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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018화 (1,017/1,826)

§ 나는 될놈이다 1018화

“너 정도 되는 네크로맨서가 소환을 못 할 정도면 좀 심각한데. 뭐 얼마나 세게 맞은 거야?”

“소, 소환 쪽 말고 다른 공격 마법이나 저주는 사용 가능하거든.”

이세연은 자신도 모르게 변명하듯이 말했다.

살면서 실력이 부족해서 주눅이 든 적이 없었는데…!

“됐어. 언데드 소환 안 해도 탐색은 가능하니까.”

“내가 앞장설까??”

“마법사가 웬 앞장?”

태현은 ‘얘 왜 이래?’ 하는 눈빛을 보냈다.

“너 설마 소환 못 한다고… 엎드려!”

팍!

[<반격의 원>으로 상대의 공격을 튕겨내는 데 성공합니다!]

[검술 스킬이 오릅니다.]

‘뭐야?’

태현은 깜짝 놀랐다. 방금 공격은 정말 운이 좋아서 쳐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직감과 타고난 동체시력 때문!

‘소리가 전혀 안 들렸는데?’

판온에서 꼭 눈으로만 공격을 예측하진 않았다. 소리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소리를 내지 않고 공격하는 몬스터들은 없었고 이런 걸로 적을 파악하는 플레이어들도 제법 됐다.

태현 같은 경우도 오감을 활용해서 적을 먼저 잡아내는 편이었다.

그런데 방금 공격은 정말 아무 소리 없이 그냥 훅 들어왔던 것!

[카르바노그가 소리도 안 들리는데 반응한 화신이 더 무섭다고 말합니다.]

뭔가 섬칫한 느낌이 들어서 검 한 번 휘두르고 봤는데 운 좋게 들어간 것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상황에서 그걸 맞췄다는 게 대단했다. 어마어마한 반응 속도였다.

그걸 옆에서 본 이세연은 감탄만 나왔다.

‘그걸 쳐냈어…!’

이세연이 근접전을 잘 안 하는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반응 속도가 부족하진 않았다.

상대 공격에 반응해서 마법 쓰는 것도 느리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방금 태현의 동작은 그 수준을 뛰어넘은 속도!

정말 귀신 같이 재빨랐다.

“이 던전, 적이 소리를 안 내잖아?”

이름이 <소리 없는 동굴>이라길래 뭐하는 던전인가 했는데, 몬스터들의 소리가 아예 지워지는 던전 같았다.

던전 중에서는 이렇게 특수 환경을 가진 까다로운 던전들도 있었던 것이다.

“흑흑이, 용용이, 골골이 전부 튀어 나와! 총 너는 접근하는 놈 있으면 무조건 쏴버리고!”

태현은 바로 소환수들을 전부 동원했다. 이렇게 기습하는 몬스터들은 숫자로 막는 게 답이었다.

그런데 이세연은 소환을 못 하고 있으니….

‘뭐, 아쉬운 대로 해야겠지.’

치익-

태현은 폭탄을 꺼낸 다음 동굴의 어둠 속으로 던졌다.

퉁, 퉁, 퉁!

정확하게 한 방향에 하나씩 던지자 폭탄이 폭발하며 불빛을 뿜어냈다.

‘박쥐 계열 몬스터였군.’

뭔가 빠르게 날아왔다가 사라지길래 비행 몬스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박쥐 같았다.

[동굴의 어둠이 불빛을 집어삼킵니다!]

[불빛이 사라집니다!]

“…뭐 이런 개 같은 던전이…?”

태현은 무심코 중얼거렸다.

던전 중에서는 사람을 짜증 나게 만드는 던전들이 있었다.

얼마나 레벨 높은 몬스터가 나오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을 짜증 나게 만드는 던전은 난이도와 상관없이 사람을 짜증 나게 만든다!

지금 이 <소리 없는 동굴>에서는 그런 던전의 냄새가 났다.

소리도 안 나고 어둡기까지 하다!

“잠깐만. 내가 시야 걸어줄게.”

-어둠을 꿰뚫는 눈!

[동굴의 어둠이 스킬을 방해합니다!]

[스킬이 실패합니다.]

“…….”

“…….”

“뭐 이런 개 같은 던전이 다 있어!”

이세연과 태현은 머리를 맞대고 각종 방법을 동원해 봤다.

사디크의 화염 지르기, 다양한 폭탄 던지기, 각종 발광 마법, 아이템 등등.

그러나 동굴은 모든 걸 다 무시하고 철저하게 어둠을 지켜냈다.

결국 둘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둠을 완전히 걷어내는 건 무리다!

‘사실 난 괜찮긴 한데.’

박쥐 몬스터가 아무리 강해봤자 태현의 회피를 뚫기는 힘들 것이다. 어지간하면 빗나감이 뜨겠지.

문제는 이세연!

소환수들도 없는 상황에서 마법사가 맨몸으로 계속 공격을 받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게다가 고대 거인한테 저주 맞은 게 아직도 다 회복이 안 된 것 같으니….

-주인님. 잘 안 보입니다만 들어가 있으면 안 될까요?

“흠. 흑흑이. 용용이. 이세연한테 바짝 붙어라.”

“왜, 왜? 난 괜찮은데? 나 완전 괜찮은데??”

“그래. 퍽이나 괜찮아 보인다.”

태현은 소환수들을 이세연한테 붙였다. 공격이 날아오더라도 다들 레벨이 높아서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훅-

아무 소리도 없이 또 어둠 속에서 몬스터들이 덤벼들기 시작했다.

아주 희미하게 보이는 윤곽!

태현은 던져둔 폭탄을 발로 차서 공중에서 터뜨린 다음 그 윤곽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어둠 속에서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방망이로 쳐내는 것 같은 난이도였지만 태현은 해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어둠 속에서 놀라운 곡예를 해냅니다!]

[검술 스킬이 오릅니다.]

[<대형은밀박쥐>가 쓰러졌습니다! 동료들이 더욱 더 강해집니다.]

박쥐 한 마리가 치명타를 맞고 쓰러지자 다른 박쥐들이 재빨리 달려들어 동료를 먹어치웠다.

한 마리 잡아봤자 다른 놈들이 더 강해지는 형태!

‘진짜 짜증 나는 요소들만 모아놨군.’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다른 몬스터에게 버프 들어가는 던전!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그 난이도 때문에 검술 스킬이 오른다는 점이었다.

검술 스킬을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찾아올 정도의 던전!

‘어지간하면 스킬 작업 하는 걸 싫어하진 않는데 여기는 정말….’

태현은 신경을 곤두세웠다.

혼자 싸웠다면 모를까 뒤에 이세연이 있으니 제대로 피할 수도 없었다. 무조건 쳐내야 했다.

슥-

태현은 이세연 옆으로 바짝 붙었다.

죽이기도 꺼려지고 안 죽일 수도 없는 상황.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나오는 족족 다 잡아버리면 그만이지.’

하나 잡을 때마다 다른 놈들이 강해진다고?

그때마다 다 쓸어버리면 그만 아니겠는가!

“김… 김태현. 너무 붙은 거 아니야?”

“네가 유리몸인 걸 어떡하라고? 조용히 해. 하나라도 놓치면 위험하니까.”

이세연도 레벨이 레벨이니 몇 대 맞는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맞아줘서 좋을 게 없었다.

‘뭐야. 갈림길인가?’

태현은 바로 <신의 예지>를 사용했다.

그런데….

‘안 보이잖아?!’

원래라면 보였을 빛의 길이 보이지 않는 것!

‘여기 진짜 뭐하는 곳이냐?’

[카르바노그도 심상찮은 곳이라며 공포에 떱니다.]

고대 거인 피하자고 괜히 이상한 곳으로 온 거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들었다.

만약 보스 몬스터가 이상한 놈이라면….

“너 저주 쿨타임 언제쯤 끝나지?”

“12시간 정도는 더 있어야 해.”

“애매하군… 뭐, 천천히 가보자고.”

<신의 예지> 없을 때에도 던전은 잘 깼다.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려서 그렇지.

태현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앞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게 사람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스르륵-

“…?”

태현은 멈칫했다. 뭔가 기분이 이상했던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일단 선공부터 하고 보자고 외칩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기분이 이상할 때는 일단 먼저 쓰고 보자!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주변으로 장판을 깔아버린 다음 태현은 폭탄을 사방으로 던졌다. 불빛이 순식간에 사라지긴 해도 어느 정도 시야가 넓어지리라.

콰콰콰쾅! 콰콰쾅!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에서 폭탄이 추가 효과를 받습니다!]

[연쇄 산탄 폭탄이 추가 산탄으로 쪼개집니다!]

파파파파팍!

안 그래도 잘게 쪼개져서 사방으로 광역기를 날리는 폭탄이 추가 효과를 받고 더욱더 넓게 흩어졌다.

어떤 몬스터가 있든 간에 한 대는 맞는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침묵맹독거미>가 일시적으로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박쥐에 이어서 거미.

주변을 보니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이용해 거미들이 사방에서 거미줄을 치고 대기하고 있었다.

만약 방심하고 들어왔다면 바로 묶인 채로 싸움을 시작했을 것이다.

-죽음의 오오라, 석화의 시선, 가르강튀아의 손가락, 흑화의 석벽!

아까 박쥐처럼 조준할 수도 없이 빠르게 덤벼드는 게 아니라면 이세연도 바로 반격이 가능했다.

[<느부캇네살의 흑마법>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일행의 흑마법을 강화시킵니다!]

“????”

“????”

태현도, 이세연도 놀라 서로 쳐다봤다.

‘네가 왜 그걸 갖고 있어??’

‘그러게 말이다.’

눈빛으로 대화를 끝낸 둘!

지금 그걸 떠들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일단 앞의 몬스터부터 처리해야 한다!

‘그래도 아까 박쥐보단 낫군.’

거미는 덩치가 커서 아까처럼 이세연을 지키느라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는 없을 것 같….

[독침 쏜다고 카르바노그가 비명을 지릅니다!]

소리 없이 거미들이 닥치는 대로 침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박쥐가 나았다. 침은 진짜 보이지도 않았다.

‘아오 진짜!’

그냥 혼자 왔으면 훨씬 편했을 텐데!

“이세연, 이 빚은 나중에 꼭 갚아라!”

-아키서스의 축복!

태현은 <아키서스의 축복>까지 사용했다. 여기서 괜히 아꼈다가는 일이 귀찮아지는 수가 있었다.

행운을 공유하는 십수 초 사이에는 상대의 공격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이 시간 안에 도륙을 낸다!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치명타 폭발!

방어만 하고 있던 태현은 공격으로 태세를 바꿨다.

그러자 세계에서 최고로 꼽히는 딜러의 모습이 드러났다.

퍼퍼퍼퍽!

아키서스의 돌격으로 거리를 좁힌 다음 각종 딜링 스킬을 때려 박은 뒤 치명타 폭발!

1초도 지나지 않아 거미를 쓰러뜨린 태현은 바로 옆에 있는 거미한테 대만불강검을 박아버린 다음에 <칼날 폭파>를 사용했다.

드드드드득!

“비켜, 인마! 성가시게 굴지 말고!”

죽은 거미가 쓰러지기도 전에 바로 다음 적을 향해 달려가는 태현!

-치명타 폭발!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

윤곽도 아주 희미하게 보일 정도의 어둠인 데다가 소리가 들리지 않아 보이지도 않았다.

방어를 포기했다지만 상대방을 맞추는 것도 만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잠깐 잠깐 드러나는 상대의 모습을 잊지 않고 살벌하게 공격을 때려 박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교한 기술!

‘대단해…!’

닥치는 대로 마법을 시전해 태현을 돕고 있던 이세연은 무심코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리그에서 수많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비교해 온 이세연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저 플레이가 얼마나 세련되고 정교한 플레이인지를!

혼자 보는 게 아까웠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보면서 이 플레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리고 싶을 정도였다.

“이세연 너 뭐하냐?!”

태현은 이세연의 손이 멈추자 어이가 없어 외쳤다.

지금 가만히 있으면 네가 죽지 내가 죽니!?

“미안해! 다른 생각 좀 했어!”

“네가 양심이 있으면 설마 이 상황에서 뒤통수 칠 생각은 안 했으리라 믿는다!”

“…….”

짝!

이세연은 스스로의 뺨을 양손으로 세게 때렸다. 그 모습에 태현은 더더욱 어이없어했다.

“이세연 너 진짜 뭐하냐?!”

“시끄러워. 정신 차리려고 한 거거든? <원혼의 흑령 화살>!”

남은 거미들도 집중적으로 마법을 맞고 녹아내렸다.

결국 두 랭커는 <아키서스의 축복>이 끝나기 전에 근처에서 덤벼드는 거미들을 모두 녹여버리는 데에 성공했다.

엄청난 사냥 속도!

“여기 경험치가 생각보다 잘 오르네?”

이세연은 의아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랭커 최상급들은 레벨 300을 목표로 달리고 있었지만, 300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가까워질수록 미친듯이 솟구치는 경험치의 벽이 그들을 가로막았던 것이다.

그런 이세연이 잘 오른다고 할 정도면 경험치가 보통 평범한 건 아니었다.

“짜증 나서 미처 생각을 못 했는데… 여기 명당 아냐?”

“흠. 그럴지도.”

태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던전은 명당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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