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029화
실제로 우드스탁 길드가 백작위를 받았다는 소문은 그만한 충격이 있었다.
영지를 노리는 수많은 길드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우드스탁 길드가 받을 정도면 솔직히 우리도 받을 수 있지 않나??’
우리가 우드스탁 길드보다 못한 게 뭐가 있냐!
태현이나 다른 대형 길드는 몰라도 우드스탁 길드는 솔직히 되게 만만해 보였던 것이다.
“김태현한테 한 번 말이라도….”
“김태현이나 김태현 일행하고 친한 사람?”
“제가 케인과 아는 사이입니다.”
“오. 어떻게 아는 사이?”
“예전에 레드존 때 길드원….”
“이런 미친놈이!”
* * *
틸라우 백작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벼락같은 일이었다.
그가 비록 세금을 높게 거두고, 불만을 말하는 영지민들을 감옥에 가두고, 도망치려는 놈들은 병사를 풀어 붙잡았긴 했지만….
그 정도 일 때문에 백작위를 강탈하면 어느 백작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기사단들을 소집해라! 저 천한 놈들이 감히! 병사들을 불러 성벽 위에… 아니! 저런 놈들을 상대로 기다려주는 것도 우습다. 기사들을 돌격시켜 저놈들을 흩어버려라!”
틸라우 백작은 매우 분노해서 외쳐댔다.
틸라우 시 근처에 모인 모험가들의 무리!
-폭군 틸라우 백작의 목을 치자!
-틸라우 백작의 재산이 그렇게 많다더라!
-틸라우 백작 재산을 나눠 가지면 너도나도 인생 역전!
…같은 매우 불경스러운 외침이 틸라우 백작 귀에 쏙쏙 들어오고 있었다.
“천한 모험가들이! 감히!”
“백작님. 저희도 모험가들을 소집해 숫자를 늘릴 수 있….”
“헛소리하지 마라! 그런 놈들을 어떻게 믿으라고!”
[<틸라우 백작의 소집> 퀘스트가 취소되었습니다.]
[공성전에 수비 측으로 참가할 수 없습니다.]
“어? 뭐야. 진짜 안 불러?”
“틸라우 백작이 이렇게 친절한 사람이었나?”
틸라우를 거점으로 삼은 플레이어들은 갑작스러운 친절에 당황했다.
보통 거점으로 잡은 도시나 성이 공격받으면, 거기 소속 플레이어들한테는 퀘스트가 떴다.
무시하고 도망치면 페널티!
그런데 틸라우 백작은 쿨하게 넘어가 준 것이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틸라우 백작이면 모험가 무시해서 그런 거 아냐? 맨날 거만 떨고 다니던데.”
“하긴 그것도 그렇겠다. 야. 솔직히 공성전 해볼 만한데 참가할까?”
“…기사들이 저렇게 많은데?”
“야, 도시 성벽이 이렇게 넓은데 우리가 난리 칠 곳 하나 없겠냐? 슬쩍 참가해서 공적치 포인트만 쌓자.”
참가 안 한 플레이어들은 고스란히 내부의 적이 됐다.
틸라우 백작의 전력은 탄탄했지만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있었던 것이다.
“국왕에게 사신을 보내라! 이 일이 어떻게 된 건지 항의해야겠다! 만약 국왕이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면 반란을….”
“백작님. 지금 국왕 폐하와 싸울 상황이 아닙니다!”
“…크윽. 그래도 대답은 들어야겠다! 만약 대답하지 못한다면 다른 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말겠다!”
* * *
[<갈카드 드워프 대장간>이 새로 생겨납니다.]
[산맥의 광산이 새로 채굴을 시작합니다.]
[광산과 영지를 잇는 길이 건설 시작됩니다.]
[……]
[……]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우드스탁 길드가 통 크게 바친 골드는 통 크게 건설로 빠져나갔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드워프 대장간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이 대장간에서 제가 일하는 겁니까?”
“아니. 베켈프. 아키서스 교단의 장로가 되어서 저런 대장간에 있으면 품위가 떨어지지. 널 위한 곳은 저 위에 있다.”
“…!!”
베켈프는 하늘성을 보고 경악했다.
“설, 설마 저를 위해…?”
“그래! 넌 저 하늘성의 대장간을 담당하게 될 거다! 베켈프 장로!”
“크흑흑…! 평생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베켈프의 친밀도가 크게…]
울며불며 감격하는 베켈프!
그는 아직 하늘성에 갇혀 미친 듯이 일만 해야 한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흠. 베켈프 하늘성에 자리 잡으면 바로 아다만티움으로 갑옷 제작 들어가야지.’
태현도 아다만티움을 다루면 페널티가 있었다. 베켈프가 도와준다면 그 페널티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와! 드워프 대장간이다!!”
“뭐?! 진짜?! 이 영지에!?”
“너 지금 이 영지에 무슨 불만이라도 있냐?”
“아, 아니. 불만이라는 게 아니라… 드워프 대장간은 너무 멀쩡해 보여서….”
“크흠. 나도 솔직히 조금 놀라긴 했다. 진짜 드워프 맞냐? 혹시 드워프로 분장한 고블린 아냐?”
“그럴지도 몰라.”
옆에서 플레이어들이 지나가며 나누는 대화가 태현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진짜 드워프 맞다고…!
‘후. 그래도 정말 많이 발전했군.’
/남들이 흘린/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발전한 도시!
예전에는 ‘그래도 골짜기 정도면 판온 유명 도시 중에서 손꼽히는 도시 아니냐?’라고 말했으면 미친놈 취급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경쟁이 가능했다.
에랑스 왕국의 수도처럼 모든 시설들이 다 완벽하게 있지는 않지만, 하나하나 시설이 유니크한 영지!
애초에 태현이 노리던 게 그런 것이었고, 그것만으로도 경쟁력은 충분했다.
‘드워프 대장간에 줄이 벌써….’
생긴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플레이어들이 구름처럼 몰려 있었다.
골짜기에 꼭 도박하러 온 플레이어들만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폐하! 오셨습니까!”
“?”
태현은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플레밍인가?”
“예!”
에랑스 왕국 마탑의 화염학파 마스터, 플레밍!
이렇게 밖에 나와서 아키서스 교단의 NPC들과 같이 있으면 왠지 모르게 허술해 보이지만, 능력 하나는 정말 대단한 NPC가 맞았다.
마탑의 마스터는 그렇게 쉽게 딸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아키서스만 안 믿었어도 참 대단한 사람이 맞다며 카르바노그가 아쉬워합니다.]
‘야.’
이런 대단한 인재가 밖에 나와서 고생을 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사디크의 화염에 반해서!
화염학파의 대마법사답게, 사디크의 화염을 얻어 더욱더 강한 마법의 길을 걷고자 하려는 NPC였다.
물론 태현이나 카르바노그가 보기에는 상당히 멍청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반할 게 없어서 사디크의 화염에 반하다니!
그런 플레밍은 NPC들과 플레이어들을 모아 영지에 마탑 건설을 위해 힘쓰고 있었다.
태현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창고에 골드가 들어오는 대로 바로 나가니까…!’
골드를 그렇게 팍팍 써대는데 모르는 게 이상한 놈이지!
“폐하. 기뻐해 주십시오! 마탑이 곧 완성됩니다!”
“뭐??”
[????]
태현, 카르바노그 모두 당황!
골드를 미친 듯이 쏟아붓고 있긴 했지만, 솔직히 마탑이 바로 완성될 거라고는 태현도 기대하지 않았다.
마탑이 무슨 동네 동사무소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지어지겠는가?
“정말로 완성이 됐다고?”
“일단 화염학파의 탑만 완성했습니다. 다른 학파는 나중에 골드가 생기면 추가로….”
“…….”
DLC냐?!
어이가 없었던 태현이었지만, 생각해 보니 어쩔 수 없긴 했다.
플레밍은 일단 화염학파 마법사였으니까. 자기 학파가 아닌 다른 것도 다 만들 수는 없었다.
‘게다가 다른 학파까지 다 완성했으면 골드가 몇십 배로….’
[카르바노그가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며 경악합니다.]
‘그렇지? 일단 화염학파만 만들어 놓은 게 어디야. 화염학파면 쓸모도 많고.’
마법 중에서 화염 계열 마법은 화끈한 공격력으로 인기가 많았다. 화염학파의 탑이라면 인기가 많은 것도 당연했다.
“폐하께서 건설이 완료되는 영광을 함께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그래.”
태현은 설레는 마음 반, 걱정되는 마음 반으로 플레밍을 따라갔다.
“오…!”
[카르바노그가 의외로 괜찮다며 놀랍니다!]
‘나도 놀랐다.’
활활 타오르는 것 같은 겉모습을 가진, 높게 솟은 탑!
마치 불타는 것 같은 화려함이 있었다. 골짜기 뒤 산맥의 위에 솟구친 화려한 화염학파 마탑은 등대같이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웅성웅성-
벌써 불을 보고 몰려왔는지 수십 명이 넘는 플레이어가 수군거리고 있었다.
-영지에 이런 건축물이 있었어?
-저거 혹시 뭐 뽑기 건물인가?
-아니… 진짜 마탑 같은데?
멀쩡한 건물들이 나오면 오히려 당황하는 영지 플레이어들!
[<아키서스 화염학파 마탑>이 완성되었습니다!]
[영지의 등급이 오릅니다!]
[영지의 명성이 오릅니다!]
[화염 계열 마법사 NPC들이 영지에 찾아올 확률이 높아집니다.]
[화염 정령들이…]
[레드 드래곤이 영지에 찾아올 경우 불태우지 않고 잠깐 고민할 수 있습니다.]
[마탑에서 <아키서스의 화염술사> 전직이 가능합니다.]
[……]
“와아아아아아아!”
어쨌든 간에 새 건물이다!
플레이어들은 환호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영지가 발전하면 좋을 수밖에 없는 게 플레이어였다.
게다가 새 직업 <아키서스의 화염술사>라니!
지금 영지에서 바로 전직 가능한 직업들은 <아키서스 성기사>나 <아키서스 사제> 정도였다. 나머지 특수 직업들은 보통 태현을 따라다니면서 얻든가 해야 했다.
“마법사인데 화염술사로 갈아탈까? 어차피 화염 쪽 팔 생각이었는데.”
“야, 난 얼음 쪽이었는데도 갈아탈 생각이다. 기왕이면 앞에 뭐라도 더 붙는 게 낫지.”
“그런가?”
“게다가 새로 생긴 마탑이니까 공적치 포인트 쌓으면 더 올라가기도 좋을 거 아냐!”
에랑스 왕국 마탑은 이미 기존 NPC만 수십에 자기보다 더 높은 위치의 플레이어가 수백이었다.
그러나 여기는 전부 다 똑같이 시작하는 상황!
플레이어들이 솔깃해할 수밖에 없었다.
“자네들이 정말 고생 많았네.”
플레밍은 그를 도와준 마법사 플레이어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마법사 플레이어들도 감동 받은 표정을 짓다가… 문득 멈칫했다.
‘…야, 우리 이래도 되는 거냐??’
미다스 길드에서 영지를 염탐하려고 왔다가 강제로 퀘스트에 참가당한 마법사 플레이어들!
도망칠 틈도 없이 쪼아대서 어쩔 수 없이 마탑 건설에 참가하긴 했는데….
‘…도, 도중에 방해했어야 했나?’
‘미쳤냐? 김태현 영지에서 그런 짓을 하라고? 너 내가 길드 동맹 출신인 거 알지? 거기서 내가….’
‘아, 근데 건설 다 된 거 알면 길드에서 뭐라고 하겠냐고!’
‘우리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변명을 해야지!’
‘그게 먹히냐? 안 그래도 폴레가 <최강지존무쌍>으로 갈아탄 것 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은데….’
얼음 마법사 랭커, 폴레!
미다스 길드에서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유망주였지만, 뭘 잘못 먹었는지 <최강지존무쌍> 길드로 가버렸다.
“자네들의 고생을 잊지 않겠네. 자. 이거 받게.”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키서스 화염학파 마탑>의 학파 수호자의 자리를 얻었습니다.]
‘감… 감투다!’
‘학, 학파 수호자?!’
베켈프가 장로 자리 하나를 그렇게 원했듯이, 모두가 감투를 좋아했다.
감투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법!
미다스 길드의 마법사들은 깊은 고뇌에 잠겼다. 그리고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조, 조금만 더 있어 볼까?
-그… 그럴까!?
* * *
‘<아키서스 화염학파 마탑>에, <아키서스의 특수 기도 신전>. <악마의 대장간>하고 <갈카드 드워프 대장간>. 아. <황제의 재봉소>도 있었지. 신전은 기본 신전에 <아키서스의 대신전>이면 아직 충분하고. 성기사 쪽은 <아키서스 성기사 훈련소>… 성기사 탑은 나중에 짓자. 골드 없으니. 아오. 뭔 골드가 이렇게 빨리… <아키서스의 투기장>, <만능 고블린 제작기>는 여전히 인기 있군. <아키서스의 조각상>은 솔직히 좀 마음에 안 들지만 버프 받으려면 곳곳에 설치해놔야 하니까 어쩔 수 없고….’
태현은 영지의 건물 리스트들을 차근차근 훑어보았다. 이뿐만 아니라 <아키서스의 예술관>이나 <아키서스의 식당>도 있었고, 외부에서 몰려온 각 종족들이 따로 지은 건물들까지 놓으면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번영하고 있다!
‘처음 받았을 때는 정말 어떻게 운영하나 싶었는데….’
“폐하! 폐하! 틸라우 백작의 사신이 찾아와서 항의하고 있습니다! 폐하를 당장 뵈어야겠다고….”
“나 없다고 그래라.”
태현은 단칼에 대답했다. 이럴 때 쓰라고 펠마스를 외교관 자리에 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