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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036화 (1,035/1,826)

§ 나는 될놈이다 1036화

교황이라는 자리는 폼으로 따낸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상인 플레이어들은 존경을 넘어선 선망의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아까도 분명 존경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좀 달랐다.

걸어 다니는 아키서스 동상을 보는 눈빛!

보는 눈만 없었다면 바로 엎드려서 기도를 했을 것이다.

“아이템 좀 많이 나온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래?”

“그것보다 김태현 컨트롤을 보라고. 랩터가 저렇게 보여도 데미지가 만만치 않은데 무시하고 바로 뛰어들어서 쓸어버렸잖아.”

전투 직업 플레이어들은 상인들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방금 태현의 화려한 전투를 보고서 나오는 반응이 그거야?

물론 상인 플레이어들 입장은 반대였다.

방금 이 아이템 드랍량을 보고서도 나오는 반응이 그거야?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아이템 무시하냐? 골드 몇 푼 벌려고 온갖 퀘스트 다 뛰는 놈들이!”

“그 아이템 얻으려면 몬스터 잡아야 한다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서로 김태현의 어떤 점이 더 대단한지 싸우는 플레이어들!

그 기괴한 모습에 태현은 매우 놀라워했다.

“흠… 정말 별걸로 다 싸우는군.”

[카르바노그가 어이없는 놈들이라고 말합니다!]

“원래 이렇게 수십 명 모이면 다툼이 안 일어날 수 없으니까요.”

이다비는 익숙한지 그렇게 말했다.

보통 태현은 이런 수십 명의 파티를 혼자서 상대하는 입장이었지 이끄는 입장이 아니었다.

그나마 태현이 파티를 이끌 때는 엄청나게 어려운 퀘스트를 할 때였고, 그럴 때면 태현은 살벌한 존재감을 풍겼다.

그런 태현 앞에서 쓸데없는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목이 두 개가 아니라면야!

그에 비해 이다비는 진상 중의 진상인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이끌고 대규모 파티를 진행해 본 경험이 몇 번이나 있는 사람.

온갖 불평불만이 나오는 대규모 파티 진행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오히려 없으면 그게 더 낯설었다!

“그런데… 보통 이런 걸로 싸우지는 않는데요.”

“그치?”

보통 어디부터 갈지, 어떤 퀘스트를 위주로 할지, 어떻게 아이템을 나눌지 등등으로 싸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태현이 워낙 다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 싸울 게 없어서 다른 걸로 싸우고 있는 것이다.

‘평소부터 사이가 안 좋긴 했군.’

사람들이 모이면 경쟁이 붙게 마련.

척박하고 힘든 프리카 대륙이라 좀 덜했을 뿐이지 여기 길드들도 서로 견제를 하며 경쟁하는 사이였다.

여기서는 태현한테 선택받는 쪽이 무조건 우위였으니 이렇게 싸우는 것!

‘생각해 보니 내가 얘네들을 다 데리고 다니면서 싸울 필요가 없잖아?’

어차피 여기 플레이어들 지원 없이 태현과 이다비, 소환수들만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다.

태현은 이 많은 플레이어들을 더 좋게 사용할 방법을 깨달았다.

“주목!”

“???”

“무슨 일이십니까?”

“문제라도….”

“이놈들이 지금 기분 나쁘게 한 거군요! 이런 케인 같은 놈들!”

“뭐, 뭐? 너희가 케인이지! 사냥도 안 하고 구경만 한 케인 같은 놈들!”

“너희들도 도움 안 된 건 마찬가지지! 우리는 잡템 분류해서 드리기나 했다!”

“…케인을 욕으로 쓰지 마….”

불쌍하잖아!

태현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렇게 대규모로 돌아다녀봤자 효율이 안 좋다는 걸 깨달았다. 흩어지자.”

“???”

“내가 카프 화산지대에서 원하는 건 하나, 불사조다! 흩어져서 찾아라! 만약 먼저 찾는 파티에게는 내가 포상하겠다.”

“!!!!!!”

자리에 몰려 있던 플레이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혹, 혹시 골짜기 항구상인 자리 가능합니까?”

“뭐 그 정도야.”

골짜기 항구.

원래는 소규모였지만, ‘그 골짜기’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인 탓에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 항구였다.

태현이 데리고 온 해적 함대부터 왕국 함대들까지 돌아다니는 아탈리 왕국 최대의 항구 중 하나!

상인 플레이어는 거기서 좌판 하나만 깔아도 한몫 챙길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자리는 전부 다 NPC가 맡고 있었고, 퀘스트로도 나오지 않았다.

그야 국왕이 플레이어니까!

“저는 아키서스 교단 공적치 포인트로 받고 싶습니다!”

“그것도 괜찮겠지.”

“저는 파워 워리어 길드에 가입하고 싶습니다!”

“…대체 왜… 아, 아니. 그래 뭐… 하고 싶다면야.”

그냥 가입하면 되는데 상대는 이상한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저는 노드란체에 가서 항구상인으로 하고 싶습니다!”

“…….”

“…….”

점점 갈수록 이상해지는 조건들!

태현과 이다비는 서로 쳐다보았다.

-말려야 하지 않나요? 나중에 속았다고 화내면….

-자기가 자기 무덤 판 건데 누구한테 화를 내?

-그건 그렇지만요.

파워 워리어 가입이야 손해 볼 거 없었지만, 여기서 노드란체까지 가는 건 100% 손해 아닌가?!

“뭐… 하고 싶다면 해라….”

“헉, 그게 된다면 저도 노드란체 개척단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

전투 직업 플레이어들까지 손을 들고 끼어들기 시작!

태현은 몰랐지만, 지금 케인이 방송에 나온 탓이 컸다.

MBS는 한국 쪽 방송이었지만 팀 KL이 나온다는 소식에 전 세계의 사람들이 생방송을 찾아봤고….

그 결과 ‘헉, 노드란체 한 번 가보고 싶다!’로 흘러간 것!

‘단체로 미친 건가?’

태현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땅도 척박하고, NPC도 적고, 기후도 안 좋고, 위치도 외진 곳인데….

그러나 이미 솔깃한 플레이어들에게는 와닿지 않았다.

땅이 척박하다→미리 선점하면 대박이다!

NPC가 적다→퀘스트 안 깬 게 엄청 많겠다!

기후도 안 좋다→중앙 대륙과는 다른 아이템들이 많겠지?

위치도 외지다→남들한테 공격 받을 일은 적겠구나!

“…뭐, 노드란체 개척단에 가고 싶으면 내가 소개해 줄 수는 있다….”

스스로 고생한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그러나 태현의 말은 플레이어들의 마음에 불을 붙였다.

“우… 우오오오오…!”

“나, 나도 노드란체 갈 거야…!”

“노드란체! 노드란체!”

프리카 대륙에서 고생만 하다 보니 노드란체는 왠지 좋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진 이들!

“움직이자! 다른 길드보다 빨리!”

“어엇, 저놈들?! 저기 길 없을 텐데? 지도 언제 구한 거야?! 없다면서!”

“조용히 해! 너희 같으면 정보를 다 오픈하겠냐!”

순식간에 플레이어들은 길드별로, 파티별로 흩어지더니 자기들이 아는 길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다비가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

“괜찮을까요? 여기 난이도가 만만치 않을 텐데.”

“프리카 대륙에 처음 온 플레이어들도 아니고, 당연히 산맥이나 화산지대 정도는 탐사해 봤겠지. 자신 없는 놈들은 알아서 뭉쳐 다닐걸?”

태현의 말대로 몇몇 길드들은 수군대더니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프 산맥이나 남쪽의 화산지대 지도는 어느 정도 공개가 된 상태였다.

탐험가 플레이어들이 몇 번이고 왔다 갔으니 당연했다.

다만 거기 갈 이유가 없을 뿐!

다른 사냥터도 많은데 굳이 사방에서 몬스터들이 덤벼드는 길을 뚫고 화산지대까지 가서 헤맬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포상!’

‘노드란체…! 노드란체! 노드란체!’

‘나도 그냥 노드란체 개척단으로 바꿔달라고 할까? 항구상인보다?’

집단 최면에라도 빠진 것 같은 플레이어들!

* * *

“유니콘을 잡으려면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존재가 필요합니다. 이상하게 유니콘 놈들은 눈이 삐었는지 저희를 보고서도 다가오지 않더군요.”

“…그건 당연한 거 아닌….”

“뭐, 그래서 이렇게 잡았습니다만.”

원래 유니콘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존재에게 끌렸다.

그래서 사냥꾼들은 유니콘을 잡을 때면 순수하기 그지없는 존재들을 미끼로 썼지만….

타이럼 사냥꾼들은 달랐다.

무한은신대기!

유니콘이 지나갈 법한 곳에 가서 땅 파고 엎드린 다음 몇 주일이고 기다리는 것이다.

정말 미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얘네 진짜 싫어….’

공공이가 유지수의 허리춤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말은 할 수 없었지만 뜻은 정확히 이해가 갔다.

-얘네좀미친놈아닙니까??

“대장!”

“대장이라고 하지 마.”

“대장님!”

“님 붙인다고 달라지는 거 아니거든?!”

“대장님. 이렇게 저희를 믿어주셔서 기쁩니다! 타락한 유니콘이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저희가 당장 잡아 오겠습니다!”

“그런데 타락한 유니콘은 순수한 존재 말고 욕망 많은 존재한테 끌리는 거 아냐?”

“그렇죠. 저희 같은 사냥꾼들한테는 참 힘든 존재입니다. 저희만 보면 피할 거 아닙니까?”

‘…보면 당장 달려올 것 같은데….’

타이럼 사냥꾼들만큼 욕심 많은 사람들이 또 어디 있다고!

[타이럼 사냥꾼들이 지도에 <유니콘의 숲> 위치를 추가합니다!]

[퀘스트 <유니콘 사냥>이…]

“유니콘들이 있는 곳에 타락한 유니콘도 있는 법. 갑시다, 대장님!”

* * *

“저기 세이렌이다! 배 속도 올려!”

“아니, 기사님! 세이렌한테 그렇게 가까이 다가가시면 홀립니다!”

선원 NPC들은 케인을 말리려고 애썼다.

“가까이서 쇠사슬 한 번만 맞추면 돼!”

“그 전에 홀린다니까요!”

“괜찮아! 버틸 수 있을 거야!”

[바다의 공포, 세이렌이 <환각의 노래>를 시전합니다!]

[저항에 실패합니다!]

[환각 상태에 빠집니다!]

케인은 태현과 같이 다니면서 스스로의 튼튼함에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아키서스의 노예>는 이름은 좀 그래도 스탯은 확실한 직업!

그런데도 세이렌의 노래는 무시무시했다. 상태이상특화 몬스터라는 게 과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으아앗! 저기 내 팬들이 있어!”

“아오 저놈 진짜!”

최상윤이 재빨리 케인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하필 힘 스탯도 좋은 탓에 더 힘들었다.

“헉, 방금 무슨 일이?”

“상태 이상 걸렸다 멍청아!”

“아니… 내가? 말도 안 돼! 귀도 막았는데…!”

“귀 막는 걸로는 역시 안 되나 보다.”

팀 KL 플레이어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들어갔다.

귀를 막아도 노래가 들어오면 어떻게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

“…이거 찍고 계세요?”

“네!”

“이… 이런 건 편집해 줘도 되잖아요!”

“애초에 생방송이 되고 있는데….”

“잠시 껐다가 나중에 활약할 때만…!”

“케인… 그럴수록 더 추해진다… 그만해라….”

최상윤과 정수혁은 안쓰럽다는 듯이 케인을 쳐다보았다. 아주 혼자서 확실하게 방송 분량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뒤에 스태프들 얼굴 좀 봐!

케인이 예뻐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케인은 멋있어 보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

‘어떻게든 내 이미지를 회복시켜야 해!’

원래 회복될 이미지가 있었는지 의문이었지만 일단은!

“좋은 생각이 났다!”

“오… 뭡니까?”

“세이렌은 사람을 홀려서 바다에 빠뜨린 다음 공격하는 몬스터잖아?”

“그렇지?”

“아주 긴 쇠사슬에 사람을 묶어서 바다에 던진 다음 세이렌이 덤비면 끌어 올리는 거야!”

한마디로 인간 낚시!

최상윤은 경악했다.

‘김태현 따라다니더니 정말 좋은 것만 배웠구나!’

정수혁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세이렌 정도면 레벨이 3, 4백은 넘길 텐데 그걸 어떻게 그냥 버팁니까?”

게다가 바다 밑이라 방어하기도 힘들 거고, 각종 상태 이상으로 제대로 스킬도 쓰기 힘들 텐데….

어지간히 단단하고 HP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불가능할 것이다.

“…….”

“…….”

정수혁과 최상윤은 서로 한 번 쳐다본 다음, 다시 케인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케인도 깨달은 모양이었다.

“…아오….”

내가 김태현도 없는데 왜 무덤을 팠지…!

‘김태현이 원격에서 조종하나??’

케인은 벌떡 일어서더니 주섬주섬 허리에 쇠사슬을 차기 시작했다.

그러자 방송 반응은 대폭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쳤나 봐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보통 자기가 미끼하러 들어가나? 개척단 리더 아님?

-케 인

-솔 선 수 범

-케인은 할 만해. 얻어먹은 밥값이 얼마인데.

-사장님…! 이제까지 신세 많이 졌습니다!

-야, 그래도 김태현이 저렇게 챙겨주는 이유가 있다니까. 랭커 중에 누가 저렇게 들어가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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