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034화 (1,033/1,826)

§ 나는 될놈이다 1034화

물론 그런 시도가 먹힐 리 없었다.

하면 할수록 비웃음을 받는 슬픈 시도!

-아 너희 팀이나 응원하라고 ㅡㅡ

-맞아 상하이 팬더즈 귀엽더라.

-성적은 약하지만….

-팬더 강등돼서 2부 가면 좀 슬플 것 같음.

그러는 사이 할 말 다 한 태현은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나 전할 말 다 했지? 꺼도 되지?

-…되긴 하는데 이왕 킨 김에 뭐라도 좀 하는 게 어떠세요?

-어… 뭘? 지금은 공격할 놈들도 없는데.

-…꼭 누굴 공격해야 좋아하지는 않아요! 태현 님이 숨만 쉬어도 재밌어할 사람들일걸요.

-숨만 쉬어도 재밌어한다고? 에이. 그건 아니지 않나…?

태현 입장에서 방송은 뭔가 좀 보여줘야 하는 곳이었다.

‘길드 동맹과 혼자 싸우는 정도는 보여줘야 한다!’

물론 팬들 입장에서는 아니었다.

‘제발 숨 쉬는 것만이라도 보여줘! 솔직히 너무 안 틀잖아!!’

태현과 이다비가 아무 말 없이 서로만 쳐다보며 귓속말로 수군거리자, 보고 있던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김태현하고 이다비인가? 둘밖에 없네?

-다른 일행은 지금 저쪽에 있잖아.

-아. 그러게.

-둘이 따로 움직이다니. 둘이 사귀나?

-이세연이랑 사귀는 거 아니었어?

-그거 헛소문으로 밝혀진 게 언제인데. 야. 둘이 얼마나 싸우는데. 내가 둘 싸우는 거 본 적 있는 사람인데….

-확실히 이세연하고 사귄다고 보기는 좀 그렇긴 해. 그치?

-이다비하고 김태현 둘이 잘 어울리네.

-김태현이 아깝지 않나??

-김태현이 아깝지 않음???

-김태현이 아깝….

-아 그만해. 미친놈들아!

-서로 좋아하는데 아까운 게 어디 있어!

김태현 광팬들은 무슨 사건만 터지면 ‘김태현이 아깝지 않음??’ 하고 도배를 해댔다.

이세연과 터지든 누구와 터지든 한결 같은 태도!

-근데 김태현이 팀 KL 주장으로 케인 같은 놈하고 같이 하는 건 정말 아깝지 않냐?

-앗… 그건….

-그건 솔직히….

* * *

“와, 김태현 선수가 지금 방송을 진행해서 해명해 주고 계시네요. 팀 KL 정말 친한가 봐요?”

“그… 그렇죠! 친해요! 우리 친해요!”

“그렇게 말하니까 또 설득력이 없게 들리는데요, 케인 선수.”

보통 ‘우리 친하지??’는 사이에 문제없으면 안 나오는 말!

“진짜 친하다고요!”

“하하. 농담이었습니다. 다들 정말 친한 거 보기 좋네요.”

MC는 흐뭇하게 웃었다.

케인은 딱히 혼자서 방송을 이끌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케인도 의외로 가능성이 엿보였다!

물론 케인 본인은 ‘다시는 방송 안 나와!’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덕분에 옆에 있던 레시아는 속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팀 KL은 진짜 다들 친하구나.’

다른 게임단 중에서 팀 KL처럼 끈끈한 팀은 드물었다.

보통 서로 주전 자리를 경쟁해야 하다 보니, 견제와 질투가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에 비해 팀 KL은 정말…!

‘김태현이 집안일 다 하는 건 정말 예외였지만!’

게시판에서 ‘야 팀 KL은 사장이 밥해준대’라는 말이 돌아다닐 때 솔직히 농담인 줄 알았다.

그게 진짜라는 걸 알자 더 호감이 솟구쳤다.

‘반드시 친해지고 말겠어…!’

레시아가 불타는 눈빛으로 노려보자 케인은 움찔했다.

‘김, 김태현 팬인가? 내가 헛소리해서 화내는 건가??’

* * *

“질문 받아주는 건 어때요? 다들 자주 하는 일인데.”

-!!!!

-!!!!!!

-이 다 비

-천재적인 발상…!

-천재한테 이다비라고 해야 하지 않나? 이다비적인 발상이라고 하자.

-이다비가 뭐냐! 이다비 님이라고 불러라!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이다비의 말에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질문 받아주는 건 보통 많이 했지만, 태현은 예외였다.

인터뷰 때 한정적인 질문 말고는 대답해 주는 걸 거의 본 적 없었던 것이다.

“그게 재밌나?”

-재밌어!! 아 재밌다고! 제발!!

-재밌어요!!!

태현이 방송을 켜면 기본적으로 몇만 명으로 시작했다. 시간 좀 지나면 바로 몇 배로 뛰었고.

그런 사람들이 한 마디씩 다니 기본적으로 채팅창은 미친 듯이 빠르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떻게든 질문을 하려고 애썼다.

제발… 제발 받아줘…!

“어… 보자. 그러니까… 팀 KL에서 가장 속 썩이는 선수는… 이건 넘어가고.”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군지 다들 알고 있지??

“이세연하고 사이 안 좋은가요? 아, 이거. 화해했습니다. 지금은 사이 괜찮아요.”

-어 진짜요?

-혹시 유성 쪽에서 광고 맡아서 입막음 당한 거 아님?

-아니다, 이놈들아! 어디서 누구를 뭘로 보고!

-??

-이 사람은 왜 화내는 거지?

-유성 쪽 직원인가?

“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나요? 사실 시작할 때는 상위권에만 든 다음 포스트시즌을 노려서 우승을 할 생각이었는데, 지금 보니까 리그 1위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보여서 노력 중입니다. 라이벌로 생각되는 팀이요? 다 라이벌 아니겠습니까. 어느 팀이든 간에 전력을 다해서 상대하고 있습니다.”

-전력 ㅋㅋㅋㅋㅋㅋ

-전력을 다해서 학살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파이터즈는 전력 다 안 하셔도 됩니다!

-유성 게임단에게도 전력 다 안 하셔도 됩니다! 적당히 하세요!

“연애는 안 하냐. 지금은 도저히 시간이 안 날 것 같은데….”

-아앗… 사장님… 죄송합니다….

-크흑흑….

-케인 놈 밥 차려주느라….

-케인 놈이 눈치가 없어서….

“대학교 한 번 나와주세요? 아. 이거 지금 대회 때문에 출석인정 받고 시험만 치고 있어서 그런 거 같은데, 내년에 졸업이라 가긴 할 겁니다.”

-헉. 김태현 어디 다님??

-한국대잖아.

-한국대…??? 아니, 게임만 하고 다니는 거 아니었어요??

-수석으로 들어왔다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니 그게 말이 되나?

“파워 워리어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거 파워 워리어 길드원이 질문한 거 아냐?”

태현은 이다비를 쳐다보며 물었다. 이다비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파워 워리어는 든든한 길드죠.”

-어? 진짜?

-다시는 파워 워리어를 무시하지 마라.

-파워 워리어가 약해 보여도….

-아 그만해!

-파워 워리어 솔직히 되게 저평가받긴 함.

-네 다음 파워 워리어 알바.

-진짜 저평가받긴 하지. 저만큼 인원 많은 길드 흔치 않음. 그런데도 잘 굴러가잖아.

-게다가 이제 고렙 이상 플레이어들도 꽤 많음. 만약 전면전 벌이면 파워 워리어 못 이기는 길드 상당히 많을 걸?

“파워 워리어는 언제나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데다가 다들 능력이 있어서….”

-파워 워리어한테 돈 받은 거 아냐??

-이제 그만 진실을 받아들이시죠.

-파워 워리어가 판온 1위 길드인 거 인정?

-더 칭찬해 주십쇼… 태현 님…!

그러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방해가 온 것이다.

“태현 님!”

“김태현 선수!”

“???”

용케 태현과 이다비가 있는 곳을 찾아온 프리카 대륙 플레이어들!

태현은 의아해하며 일단 방송을 껐다.

“지금 잠깐 끄겠습니다.”

-안 돼!

-안 ㄷ…

[방송이 종료되었…]

-죽어!!

-저것들 누구야!?

-암살자 아님?

-누가 암살자를 보내?

-…길드 동맹?

-길드 동맹이네!

-와 더러운 놈들! 휴전 맺어놓고!

-길드 동맹 방송 가서 욕하고 오자!

-??????

가만히 있던 길드 동맹에게 불벼락!

* * *

“암살자인가?”

“아, 아닙니다! 아니에요!”

“저희가 어떻게 감히!”

플레이어들이 그렇게 말했지만 태현은 믿지 않았다.

판온 플레이어는 둘로 나뉘었다.

암살자 플레이어와 곧 암살자가 될 플레이어!

[…….]

카르바노그가 어이없어했지만 태현은 이다비를 뒤로 당겼다.

-용용아. 흑흑아.

-예! 주인님!

-주인이여. 듣고 있다.

-이다비한테 공격 들어오면 몸으로 막아라.

-예!

-알겠다!

-공격 닿으면 비늘 뗄 거야.

-…….

-…….

-주인님. 저는….

-넌 말 안 해도 알아서 막아야지! 데스 나이트 폼으로 달았냐!

“저 HP 높아서 괜찮은데요….”

사실 이다비 HP가 태현보다 높았다.

처음부터 사제였다면 모를까, 이다비는 상인 출신.

HP가 더 높을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야.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모르잖아. 판온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겁이 많아야 한다고.”

“태현 님이 하실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요?”

겁 없기로는 판온 제일!

“내가 얼마나 겁이 많은데. 그리고 이다비. 상위권 랭커들이 다 거만해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다 겁이 많아.”

“이세연 씨도요?”

“이세연? 걔도 겁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치밀해. 저번에 보니까 디버프 풀려도 내 옆에 붙어서 나 방패로 쓰려고 하더라. 사람이 진짜 인성… 아니. 동맹 맺었으니 말 조심해야지.”

“…??!”

이다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했다.

“걔가 얼마나 치밀한지 알겠지?”

“그… 그렇군요.”

이다비는 태현 옆으로 슬쩍 붙었다.

이세연 씨도 그랬다면 어쩔 수 없네요!

“어… 저기. 두 분. 저희 말 좀 해도 될까요?”

왠지 모르게 분위기 좋아서 플레이어들은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하세요. 듣고 있어요.”

이다비가 허락해 주자 몰려온 플레이어들은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태현은 노려보고 있었지만 그래도 파워 워리어 길마가 저렇게 말해주니까 괜찮겠지?

“저희는 프리카 대륙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입니다!”

“아. 네. 그러시군요?”

“이번에 팀 KL의 두 분이 여기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라서 찾아왔습니다!”

“암살하려고?”

“아니요! 도우려고 왔습니다!”

“그렇게 방심시킨 다음 암살하려고?”

무한불신!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정말로 순수히 도우러 온 플레이어들이었다.

손짓, 발짓 해가며 정말 순수하게 왔다는 걸 설명한 플레이어들.

태현은 그걸 듣고 의아해했다.

“…아니 왜?”

남의 퀘스트를 그냥 도와주러 왔다고?

혹시 종족이 악마니?

[카르바노그가 악마들 울겠다면서 그만하라고 합니다.]

“원래 팬심으로 참가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요?”

“그것도 있지만 일단 김태현 선수가 가는 곳은 기본적으로 대박일 거 아니겠습니까! 길만 뚫어놔도 무조건 이득입니다!”

그랬다.

여기 모인 플레이어들은 딱히 퀘스트 보상이나 태현이 잡아서 얻는 아이템을 탐내지 않았다.

-태현 뒤를 따라가서 프리카 대륙의 새 영역을 확보하고 마을만 찾아놔도 엄청난 이득이다!

마계 공략 퀘스트에서 교훈을 얻은 것이다.

‘프리카 대륙은 아직 개척이 덜 된 땅… 어떤 곳이 있을지 몰라. 하지만 카프 산맥 같은 곳은 우리 같은 소형 길드가 깨긴 너무 어려운 곳.’

‘김태현을 도와주고 그 주변 지형만 알아도 본전! 만약 근처에 마을 있고 출입 허가만 받으면 대박이다…!’

그들의 말에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뜻인지 이해한 것이다.

‘아. 그런 거였군.’

저렇게 이유가 있어야 안심이 됐다.

그냥 도와주러 왔다고 하면 너무 수상하잖아!

“카프 산맥 남쪽의 화산지대 갈 생각인데 거기도 괜찮나?”

“물론 괜찮습니다!!”

“저희는 폭탄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시킬 생각은 없는데.”

폭탄도 레벨이 중요한 것!

“아. 역시 폭탄은 케인 선수만 할 수 있는 그런 건가요?”

“캐릭터 직업 같은 게 중요한 건가?”

모인 플레이어들은 수군거렸다. 확실히 케인만 폭탄 역할을 맡는 게 뭔가 이상하긴 했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어쨌든 출발한다? 다들 각오를 했다니 다행이군.”

태현은 모인 플레이어들의 직업을 확인하고 간단하게 나누기 시작했다.

즉석에서 만들어진 파티를 정교하게 운영할 생각은 없었지만 기본은 해야 하니까.

탱커를 밖에, 딜러는 가운데에, 힐러는 안에.

[<최고급 전술> 스킬로 인해 일행의 능력이…]

[<폭군의 지휘> 스킬로 인해 일행의 능력이…]

[……]

그러자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버프!

모인 플레이어들은 경악했다.

태현과 처음으로 파티 플레이를 하는 것이니 당연했다.

‘아니 전술 스킬이 왜 최고급…?’

‘나 전술 스킬 최고급 찍은 사람 처음 본다.’

‘김태현 길마도 아니잖아?’

‘대형 길드 길마도 아닌데 대체 전술 스킬을 뭘로 찍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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