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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035화 (1,034/1,826)

§ 나는 될놈이다 1035화

정답은 남의 군대!

처음 보는 각종 부족, 기사단, 악마, 천사 등 온갖 다종족을 다스린 태현만큼 전술 경험이 풍부한 플레이어도 또 없었다.

“이, 이다비 님. 팬입니다!”

“사인 좀….”

“?!”

이다비는 깜짝 놀랐다.

물론 이다비도 팀 KL 때문에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긴 했다. 그러나 그걸 체감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태현과 같이 다녔기 때문!

보통 태현과 같이 다니면 사람들은 태현한테 관심을 가졌다. 팀 KL의 간판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케인이 괜히 ‘흑흑 김태현하고 같이 다니면 사람들이 동생이냐고 물어봐… 나도 게임이랑 외모 똑같이 만들 거 그랬어…’ 하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이다비의 팬들도 확실히 많았다.

게다가 지금 말을 거는 플레이어들은 전부 다 상인 직업!

상인 직업에게 이다비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상인의 희망!

상인의 별!

유명 랭커가 적은 상인 직업이었다. 그중 이다비는 더욱더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사인은 길드원들이 팔아먹게 달라고 한 것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이다비는 속으로 생각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심심하면 ‘길마님 이거 시키는 대로 하면 보상으로 사인 주십니까?’, ‘헉 김태현 사인도 보상으로 나올까요?’ 같은 소리를 해댄 탓!

“이다비 님. 혹시 저희 같은 상인 길드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으십니까?”

“저는 프리카 대륙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하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대륙을 바꾸는 게 나을까요?!”

“요즘 어떤 무역이 좋을까요? 저번에 목화를 대량으로 무역했는데 생각보다 경험치도 안 오르고….”

상인 길드 <샤일록>의 상인 플레이어들은 아기 새처럼 이다비에게 모여 평소 갖고 있던 질문들을 늘어놓았다.

이때 아니면 또 언제 물어보겠는가!

상인 직업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걸로 레벨 업을 하는 직업이었다.

어떤 아이템을 취급하냐에 따라 보너스가 달라졌고 얼마만큼 이동하냐에 따라 또 보너스가 달라졌고….

보통 희귀한 아이템을 취급하면 경험치를 많이 받는다!

때문에 최대의 효율을 노리기 위해서는 언제나 새로운 시장,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다녀야 했다.

제작 직업에 가깝지만 목숨을 걸고 돌아다녀야 하는 특이한 직업이 바로 상인!

“저희도 파워 워리어처럼 광고를 하는데 욕만 먹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그건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이다비도 솔직히 파워 워리어 인기는 이해가 잘 안 갔다.

얼굴에 철판 깔고 광고했는데 그게 유행이 된 것이다.

“일단 광고할 때 거짓말을 넣어서 하면 안 되고요….”

“헉. 그런 겁니까?”

“들어오면 무조건 전신 세트 준다고 했는데 그거 지워야겠다.”

“…….”

이다비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다시 조언을 했다.

“그리고 프리카 대륙 나쁘지 않지 않나요? 경쟁자 적고, 나오는 아이템도 희귀한 편이고.”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적어서 아이템 구매 자체가 힘들어요!”

“여기 잘츠 왕국 같은 곳입니다!”

갑자기 끌려 나와서 두들겨 맞는 잘츠 왕국!

그나마 잘츠 왕국은 중앙 대륙 가운데에 있는 왕국이라 사람들이 돌아다니다가 들리기나 하지, 프리카 대륙은 아예 배 타고 건너와야 해서 더더욱 문제였다.

“플레이어 적으면 NPC 고용해서 직접 얻어내면 되죠. 그리고 정말 힘들 경우에는 두 NPC 세력을 싸움 붙인 다음에… 아차. 이건 그냥 잊어주세요.”

“아니! 그걸 더 말해주십시오!”

“그게 제일 좋은 팁 같은데!”

“너무 위험해서….”

“아닙니다! 저희는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실전상인강의에 홀린 플레이어들!

* * *

태현은 이다비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자 플레이어들은 재빨리 말했다.

“역시 상인 플레이어들은 놓고 올 걸 그랬습니다!”

“사냥에 별로 도움도 안 되고! 아이템은 비싸게 팔고!”

“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역시 상인 플레이어들을 데리고 오길 잘 했습니다!”

“사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상인들이 파는 아이템이 없으면 저희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태현의 말에 한마디에 바로 태도를 바꾸는 플레이어들!

“이 자식! 네가 상인님을 욕해? 미쳐 버린 거냐!”

“잘, 잘못했습니다!”

졸지에 가장 말을 먼저 꺼낸 놈을 공격하기까지!

[카르바노그가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봅니다.]

“딱히 도움이 안 되어서 쳐다보는 게 아니라… 이다비가.”

“태현 님이 아니라 이다비 선수한테만 말을 걸어서 괘씸하셨던 거군요!”

“내 말 좀 끝까지 들을래?”

“죄, 죄송합니다.”

“이다비가 쟤네만 상대해 줄 수는 없지 않나?”

원래는 태현 옆에서 매번 퀘스트 이야기를 하던 이다비가 상인 플레이어들 질문받느라 정신이 없자, 태현은 살짝 서운해졌다.

내 일행이지 니네 일행이니?

“아니… 그건….”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닌지…?”

플레이어들은 서로 빤히 쳐다보았다.

질문 정도는 받을 수 있는 거 아닌가?

“흠. 그런가.”

태현은 플레이어들 말에 납득했다. 확실히 그럴 수 있긴 하지.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다르게 이해한 모양이었다.

“아닙니다! 태현 님 말이 맞습니다!”

“시키시기만 하면 저기 상인 놈들을 모두 쫓아내 버리겠습니다!”

“너희 지금 나 일부러 엿 먹이려는 건 아니겠지?”

* * *

“죄송해요! 하도 물어봐서 다 대답하느라….”

“아니야. 대답 좀 해줄 수 있지.”

[카르바노그가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고 의아해합니다.]

‘난 원래 기분이 좋았어. 카르바노그.’

“랩터다! 태현 님! 랩터 무리입니다!”

[산맥의 약탈자, <독을 가진 야생 랩터>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랩터들이 <야생의 소름 끼치는 비명>을 사용합니다!]

[최고급 전술 스킬로 상태 이상에 저항하는 데 성공합니다!]

[……]

[……]

화산지대로 향하는 길목에는 온갖 몬스터들이 있었다.

프리카 대륙이 악명 높은 이유는, 해안가에서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전부 다 울창한 산맥이라는 것!

주변이 탁 트여 있는 것과 주변이 꽉 막혀 있는 건 차원이 달랐다.

사방이 정글인데 갑자기 튀어나오는 몬스터까지 상대하는 건 보통 귀찮고 성가신 게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이 싫어하는 맵의 조건인, 맵이 복잡하고 몬스터가 기습적으로 튀어나오고 상태 이상이 성가신 등등을 모두 갖고 있는 곳!

“랩터가 그렇게 레벨 높은 몬스터는 아니잖아? 왜 긴장하지?”

태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놈들이 계속 치고 빠진단 말입니다. 너무 짜증 나는 놈들이라…!”

“한두 놈 잡으면 바로 도망치는 놈들입니다!”

“뭐, 도망 못 치게 하면 되겠지. 용용이. 위로 날아서 발 묶고. 흑흑이. 뒤에 불 지르자.”

랩터들은 일행을 빙글빙글 돌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속도만 따지면 손꼽히는 몬스터!

덕분에 궁수나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이만 갈고 있었다.

쏴봤자 빗나갈 것 같다!

‘케인이 있었으면 편했을 텐데.’

노예의 쇠사슬이면 바로 끌어들일 수 있다!

“으… 저 얄미운 놈들…!”

“그냥 확 돌진해서 잡아버려?”

딜러들도 이를 갈았다.

빠르게 돌진 스킬을 써서 하나 공격하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진형 밖으로 나오는 순간 랩터들이 재빨리 포위해서 덤빌 게 분명!

-아키서스의 돌격!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퍽!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태현이 가까운 랩터 하나를 정확하게 쓰러뜨렸다.

-끼이이익!

그러자 근처를 빠르게 돌던 랩터들이 태현에게 일제히 덤벼들었다.

소름 끼치는 지능!

[회피에 성공…]

[회피에 성공…]

[회피에 성공…]

-반격의 원, 아키서스의 두 번째 공격!

콰콰콰콰콰쾅!

[행운 스탯이 소모됩니다! <아키서스의 두 번째 공격>을 사용합니다!]

[랩터가 쓰러졌습니다. <아키서스의 두 번째 공격>의 쿨타임이 돌아옵니다.]

[랩터들이 도망칩니다!]

대여섯 마리가 일격에 쓰러지자 랩터들은 즉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플레이어들이 랩터류 몬스터를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조금 불리하다 싶으면 도망쳐서 HP 회복한 다음 뒤에서 깔짝대니, 얼마나 짜증 나겠는가.

[카르바노그가 그거 아키서스 전법 아니냐고 의아해합니다.]

태현이 자주 하던 짓 같은데??

“…이 자식들이 비겁하게!”

태현은 양심의 소리를 무시하고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용용이와 흑흑이가 동시에 움직였다.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마법사들!

종족이 괜히 드래곤이 아니었다.

용용이는 바로 날아들어서 랩터들과 부딪힌 뒤 빠르게 마법을 시전해 발을 묶어버렸다.

그리고 흑흑이는….

쿠오오오오-

“?”

-?

[?]

너 뭐 하려고 그렇게 힘을 모으냐?

-불완전한 사디크의 화염 브레스!

“!!!?”

화르르르륵!

드래곤의 주력 스킬, 브레스!

용용이나 흑흑이 모두 브레스 한 방 세게 쏘고 레벨 줄어들어서 이 고생을 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브레스를 쓰려고 한다니. 태현은 기겁했다.

[<불완전한 사디크의 화염 브레스>로 인해 화염이 번져 나갑니다!]

[사디크의 화염이 주변을 불태웁니다!]

“너 레벨은?!”

-괜찮습니다. 주인님! 레벨을 소모하지 않고도 쓸 수 있도록 제가 새로 만들어 낸 스킬입니다!

“오….”

태현은 감탄했다.

흑흑이…!

맨날 구박만 받던 녀석이 뭔가 보여주려고 이런 걸 준비하고 있었다니!

용용이도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블, 블랙 드래곤한테 뒤처지다니….

[…….]

“…….”

충격의 방향이 좀 다른 것 같긴 했지만….

태현은 어쨌든 만족했다. 소환수들의 장점이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는가.

소환한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어 스스로 진화할 때!

화르르륵-

“…??”

[화염의 영역이 더욱더 넓어집니다!]

“어, 저기….”

“태, 태현 님. 괜찮은 겁니까?”

워낙 태울 게 많아서 순식간에 번져나가는 화염!

감탄하고 있던 뒤의 플레이어들도 슬슬 상황을 깨닫고 경악하는 중이었다.

* * *

-죄송합니다….

“아냐. 잘 하려고 했으니까 그럴 수 있지.”

결국 태현과 플레이어들이 허겁지겁 나서서 불을 끌 수 있었다.

화산지대 가기 전에 불타서 로그아웃이라니 농담도 아니었다.

‘그런데 사디크의 마수인 흑흑이는 사디크 권능 관련 브레스를 쓰는데… 용용이는 아키서스 권능 관련 브레스를 쓸 수 있는 건가?’

행운 브레스?

랜덤 브레스?

[카르바노그가 아마 랜덤 브레스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게 뭐야…!’

브레스가 딱 정해져 있어야 쓰기 좋지, 뭐가 나올지 모르면 그게 뽑기지 브레스냐!

‘하여간 아키서스는….’

태현은 투덜거리며 아이템을 챙기기 위해 움직였다. 일단 쓸어버렸으니 아이템은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아이템을 얻었…]

[아이템을 얻었…]

[……]

“???”

“??????”

아이템 메시지창에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가 랩터를 이렇게 많이 잡았었나?

“뭐… 한 백 마리 잡았나? 왜 이렇게 많이 나오지?”

“<랩터 화석> 같은 아이템은 나올 확률이 1%가 안 될 텐데…? 왜 나온 거지?”

“아, 아키서스다! 아키서스!”

“뭐?”

“아키서스 교단 효과가 그거잖아! 드랍률이나 제작 확률 올려주는 거!”

“그건 아는데 그게 이렇게 미친 듯이 올라가는 건….”

아키서스 교단이 꽤 퍼졌기에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각종 확률이 올라가는 데에 특화된 교단!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였지, 이렇게 한 개 나올 아이템이 몇 개 나오고 그러는 건 들어본 적이 없었다.

‘교… 교황!’

‘교황이라 다른 건가?!’

이게 바로 일반 사제와 교단 리더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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