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027화
솔직히 그 생각을 아예 안 해본 건 아니었지만….
‘못 써. 카르바노그. 그런 사악한 생각은 안 된다고.’
[자기도 좋으면서 괜히 그런다고 카르바노그가 투덜거립니다.]
‘저 기계공학 소환수가 좀 애매하긴 해.’
소환수 중 가장 고렙이라 딜 하나는 확실했다. 아마 HP도 매우 높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치를 독점한다!
경험치 한 푼이 아쉬운 태현에게는 총은 정말 쓰기 힘든 녀석이었다.
게다가 형태도 불완전했다.
머스킷 형태인 만큼 누군가 무기 버리고 들고 쏴야 한다!
그러면 그 일행은 경험치를 아예 못 받는다고 봐야 했다.
“…정말 개조가 가능한가?”
결국 태현은 슬쩍 물었다.
정말 개조가 가능하다면 조금 고민은 해보고 싶다!
“제 비전의 <금속 소환수 개조>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오오…!”
비전이라고 하니까 뭔가 그럴듯하다!
‘골드 드래곤은 <골드>니까 금속 소환수에 들어가지 않을까?’
[카르바노그가 토끼 드래곤 같은 헛소리하지 말라고 합니다.]
용용이까지 개조할 수 없냐는 욕심은 당연히 거절당했다.
“그 스킬을 쓰면 어떻게 달라지는데?”
“소환수의 잠재능력을 끌어내서 변화시킵니다!”
“…그런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말고.”
“아니, 스킬이 원래 이런데 저한테 그러시면….”
“장로 자리가 안 아쉽나?”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카르바노그가 사회생활 좀 해본 드워프라고 감탄합니다.]
‘보통 그런 드워프는 자기 장로 안 시켜준다고 왕국을 박살 내려고 하지는 않지.’
“일단 저 형태는 너무 불편해. 좀 이동하기 좋게 만들어줘.”
“예!”
“날아다니면서 골렘 변신도 가능했으면 좋겠는데.”
“…최대한 근접하게 해보겠습니다.”
베켈프는 순간 드워프 왕국에서 일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베켈프.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요새 벽을 쌓아 올리게.
-예!
-베켈프. 요새 벽이 너무 심플한 거 같은데… 좀 더 멋지게 디벨롭해보게나.
-예….
-베켈프. 요새 벽은 잘 고쳤는데 내구도가 좀 부족한 거 같지 않나? 늘려보게.
-어… 어떻게 말입니까? 이미 다 완성된 건데?
-그건 자네가 생각해 봐야지.
-죽어(알겠습니다).
-…방, 방금 뭐라고 했나?
-아차. 본심이…!
베켈프가 속으로 꿍얼대는 것도 모르는 채 태현은 계속해서 주문을 이어갔다.
아예 새로 하나 만들어달라고 그래라!
“경험치를 혼자 먹는데 그것도 고칠 수는 없나?”
“아니 그걸 어떻게….”
“장로라면 해내야지!”
“…예….”
아오 진짜 더러워서!
* * *
-금속 소환수 개조!
베켈프는 태현의 말을 듣고 수염이 빠져라 고민했다.
일단 형태!
날아다니면서 골렘 변신도 가능한….
‘…그런 게 되나?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면….’
그나마 기동성 좋게 만들려고 하다 보니 떠오른 게 공 형태였다.
‘공 형태면 괜찮겠지? 날아다니는 건… 에이, 뭐 던지면 날 수 있겠지.’
공 형태로 바꾸다 보니 이번에는 다른 게 눈에 밟혔다.
‘머스킷 형태일 때면 모를까 공 형태면 공격을 하기가 힘들잖아? 음. 그러면 겉면 위에 칼날을 달아놔야겠다! 공 위에 발사 가능한 구멍도 뚫어놔야지!’
두툼하고 단단한 금속 공 위에 날카로운 칼날들이 달리고, 곳곳에는 발사 가능한 총구가 만들어졌다.
태현이 생각한 ‘날아다니는 골렘이 좋겠어!’와는 점점 달라지는 결과물!
‘…근데 경험치를 먹지 않을 수가 있나?’
같이 싸웠는데 경험치를 안 먹을 수가 있나?
베켈프는 고민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딜 스킬을 확 줄이고 버프나 디버프 스킬을 넣자! 딜을 안 하면 경험치도 안 뺏을 거 아냐!’
정론 그 자체!
딜을 안 하면 뺏을 경험치도 없는 것이다.
베켈프는 갖고 있던 드워프 마법석들과 마법 부여 장치들을 꺼냈다.
원래는 무기에 넣거나 걸어서 마법을 부여하는 용도였지만….
소환수에도 쓸 수 있을 것 아닌가!
‘<공포 확산>은 광역 공포 스킬이니 좋아 보이고, <짙은 어둠의 안개>는 주변 놈들 시야를 전부 가려 버리니 좋아 보이는군. <공격 유도 장치>… 앗. 탱킹도 잘 되면 좋겠지?’
뚝딱뚝딱-
베켈프는 과연 실력 있는 대장장이였다.
태현의 무리한 요구를 어떻게든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대규모 전투에 특화된 소환수!
원래 별다른 스킬 없이 한 방 한 방 세게 때리던 기계공학 소환수였지만, 베켈프의 개조 후에는 완전히 다른 놈이 됐다.
딜 스킬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광역 디버프 스킬들!
“완성되었습니다. 교황님! 이름은 <드워프 대량살상무기>가 어떻겠습니까?”
“…????”
태현은 결과물을 보고 눈을 깜박였다.
변화할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카르바노그가 이 흉측한 병기는 뭐냐고 놀랍니다!]
사람보다 더 큰 거대한 금속칼날구체!
잘 굴러가기는 생겼지만….
“내가 골렘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 정도 크기면 충분히 골렘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기동성은 좋아 보이는데….”
“크기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베켈프는 거대한 금속칼날구체의 크기를 작은 야구공 수준으로 줄였다.
“비행 기능도 넣었나?”
“이대로 던지시면 됩니다.”
“…자네 정말 유능한 인재로군.”
“아앗. 그렇게 말씀하시면 좀 쑥스러운….”
태현의 말뜻을 오해한 베켈프!
“경험치를 혼자 독점하는 문제도 해결했습니다.”
“그걸? 어떻게?”
“딜 스킬 대신 탱킹과 각종 디버프 위주로 스킬을 개조했습니다!”
주변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틀어서 자기한테 꽂아 넣는 스킬부터 시작해서 주변에 뿌리는 광역기까지!
<공포 확산>, <짙은 어둠의 안개>, <살상의 표식>, <혼란의 전염>, <충격 발산>, 등등….
처음에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태현이었지만 스킬들의 이름을 듣고 질린 표정으로 바뀌었다.
[카르바노그가 뭐 이리 많이 넣었냐며 경악합니다!]
대규모 상대로 거는 디버프 스킬들은 대부분 효과가 약했다.
한 명한테 거는 스킬에 비해 효과가 약할 수밖에 없는 것!
그러나 그것도 한두 개의 이야기였지, 수십 개를 건다면?
시야 디버프 수십 개를 맞고 스턴 상태 디버프 수십 개를 맞고 혼란 상태 디버프 수십 개를 맞고….
지금 베켈프가 개조한 건 그 수준이었다.
대규모 전투 벌일 때 그냥 얘를 들어서 던지면 일정 레벨 이하는 와해되는 수준!
숫자로 밀어붙이는 상대한테 이만큼 좋은 카운터도 없었다.
이세연이나, 이세연이나, 이세연 같은 플레이어한테도 더더욱!
‘이런 식의 방법도 있었군.’
이세연, 아니 네크로맨서를 상대할 때는 기본적으로 신성력 특화된 소환수나 부하들로 이세연의 군대를 막으면서 소환사 본인을 노리는 게 정석이었다.
소환사가 일으키는 군대를 일일이 다 잡는 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데다가 의미 없는 짓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식으로 미친 듯이 디버프를 중첩시켜서 일정 수준 이하의 소환수들을 전부 치워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제, 제가 잘못 개조한 겁니까?”
“아니. 베켈프. 이 정도면 괜찮군.”
“!”
태현의 말에 베켈프는 뛸 듯이 기뻐했다.
개조하면서도 ‘괜찮을까?’ 하고 살짝 후회가 되긴 했는데 잘 먹힌 것이다!
“교황님! 사실 제가 더 좋은 아이디어가….”
“오. 뭔데?”
“아다만티움을 사용해 만드는….”
“헛소리하지 마라.”
“…….”
* * *
‘그나저나 저번처럼 총이라고 할 수는 없겠군. 공공이라고 해야겠다.’
[…이름은 그렇다 치고 저 소환수는 왜 말이 없냐고 카르바노그가 의아해합니다.]
‘…그러게?’
태현은 베켈프를 보며 물었다.
“얘 왜 아무 말도 없지?”
“어… 스킬들 넣다 보니 부족해서 목소리를 없앴는데….”
“…….”
[…….]
빙글빙글빙글!
항의하듯이 빙글빙글 도는 공공이!
“…뭐 어쩔 수 없지. 성능이 중요한 거니까!”
[카르바노그가 저 소환수가 자기한테 말 걸어서 시끄럽다고 합니다.]
‘뭐라고 하는데?’
[말하는데 왜 무시하냐고…]
안 들리는 이상 무시할 수밖에 없는 걸 어떡하냐!
태현은 목소리는 무시하고 다른 스킬들을 확인했다. 확실히 머스킷 형태일 때보다 공 형태일 때가 좋았다.
‘뒤에 따라오게 하기도 좋고, 전투 벌어졌을 때 일단 던지고 보면 되겠군.’
디버프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녀석!
[그런데 그 무시무시한 궁수는 괜찮냐고 묻습니다.]
‘무시무시한 궁수? 아. 지수? 걔가 왜?’
[눈빛이 매우 무섭…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같이 다니면서 정이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어. 잠깐만.’
그러게!?
* * *
“폐하! 돌아오셨군요! 안에 뭐가 있었습니까?!”
“아니. 정말 아무것도 없더군. 너무 아무것도 없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어!”
태현은 입에 침 한 번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했지만, 드워프들은 전부 다 믿어줬다.
폐하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음. 지수야. 그게… 안에서 개조를 해준다길래 이렇게 맡겼는데.”
일행만 남자 태현은 슬쩍 말했다.
만약 문제가 생길 경우 베켈프를 꺼내서 책임을 전가할 각오를 다진 상태!
“앗. 더 좋아졌네요. 기동성을 올리기 위해 바꾼 거죠? 보니까 안에 폭탄 넣어서 쏘아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혹시 맞나요?”
“…!”
태현이 놓친 게 있다면, 유지수도 그동안 판온을 하며 미친 듯한 실리주의자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겉모습이나 멋짐보다는 성능!
“목소리가 사라졌….”
“뭐 어차피 화술 스킬 쓸 것도 아닌데.”
녀석…!
‘케인이 이걸 좀 보고 본받아야 하는데.’
판온이 성능이 전부지 뭘 더 바라!
공공이가 옆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항의의 표시를 보냈지만, 유지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한 채 크기를 작게 만들어 허리춤에 찼다.
“다 챙기신 거 맞죠?”
“쉿.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자. 일단 갖고 나온 거 영지에 다 둬야지 안심이 될 것 같아.”
태현은 일단 영지로 돌아가서 챙겨 온 전리품들을 설치할 생각이었다.
그대로 들고 다니기에는 너무 불안했던 것!
특히 베켈프는 살아 움직이는 드워프다 보니 더더욱 그랬다. 드워프들이 발견하면 별로 좋은 대접을 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아키서스 권능 찾으러 온 거 아니냐고 카르바노그가 묻습니다.]
‘지금 아다만티움에 대장장이를 얻었는데 아키서스 권능이 중요해? 그딴 건 누가 가져가지도 않는다고.’
[…….]
너 화신 맞아?
카르바노그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태현의 생각은 확고했다.
권능이고 뭐고 나중에 찾고 일단 확보한 것부터 옮기자!
* * *
우드스탁 길드는 정말로 조심해가며 자이언 산맥을 공략했다.
그들은 애초에 태현을 만나기 위해 온 거였으므로 무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거인이나 와이번 같은 대형 몬스터들은 무조건 피해 움직이며 태현의 흔적을 찾아 헤맸지만….
“…너무 넓어서 만나기가 힘들어! 게다가 김태현이 어딨는지 어떻게 알고!”
“저번에 만난 그 아저씨들한테 물어볼 거 그랬나?”
“그 아저씨들이 김태현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야, 근데 진짜 실버 와이번이 나오냐? 한 마리 갖고 싶은데….”
“무슨 소리! 나오면 팔아야지. 실버 와이번이면 부르는 게 값일 거야.”
몇몇 유명 랭커들부터, 현실에서 부자로 유명한 일반 플레이어들까지 현상금을 걸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근데 대체 왜 그렇게 실버 와이번에 집착을?”
“몰라. 마X노기 하다 왔나 봐. 유행을 어떻게 알겠어? 그냥 갑자기 확 뜨는 게 유행… 어, 어, 어?! 김태현이다!!”
“네가 드디어 헛것을… 아니 진짜 김태현이잖아?!”
거인과 악마 봉인된 감옥, 그리고 대포를 끌고 다니는 플레이어가 어디 그렇게 흔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