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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041화 (1,040/1,826)

§ 나는 될놈이다 1041화

“????”

“뭐여?”

물론 갑작스러운 퀘스트들이 다 그렇듯이,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에게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우린 아무 짓도 안 했는데???

하지만 원래 세상이란 남이 저지른 실수를 뒤집어쓰기 마련인 것.

아무 잘못 없는 플레이어들도 대륙 단위의 전설 퀘스트가 열린 이상, 거기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님들 <화산의 저주>가 뭐임?? 대체 뭐임?

-<화산의 저주>가 뭐냐? 니팅거스는 뭐하는 놈이지??

-카프 화산지대는 또 어디고?

-김태현이 퀘스트 한 곳이잖아?

-뭐? 이게 김태현 때문이란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김태현 때문 아니면 누구 때문인데?

-잠깐만… 얘네들 아님? 얘네들 봐봐.

-???

-여기서 갖고 나가는 거… 설마 레드 드래곤 관련 유물 아냐? 여기는 레어고.

-그러게? 레어 같은데?

-미친놈들이 뭘 건드린 거야?!!?

하필이면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관심 좀 받아보겠다고 이 모든 걸 생생하게 생중계한 것!

보는 눈이 몇만 명이 넘었는데 안 퍼질 리가 없었다.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급히 계정을 닫고 영상을 내렸지만 이미 다 퍼질 대로 퍼진 뒤였다.

-이 새끼들 잡아!!

-지웠는데 뭐하는 놈들임?

-<국제강도연합> 길드 놈들인데?

-약탈자 길드네! 이 자식들…! 길드가 책임지라고 해!

-필드에서 이 XX들 보이면 무조건 죽인다!

-그래서 <화산의 저주> 어떻게 풀 수 있음?

-몰라. 레드 드래곤 잡아야 하나?

-미친놈아 드래곤을 어떻게 잡아!

-김태현이 잡은 적 있지 않나?

-…솔직히 다시 잡으라면 안 잡을 것 같은데.

-김태현이 너냐? 김태현은 벌써 드래곤 잡을 계획 세우고 있을듯.

-김태현은 지금 웃고 있다….

-강하다고 하는 레드 드래곤이라고 해봐야 김태현한테는 고작 드래곤일 뿐….

-…위의 김태현 광신도는 거르고, 솔직히 레드 드래곤 레이드는 무리지. 얼마나 더 센지도 모르고. 게다가 김태현 리그 중이잖아. 누가 목숨 걸고 잡겠어.

-꼭 잡아야 할 필요는 없잖아? 분노만 해결시키면….

-레드 드래곤이 빡친 걸 풀어준다고? 어떻게?

-…훔쳐간 놈들 잡아다 바치면 되지 않나?

-<국제강도연합> 자식들 찾아!!

결국 이야기는 되돌아왔다.

저지른 놈을 찾아라!

물론 이런 대화 말고도 다른 고민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많았다.

대륙 단위로 저주가 미치면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을 터.

-미리 대비해야 해!

예전에 대륙에 겨울 저주가 찾아왔을 때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들이 고생을 했던가.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은 그 생각만 해도 몸서리를 쳤다. 그만큼 끔찍했던 저주였다.

<겨울 저주>, <역병 저주> 등 대륙을 한 번 휩쓸었던 사건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홀홀. 할아버지가 판온 이야기 해줄까?

-에이. 할아버지 또 역병 저주 이야기하려는 거지?

경험 많은 플레이어들은 벌써부터 <화산의 저주>를 대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 * *

니팅거스가 깨어나기 얼마 전.

태현 일행은 무사히 카프 화산지대에서 벗어나 안전한 해안가로 돌아와 있었다.

산맥에서 사방에서 덤비는 몬스터들은 태현의 지휘에 그대로 쓸려 나갔다.

아키서스의 제물 버프는 끝났지만, 그런다고 태현의 지휘 스킬과 버프 능력이 어딜 가는 건 아닌 것이다.

게다가 몇 배로 늘어난 플레이어 숫자!

태현은 오고 가는 김에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고 아예 숲과 밀림 사이에 길을 내버렸다.

[사디크의 화염을 사용하여…]

[<사디크의 화염 룬>을 사용했습니다! 계속해서 화염이…]

[……]

[……]

[카프 산맥에 <아키서스의 길>을 만들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프리카 대륙에서 평판이 오릅니다!]

[카프 산맥과 연결된 마을에 보너스가…]

“김… 김태현. 이걸 왜 우리가 해야 하는 거야?”

고렙 플레이어들은 순수한 의문을 내보였다.

몬스터 사냥은 이해가 갔다.

그들도 다시 나와야 하니까 괜히 귀찮게 싸우는 것보다는 싹 쓸어버리고 움직이는 게 편했으니까.

그 와중에 주변에 밀림도 치우고 숲도 치우는 것도 뭐 납득할 수 있었다.

…근데 우리가 왜 땅을 파고 돌을 채워서 길을 만들고 있지??

“개척단 가고 싶다며?”

“…그, 그렇지.”

“그러면 열심히 해야지.”

“…그, 그런가?”

뭔가 따지고 싶긴 했는데 따졌다가 개척단에 못 갈까 봐 플레이어들은 입을 다물었다.

다들 레벨이 워낙 높고 스탯들도 빵빵하다 보니 효율이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휘하는 게 태현 아닌가!

“흠. 이거 나중에 쓸 일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태현은 중얼거렸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들었다면 ‘야 이 자식아 쓸 일 없는데 만든 거야?!’ 하고 분노했을 소리!

“태현 님. 그러면 이건 왜 만드신 거예요?”

“음… 기왕 이렇게 모인 게 아까워서 그냥 만들었어.”

“…!”

이다비는 감탄했다.

그렇구나!

이제 해안가로 돌아가게 되면 플레이어들을 전부 해산시켜야 하는데, 또 언제 이만큼 모으겠는가.

‘정말 알뜰해…!’

다 쓴 치약을 꽉 눌러 짜내는 것처럼 플레이어들을 아껴 쓰는 모습에 이다비는 진한 감동을 받았다.

-???

[???]

물론 흑흑이와 카르바노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저기서 감동하지?

뭐가 감동 포인트지??

[작업이 완전히 완료되었습니다.]

‘정말 잘 만들긴 했어.’

플레이어들이 깊게 땅을 파고 돌을 깐 다음 그 옆에는 사디크의 화염까지 붙여서 몬스터들이 덮쳐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카프 산맥에 플레이어들이 잘 오지 않는 이유는 쉴 마을이 없고 안전한 길이 없어서가 가장 컸다.

어느 곳에서든 기습 받을 수 있는 짜증 나는 지형!

그 문제가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뭐, 명성이랑 평판 얻긴 했으니까 손해는 안 봤지만… 그래도 쓸 수 있으면 좋겠군.’

다들 믿어주지는 않았지만, 태현은 정말 조심스러운 플레이어였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대책을 최대한 많이 준비하는 성격!

그 성격 덕분에 적을 그렇게 만들어놓고서도 아직까지 잘 살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많이 대책을 준비한 탓에 그중 대부분이 남아돌았지만, 과한 게 모자란 것보다는 나았다.

“그래도 잘 만드신 것 같아요. 저희 길드원들 좀 보내서 채집시켜야겠네요.”

이다비는 눈을 반짝이며 둘러보았다. 각종 약초에 목재들까지. 돈이 사방에 널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예전에는 위험했겠지만 지금은 길을 끼고 움직이면 됐다.

“채집이나 벌목… 돈 좀 되겠는데.”

“그렇죠? 여기 약초나 목재들이 기본적으로 품질이 다 좋은 데다가 희귀도 많아서요.”

“기왕 하는 거 돈을 더 버는 게 좋겠군. 으음. 약초밭을 만드는 건?”

“위치가 위치인지라 힘들지 않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경쟁자들이 많아서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하긴, 지금 여기 있는 놈들은 대부분 전투 직업이라 관심이 없다지만 곧 눈치채고 오겠지.”

벌써 몇몇 상인 플레이어들은 완성된 길을 보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이 정도 길이면 여기서 재료 수집해도 되겠는데?

“아. 좋은 생각이 났어요! 길목에 요새를 세우죠.”

“통행세 받자고? 싸움 날 텐데?”

길 막고 돈 내라면 다들 돌아가거나 싸우거나 할 것이다.

…물론 태현한테 대놓고 시비를 걸 사람은 드물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태현은 길을 막고 통행세를 걷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수많은 길드들이 태현에게 통행세 좀 걷으려고 했다가 박살 나지 않았던가!

“아뇨. 산맥에는 플레이어들이 쉴 마을이 없잖아요? 곳곳에 작은 요새들을 배치해서 쉴 수 있는 마을 정도로만 운영해도 다들 골드를 내고 들어올 거예요.”

“…괜찮은 생각 같은데.”

태현은 감탄했다.

카프 산맥은 드넓었고 그 산맥을 관통하는 길도 마찬가지로 길었다.

길이 안전하다지만 거기서 계속 버티고 있는 것보다는 마을이 나은 법.

마을에 대단한 시설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쉴 수 있는 침대와 상인 NPC만 있으면 플레이어들은 대만족이었다.

‘산장이나 휴게소 같은 느낌인가.’

물론 이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영지를 만드는 건 기본적으로 그걸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플레이어만 가능한 일!

그리고 태현은 이런 능력이 넘칠 정도로 충분했다.

[명성이 매우 높습니다! 새 영지를 만드는 데에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영지 운영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아탈리 왕국 내 NPC들을 고용해 배치할 수 있습니다.]

[……]

국왕 자리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아키서스의 길> 위에 요새들을 설치하려고 계획하자 각종 메시지창이 떴다.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요새에 배치할 NPC들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지만, 태현은 그냥 왕국에 있는 NPC들을 보내면 됐다.

[현재 <아키서스의 철벽 요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버려진 땅의 요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키서스 대로의 요새>를 완성할 경우 칭호 <해외 영토 개척가>를 얻습니다.]

<해외 영토 개척가>

하라는 왕국 운영은 안 하고 밖에 계속 알박기 식으로 영지를 늘려 나가자 나온 칭호!

‘…수입에 보너스 주는 칭호니까 나쁜 건 아니군.’

[카르바노그가 운영이야 그렇다쳐도 요새 건설은 어떻게 할 거냐고 의아해합니다.]

‘하하. 카르바노그. 뭘 그런 걸 묻고 그래.’

* * *

“????”

“요새는 왜…??”

“쉿. 나도 몰라. 조용히 해.”

[소형 요새 건설이 완료되었습니다!]

[소형 요새 건설이…]

[소형 요새 건설이…]

길을 다 완성하고 기뻐하기도 전에 태현은 재빨리 다음 작업을 시켰다.

쇠는 뜨거울 때 두드려야 한다!

다들 아무 생각 없이 홀린 것처럼 일을 할 때 추가로 해야 좋은 법!

거대한 영지면 모를까, 작은 요새는 하나 만드는 데 별로 걸리지도 않았다.

주변에 재료도 넘쳐났다. 플레이어들은 각종 마법으로 나무를 자르고 돌을 깎아왔다.

“정말 고생 많았다!”

태현은 흡족한 표정으로 카프 산맥에 자리 잡은 요새들을 쳐다보았다.

즉석에서 지휘해서 만든 것치고는 완성도가 상당해, 두고두고 쓸 수 있을 것 같아 흐뭇했다.

게다가 중요한 건 공짜라는 것!

‘설마 더 건설하는 건 아니겠지?’

‘그냥 노드란체라고 가고 싶은데….’

‘가만히 있어 봐! 내가 나서 본다.’

‘그, 그러다가 죽으면 어쩌려고?’

‘…설마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패겠어?’

플레이어 중 겁이 없는 사람 한 명이 나서서 외쳤다.

“김태현! 우린 이제 노드란체로 가고 싶다!”

손발을 부들부들 떨면서 애처롭게 외치는 플레이어!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가면 되겠네.”

“…응?”

“케인한테 말해뒀으니까 노드란체로 가면 돼. 개척단에 끼워줄 거야.”

“진, 진짜 가도 되냐?”

“가라니까? 누가 붙잡았어?”

“…거 봐! 내가 뭐랬어! 김태현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니까!”

플레이어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외쳤다.

[카르바노그는 방금까지 속아서 일한 건 잊어버렸냐며 어이없어합니다.]

물론 카르바노그의 말은 닿지 않았다.

신이 난 플레이어들은 혹시라도 다시 일을 시킬까 봐 서둘러 해안가로 몰려갔다.

목표는 노드란체!

그렇게 많던 플레이어들이 쫙 빠져나가고, 태현과 몇몇 플레이어들만 남아 얻은 걸 정리하고 있을 무렵….

니팅거스의 분노 퀘스트가 떴다.

“?!?”

태현은 깜짝 놀랐다.

‘내가 요새 설치해서 그런 건가!?’

일단 찔리고 보는 태현!

드래곤은 정말 별걸로 다 화를 내는 놈들이었다.

오만하고 깐깐한 종족!

-주인이여….

-주인님….

“왜? 사실이잖아.”

그러나 다행히 확인해 보니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범인은 플레이어들 사이에 끼어 있던 놈들!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게다가 기특하게도 이놈들은 먹자마자 중앙대륙으로 튄 모양이었다.

게시판에서는 ‘죽어! 죽어!’ 하며 온갖 욕을 먹고 있었지만, 태현은 아주 살짝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만약 이놈들이 사고를 치지 않았다면 레드 드래곤이 일어나서 이 근처를 봤을 거고, 괜히 모험가들이 이 근처 와서 영지 개척한 걸 보고 시비를 걸었을 수도 있었다.

솔직히 이렇게 빨리 깨어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태현 대신 어그로를 끌고 떠나줬다.

‘잘 살았으면 좋겠군.’

[카르바노그가 <화산의 저주>는 걱정 안 하냐며 당황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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