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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030화 (1,029/1,826)

§ 나는 될놈이다 1030화

“아… 아니. 틸라우 백작이 그걸 그냥 받아들이겠습니까?”

“받아들이게 해야지. 펠마스. 네 자리는 폼이냐?”

“…….”

펠마스는 순간 감투를 많이 달라고 한 과거의 자신을 후회했다.

멍청한 놈!

감투가 많다는 것=노예 역할이 많아지는 것!

‘사신 놈 엄청 화난 것 같던데….’

당연한 일이었다. 국왕이 자기 백작 자리를 상담 한 번 없이 다른 모험가한테 냉큼 내려준 셈이었으니까.

실제로 사신은 기다리는 와중에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하고 미친 듯이 따지고 있었다.

“펠마스. 불만이면 혹시 네 자리 갈락파드….”

“최선을 다해서 받아들이게 하고 오겠습니다!”

펠마스는 냉큼 말했다.

그래도 이건 내 감투야!

* * *

“폐하께서는 어디 계시는 거요!”

“폐, 폐하께서는… 지금 아프십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펠마스 경!”

틸라우 백작이 보낸 사신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외쳤다.

좋으나 싫으나, 태현은 명성 스탯이 십만이 넘은 괴물이었다.

명성 스탯이 십만을 넘었다는 건 대륙의 왕국 어디를 가도 기본적으로 태현의 이름을 다 알고 있는 수준!

그 정도 영웅이어야 명성 스탯 십만을 넘기는 것이었다.

태현은 몰랐지만, 다른 플레이어들 중에서 명성 스탯이 다음으로 높은 플레이어들도 십만을 아직 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정도 영웅이 아프다니.

그게 말이 되냐!?

“뭐 악마가 만든 맹독이라도 드신 겁니까?!”

“…바, 바로 그거입니다!”

“…지금 생각해낸 거 아뇨?!”

사신은 울컥해서 외쳤다. 아무리 봐도 펠마스가 즉석에서 지어낸 것 같았던 것이다.

“무, 무슨! 폐하께서 얼마나 적이 많으신데! 쓰러뜨린 악마가 얼마나 많으면 악마가 만든 맹독을 먹고 쓰러지셨겠습니까?”

“제 눈으로 봐야겠습니다!”

“폐하께서 요양하고 계신 곳에 들어가겠다니 그걸 말이라고…! 틸라우 백작이 시킨 겁니까?? 틸라우 백작이 아무리 오만해져도 정도가 있지 폐하를 이렇게 무시하다니!”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 * *

‘어라? 의외로 막네.’

태현은 펠마스가 해냈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솔직히 못 해낼 줄 알았는데!

[펠마스가 그래도 우기는 재주는 있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 재주 하나씩은 갖고 있는 법이었다.

펠마스는 우기는 걸 잘 한다!

“영지 확인 끝냈고. 베켈프 가뒀… 아니, 맡겼고.”

태현은 하늘성으로 올라가 베켈프를 성 한가운데의 <정령의 대장간>에 맡겼다.

베켈프는 아키서스가 정령의 힘도 빌린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워했다.

-속인 겁니까?

-안 속였는데.

-아. 그렇군요. 교황님! ‘안 속인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 속인 거군요. 역시 교황님이십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안 속이고 구해줘서 그 보답으로….

-구해준 것처럼 속이신 겁니까?

-너 장로 자리 잘리고 싶냐?

-죄, 죄송합니다.

괜히 드워프들한테서 따돌림 받은 게 아닌 베켈프!

사실 베켈프의 의심은 타당했다. 정령의 도움을 받는 대장간이라는 게 그만큼 희귀했으니까.

정령을 소환해서 부리는 정령사는 제법 있어도, 저렇게 정령이 아예 대장간에 머물면서 힘을 빌려주는 곳은 흔치 않았다.

어마어마한 계약!

그리고 아키서스는 계약으로 명성 높은 신.

베켈프 입장에서는 ‘헉. 아키서스가 그 유명한 아키서스식 계약을 한 건가?’ 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키서스 교단의 장로, 베켈프가 <정령의 대장간>을 맡아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매달 일정 확률로 영웅 등급 이상의 아이템이 제작됩니다.]

[더 좋은 재료를 바칠 경우 추가 보너스…]

[……]

[……]

[베켈프가 <태초의 불>을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태초의 불-대장장이 기술 퀘스트>

경지에 오른 대장장이들은 더욱 강한 화염을 다룰 수 있고, 그 경지를 뛰어넘은 대장장이들은 세계가 처음 열릴 때부터 있었던 <태초의 불>을 조금이나마 다룰 수 있다.

<태초의 불>은 모든 금속을 녹일 수 있는 강력한 화염!

인성은 개판이지만 뛰어난 대장장이인 드워프 베켈프는 <태초의 불>을 조금이나마 다룰 수 있다.

그러나 <태초의 불>을 위해서는 강력한 재료가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재료를 구해 <태초의 불>을 완성시켜라!

-블랙 드래곤의 비늘.

-타락한 유니콘의 뿔.

-세이렌의 눈물.

-불사조의 깃털.

보상: ?, ???, ????

[<태초의 불>이 완성될 경우 영지에서 완성되는 모든 대장장이 기술 아이템에 추가 보너스가 붙습니다.]

[<태초의 불>이 완성될 경우 영지에서 완성되는 모든 대장장이 기술 스킬에 추가 보너스…]

[……]

‘와우.’

[카르바노그가 아키서스 권능 안 찾냐고…]

‘지금 그런 권능 신경 쓸 때냐!?’

[…….]

너 아키서스 화신이라고!

카르바노그는 어이가 없었지만 참았다. 솔직히 <태초의 불>은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그보다 저걸 깔면 대장장이 길드 놈들이 찾아와서 돗자리 깔까 봐 걱정이군.’

가끔 케인이 그런 걱정을 할 때가 있었다.

-김태현. 대회 우승하면 인기 많아질 텐데 팬이 나한테 고백하면 어떡하지? 헉. 스캔 나면… 난 이미 마음을 정한….

-…케인 씨. 제발 개소리 좀 하지 마십시오.

-수혁아?!

한마디로 쓸데없는 고민!

실제로 케인은 남자 팬들만 더럽게 많이 모였다.

그러나 태현이 하는 고민은 케인 수준의 허황된 고민은 아니었다.

‘대장장이 길드 놈들은 지독한 놈들인데 정말….’

판온 1에서 대장장이였기에 태현은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지독한지 잘 알고 있었다.

전투 직업 플레이어들은 제작 직업을 비웃었지만, 제작 직업에는 제작 직업만의 고집이 있는 법!

검 하나를 만들기 위해 광산 열 개를 뒤집듯이 헤매고, 가죽 옷 하나를 만들기 위해 알맞는 가죽을 가진 몬스터 만 마리를 잡는 것!

물론 태현은 그들을 지독하다고 하면 안 됐다. 그들 중 가장 미친놈이 태현이었으니까. 왜 별명이 <미친 대장장이>였겠는가.

어쨌든 대장장이 길드들은 보통 영지를 매우 중요시하게 여겼다.

커다랗고 화력 좋은 대장간이 있는가?

영지 주변에 가기 좋은 광산이 있는가?

영지에 플레이어들이 많아 제작한 아이템을 팔거나 재료 수급 퀘스트를 걸기 좋은가? 등등.

그런데 <태초의 불>이 완성되면 어떻겠는가?

대장장이 길드 여럿이 여기로 올 것이다.

‘안 그래도 지금 골짜기에는 제작 길드에서 나온 것 같은 플레이어가 몇몇 보이는데….’

어떻게 알아보나 싶겠지만 의외로 눈에 잘 들어왔다.

보통 다른 목적을 갖고 온 플레이어들은 티가 나기 때문이었다.

-아키서스 대신전→서쪽에 있는 일반 신전→예술관→거기서 나오는 길에 있는 조각상들→제작기라니까?

-너 골짜기 몇 년 있어 봤냐? 남쪽에 있는 일반 신전→조각상→대신전→예술관→제작기가 학계의 정설인 거 몰라?

-학계의 정설은 무슨. 네 머릿속에서겠지!

-네가 골짜기를 알아?? 내가 골짜기에 제작기하고 신전만 덜렁 있을 때부터 뽑기를 해왔….

이렇듯 골짜기에서 어느 정도 있어 본 플레이어들은 효율적인 루트를 짜고 돌았다.

그런데 밖에서 온 플레이어들은 그런 거 없이 자기 목적만 찾았으니 티가 나는 게 당연했다.

‘아마 마계 때문이겠지.’

제작 직업들이 노리는 건 바로 마계에서만 구할 수 있는 희귀한 재료들!

지금 골짜기에서 마계가 뚫린 뒤, 판온은 마계 열풍이 불고 있었다.

레벨이 조금 되면 일단 가고 본다!

거울 이용료는 고렙 플레이어한테 별 부담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길드들도 마찬가지여서, 마계에서 번 돈으로 영지를 사려는 길드들도 꽤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플레이어들이 마계에 가니 신이 나는 건 제작 직업들!

평소에는 구할 수가 없어서 참고만 있던 재료들을 닥치는 대로 긁어모으려고 하고 있었다.

-지옥사냥개 가죽 급구합니다!

-지옥마력골렘 돌조각 있으신 분? 비싸게 사겠습니다.

-악마의 마력이 담긴 강철에 현상금 겁니다. 질 나빠도 상관없습니다. 무조건 담겨만 있으면 됩니다.

-혹시 악마 공작이 입고 있는 옷조각 구해다 주실 분 있으십니까?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미친놈인가??

└└아무리 의뢰 게시판이라고 해도 그렇지 정도가 있지.

└└└양심이 있음??

-아, 아니… 김태현 플레이어는 악마 공작 공격하던데… 다른 분들도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죽어

└└두 번 죽어

└└└세 번 죽어

이렇듯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은 마계에서 나온 재료를 선점하려고 눈에 핏발이 서 있었다.

오죽하면 골짜기에서 대기를 하고 있을까!

경매장에서 기다리면 늦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둘씩 모이고 있는데 <태초의 불>까지 설치가 끝나면….

제작 직업 길드들이 진짜 단체로 몰려올 수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대장장이 길드들은 확실히 올 거 같은데.’

[그런 거면 무조건 좋은 거 아니냐며 카르바노그가 의아해합니다. 대장장이들한테 토끼 동상 짓게 하자고 제안합니다.]

‘아니. 대장장이 길드들은 보통 대형 길드들하고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고.’

적게는 한 개, 많게는 여러 군데.

단순한 계약도 있었지만 동맹 수준도 꽤 있었다.

대장장이 길드들은 만든 아이템을 바치고, 대형 길드들은 지원을 해주는 형태의 공생 관계!

‘이런 길드들 중 하나만 움직여도 술렁일 텐데 여럿이 영지로 오면 대형 길드들이 펄쩍 뛸걸.’

[만약 덤비면 밟아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카르바노그가 묻습니다. 이제까지 그렇게 해왔다고 말합니다.]

‘…맞긴 한데….’

그래 내가 그렇게 살아오긴 했지!

태현은 반박할 수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적을 좀 적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다고.’

[이미 늦었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 * *

“카르바노그 말이 맞지 않나요?”

“!?”

이다비까지 카르바노그에 동의하자 태현은 깜짝 놀랐다.

[카르바노그가 의기양양해합니다.]

“물론 계약 맺은 대장장이 길드들이 이쪽으로 오면 대형 길드들 입장에서는 불안하기야 하겠지만, 잘 말하면 그렇게 따지는 쪽은 드물 거예요.”

이다비는 뒤에 굳이 ‘태현 님이 무서우니까!’를 달지 않았다. 이미 알 테니까.

판온 1에서 쌓은 악명이 사라지기도 전에 길드 동맹과의 치열한 혈전을 벌인 태현이었다.

‘판온 1이 아니니까 김태현도 어느 정도 할 만하지 않을까?’ 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깨달았다.

‘아, 김태현은 판온 2여도 건드리면 X되겠구나!’

그 거대하던 길드 동맹이 왜 쪼개지고 세력이 확 줄었는가?

물론 이런저런 이유가 더 있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태현 때문이었다.

플레이어 한 명 때문에 초거대 길드가 망한 것이다.

그런 위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솔직히 지금 당장 태현이 아무 길드나 찾아가서 시비 걸어도 맞서 싸울 길드는 흔치 않을 것이다.

태현이 사정을 설명해 주면 상대 길드는 무서워서라도 납득해 줄 것!

“태현 님은 대장장이 길드들이 만드는 아이템까지 독점하실 생각은 없으시죠?”

“없지?”

“그러면 계약한 길드들은 아이템 다 받을 수 있으니 크게 불만을 품지 않을 거고… 아예 전속 계약을 한 대장장이 길드면 쉽게 안 움직이겠죠.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거에요.”

일반 계약 정도면 상대도 크게 불만을 품지 않을 것이고, 동맹을 맺은 수준의 대장장이 길드라면 쉽게 거점을 바꾸지 않는다!

이다비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는 재료가 더 어렵지 않나요?”

“난이도가 높아 보이긴 하는데, 아예 불가능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 하나씩 차근차근 모아 보려고.”

태현은 이다비와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러나 태현은 <태초의 불>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태초의 불>이라는 사기 시설은 이미 동맹을 맺은 대장장이 길드도 눈이 뒤집힐 정도의 시설!

만약 다른 길드가 <태초의 불>의 스펙을 들었다면, 있는 동맹을 깨고서라도 왔을 것이다.

“블랙 드래곤의 비늘은… 학카리아스 잡고 나온 게 있으셨나요?”

“응? 흑흑이한테 하나 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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