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039화 (1,038/1,826)

§ 나는 될놈이다 1039화

“케인! 케인! 케인! 케인!”

모여 있던 사람들은 케인의 이름을 환호하며 헹가래를 쳐줬다.

“내려놔… 이것들아…!”

“케인. 진짜 대단했어!”

“그, 그래?”

하연의 말에 케인은 헤벌쭉하며 기뻐했다. 그 모습에 최상윤과 정수혁이 쯧쯧 혀를 찼다.

‘방금까지 그 고생하면서 죽겠다고 한 놈이….’

‘이상하게 케인 씨가 연애하는 거 보면 배가 아프지 않습니까?’

‘너도 그러냐? 나도 그래.’

태현이 연애하면 ‘이건 기적이야! 저놈이 연애를 하다니!’라며 기뻐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케인이 연애를 하면 배가 아팠다.

둘 다 비슷한 난이도의 기적인데!

“두 분 친하신가 봐요?”

“…안 친합니다!”

MC의 질문에 케인은 즉답했다.

괜히 친하다고 대답했다가 스캔들이라도 생기면 하연한테 방해가 되는 것 아닌가.

벌써 케인의 머릿속에는 ‘파이브 걸즈의 하연, 팀 KL의 케인과 열애 중? 충격!’ 같은 기사가 떠오르고 있었다.

“안 친해요? 와. 친하지도 않다는 건 좀….”

“!?”

MC의 말에 케인은 아차 싶었다. 생각해 보니 저렇게까지 말할 건 없었는데!

하연은 살짝 삐진 표정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케인은 어버버하다가 말을 고칠 기회를 날려 버렸다.

‘아. 아니…! 그게 아닌데!’

“친하긴 한데! 그게 아니라! 그 뭐시냐… 있잖습니까!”

“뭐가 있는 거죠?”

“친하긴 한데 엄청나게 친한 건 아니고 또 그렇다고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닌… 미묘한 그런….”

횡설수설하는 그 모습을 본 최상윤과 정수혁은 편안하게 웃었다.

바로 이거지!

* * *

“폭탄으로 써달라고…?”

태현은 다시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상대방이 뭘 잘못 먹고 헛소리를 한 걸 수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제대로 들은 게 맞았다.

“그래!”

“…왜???”

[카르바노그도 이유가 너무 궁금하다고 말합니다!]

자폭하면 아키서스의 천국에 간다고 믿는 건가?

하긴 태현의 업적을 보면….

-아키서스 님이 날 보셨어! 날 쳐다보셨어!

-아니야! 폭탄을 보신 거야!

-고개 돌려서 내 눈을 똑바로 보셨다고!

-부려먹을 악마들을 보신 거야!

…같은 광신도들이 생겨나도 이상할 게 없었다.

사실 이미 아키서스 포병대는 그런 광신도에 가깝지 않은가!

이제 그걸 넘어서 자폭하려는 놈들이 나올 때가 된 것이다.

카르바노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중간계의 미래가 어둡구나!

그러나 자폭하겠다고 나선 플레이어는 카르바노그의 생각처럼 광신도가 아니었다.

‘지금이 기회다!’

자폭할 기회… 가 아니라, 모두의 주목을 받을 기회!

‘어차피 지금 여기에는 플레이어가 너무 많아! 내가 열심히 해도 불사조는커녕 불사조 깃털 하나 못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자폭을 하면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태현이 또 방송을 꺼버린 탓에, 수십만이 넘는 사람들이 지금 이 퀘스트 진행을 궁금해하고 있었다.

여기서 개인 방송을 진행 중인 사람만 신난 상황!

그러나 수백 명이 넘는 놈들이 경쟁을 하다 보니 그것도 의외로 만만치 않았다.

어떻게든 여기서 돋보여야 한다!

‘어차피 저번에 얻은 사망 페널티 방지 스크롤 덕분에 한 번은 죽어도 돼! 이번에 한 번 자폭하면 이걸로 몇 달은 우려먹을 수 있다!’

한 번 로그아웃하는 걸로 여기서 대폭 관심을 받고, 그리고 또 몇 달은 이걸로 우려먹을 수 있다!

-<아키서스 환상의 폭탄쇼>!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이건 제가 폭탄이 되었을 때는 말이죠, 정말 제가 꿈꿔왔던 기회가….

이름만 생각해도 흥할 것 같다!

“아니! 내가 자폭하겠다! 김태현! 날 폭탄으로 만들어다오!”

“아니, 내가! 내가!”

“!!!”

그리고 한 명이 나서자 눈치 빠른 다른 사람들도 눈치를 챘다.

‘이 자식…! 혼자 돋보이려고!’

‘어디서 치사하게!’

물론 태현은 황당해할 뿐이었다.

“사망 페널티가 만만치 않을 텐데 무슨 자폭이야?”

“스크롤 있어! 한 번은 해도 된다!”

‘안 아깝나?’

부활 관련 스크롤이면 워낙 찾는 사람들이 많아 부르는 게 값일 텐데….

“나서준 건 고마운데 폭탄은 지금 딱히 쓸 일이 없어.”

“역시 케인만 할 수 있는 거냐?”

“…아니. 그게 아니라. 이렇게 숫자 많은데 한 놈 폭탄으로 바꿔서 던진다고 뭐 달라지겠어. 그보다 더 좋은 게 있지. 너희들. 폭탄 말고 다른 방법으로 희생해도 괜찮냐?”

[카르바노그가 설마 그 권능을… 이라며 두려워합니다!]

“다른 방법?”

“뭐… 주목만 받는다면….”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어쨌든 다른 방법도 상관없다!”

“오. 잘 됐군.”

태현은 처음으로 <아키서스의 제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뻐했다.

이 미친 권능 스킬을 언제 쓰나 했는데 이렇게 쓸 기회가 오는구나!

“누가 먼저 할….”

“비켜, 이 자식아! 내가 할 거야!”

“아냐! 내가 먼저 나왔어!”

“김태현! 레벨로 승부하자! 레벨 가장 높은 놈을 시켜줘!”

미친 듯이 다투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에, 카르바노그는 고개를 저었다.

대체 왜 저런 걸 하려고 하는 걸까?

* * *

-아키서스의 제물!

[파티원 중 한 명을 아키서스에게 바칩니다! 파티 전체에 <아키서스의 제물> 버프가 들어갑니다!]

[신성 스탯이 높아 추가 보너스…]

[희생된 플레이어의 레벨이 높아 추가 보너스…]

[……]

[……]

파아아앗!

자리에 모여 있던 플레이어들은 ‘대체 뭘 하려고 저러는 걸까?’ 하고 있다가, 갑자기 들어오는 버프에 경악했다.

이, 이건…?

“뭐… 뭔 능력치가???”

“너 이런 버프 본 적 있냐?”

“아, 아니. 없는데. 대주교도 이런 버프는….”

생전 처음 보는 버프 수준!

너무 놀라워서 말도 나오지 않는 수준이었다. HP, MP와 회복속도가 몇 배로 뛰고, 각종 스킬의 쿨타임은 몇 분의 일로 줄어드는 데다가. 각종 저항력은 말할 것도 없을 정도로.

“모두 움직인다! 버프 끝나기 전에 화산지대를 뚫고 들어간다!”

태현의 말에 모두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맞아!

버프가 끝나기 전에 싸워야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눈앞의 일에 정신이 팔려서 눈치 못 채고 있었지만, 보고 있던 사람들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아니 저게 대체 뭔 미친 스킬임?

-저… 저거 악신 교단에서나 나올 스킬 아니냐?

-선 성향 교단에서도 저런 스킬 있어요.

-그건 자기 희생해서 팀에 버프 거는 거고, 저건 남 희생시키는 거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중요하지 않고 효과가 중요한데… 와, 잠깐. 저거 뭐냐?? 그대로 녹여 버리는데?

-화산지대 몬스터 정도면 쓸어버릴 수 있어야지.

-넌 눈이 없냐? 아까까지 밀린 것도 못 봄? 평소랑 몬스터 수준이 다르다고.

-와, 랭커 케레넨이 마법 연사하는 거 봤냐? 평소보다 서너 배는 쏴대는데….

갑자기 보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어마어마한 위력!

아까까지는 정신없이 몰리던 플레이어들이 뭐라도 잘못 먹은 것처럼 몬스터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무시무시한 기세였다.

[화산지대의 몬스터들이 겁에 질립니다!]

[화산지대의 몬스터들이 페널티를…]

빠른 시간에 많은 몬스터들이 쓰러지자 뜨는 추가 메시지창!

‘…이 정도로 광범위 버프면 비싼 골드 주고 교단 NPC 고용할 필요가 있나?’

‘그냥 김태현한테 한 번만 부탁해서 와달라고 한 다음, 길드원 한 명 희생시켜서 버프 걸면… 공성전 끝 아냐?’

한창 영지전에 집중하고 있던 길드들은 태현의 버프 스킬에 경악했다.

이건 진짜…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무엇보다 태현이 직접 나서지 않고 버프 한 번만 걸어주는 걸로 저 정도 효과라는 게 강렬했다.

꿀꺽-

방송을 보고 있던 길마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침을 삼켰다.

* * *

그 많던 몬스터들이 싹 사라지고 화산지대의 길이 활짝 열리자 플레이어들은 다시 눈에 불을 켜고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몇몇 욕심 많은 플레이어들은 파티 진형을 깨고 움직일 정도!

“말려야 하지 않습니까?”

“뭐, 자기가 나갔으니 알아서 잘 하겠지.”

한 번 대규모 전투를 치르고 나니 몬스터들 숫자가 확 줄었다. 덕분에 플레이어 숫자 몇 명 준다고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숫자 줄어들어도 상관없다.’

플레이어들은 자기 몫을 다 했다!

-주인이여. 돌파하겠는가?

“돌파하자. 이다비. 준비됐지?”

“네!”

비행 몬스터 숫자도 확 줄어든 지금.

괜히 시간 끌 필요 없이 바로 일직선으로 돌파해서 화산지대 분화구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가자!”

“어, 어, 어…?”

“김, 김태현이 날아간다!”

“김태현! 아니, 김태현 님! 매너하셔야죠! 현상금 걸어놓고 이러는 게 어딨어요!”

“맞아!!”

태현이 이다비와 함께 절벽을 타고 날아오르자, 자리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급격히 초조해졌다.

저러다가 김태현이 먼저 불사조를 찾아버리면 어떡하지?

‘노드란체 개척단에 꼭 가야 하는데…!’

“서둘러! 지금 몬스터 숫자도 적으니까 돌파하면 돼!”

“탈것 꺼내! 어차피 지금 비행 몬스터 숫자도 적어서 날아다녀도 괜찮아!”

몇몇 플레이어들은 태현의 뒤를 급히 쫓으려고 했고.

“김태현이 먼저 출발했어! 따라가봤자 늦어.”

“포기하자고?”

“아니! 꼭 분화구로 간다고 해서 불사조 찾는다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니잖아. 아예 다른 곳을 뒤져보자!”

일발역전에 희망을 걸고 다른 곳을 찾아보려는 플레이어들도 나왔다.

미래는 알 수 없는 법 아닌가!

오히려 이렇게 간 그들이 불사조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 * *

[카프 화산지대 분화구에 도착했습니다!]

[열기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여기서부터 더 접근할 경우 데미지를 입습니다.]

[사디크의 권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화구의 열기에 데미지를 입지 않습니다.]

‘사디크…!’

[사디크!]

태현과 카르바노그 동시에 감탄!

“이다비. 잠시 기다리고 있어줄래? 여기서부터는 혼자 들어가야 할 것 같아.”

괜히 이다비까지 끌고 들어가서 데미지 받을 필요가 없었다.

“걱정 마세요. 다른 소환수들도 있으니까요.”

-주인이여! 날 믿어도 좋다.

-주인님. 저는 그다지 안 믿으셔도 됩….

거대한 분화구.

주변은 밑에서 솟아오르는 연기와 열기로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한가운데에 난 구멍 밑에서 어마어마한 용암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신의 예지.

파아앗!

잘 보이지 않는 와중에도 신의 예지는 길을 뚜렷이 보여줬다.

한 걸음, 한 걸음.

태현은 조심스럽게 분화구 가운데로 접근했다. 뒤늦게 도착한 플레이어들은 허겁지겁 들어가려고 했지만 메시지창에 기겁하며 물러섰다.

“미친 화염 데미지잖아?!”

“포션으로 감당이 안 돼! 버티면서 들어갈 수 있나?”

“거기서 싸우면… 김태현은 어떻게 버티는 거지?”

“바보냐? 김태현이 레벨이 몇인데. 내 생각에 김태현은 서버 최초로 레벨 300을 넘긴 게 분명해. 그러니까 저 정도 HP가 나오지.”

“…….”

집중하던 태현은 뒤에서 떠드는 목소리에 넘어질 뻔했다.

이 자식들이 방해를…!

촤악!

“!”

분화구 가운데에 가까이 다가가자, 뭔가 액체를 헤치고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카프 화산지대>의 불사조를 발견했습니다!]

[불사조는 용암에서 태어나고 용암에서 죽는 신비한 영물로, 예로부터 많은 숭배를 받아 온 영물입니다.]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불사조의 충고는 많은 가치가 있습니다!]

[명성이…]

[……]

활활 타오르는 날개를 움직이며 분화구 위로 날아오르는 불사조!

태현은 그 모습에 감탄했다.

‘잠깐. 정신 놓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일단 깃털부터 챙겨야 했다!

저 밑에 남은 깃털이….

‘…내려갔다가는 죽겠군. 그냥 떨어뜨리는 걸 줍는 게 빠르겠어.’

날아오른 불사조는 오만한 표정으로 플레이어들을 내려다보았다.

필멸자들을 굽어보는 영물다운 눈빛!

그러다가 태현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끼에에엣!

“…끼에에엣?”

[매우 놀랐다는 표현 같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