다.

갖고 싶어도 만들어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덕분에 게시판에는 <김태현이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 만는 방법 아는 사람?>이나 <충격! 김태현 오토바이 비법 대공개!>같은 낚시 글들이 아직도 올라오곤 했다.

-야, 솔직히 저거 경매장 올라와봤자 내가 살 능력은 없을 것 같은데 가서 잡으면 안 되냐?

-잘츠 왕국 가시면 되겠네요.

-잘츠 왕국 ㄱㄱ!

-아니 꼭 잘츠 왕국에 들어가야 해? 몰래 들어가도 되잖아! 잘츠 왕국은 들어가기 싫단 말이야!

* * *

‘악명 스탯에 반응하는군.’

가능한 실험을 대충 다 해보고 태현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장비도 바꿔보고 음식도 내놓고….

[카르바노그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는 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요리 스킬 좀 높은 플레이어들이 나서서 실패하자 태현도 나선 것이다.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로 승부!

물론 유니콘들은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유니콘들이 덜 피하는 조건은, 악명 스탯이 낮고 명성이 높아야 했다.

태현은 명성 스탯으로 커버가 된다지만 일단 악명 스탯도 어마어마하게 쌓은 사람!

덕분에 유니콘은 태현의 그림자만 봐도 텔레포트로 사라졌다.

“그냥 유니콘도 이렇게 힘든데 타락한 유니콘은 어떻게….”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모인 사람들도 안 되겠다 싶어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진짜 유니콘은 징그러울 정도로 강했다.

오기가 생긴 출연진들이 마법이나 각종 아이템을 쓰려고 해도 전부 다 무시하고 도망!

-유니콘은 몰라도 타락한 유니콘은 악명 스탯이 높아도 좀 와주지 않을까?

그래도 혹시 몰라 타락한 유니콘에도 도전해 봤지만, 타락한 유니콘은 아예 모습 자체를 보이지 않았다.

플레이어들이 있는 걸 멀리서 느끼고 접근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방송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어떻게든 저걸 꼭 잡고 싶다!

PD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어떻게 하면 저걸 잡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꼭 잡게 하고 싶다!

‘저걸 잡으면 딱 좋은데…!’

팀 KL의 퀘스트를 따라서 움직이다가 마지막은 그 잡기 힘들다는 타락한 유니콘을 잡는 것으로 엔딩!

기승전결이 딱딱 맞는 감동적인 구성이었다.

문제는 방법!

“김태현 선수!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

“제 연줄을 총동원해서 악명 스탯이 높은 플레이어들을 구해 오겠습니다!”

PD는 단호하게 외쳤다.

갑자기 부르려면 여러모로 들어가는 게 많겠지만 김태현이 유니콘을 잡을 수만 있다면 그 정도는 할 수 있다!

갑자기 PD가 눈을 빛내며 뜨겁게 말하자 태현은 당황했다.

‘이 사람 왜 이래?’

“아니. 괜찮습니다. 지금 당장 구하려면 만만치 않을 텐데….”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습니다!”

[카르바노그가 저 사람 호구 아니냐며 의아해합니다.]

PD가 악명 높은 걸로 유명한 또라이들을 찾는 사이, 케인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너도 악명 스탯 높은데 네가 가면 타락한 유니콘이 오지 않을까?”

“하….”

“케인 선수….”

“정말….”

“케인….”

“?!?!”

태현 일행이 아닌 출연진들이 한숨을 푹푹 쉬며 반응했다.

그들의 눈빛은 ‘이런 판알못 같으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케인 선수. 김태현 선수 부려먹은 걸로 그렇게 욕을 먹어놓고 또….”

“아무리 친해도 그렇지 그런 농담하면 또 욕먹습니다.”

‘사장을 부려먹는 선수가 있다?!’로 이미 벌써 화제를 만든 케인!

여기서 또 화제를 만들었다가는 정말 경기장 플래카드에 ‘케인 퇴출!’, ‘케인 죽어라!’ 등이 달릴지도 몰랐다.

“아, 아니…! 진짜 얘 악명 스탯 높은데…!”

“높다고 해봤자 몇십에서 몇백도 안 되겠죠.”

“그런 걸 높다고 하면 어떡합니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태현의 악명 스탯을 잘 짐작하지 못했다.

‘김태현은 이미지도 좋고 약한 플레이어들 괴롭히지도 않으니까 악명 스탯 별로 안 높겠지?’라고 착각하는 것!

물론 태현은 아침에는 길드 동맹 길드원을 쓸어버리고 점심에는 왕국 귀족들을 박살 내며 저녁에는 입가심으로 성을 날려 버리는 사람이었다.

악명이 안 쌓일 수가 없는 사람!

몇십이나 몇백이 아닌, 몇만의 단위로 노는 게 태현이었다.

‘내 악명이… 헉. 7만 넘는군.’

명성이 두 배 이상이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진짜 골치 좀 아팠을 것이다.

악명이 높을수록 여러모로 플레이에 제약이 가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김태현 선수가 악명이 높아도 불가능해요.”

레시아가 자신 있게 말했다.

“김태현 선수는 교단 관련 직업이잖아요. 기본적으로 신성한데 타락한 유니콘이 절대 다가오지 않겠죠. 그렇죠?”

타락한 유니콘이 신성한 기운을 좋아할 리 없었다.

“아. 네. 그런데 좀 다가오지 말아주시죠. 저기 케인 옆에 딱 붙어 있어주셨으면 좋겠는데.”

“?!?!”

철벽을 치는 태현의 모습에 레시아는 경악했다.

아니 왜?

내가 뭘 잘못했지?!

레시아에게서 케인의 기운을 느낀 태현은 철저하게 견제했다.

왠지 모르지만 일을 꼬이게 할 거 같다!

“그리고 악명 스탯이라는 게, 아예 안 오를 수가 없는 구조라 김태현 선수처럼 퀘스트 많이 깬 플레이어는 높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죠?”

MC는 나름 잘 아는지 태현의 악명 스탯이 꽤 높을 거라고 추측했다.

성도 폭파하고 귀족들과도 싸웠으니 악명이 꽤 높을지도 몰라!

한 천 정도?

“…꽤 높죠.”

“어머. 그래요? 의외네요?”

“얼마나 높길래? 500?”

* * *

“방송에 출연시켜준다고? 그게 정말이야?!”

“무려 MBS에서?! 못 믿겠는데?!”

“드, 드디어 우리의 시대가 온 건가?”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기본적으로 방송에서 인기가 없었다.

사람들은 악당이 나와서 남들 괴롭히고 다니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개인 방송이야 몰라도 정식 방송국의 프로그램에서 그런 건 무리!

그런데 무려 그 MBS에서 제안이 오다니!

“잠깐. 이거 함정 아냐?”

“무슨 함정? 방송국이 그런 함정을 왜 놓겠어?”

“우리가 가면, 막 우리 같은 놈들 잡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던가….”

“PD가 자기 입으로 말했는데 설마 그걸 어기겠냐? 빨리 잘츠 왕국으로 가야 해!”

“왜 하필 잘츠 왕국이야?”

신나서 빠르게 달려간 3인조.

그들은 모여 있는 일행들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이, 이재국이다! 그 유명한…!’

‘저건 김수아잖아?! 진짜 MBS 맞네!’

‘헉, 레시아도 있어! MBS에서 고정으로 뽑혔다더니….’

‘아, 아이돌도…!’

평소 선망하던 사람들이 전부 다 있었다.

우리도 이런 꿈의 자리에 서게 되는구나!

-긴장 풀지 마!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근데 뭘 제대로 보여줘야 하지?

-평소 하던 것처럼 거친 모습을 보여줘야지!

-욕부터 할까?

-아니, 욕하면 잘릴지도….

-…일단 사납게 대답하자. 말 걸면….

“아. 왔습니까? 잘 됐네요. 어서 오시죠.”

태현은 도와주러 온 사람들이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환영하러 나섰다.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준비한 대로 강하고 사납게 대답하려고 했다.

“뭘 친한 척 말….”

“?”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벌벌 떨며 긴급히 말을 바꾸는 약탈자 플레이어!

뒤에 있던 동료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하는 거냐?!’

‘이 자식이 약탈자면 약탈자답게 굴어야지 왜 갑자기 개그를 해?’

‘개그 욕심을 내는 건가?’

“비켜! 내가 말할 테니까. 내 파티원한테 친한 척 말….”

“?”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

‘파티장이 정신 나갔나?’

그러나 그들도 곧 깨닫게 되었다.

“김… 김….”

“김태현이잖아?!”

“앗. 케인도 있다!”

“그 사장도 등쳐먹는다는 케인?”

“그거 보면서 우리보다 더 쓰레기 같은 놈도 있구나 싶었는데….”

“…….”

케인은 고개를 푹 떨궜다.

앞으로 집안일 뭐라도 좀 도와야지 진짜…!

태현을 만난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태현과 그들의 차이는 태양과 반딧불이 정도의 차이!

매번 태현의 플레이 영상과 스킬 조합, 전투법들을 보며 ‘이거 따라할 수 있을까?’, ‘야 이 조합 어떠냐?’, ‘우리도 이런 방법으로 싸워볼까?’ 하고 떠들었던 게 기억에 생생했다.

태현이 아니라 다른 랭커였다면 ‘아 내가 언젠가 얘 잡고 올라가야 하는데~’나 ‘얘 완전 거품 아니냐? 기회만 되면 반드시 밟는다’ 같은 소리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예외!

격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수많은 랭커들과 파티들을 혼자서 박살 내온 태현은 이미 신화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약탈자 플레이어들의 롤모델!

가장 성공한 약탈자 플레이어!

물론 이런 생각을 태현에게 했다면 태현한테 바로 PK당했을 것이다.

-이 자식들이 누구를 어디 가져다 붙이는 거야?

“헉, 허억, 허어억… 허억….”

‘요즘 이상한 놈들이 너무 많은 거 같아.’

레시아에게서 느낀, 케인스러운 기운. 그 기운이 약탈자 플레이어들한테서도 나오고 있었다.

태현은 아키서스 신전 가서 기도라도 해야 하나 생각했다.

“저… 저희가 뭘 하면 될깝쇼…?”

“…타락한 유니콘을 끌어내시면 됩니다만… 아니, 그 말투는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겁니까?”

‘원래 이런 사람들이었나?’

PD는 의아해했다. 분명 섭외할 때에는 좀 더 거칠었던 것 같았는데…?

* * *

“흐아아악!”

“으아아아악! 크아아악!”

“내 안의 악함을 봐라! 무려 악명 스탯이 6천이 넘는다!”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설명을 들은 뒤 착한 양처럼 숲으로 달려 나가 외치기 시작했다.

타락한 유니콘이 악명 스탯에 반응한다니.

이건 완전 그들을 위한 기회!

물론 그런 게 아니었어도 뒤에 있는 태현이 무서워서 시키는 대로 했을 것이다.

“와… 악명 스탯이 6천이 넘는다니….”

“진짜 얼마나 나쁘게 살았으면….”

“앗. 그래서 김태현 선수는 악명 스탯이 얼마인가요?”

레시아는 태현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말을 걸었다. 물론 방금 말로 인해 태현 안에서 점수는 더더욱 내려갔다.

‘길드 동맹에서 보낸 스파이인가?’

[카르바노그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의심합니다. 이상하게 친절하다고 말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자꾸 친하게 굴다니, 이건 매우 수상하다!

“타, 타락한 유니콘이다!”

[타락한 유니콘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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