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032화 (1,031/1,826)

§ 나는 될놈이다 1032화

‘꼭…!’

아직도 저번 팀 KL의 경기가 생생했다.

무식한 북극곰 팀 선수들이 ‘크핫핫핫 우리는 맞을수록 HP가 늘어난다!’ 하면서 버티는 걸 결국 뚫어버리고 마는 명장면!

같이 방송을 보던 팬들은 모두 태현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라 ㅡㅡ

-저걸 뚫네 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대단한데?

-난 알래스카 팀이 대단한 것 같다. 저걸 진짜 실제로 하는 팀이 있을 줄은 몰랐어!

-대체 HP가 얼마큼 늘어난 거야?

-3배? 4배?

-늘린 것도 늘린 건데 뚫은 게 더 대단하다.

-진짜 한 명만 집요하게 패서 뚫는 거 봤어? DPS(초당 피해량)량 하늘 뚫고 올라가더라.

-한 대 때릴 때마다 폭딜 튀는 게 아주….

방송인으로서 태현과 친해지면 좋겠다는 욕심과 개인적인 팬심은 얼마든지 같이 갈 수 있었다.

아니, 솔직히 개인적인 팬심이 더 큰 것 같기도….

“이 영상을 봐. 케인 선수가 얼마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는지 보이지?”

“…네….”

레시아를 퍼뜩 정신 차리게 만든 건 하연이었다.

고전 탱커학개론!

하연은 태현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 조금도 없는 모양이었다.

케인이 어떻게 잘 막아내고 있는지 계속 떠들고 있었던 것이다.

‘…김태현 선수랑 같은 회사였었는데 진짜 이야기할 게 하나도 없나?’

속으로 투덜거리던 레시아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케인과 아는 사이가 된다→김태현을 소개받는다→친해진다→판온 우승!

‘아앗…!’

그런 좋은 방법이!

“내 말 듣고 있어?”

“네!”

“방금 쓴 스킬이 뭐라고?”

“호… 호구의 쇠사슬인가요?”

“노예의 쇠사슬이야!”

어딜 그런 이름으로!

하연은 어이없어했지만 레시아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그게 그거지…!

케인 스킬 외울 시간에 김태현 스킬 하나 외우겠다!

* * *

“와, 진짜 되긴 되네.”

“이게 솔직히 될 줄은 몰랐지만….”

<노드란체 개척단>(케인이 만들었다) 소속 플레이어들은 감탄했다.

그들이 해낸 것을 보라!

척박하고 개판이던 땅이 나름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바위부터 잡초들은 싹 사라져 있는 상태.

특히 케인은 정말 대단했다.

팔이 두 개일 때도 삽질의 재능을 보여줬는데, 그 팔이 몇 배로 늘어난 것이다.

삽질의 천재, 아니. 삽질의 신!

[매우 뛰어난 자세로 삽질을 하는 데 성공합니다!]

[채광 스킬이 늘어납니다!]

[건설 스킬이 늘어납니다!]

[……]

[계속해서 잡일을 하는 데 성공합니다!]

[힘 스탯이 오릅니다!]

[노드란체의 주민들이 당신의 헌신에 감사합니다.]

[공적치 포인트가…]

[친밀도가…]

삽질하는 영주님 그 자체!

콰콰콰콰콰!

케인은 메시지창에 홀려 무아지경으로 잡일을 해나갔다.

태현이 봤다면 ‘평소에 훈련을 좀 그렇게 할 것이지 ㅉㅉ’라며 구박을 한 바가지 했을 것!

“세, 세상에…! 저게 사람이야 불도저야?

“저건 인간이 아니야! 삽질의 신이야!”

“내가 소싯적에 노가다 좀 해본 사람인데 저건 정말… 대단하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감탄사!

개척단 플레이어들은 케인이 왜 랭커인지 느낄 수 있었다.

‘…잠깐. 삽질 잘 하는 거랑 랭커랑은 상관이 없지 않나?’

‘그, 그러게?’

너무 잘해서 무심코 감탄하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이거랑 판온은 상관이 없잖아?

“다 됐다!!”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노드란체의 주민들이…]

[……]

[……]

“와아아아아!”

어쨌든 간에 플레이어들은 환호했다.

가장 귀찮고 보상 적은 잡일을 다 했으니, 이제 그나마 좀 재밌는 퀘스트가 나오겠지?

“흠. 다음은 소형 집 100개 짓기 퀘스트인가. 여긴 추우니까 튼튼하게 지어야지.”

“…….”

“…….”

미친놈아!

“케인 선수!”

“?”

플레이어들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

방송이잖아?!

한국 쪽 플레이어들은 MBS와 거기 MC들을 바로 알아보았다.

태현이나 몇몇 랭커들은 ‘방송 찍히면 불리하니 찍지 마시죠’라고 했지만, 대부분은 방송에 나가는 걸 매우 좋아했다.

자신을 영업할 기회 아닌가!

‘MBS가 여기는 왜?’

‘헉. 장비 좀 갈아입어야겠다.’

“방송국 같은데 어디 쪽이야?”

“한국 쪽 MBS. 그, 김태현 나온 대회 있잖아.”

“아아아! 거기! 헉. 잠깐. 장비 좀 갈아입어야지.”

외국 플레이어들도 이름은 들어본 수준!

MBS가 그만큼 판온으로 명성을 쌓은 덕분이었다.

“누구 보러 온 거지? 노드란체가 볼 게 있나?”

“…케인 보러 왔잖아?!”

“케인은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랭커니까….”

투덜거리는 사이, MC와 게스트들이 케인을 둘러싸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인기 많은 아이돌이 케인과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개척단 플레이어들의 눈빛에 불똥이 튀었다.

케인, 너마저!

‘널… 믿었는데!!’

‘이 배신자 자식!’

뭘 배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배신감이 들어!

만약 플레이어들이 NPC였다면 [충성도가 미친 듯이 하락합니다!]라는 메시지창이 떴을 것이다.

“케인 선수. 노드란체는 어떤 곳이죠?”

하연은 케인한테 말을 붙였다.

예전부터 케인은 방송에서 말주변이 없는 편이었다.

카메라가 찍고 있다는 거 알면 긴장해서 말을 더듬거리는 타입!

방송인으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그러나 케인도 지금은 대회를 겪으면서 많이 성장한 상황. 예전과는 분명 많이 다를 것이다. 인터뷰도 많이 하지 않았나?

“어, 아무것도 없는 곳이죠!”

“…그, 그렇군요…?”

1차 당황!

MC는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분위기를 좋게 만들었다.

“그러면 여기는 왜 오신 거죠?”

“제가 멍청해서… 하필 영지를 여기로 받는 바람에….”

케인은 세상에서 가장 우울하고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

분위기 좀 축 처지게 하지 마!

-이거 어떻게 합니까?

-아니? 의외로 재밌는데? 계속 해. 계속.

이런 것도 재미지!

게다가 케인 같은 경우는 워낙 인기가 있었으니 이 정도로 헛소리를 해줘도 다들 좋아해 줬다.

“저기 저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같이 온 겁니까?”

“어, 그게….”

케인은 망설였다.

방송 앞에서 사람들을 속여서 부려먹고 있다고 해도 돼??

“우리는 친구죠!”

“케인하고 제가 예전부터 친했습니다!”

“우리 친구지?? 그치???”

“???”

갑자기 들어오는 친한 척!

* * *

노드란체의 소개를 끝내고 케인의 퀘스트를 밀착해서 찍던 방송 팀들.

그들은 처음에는 색다른 풍경에 좋아했지만 곧 이상함을 깨달았다.

이 랭커…!

잡일만 하고 있잖아?!

-아, 아니. 지루하지도 않나?

-팀 KL식 훈련법 아닐까요? 기초 스탯을 올리는….

-그, 그런…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게 더 효율이 높아 보이는데?

진짜 계속 잡일만 찍나?

물론 똑같이 지루한 것만 해도 재미를 만드는 사람이 있었지만, 케인은 그런 타입이 아니었다.

뭐라도 좀 해야 재미가 있는 타입!

‘어떡하냐??’

‘시말서 준비해야 합니까?’

‘아, 아직 모른다…! 아직 몰라! 저것만 끝나면… 아니, 미친 다 지었는데 뭘 또 새로 만들러 가?!’

그러나 기적은 있었다.

절망하던 스태프들의 시야에 들어온, 저 멀리서 다가오는 함선들!

“케인! 세이렌 잡으러 가자!”

“!!!!!!”

팀 KL의 다른 선수들!

‘이 방송을 도와주러 왔구나…!’

‘크흑! 믿고 있었어!’

스태프들은 눈물을 훔쳤다.

이것이 팀 KL의 우정…!

여러 명 있으면 계속 이야기하면서 뭔가 나오겠지!

“어? 이거 퀘스트 마저 해야 하….”

“아 좀 배 타러 가자!!”

“세이렌 잡으러 간다잖아! 얼마나 재밌겠어!”

개척단 플레이어들은 불같이 분노했다.

세이렌이 먼저지 지금 담 쌓는 게 먼저냐?!

* * *

태현은 용용이를 타고 카프 화산지대로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예전과 달리 훨씬 더 빠른 속도였다.

태현을 위협하던 적들 몇이 사라지니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알아서 잘 할 수 있을까요?”

“다들 랭커에 들어가는데 자기 몫은 자기가 알아서 할 수 있어야지. 나하고 같이 안 다닌다고 매번 걱정해 줄 수는 없잖아?”

태현은 그렇게 말했다.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었지만, 자기 목숨 정도는 자기가 알아서 챙길 수 있어야 했다.

…혹시 4명이서 나가게 되는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

‘에이, 케인 말고는 다들 자기 몸 하나는 간수해서 도망칠 수 있으니까….’

게다가 호위도 빵빵하게 붙여 보냈다. 최상윤이나 정수혁 같은 경우는 왕국 함대를 끌고 가지 않았던가.

“와. 여기 오랜만이네요.”

“솔직히 인기 없는 이유가 있지.”

프리카 대륙은 다른 곳에 비해 매력이 떨어졌다.

쉬이이익!

-!

용용이는 급히 회피 비행을 했다. 카프 산맥 아래에서 공격이 날아온 것이다.

‘사디크 교단이 없어지니까 몬스터만 급격하게 늘어났군.’

태현만 노리고 덤비는 NPC는 없어도 귀찮은 건 마찬가지!

쉬이익! 쉬익! 쉬익!

-주인이여. 다 맞고 들어가기는 좀 그렇다. 내리는 게 낫지 않겠나?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착륙하자.”

흔히들 ‘날아다니는 탈것이 있으면 어디든 가기 쉬워지겠네요?’라고 생각하지만, 판온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날아다니면 날아다니는 몬스터들을 만나게 마련. 오히려 걸어다니는 것보다 더 많이 만나고 더 위험할 수 있었다.

특히 아래에 있는 몬스터들도 날아다니는 걸 보면 일단 공격부터 가했다.

[<마력을 품은 푸른 독도마뱀>이 <독침 연사>를 사용합니다!]

“이다비. 잠깐 버티고 있을 수 있겠어?”

“물론이죠.”

“고마워. 그러면….”

태현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용용이 위에서 뛰어내렸다. 이다비는 바로 근처의 독도마뱀들에게 저주를 걸기 시작했다.

-아키서스의 황금 기부.

[골드가 소모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아키서스 교단의 황금죽음상인사제…라는 기묘한 직업 이름과 별개로, 이다비의 직업은 태현 일행 중 가장 안정적인 직업 중 하나였다.

다양한 상황에 대처 가능한 사제!

<아키서스의 황금 기부>는 모든 스킬 콤보의 핵심으로, 골드를 바치는 것으로 능력치를 올려줬다.

이다비는 골드가 소모됐다는 메시지창을 안 보려고 애썼다. 이것만큼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골드는 써야 하니까…!’

그리고 그다음은 <아키서스의 사격 저주>!

[<아키서스의 사격 저주>로 인해 상대의 원거리 공격이…]

[……]

태현의 저주만큼 파괴력이 있진 않았지만, 상당히 성가시게 만드는 저주 스킬이었다.

원거리 공격이 빗나가거나 잘못 날아가게 만드는 저주였으니 말이다.

-고맙다! 주인이여!

“나, 나는 주인이 아닌데…?”

-…대충 넘어가자!

용용이는 감사 인사와 함께 닥치는 대로 광역 마법을 갈기기 시작했다.

독도마뱀이 나름 레벨이 높고 덩치가 크다고 해도 용용이는 드래곤!

근본부터가 달랐다.

-회오리치는 연쇄 번개!

파지지지직!

휩쓰는 벼락과 함께 용용이가 발톱으로 도마뱀들을 후려갈겼다. 독도마뱀들은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가…]

그러는 사이 태현은 근처에 있는 독도마뱀들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었다.

요즘 파티 플레이를 자주했지만 태현은 원래 솔로 플레이를 하던 사람.

일 대 다수의 싸움은 진저리 날 정도로 많이 해본 사람이었다.

진형 부수고 하나씩 잡으면서 치고 빠지는 기술은 최고 수준!

“다 잡았다. 어? 이다비. 그사이 잡은 거야? 대단한데?”

“하하… 별거 아니었어요.”

이다비가 쑥스러워하자 용용이는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내가 잡았는데….

-조용히 해라. 이 눈치 없는 골드 드래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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