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024화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케인을 챙겨주는 건 4왕자와 기사들밖에 없었다.
“이놈들이 감히!!”
“감히 내 기사를 건드리다니! 쓸어버려!”
분노해서 덤벼드는 기사들!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라 도망쳤다.
‘아니 왜 케인 놈은 저렇게 인기가 많은 거지!?’
‘NPC한테만 인기가 좋나?’
‘근데 생각해 보니 케인은 원래 팬이 꽤 많았….’
케인을 실제로 상대해야 하는 랭커들이나 고렙 플레이어들은 케인을 ‘김태현 잘 만나서 출세한 놈!’이라고 하면서 욕했지만….
그거와 별개로 케인은 인기가 많았다.
아무리 인성이 쓰레기여도 실력이 좋으면 팬이 생기는 것이 세상.
그런데 케인은 팬들에게는 친절한 데다가 실력도 (겉으로 보기에는) 확실했다.
가끔 하는 자폭들도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다 전략처럼 보였던 것!
-저거 케인이 놀라는데 억지로 시킨 거 아냐?
-아니야. 설마 대회에서 그런 미친 짓을 하겠어? 다 미리 짜고 준비한 거겠지.
팬들에게 성실하고 실력도 좋은 이상 인기가 없을 수가 없는 것!
덕분에 케인이 보여주는 허술하고 부끄러운 실수들도 인간적인 매력으로 포장되었다.
“한 번만 더 무례를 범하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에헤이. 왜 다들 그래? 진정해! 얘네도 그렇게 나쁜 애들은 아니야!”
‘얘네가 죽으면 일은 누가 해!’
케인이 호위기사를 말리는 기묘한 현상!
죽을 뻔한 상황에서 도와주니, 아무리 상대가 케인이라도 고마움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케인 이 자식… 진짜 호구 같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완전히 나쁜 놈은 아니긴 해….’
‘하긴 저렇게 사람이 좋으니 김태현 밑에서도 오래 지낼 수 있었던 거겠지.’
‘김태현도 케인한테는 화를 안 낸다면서? 괜히 오른팔이 아니라던데.’
케인이 들으면 ‘미친놈들아 내가 얼마나 갈굼을 받는데!!’ 하면서 분노했을 소리!
아침에 일어나서 태현이 차려준 밥 먹을 때 ‘케인 너 스킬 레벨은 올리고 있지? 설마 나보다 검술 레벨 스킬 낮은 거 아니지?’ 하고 갈굼 받고,
점심에 캡슐에서 나와서 태현이 차려준 밥 먹을 때 ‘케인 넌 레벨업 페널티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 레벨업이 낮냐~~ 옆집 이세연하고 스미스는 레벨 300을 노린다더라! 너도 좀 해봐야지!’ 하고,
하도 겁나서 저녁에는 밥 안 먹고 도망치려고 하면 또 이번에는 케인이 좋아하는 요리로 한 상 차려놔서 ‘헉 저건… 먹어야 해!’ 하면서 오게 만드는 악독한 상사가 바로 태현!
물론 그건 케인만 아는 거였고,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둘은 영혼의 콤비였다.
“케… 케인.”
“?”
“고맙다.”
“…너희 뭔 꿍꿍이냐?!”
“이 자식이 고맙다고 해도!”
“방금 말 취소다!”
* * *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소재가 뭐지?”
“판온입니다.”
“가장 시청률 뽑기 쉬운 소재가 뭐지?”
“판온입니다.”
“우리 MBS가 다른 방송국에 불리하더라도 최근 성장세를 기록한 이유가 뭐지?”
“판온입니다.”
“그래. 향후 10년… 아니, 솔직히 20년은 이대로 갈 거 같네. 다른 게임이 판온을 치고 올라올 건 상상이 안 가.”
게임 전문 방송국, MBS.
다른 방송국에 비해 규모 면에서 불리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한 이유는 하나였다.
판온!
판온이 너무 예상외로 대흥행한 것이다. 단순히 게임 쪽에서만 압도적으로 독점한 게 아닌, 다른 사회 분야에서도 이슈를 독점할 정도로.
덕분에 판온을 가장 먼저 다루고, 가장 많이 다룬 MBS는 어마어마한 이득을 봤다.
당장 투기장 대회를 처음으로 시작한 것도 MBS!
태현이란 스타를 방송으로 끌어낸 것도 MBS였다.
그때마다 본 어마어마한 이득이 떠올랐는지, MBS의 사장은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이 참 좋았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PD들도 다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투기장 리그를 판온 본사가 주최하고 있고, 태현도 대회와 게임에 집중하면서 그나마 적던 출연도 전부 다 개인 방송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판온 쪽에서 중계권 같은 부분으로 보상을 해줬지만 직접 하던 때와 비교가 되겠는가.
게다가 태현이란 스타의 공백도 컸다.
태현이 얼굴만 내밀어주면 시청률이 말 그대로 2배가 뛰니, 광고주들의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전에 광고주가 진지하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낼 테니까 태현을 광고에 내보내거나 판온에서 아이템을 쓰게 할 수 없냐고.
…문제는 발모제 광고였다는 점!
발모제가 가장 약한 수준이었고, 정말 김태현과 아무 상관이 없는 광고인데도 사방에서 요청이 날아올 정도였다.
광고 따로 안 찍어도 된다! 그냥 판온에서 우리 제품 비슷한 걸 들고만 있어줘라! 돈은 얼마든지 낼 테니까!
“하지만 사장님. 지금 진행하고 있는 방송들도 시청률이 나쁘지 않습니다. <판온 귀농일기>하고 <판온 푸드파이터>는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번에 시작하는 <판온 그것이 궁금하다>도 반응이 괜찮….”
“그거야 그렇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잖나.”
한 번 최고 시청률의 맛을 보고 나니, 그 이후에는 적당히 성공해도 만족할 수가 없었다.
“요즘 김태현 선수는 뭐하나?”
“대회 뛰고 게임 퀘스트 하느라 바쁠 겁니다. 개인 방송도 저번에 마계 퀘스트 이후로 거의 올라오지도 않고 있고요.”
“어떻게든 설득할 수는 없고?”
“에이전트가 난색을 표하더군요. 선수들의 뜻이 강력하답니다.”
“으음.”
“김태현 선수를 쫓아가서 뭐라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말입니다.”
프로그램 컨셉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제안이었지만, 자리에 있던 PD들한테는 그럴듯하게 여겨졌다.
솔직히 김태현이 나와서 숨만 쉬고 잠만 자도 시청률 평균은 넘을 거 같다!
“그건 역효과가 날 수 있지 않나? 일단 김태현 선수가 개인방송을 안 하는 건 공개되면 안 되는 퀘스트니까 그런 것일 텐데.”
어느새 판온 전문가가 되어버린 사장!
PD들은 ‘판온? 잘 모르는데….’ 하던 사장이 저렇게 변한 것에 경악했다.
사람은 역시 돈이구나!
“게다가 김태현 정도 선수라면 진행하고 있는 퀘스트 난이도도 만만치 않을 텐데, 우리 방송 팀 레벨이 거기 갈 정도가 되나?”
“!??!”
아니 사장님…!?
언제 저런 걸 다 알아보셨지?
“사장님,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배장욱 PD가 손을 들었다.
태현을 발굴하고 이미 몇 번 같이 방송을 한 적이 있는 배장욱 PD. 그 공으로 회사 내에서는 특진을 한 그였다.
그가 손을 들자 다들 기대가 된다거나, 혹은 질투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오오… 장욱이. 뭐지?”
“지금 케인 선수가 혼자 따로 떨어져 있다고 합니다. 새로 얻은 영지 개척 때문에 떨어져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이면 방송에 출연해도 그다지 방해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거기에 직접 가서 방해되지 않게 진행하면 되잖습니까?”
“거기가 어딘데?”
“노드란체라는 섬인데, 프로즈란드 쪽 북쪽 섬….”
“아. 거기 아네. 기후가 매우 춥고 척박한 데다가 나오는 몬스터는 눈 골렘하고….”
“…!??!”
아니 진짜 사장님?!
“레벨이 낮은 곳은 아니지만, 저희 방송 팀이 거기 갈 정도는 됩니다. 게다가 케인뿐만 아니라 개척을 위해 모인 플레이어들이 여럿 될 테니 안전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역시 배 PD가 최고야. 그 기획 좋군! 당장 제안 보내고 허락 받도록!”
위의 허락은 떨어졌지만, 배장욱은 고민에 잠겼다.
태현 못지않게 인기 많은 케인.
그리고 척박한 땅 노드란체.
이걸로 가장 잘 뽑아낼 수 있는 방송은 무엇일까?
‘최고의 방송을 뽑아내야 한다…!’
“PD님. 너무 부담가질 필요 없습니다. 미개척 영지에 그 케인 선수 아닙니까? 따라만 다녀도 김태현 선수처럼 분량이 팍팍 나올 겁니다.”
“사람들이 처음 보는 몬스터들과 던전들! 숨겨진 보상들!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그렇긴 한데….”
다른 스태프들과 달리 배장욱은 이상하게 불안했다.
왜일까?
케인이 메인이라 그런가??
“…혹시 모르니까 연예인들 좀 데리고 가지.”
“예? 평소에는 필요 없다고 하셨잖습니까?”
배장욱은 평소에 ‘판온 방송에 필요한 건 판온을 잘 아는 사람이지 유명인이 아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냥 다짜고짜 유명한 연예인을 출연시키는 판온 프로그램은 오래가지 못했으니까.
어디까지나 중요한 건 판온이다!
“판온 아예 모르는 사람들 데려가자는 게 아니잖아. 연예인들 중에서 판온 좀 많이 하는 사람들 데리고 가면 되지.”
“아. 그런 뜻이었군요. 알겠습니다.”
* * *
“드워프 광부들 일 진짜 잘하는… 아니, 잠깐만.”
말하던 태현은 멈칫했다.
“드워프들 꼭 전쟁 할 때 부를 필요는 없잖아? 건설에 부르는 게 낫지 않나?”
“…그, 그러게요?”
[카르바노그도 감탄합니다!]
태현, 태현 일행, 카르바노그도 모두 놓치고 있었던 것!
드워프는 원래 건축도 잘한다!
하도 싸움만 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싸움에 쓸 수 있는지 없는지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
“뭐, 떠올렸으면 된 거지!”
드워프 광부들의 괴력은 대단했다. 일행이 했으면 한참 걸렸을 일을 여럿이서 우르르 해냈다.
아까까지는 꽉 차 있던 통로가 순식간에 열리고, 밑바닥이 다져지고, 위와 옆에 벽까지 깔리는 기적!
‘영지에 지을 건물들 많은데.’
태현은 드워프들을 전투에 빌리지 말고 건설에 빌릴까 고민했다.
지금 골짜기는 끊임없이 주변으로 넓혀가며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저번에 공성전을 위해 만든 3중 성벽 밖으로 계속해서 모여드는 플레이어들과 종족들!
골짜기 뒤를 꽉 채우고 있는 산맥도 예외의 대상이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은 산맥을 깎아내고 그 위에 뭐든 짓고 있었다.
드워프들이 있다면 몇 배는 더 많은 건물들이 만들어지리라.
그뿐만인가?
왕국의 수도도 확장이 필요했다. 물론 골짜기와 달리 수도는 있을 건물 다 있긴 했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더 많은 건물, 더 넓은 영지!
쿠르릉-
“?”
다른 생각을 하며 고민하던 사이 벽이 뚫리며 새 통로가 입구를 드러냈다.
[<사악한 베켈프의 지하 무기 창고>를 발견했습니다!]
<사악한 베켈프의 유산-갈카드 드워프 왕국 퀘스트>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던 베켈프는 갈카드 드워프 왕국에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다.
자신을 알아주지 못하고 따돌린 드워프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베켈프는 각종 계획을 꾸몄던 것이다.
그러나 그 계획을 실현하기도 전에 베켈프는 죽어버렸다.
베켈프의 유산을 찾은 당신! 베켈프의 뜻을 이어 드워프들에게 복수를 해야 한다.
…무엇에 대해 복수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보상: ?, ???, ????
“???”
“?????”
태현 일행은 황당함에 멈칫했다.
유산 찾으려다가 발견한 상상도 못 한 음모!
‘아니… 아다만티움 빼돌렸던 게 꿍꿍이가 있어서였어?’
게다가 생각해 보니, 베켈프가 자기 창고를 만들어 놓은 곳은 고대 거인이 잠자고 있던 곳이었다.
이렇게 보니까 다른 의미로 수상하다!
‘이 자식 고대 거인으로 뭐 하려던 거 아냐?’
[카르바노그가 베켈프의 뜻을 이어 복수해 줄 거냐고 묻습니다.]
‘미쳤니?’
-거절!
[퀘스트를 거절했습니다.]
이미 죽은 베켈프의 말을 들어줄 필요는 없었다. 베켈프의 유산은 챙길지언정 유언은 들어주지 않는다!
[카르바노그가 과연 아키서스답다고 감탄합니다!]
“아, 아니… 베켈프 씨가 그런 분이셨어?”
“하긴 평소에 중얼거리면서 장로들을 욕하긴 하셨는데….”
드워프 광부들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 틈을 타 태현이 재빨리 말했다.
“모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베켈프의 음모는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 내가 직접 들어가서 무슨 꿍꿍이를 갖고 있었는지 밝혀오겠다.”
[겸사겸사 유산도 챙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