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026화 (1,025/1,826)

§ 나는 될놈이다 1026화

충격에서 벗어난 태현은 고민에 잠겼다.

베켈프를 왕국에 넘기지 않는다고 했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그나저나 얘는 왜 왕국을 공격하려고 한 거지?’

“베켈프. 뭔 원한이 있어서 왕국을 뒤집으려고 한 거냐?”

“잘 물어봤다!”

퍽!

용용이가 발로 차자 베켈프는 앞으로 넘어졌다.

“…잘 물어보셨습니다!”

-바로 그거다.

예절 주입기!

태현은 용용이가 베켈프를 다루는 것에 감탄했다.

드래곤답다!

[골드 드래곤은 원래 저런 드래곤이 아니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제가 갈카드 왕국에 원한을 품게 된 건, 아주 처절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게 뭐지?”

“저 같은 드워프를… 장로 자리에 앉혀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

[…….]

전원을 다물게 만드는 베켈프의 위력!

“그, 그게 다야?”

“아니, 그게 다라뇨? 그게 얼마나 사악한 짓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저 같은 드워프를 장로 자리에 앉히지 않았다니까요??”

“어… 뭐 못 앉을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저 같은 드워프라면 무조건 앉혀줘야죠. 게다가 국왕인 갈카드 23세도 공범입니다.”

“…갈카드 23세는 뭘 했길래?”

“공주와 제 결혼을 반대했습니다!”

“저런.”

이건 좀 원한을 품을 만하다!

태현은 안쓰럽다는 듯이 베켈프를 쳐다보았다.

“둘이 서로 좋아하는데 방해하다니. 이건 왕이 잘못했군.”

“예? 아니요. 공주님은 절 안 좋아했습니다만?”

“…????”

태현은 설마 싶었다.

“…그러면 반대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아니! 공주님이 반대하더라도 저 같은 인재라면 왕이 직접 나서서 설득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주인이여. 제발 저 입을 다물게 해다오.

용용이는 한 대 때리고 싶었는지 날개를 퍼덕거렸다.

‘음. 갈카드 왕국은 잘못이 없었군!’

태현은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갈카드 왕국은 무죄야!

“교황님! 제 원한을 갚아 주십시오! 아키서스님의 이름으로 말입니다!”

“아키서스가 이곳저곳 많이 쓰이는 이름이긴 한데 거기에까지 쓰이는 이름은 아니야 인마!”

태현은 바로 정색했다.

“아다만티움은 어디다 숨겨놨냐?”

“그, 그건 제가 아다만티움 골렘을 소환하려고 숨겨놨….”

아다만티움 골렘!

이름만 들어도 충격적인 이름이었다.

‘<고대의 망치>도 견뎌낼 것 같은 이름이군.’

실제로 아다만티움 골렘이 몇 번 판온에서 소환된 적 있긴 했다.

그러나 그건 대부분 아다만티움이 1% 밑으로 들어간, 아다만티움이 섞인 골렘이었다.

정말 100%의 아다만티움으로 골렘을 소환할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

‘그만큼 있으면 다른 곳에 먼저 쓰지 않나?’

방어구에 조금만 섞어 넣어도 어마어마한 아티팩트가 되는 아다만티움을 그런 곳에 낭비할 여유는 없었다.

그런데 그걸 골렘에 쓰려고 한다니!

“어디에 숨겨놨나!”

“제… 제가 써야 하는데….”

“어디에? 저승길 노잣돈으로?”

“…여기 있습니다!”

상황 파악을 끝낸 베켈프는 바로 지하실 문을 열었다.

“!”

[아다만티움 주괴를 발견했습니다!]

[어지간한 대장장이는 다룰 수도 없는 아다만티움을 녹여서 주괴로 만든 것은 놀라운 기술력입니다. 대장장이 기술이 오릅니다!]

[현재 대장장이 기술이 낮아 아다만티움 주괴 제작법을 완전히 얻지 못합니다.]

[……]

궤짝에 단단히 차 있는 아다만티움 주괴!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이게 다 아다만티움이라고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태현은 눈물을 흘렸다.

“크흑!”

-주, 주인님. 정말 우시는 겁니까?

“안 울었다.”

태현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이 아다만티움에는 그만한 감동이 있었다.

대장장이로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는 감동!

만약 자이언 산맥에 늦게 왔다가 다른 플레이어가 여기 먼저 들어와서 이 아다만티움 궤짝을 갖고 갔다면?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느꼈을 것이다.

‘착하게 산 보람이 있구나…!’

[????]

“이 아다만티움 주괴는 내가 좋은 곳에 쓰도록 하겠다.”

갑옷이나 갑옷이나 갑옷을 만드는 데에 쓰겠지!

태현은 결연한 표정으로 궤짝을 챙겼다.

“…잠깐. 이 주괴째로 나오지는 않았을 테고… 혹시 네가 녹여서 만들었나?”

“예? 예.”

“!”

태현은 깜짝 놀랐다.

“너 혹시 대장장이 기술 레벨이…?”

“최고급 7입니다만.”

“?!?!?”

태현이 현재 최고급 2!

그렇게 만들고 만들고 만들고 만들었는데도 2였다.

어느 스킬이든 간에, 고급을 넘어 최고급으로 오면 난이도가 지옥 수준으로 뛴다고 봐야 했다.

예전에는 걸작 하나 만들면 팍팍 올랐던 게 이제는 걸작 수십 개를 만들어도 깔짝깔짝 1%씩 오르는 게 최고급이었다.

‘내가 지금 최고급 기계공학 6 찍었는데 전설 기계공학을 향한 퀘스트가 떴지.’

판온 1에서 태현이 서버 최고 대장장이였을 때, 대장장이 기술이 최고급 8이었다.

지금 대장장이 랭커들의 수준을 태현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솔직히 최고급 5를 넘는 플레이어도 없을 것 같았다.

이건 자만이 아닌 확신이었다.

‘…내가 그렇게 해서 기계공학 6을 찍었는데, 나보다 속도 빠른 대장장이가 있을 리가 없잖아!’

태현은 악마 공작 성 훔쳐 가면서 기계공학 6을 찍었는데 5를 대체 어떻게 넘긴단 말인가.

악마 공작 성이라도 지어줘야 하나?

그렇다면 눈앞의 최고급 7을 찍은 베켈프는 정말 대단한 대장장이가 맞았다.

다른 영지로 가면 <대장장이 길드 마스터>나 <은둔 비전 대장장이> 같은 포지션으로 비전 스킬을 전수해도 이상하지 않은 드워프!

[카르바노그가 저런 인성에 그런 실력을 갖고 있다니 말도 안 된다고 말합니다!]

‘마침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카르바노그.’

이런 놈한테 최고급 7이라니. 너무 아깝긴 했다.

‘하긴 불만이 많을 법도… 대장장이 기술이 그렇게 높은데 소외당했으니.’

왜 당했는지는 알 것 같았지만!

“혹시 내 영지에 와서 일할 생각은 없나?”

“…! 제 뛰어난 능력을 알아보신 겁니까 역시! 믿고 있었습니다!”

베켈프는 돌변해서 외쳤다.

“장로 자리는 주시겠죠?”

“흠. 장로 자리라….”

“교황님! 제 능력을 보셨으면 장로 자리는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카르바노그가 베켈프의 감투 욕심에 감탄합니다.]

자기 목이 날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장로 자리 달라고 하는 저 욕심을 봐라!

어디 가든 자기 밥그릇은 잘 챙겨 먹겠다 싶었다.

‘아키서스 교단 장로 자리만큼 쓸모없는 게 없는데.’

아키서스 교단은 애초에 조직도가 따로 없던 교단이었다. 교단 자체가 붕괴된 상태였으니 당연했다.

태현이 교황 자리에 오른 다음 평사제나 평기사들 훈련소를 만들고 잔뜩 고용하기 시작했지만….

간부 자리는 딱히 그런 게 없었다.

그래서 펠마스 같은 NPC들은 알아서 자기가 원하는 직함을 만들고 자리에 앉았다.

펠마스는 <아키서스 교단 서기관 및 관리관 및 사법관 및 외교관> 같은 직함을 가지려고 할 정도!

물론 어떤 직함을 가지든 별 의미 없었다. 태현이 하라면 해야 하는 입장이었으니까.

“아키서스 교단 장로 자리를 줄까?”

“그… 그러면 평생 충성하겠습니다!”

[베켈프가 가슴 깊숙이 감동합니다!]

[친밀도가 최대로 오릅니다!]

[카르바노그가 별로 좋은 게 아닌 거 같다고 말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지만 기술이 아깝잖아.’

별로 친해지고 싶지는 않았지만 기술이 너무 아깝다!

태현 영지에 저렇게 전문 대장장이 기술을 갖고 있는 NPC는 몇 없었다.

대부분 기계공학 특화였고, 고블린들이 많아서 그런지 드워프들은 잘 보이지도 않았던 것이다.

악마의 대장간이나 천사의 대장간이 있긴 했지만 여기는 악마, 천사 종족 쪽 대장장이 제작법들이 있어서 의미가 있는 거지, 대장장이 기술이 미친 듯이 높지가 않았다.

순수 대장장이 기술자가 한 명쯤은 필요하다!

[하지만 사고 치면 어쩔 거냐고 카르바노그가 묻습니다.]

‘…하늘성에 가둬둘까?’

교단의 영웅들한테 감시해달라고 하면 서로 안 심심하고 참 좋겠다!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생각이니? 라고 생각했지만 자기 일이 아니니 괜찮을 거 같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카르바노그도 빠르게 동의!

하늘성에 가둬두면 도망도 치기 힘들고 사고도 치기 힘들 테니….

‘정령 대장간도 있고, 힘을 빌려서 독점적으로 제작하기도 쉽겠군!’

베켈프는 자신의 미래가 시커먼 아키서스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는 것도 모르고 기뻐하며 날뛰었다.

“드디어 제 능력을 알아주는 분을 만나게 되다니…! 역시 아키서스님의 인도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 데나 아키서스 갖다 붙이지 말자. 베켈프.”

“!??!”

* * *

아다만티움은 챙겼지만 태현은 다른 것도 꼼꼼히 확인했다. 한 번 갖고 나갈 때 확실히 챙겨야 할 테니까.

“이 마법진이 새겨진 모루는 마법 부여 전용 모루인가?”

“예.”

“챙기고.”

-카르르릉!

태현은 이다비한테 빌려온 토왕이의 입을 벌리고 모루를 집어넣었다.

토왕이가 으르렁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나도 빼놓을 수 없었으니까.

마법 부여용 모루는 그 위에 무기를 올려놓고 두드릴 때 각종 마법 부여가 가능한 장비였다.

대장장이라면 하나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하는 법!

“…잠깐. 이거 아다만티움 섞였나?”

“예!”

“…….”

“녹, 녹이시면 안 됩니다!”

“안, 안 녹여.”

이미 궤짝으로 갖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 흔들리긴 했다.

‘아니. 아다만티움 섞인 마법 부여 모루라면 부수기는 아깝지….’

태현은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다졌다.

베켈프는 드워프답게 각종 마법 관련 대장장이 기술에 능했다.

고블린들이 폭탄 같은 온갖 기계공학 기술로 발전할 때, 드워프는 안정적인 마법과 대장장이 기술로 발전한 종족!

마법과 대장장이 기술을 같이 섞는 데에는 도가 터 있었다.

“<성스러운 화염> 부여, <늪의 맹독> 부여… 대단한데.”

판온 2에서는 기계공학 위주로 올린 태현이지만 판온 1에서는 이런 정석적인 대장장이 기술도 많이 익혔던 태현이었다.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 수 있었다.

한 살림 차리고 있었구나!

“이걸 용케 혼자서 만들었군?”

“…크흠. 그… 빌린 것도 몇 개 있습니다.”

“…….”

훔쳤구나 이 자식!

훔칠 곳이 한 군데밖에 없었다. 갈카드 왕국에서 훔쳤겠지!

‘어쩐지 대장장이 시설들이 다 품질이 좋더라.’

[카르바노그가 돌려줄 거냐고 묻습니다.]

‘응? 안 들리는데? 무슨 말 했어?’

[…….]

“그러고 보니 교황님. 저 소환수는 꽤 불편하게 생겼습니다.”

-감… 감히!?

-드, 드래곤을 모욕해?!

용용이와 흑흑이는 발끈해서 외쳤다.

골드 드래곤이나 블랙 드래곤이나 어찌 되었든 간에 드워프가 모욕할 존재는 아니었던 것!

“아, 아니… 드래곤 말한 거 아닙니다!”

드래곤들이 덤벼들려고 하자 베켈프는 허겁지겁 손을 내저으며 부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토왕이가 으르렁거렸다.

-카르릉!

[카르바노그가 한 대 때리라고 외칩니다!]

“저 토끼도 말고요! 저 대장장이 소환수 말입니다!”

“아. 그거.”

-주인님화를내주셔야죠왜저한테만?!

베켈프가 가리킨 건 기계공학 신수였다.

확실히 불편하긴 하다!

-여기서 자기 발로 못 걸어 다니는 건 너 혼자 아니냐?

-레벨만 높으면 다가 아니다.

-카르릉!

-확실히 좀 구조적으로 불리한….

소환수들의 혹평!

시무룩해진 신수에게 베켈프가 솔깃한 제안을 던졌다.

“내 드워프 특제 비전 스킬로 널 달라지게 해줄 수 있다!”

-아니?!그게정말인가?!

[카르바노그가 저러다가 실패하면 기계공학 신수 또 소환할 수 있냐고 묻습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