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031화 (1,030/1,826)

§ 나는 될놈이다 1031화

“생각해 보니 학카리아스 잡고 나온 게 있긴 해.”

통째로 터뜨렸지만 아키서스의 행운 덕분인지 재료를 몇 개 얻을 수 있었다.

파손된 비늘이 그중 하나!

-으흑흑… 정말 다행입니다…!

-괜찮다! 흑흑이여!

울며 안도하는 흑흑이와 위로하는 용용이!

졸지에 비늘 뽑힐 뻔한 것이다.

아키서스 앞에서는 블랙 드래곤이고 골드 드래곤이고 화목하기 그지없었다.

[카르바노그가 두 드래곤이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참 놀랍다고 말합니다.]

“남은 게… <타락한 유니콘의 뿔>, <세이렌의 눈물>, <불사조의 깃털>인가… 다 불가능한 수준은 아닌데 까다롭긴 하네.”

유니콘, 세이렌, 불사조. 모두 다 어디 있는지는 알려진 희귀 몬스터들이었다.

거기까지 가는 게 문제고, 그 몬스터들한테서 저 아이템을 얻어내는 게 문제지!

사실, 저 아이템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건 당연히 <블랙 드래곤의 비늘>이었다.

유니콘, 세이렌, 불사조와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

어떤 드래곤이 비늘을 그냥 내준단 말인가?

그런데 저 비늘이 해결되었으니 남은 건 훨씬 쉬웠다.

‘불사조…는 저 남쪽 프리카 대륙에서도 남쪽으로 쭉 내려가 카프 산맥 넘어가면 나오는 화산지대에서 발견된 적 있지.’

카프 화산지대!

카프 산맥을 넘어가면 나오는 극열지옥 같은 곳이었다.

[카프 산맥은 아키서스의 화신이 사디크 교단을 쓸어버린 곳 아니냐고 묻습니다.]

‘어허. 쓸어버리다니. 정당하게 대결했을 뿐.’

그랬다. 카프 산맥은 중앙 대륙에서 몰려난 사디크 교단이 다크 엘프들과 손을 잡고 버티던 산맥이었다.

워낙 드넓고 울창했기에 요새들로 버티기에 적합했던 곳!

그러나 아키서스의 사악함… 아니, 신성함으로 사디크 교단은 결국 패퇴하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그 결과 카프 산맥은 플레이어들한테 열리게 되었고, 그 산맥을 넘어 몇몇 탐험가 플레이어들이 탐색에 나섰다.

그리고 발견된 게 카프 화산지대!

“그런데 카프 화산지대 공략 제대로 됐나?”

“아마 탐험가 몇 명이 갔던 거 말고는 없을걸요?”

그랬다.

남쪽의 프리카 대륙은 아직도 그렇게 인기가 많은 편이 아니었다.

처음에 배편이 열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갔을 때의 인기와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가라앉은 인기!

중앙 대륙이나 아스비안 제국에 비해 플레이어 숫자도 적은 편이었다.

-중앙 대륙은 왕국들도 많고 NPC도 많아서 도움받기도 쉬운데 프리카 대륙은 진짜 마을 하나 찾기가 힘들어!

-해안가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정글에 산맥에… 이게 판온인지 등산겜인지….

-뭐? 등산하기 좋다고!?

-아스비안 제국은 난이도는 좀 있어도 워낙 맵이 탁 트여 있고 이동하기 좋아서 준비만 잘 하면 이런저런 퀘스트하기 좋은데, 프리카 대륙은 영….

-어려운 곳 갈 거면 그냥 마계가 낫지 않나?

왕국의 부재+NPC 부족+지형 난이도 높음+애매한 포지션=인기 하락!

몇몇 길드나 플레이어들이 해안가 쪽에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있긴 했지만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았다.

카프 화산지대도 그런 이유에서 플레이어들이 많이 가지 않았다. 난이도는 높은데 주변에 보상받을 퀘스트도 없다 보니 굳이 거길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

“공략 정보가 부족한 건 아쉽지만 탐험가들이 갔다 온 정도면 불가능은 아니겠지.”

“네. 태현 님 정도면 충분할 거예요.”

다음은 <세이렌의 눈물>. 세이렌은 그렇게 희귀한 몬스터는 아니었다. 먼바다만 가면 종종 나오는 몬스터였다.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을 노리는 잔인한 몬스터!

“이건… 뭐 배 타고 나가면 되겠고.”

태현 쪽에는 왕실 함대부터 시작해서 해적 함대까지 동원할 수 있는 배들이 우글거렸다.

“그런데 <세이렌의 눈물>은 들어본 적 없는 아이템인데요? 희귀한 아이템인가요?”

세이렌은 몇 번 잡혔지만 <세이렌의 눈물>은 들어본 적 없었던 것이다.

“못 찾으면 울게 만들자.”

“…….”

[카르바노그가 감탄합니다!]

“<타락한 유니콘의 뿔>이 제일 좀 까다로워 보이는데. 유니콘을 찾아서 타락시켜야 하나?”

유니콘이나 페가수스 같은 탈것들은 판온에서 매우 매우 인기가 높았다.

한 번 등장하면 근처에 사냥꾼들이 몇백 명이 몰리는 수준!

“마계에서는 아예 타락한 유니콘이 발견되었다는데요.”

“진짜? 잡았대?”

“못 잡았대요.”

지금 마계에서는 정보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만큼 많은 플레이어들이 요새에서 나와 사방으로 흩어지며 탐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매 순간 새 지역이 열리고 새 몬스터가 발견되고 새 NPC가 나오는 상황!

그리고 이다비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풀어서 각종 정보를 긁어모으고 있었다.

정말 별의별 게시판에 다 들어가 있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었기에 가능했다.

-야. 너 <길드 동맹 사냥꾼 모임>은 어떻게 가입한 거냐?! 너 사냥꾼도 아니잖아?!

-큭큭. 다 방법이 있지.

“…그래도 마계는 가기 싫은데.”

태현도 사람이었다. 당연히 지금 같은 상황에 마계에 목을 들이밀어 주고 싶지는 않았다.

태현이 마계로 들어오는 순간 악마 공작들이 ‘뭐지?? 잡아가 달란 뜻인가?’ 하며 덤벼들 테니까!

“그냥 유니콘은 몇 번 발견된 적 있어요. 타락한 유니콘도 굳이 마계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붙잡아서 타락시킬 수 있을까?”

“아예 나눠서 찾을까요? 하나씩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그게 더 빠를 것 같아요.”

다른 일행들이 이런저런 의견을 내놓았다.

“<세이렌의 눈물>은 내가 수혁이하고 같이 가면 될 것 같은데? 아예 케인 도움받을 수도 있고. 노드란체 쪽도 꽤 먼 바다라서 세이렌 나올 거야.”

“…이런 말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지만… 선배. 타이럼 사냥꾼들이 유니콘 잡은 적 있어요. 타락한 유니콘도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유지수는 정말 말하기 싫은 표정으로 말했다.

본인 직업도 타이럼 레인저고, 직업 퀘스트들도 타이럼 사냥꾼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성장시켜야 하는 직업이었지만….

유지수는 어느 순간부터 직업 퀘스트를 멈추고 그냥 알아서 스킬을 올리고 다른 퀘스트를 찾아 깨고 있었다.

타이럼 사냥꾼들을 상대하기 너무 귀찮았던 것이다.

태현이야 원하는 게 있으면 아키서스 교단 NPC들을 상대하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보통 사람들은 상대하기 싫은 NPC는 피하는 게 정상!

그러나 그건 그거였고, 태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타이럼 사냥꾼도 써먹어야 했다.

정말 싫지만!

“정말?!”

태현은 깜짝 놀랐다.

아니, 타이럼 사냥꾼들에게 그런 능력이!?

“그러고 보니 타이럼 사냥꾼들은 어디 있습니까?”

“…타이럼에 있겠죠?”

“왜 타이럼에 있습니까?”

“타이럼이 좋은가 보죠?”

유지수의 말에 정수혁은 당황했다.

그냥 대답인데 왠지 모르게 목소리에 살기가 느껴진다!

“유니콘은 제가 찾아올게요.”

“그러면 상윤이하고 수혁이는 배 끌고 가서 세이렌 잡아오고, 지수는 유니콘… 나하고 이다비는 불사조만 잡아오면 되겠군. 다들 너무 무리하지는 마. 어차피 지금 바로 불 붙여야 하는 건 아니니까.”

[카르바노그가 진짜 화신 권능은 안 찾냐고 묻습니다.]

‘프리카 대륙에 있을지도 모르지.’

[…….]

물론 아키서스의 권능은 세계 곳곳에 뿌려져 있긴 하지만….

그래도 확실한 곳 먼저 가는 게 보통 아니니?!

태현이 아키서스 권능보다는 <태초의 불>을 원한다는 게 너무 대놓고 느껴졌다.

* * *

[갈카드 드워프 왕국에 아키서스 교단 신앙이 퍼져나갑니다.]

“저번에 왕국을 도와준 그 영웅이 믿는 신이 아키서스라더군.”

“아키서스라. 신 같은 거 안 믿고 잘 살아왔는데 꼭 믿어야 하나?”

“대장장이 수련에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운이 좋아진다는군.”

“운이 좋아진다… 광산에 갈 때 좋긴 하겠군.”

“괴짜 베켈프가 아키서스 믿는다고 하지 않았나?”

“에이, 설마. 그런 영웅이 믿는 신인데 괴짜 베켈프 놈이 믿을 리가 있나? 괴짜 베켈프 놈이 믿을 신이라면 사디크 같은 신 아닐까?”

“그거 그럴듯한데?”

기본적으로 신을 잘 믿는 편이 아닌 드워프 종족이었지만, 가끔 화염에 취해 사디크를 믿는 이들이 나오곤 했다.

물론 드워프들 사이에서도 사디크는 마신 취급이었기에 별로 좋은 소리는 듣지 못했다.

“모두들 들어라! 예전에 내려오는 고서 중에, 산맥에 아키서스의 권능이 담긴 보물이 잠들어 있다는 글이 있었다. 우리 갈카드 왕국이 은혜를 갚지 않는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그 보물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폐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역시 폐하, 뭘 좀 아시는 분이십니다!”

태현이 찾지 않는 사이 갈카드 드워프 부족들은 알아서 찾아주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대 거인 덕분에 쌓인 공적치 포인트와 친밀도 덕분!

넘어져도 돈을 줍고 일어나는 사람이 있듯이, 가만히 있어도 남이 알아서 퀘스트를 깨주는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 * *

“팀 KL 선수와 아는 사이라고요?! 김, 김태현 선수와 아는 사이?!”

“알긴 아는데, 내가 친한 건 케인….”

“아….”

많은 의미가 담긴 ‘아’!

상대의 반응에 파이브 걸즈의 하연은 울컥했다.

그 ‘아’는 뭐야!

“…방금 무슨 뜻?”

“아, 아니에요. 선배님. 부러워서. 그런데 김태현 선수랑은 친하신가요?”

“안 친하다니까!?”

방금 케인하고 친하다고 말했으면 케인을 물어봐야지 김태현을 물어보다니 철판 깔았니??

“그래도 같은 소속사였으니까 친한….”

“이제 따로 회사 차렸어.”

게임단까지 따로 차려서 독립했는데 무슨 같은 소속사!

예전에는 같은 소속사 건물에서 얼굴을 마주하곤 했지만 이제는 그런 일도 별로 없었던 것이다.

SI 엔터의 이동팔 대표는 그 이후로도 판온 플레이어 몇 명을 데리고 와서 나름 히트를 시켰지만,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 것 같았다.

물론 판온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억울할 뿐!

-비교를 좀 양심 있게 하십시오, 대표님!

-그런 소리 할 거면 저기 배우들한테는 왜 아카데미 상 안 받아오냐고 똑같이 해줘요!

-푸념 한 번 했다고 이러기니???

MBS의 특집, 케인의 노드란체 방송은 일사천리로 준비가 끝났다. 애초에 케인 쪽만 허락해 주면 거절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게스트로는 최근 인기가 확실하고, 판온을 많이 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하연. 그리고 판온 플레이어 출신인 레시아가 뽑혔다.

하연은 연예인들 중에서도 유명한 판온 플레이어였고 레시아는 애초에 판온 개인 방송으로 유명해진 플레이어였으니, 팀 KL에 대해 모를 리 없었다.

그리고 보통 팀 KL 이야기 나오면 태현을 먼저 묻지 케인을 먼저 묻진 않는 것!

“그래도 혹시 영지에 있지 않을까요?”

“물어보니까 없대. 포기해.”

“그래두요….”

“…아니, 케인은 왜 안 물어보는데? 케인도 팀 KL 선수인데!”

“…케, 케인 선수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방금 말 취소. 은근히 화가 나는걸?”

‘어쩌라는 거야?!’

레시아는 속으로 하연을 욕했다.

그녀는 개인 방송으로는 유명했지만 연예계에서는 새내기나 마찬가지였다.

까마득한 선배인 하연을 만나서 트집이라도 잡힐까 봐 긴장했는데….

하연은 걱정했던 것과 달리 친절하고 다정했다.

…판온 이야기하기 전까지만!

‘아무래도 김태현 선수보다는 케인 선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거 같네.’

하지만 레시아는 포기할 수 없었다.

이런 기회에 김태현 선수와 안 만나면 평생 만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는 것!

개인적으로도 팬이었고, 방송인으로서 계산을 해봐도 어마어마한 이득이었다.

‘만약 친해져서 개인 방송에 나오기라도 하면…!’

케인?

…케인 선수도 뭐 희귀한 기회긴 한데 일단 김태현 선수 좀 만나고 나서 생각해 볼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