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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019화 (1,018/1,826)

§ 나는 될놈이다 1019화

명당이란 무엇인가?

판온에는 던전이 끝도 없이 많았다. 당연히 효율이 좋은 던전이 있을 것이고, 나쁜 던전이 있을 것이다.

레벨은 높지만 사냥하기 쉬운 몬스터가 나온다거나, 아니면 몬스터들 숫자가 많아서 몰이사냥을 하기 좋다거나.

이런 것들이 효율 좋은 던전!

그리고 효율 좋은 던전 중에서도 손꼽히는 게 바로 명당이었다.

유명한 명당으로 꼽히는 던전들은 언제나 플레이어들로 득시글거렸다.

명당 하나 잘 잡으면 길드 운영은 식은 죽 먹기란 소리가 있을 정도였으니….

“우리 의외로 좋은 곳을 발견한 거 아닐까?”

이세연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고대 거인한테 쫓겨서 대충 피한 곳이 이런 명당이라니.

이래서 판온이 재밌는 거였다. 앞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할 수 없었으니까.

“경험치 많이 오르고 스킬 숙련 찍기 좋은 곳이긴 한데… 너무 까다롭지 않나?”

“그건 그렇긴 해.”

명당의 조건 중 하나는 난이도였다.

아무리 보상이 좋아도 어려우면 플레이어들이 계속 싸우기 힘들었다.

‘그래도 여기서 검술 스킬을 꽤 쏠쏠하게 올렸는데… 나중에 케인 같은 놈들 데리고 와서 훈련시켜도 될 거 같긴 해.’

케인처럼 컨트롤이 부족한 플레이어한테는 딱 맞는 곳이었다.

지금 케인은 컨트롤이 아닌, 스탯과 스킬로 싸우는 편이었다.

탱커이니만큼 별다른 기교 없이 단단하게 버티기만 해도 절반은 먹고 가는 편이었지만, 태현은 좀 더 많은 걸 원했다.

케인이 듣는다면 ‘야 난 지금 100%야!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라고 질겁했을 소리!

“여기 다 깨고 나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넌?”

서로 탐색하듯이 쳐다보는 둘!

먼저 양보한 건 이세연이었다.

“네 마음대로 해.”

“뭐…?! 함….”

“함정 아니냐고 물으면 저주 걸 거야.”

“…함부르크가 햄버거의 유래라는 거 알아?”

“그거 사실 잘못된 지식인데… 아니. 지금 그 이야기가 아니잖아. 이번에 너한테 많이 도움 받았으니까 양보하는 거야. 네 마음대로 해.”

“…….”

“아 좀! 의심 좀 그만해! 내가 언제 그렇게 속임수를 썼다고!”

이세연이 울컥해서 외치자 태현은 움찔했다.

‘많이 쓰지 않았나?’

[자신의 예리한 눈치로 봤을 때 지금은 입을 다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 * *

-아키서스놈. 안 나오다니. 빨리 나오란 말이다!

태현과 이세연의 예상대로, 고대 거인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동굴을 부숴 화풀이를 한 것처럼 꾸민 다음 몰래 숨어 기다리는 교활함!

그러나 태현과 이세연이 마음먹고 나오지 않는데, 고대 거인이 할 수 있는 게 있을 리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

그것도 조금이지, 시간이 지나자 고대 거인은 점점 더 짜증을 냈다.

-아키서스놈! 정말 짜증 나는 놈이다! 만나자마자 죽였어야 했는데! 옛 속담이 틀린 게 하나 없다.

옛 고대 거인 속담에 ‘아키서스 먼저 조져라’라는 속담이 있는데 그게 왜 생겼는지 알 것 같았다.

쥐새끼처럼 귀찮은 것!

-킁킁킁… 잠깐. 이 역겨운 냄새는…?

고대 거인은 코를 킁킁거렸다.

어디서 많이 맡아 본 역겨운 냄새가 났던 것이다.

이 냄새는….

악마의 냄새였다!

-정말 자이언 산맥으로 왔단 말입니까?

-그래. 다른 놈들한테 물어보니 틀림없더군.

고대 거인은 은신 마법을 강화시켜서 몸을 더욱 숨겼다.

안 그래도 태현이 나오면 단숨에 잡아먹으려고 숨어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악마들은 고대 거인이 근처에 숨어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도 아키서스라니. 영 찜찜하단 말입니다.

-이해한다. 나도 그러니까. 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 커다란 액수야. 악마 공작들이 단단히 결심한 모양이지?

푸르네우스와 아다드는 태현의 목에 현상금을 걸었다.

이제 플레이어들뿐만 아니라 악마한테도 현상금이 걸리는 남자!

심지어 잡지 않고 정보만 알려줘도 보상을 약속했다. 거기에 솔깃한 악마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키서스와 싸우는 건 무섭지만, 놈을 쫓아서 위치만 알리는 건 해볼 만하다!

-그런데 그 소문이 진짜입니까?

-무슨 소문? 아키서스가 아침으로 악마를 삶아 먹는다는 소문? 그 소문은 가짜 같던데. 아마 아키서스는 저녁으로 악마를 삶아먹지 않겠나? 아침으로 먹기에는 너무 느끼할 테니까.

-그거 말고 말입니다. 푸르네우스가 자신의 성을 뺏겼다던데….

-아. 그 소문. 나도 처음에는 못 믿었는데, 성터에 가보니 성이 싹 사라지고 없더군.

-아니 대체 뭔 짓을 어떻게 해야 성을 뺏깁니까? 병X입니까?

-멍청한 악마들이 그 소리를 푸르네우스 공작 앞에서 했다가 영혼까지 얼려졌지. 아무리 병X같아도 우리 죽일 힘은 충분히 있으니까 입조심하라고.

-후, 그런 아키서스와 싸워야 한다니… 게다가 에다오르 공작은 아키서스와 손을 잡았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사실이겠지. 소문이 파다하니까. 아무리 악마라도 그건 미친 짓이야. 아키서스와 손을 잡다니!

아무 짓도 안 한 에다오르 공작이 졸지에 태현에게 힘을 빌려준 것처럼 되어 있었다.

위장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맞다. 아키서스 놈이 대단한 보물을 갖고 있다는 말도 있던데.

-훔쳐간 성 아닙니까?

-그거 말고. 이건 절대 다른 곳에 가서 말하면 안 되는데….

-믿어주십쇼.

악마들 사이에서는 가장 의미 없는 말!

그러나 나이 많은 악마도 말하고 싶었는지 말을 이어갔다.

-놈이 혼전 중에 <잊혀진 악마왕의 지팡이>를 훔쳐서 달아났다는군.

-!!!

<잊혀진 악마왕의 지팡이>!

악마들 사이에서는 권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름이었다. 마계를 지배하려고 했던 대악마가 쓰던 무기였으니까.

물론 태현이 갖고 있는 건 가짜였다. 푸르네우스나 아다드를 혼란시키기 위해 만든 가짜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소문이 퍼진 이상 악마들은 ‘아키서스 놈이 갖고 있다는데?’라며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지팡이까지 챙기면 현상금이 몇 배는 되겠군요!

-정말인가?

-예?

-그 지팡이를 챙겼을 때 바치지 않고 쓸 생각은 조금도 없나?

-…조금은 했습니다만….

-큭큭큭. 그렇지.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걸.

아키서스와 싸우지 않고 위치만 찾아 보상을 받으려는 악마들이 수두룩했다.

그러나 그런 악마들은 내심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잊혀진 악마왕의 지팡이>를 손에 넣을 기회가 온다면….

…나도 악마 공작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악마 공작이 별거냐. 강해져서 기존 공작의 영역을 뺏으면 공작 아니겠는가.

악마들이 떠든 내용을 들은 고대 거인은 인상을 썼다.

여긴 태초부터 그들의 땅이었는데 자꾸 외부인들이 기어들어오고 있었다.

따끔한 맛을 보여주리라!

-다른 놈들도 이쪽으로 오고 있을 테니 서두르자고. 오스턴 왕국에 웬 악마가 그렇게 많은지….

아다드가 흑마법사들을 꼬드겨 오스턴 왕국에 포탈을 만들어 놓은 탓에, 마계에서 대륙으로 가는 악마들이 그 포탈들을 타고 이동했다.

덕분에 오스턴 왕국의 악마들 숫자는 팍팍 증가하고 있었다.

불쑥!

고대 거인은 은신을 멈추고 몸을 일으켰다.

-!!!!

-거, 거인이잖아!?

-걱정 마. 마법으로 잡으면 돼! 거인 놈들은 마법에 약하다!

-…이런 건방진 악마 새끼들이!

고대 거인은 분노해서 눈을 빛냈다.

감히 날 거인과 같은 취급을 해?

쾅!

고대 거인이 주먹을 휘두르자, 악마들은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뭔가 다르다!

-저… 저거 고대 거인이잖아!!!

-자이언 산맥… 아차! 고대 거인!

하도 대륙에 온 지 오래 되어서 자이언 산맥이 어떤 곳인지 잊고 있었던 악마들!

그들은 기겁해서 도망치려고 했다. 그러나 단단히 화가 난 고대 거인이 놓칠 리가 없었다.

우드득!

한 번 잡히자 몸이 그대로 박살 나는 괴력!

-지옥 영혼 분신!

악마는 체력을 절반으로 깎아서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둘이서는 절대 무리다!

-하지만 도움을 청할 곳이 없잖습니까!

-멍청하기는. 꼭 도와달라고 할 필요는 없지!

악마는 교활하게 미소 지으며 하늘로 마법을 쐈다. 신호용 마법이었다.

아키서스를 찾았다는 보고!

그러자 근처에 있던 악마들이 그걸 보고 미친 듯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수작질을 부려 공을 뺏으려는 속셈이었지만….

-파리 떼 같은 놈들!

-?!?!?!

맞이해 주는 건 고대 거인!

사기를 친 두 악마는 씩 웃으며 말했다.

-저 고대 거인 놈이 악마를 전부 죽인다고 한다! 다 같이 상대하자!

-아키서스가 있다며?!

-내가 그랬나? 이런, 마법을 잘못 썼는데?

-…이 자식…!

그제야 속았다는 걸 깨달은 다른 악마들은 이를 갈았다.

물론 고대 거인은 그런다고 봐주지 않았다.

-파리 같은 놈들이 많아져봤자 달라지는 거 없다. 전부 다 해치워주마.

-거인 놈이 건방지게… 찔러버려!

악마들은 사방에서 날아들어 고대 거인의 몸을 사정없이 찔렀다. 물론 <고대 거인의 피>는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냈다.

[지옥 마력이 통하지…]

[……]

[……]

-건방진 건 너희들이다. 신들도 우리를 상대할 때는 직접 나타났는데 너희 같은 찌꺼기 악마들이 나한테 덤비다니! 악마 공작을 데리고 와라!

말과 함께 고대 거인은 주먹을 들어 내리 찍었다. 악마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쳤다.

-도망쳐!

-저기 구멍이 있다! 저쪽으로 피해!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악마들은 방금 충격으로 무너진 동굴 입구를 발견하고 우르르 날아갔다.

저기라면 고대 거인도 못 쫓아오겠지!

고대 거인은 그걸 보고 당황했다.

-거기 서라! 멍청한 놈들! 그 안에는 위험한 게 있단 말이다!

-하! 고대 거인 놈도 멍청한 건 거인하고 똑같잖아? 저런 속임수를 쓴다고 넘어갈 것 같나?

안에 들어온 악마들은 거인을 비웃었다.

고양이가 쥐 걱정해 주는 것만큼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이다.

-이노옴… 아키서스보다 네놈을 먼저 씹어 먹어주마…!

그러나 그 도발이 아주 제대로 거인의 심기를 뒤집은 것 같았다.

영원한 1순위 아키서스보다 위에 올라간 것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위업!

-놈이 쫓아올 수도 있으니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자고.

-그래! 저 무식하기만 한 놈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그렇게 살아남은 악마들은 던전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나야 위치 기억해 둔 다음 나중에 연습용으로 쓰겠지.”

태현다운 방식이었다. 이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너희 팀도 원하면 와서 써도 상관없어.”

“!”

이세연은 깜짝 놀랐다. 이런 연습장을 그냥 앙보해 준다고?

“정말?”

“원래 던전 먼저 선점한 다음에 자리라고 우기는 거 안 좋아하는 거 알잖아.”

“아….”

이세연은 바로 납득했다.

태현하면 맨날 이야기가 나오는 판온 1때의 유명한 영상이 있었다.

-여기는 우리 길드의 자리다.

-자리? 묫자리를 말하는 것인가??

푹찍푹찍!

판온 1에서 당해본 길드들은 태현에게 감히 ‘자리요’ 같은 말들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흠. 쟤 기분 좋아 보이지?’

[카르바노그가 그런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걸 물어보냐고 의아해합니다.]

‘저번에 하던 걸 마저 해야지.’

아스비안 제국의 황제인 이세연과의 협정!

저번에는 눈치 없는 고블린들이 와서 ‘폐하! 황제 죽이죠!’이래서 협상이 깨졌지만….

지금은 될 거 같다!

이세연이 불리한 상황에서 공격하지 않고 도와주지 않았는가. 충분히 먹힐 만한 상황이었다.

“이세연.”

“응?”

“말할 게 있는데.”

갑자기 진지한 태현의 모습에 이세연은 당황했다.

‘뭐야?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어, 어…? 뭔데? 무슨 이야기?”

“동맹 맺지 않겠어?”

“…그,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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