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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017화 (1,016/1,826)

§ 나는 될놈이다 1017화

1조나 2조는 평범하게 이득이었다. 아니, 미개척지니까 다른 곳보다 더 이득을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3조는 잡일 중의 잡일!

저런 잡일 퀘스트는 초보자 시절에나 골드 벌려고 하는 거지, 절대 이 레벨 먹고 할 게 아니었다.

미쳤다고 저런 남는 것도 없는 잡일을 하냐!

‘아니. 잠깐만… 케인 놈이 3조라고?’

‘뭐지? 무슨 의미지?’

‘3조에 무슨 숨겨진 게 있나? 혹시 제일 꿀이라던가?’

‘케인 놈이 그냥 리더로서 책임감 때문에 3조 하는 거 아냐?’

‘미쳤냐? 그런 놈이 어디 있어!’

말했듯이 고렙 이상 플레이어들은 대형 길드의 갑질에 익숙해진 사람들이었다.

친절을 받아도 의심부터 하고 보는 이들.

그런 그들에게 케인이 하는 짓은 매우 수상쩍기 그지없었다.

왜 나서서 손해를 본단 말인가?

그러나 케인의 머릿속은 백지처럼 새하얬다.

‘으. 솔직히 3조 맡기 싫지만… 내가 봐도 제일 안 좋은 곳이니 나라도 안 가면 아무도 안 하겠지.’

태현을 따라다니면서 배운 것.

그중 하나가 솔선수범!

케인이 왜 맨날 폭탄 취급을 받으면서도 태현에게 충성하겠는가.

태현은 자기가 맡은 일에 한 번도 책임을 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 게임 안에서든, 밖에서든.

태현이 하는 걸 보고 케인은 어설프게 감동을 받았다.

그 결과가 이 어설픈 흉내!

태현이 봤다면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라고 탄식했을 것이다.

“케인 경!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맞는 말이다. 그런 건 천한 놈들이나 시켜야지! 왜 그대가 그런 일을 하려고 하는 건가!”

케인을 따라온 건 호구 잡힌 플레이어들만이 아니었다.

4왕자와 4왕자의 호위기사들. 그리고 4왕자가 끌고 온 병사들. 거기에 태현이 보내준 알짜배기 종족들(태현의 주장을 따르면)도 있었던 것이다.

4왕자와 호위기사들은 케인의 말을 듣고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외쳤다.

천한 일은 천한 놈들이 해야지!

“아니… 이런 일들은 워낙 가성비 안 좋은 퀘스트들이라 내가 직접 안 하면 저놈들 불만이 하늘을 찌를 거라고.”

“그대는 영주일세! 영주라면 영주의 일을 해야지! 그냥 저놈들을 시키면 되잖나!”

“그럴 수는 없다니까? 내가 먼저 하는 걸 보여줘야지 저놈들이 따라서 하지.”

[당신의 말에 4왕자가 커다란 감동을 받습니다!]

[호위기사들이…]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칭호: 잡일하는 기사를 얻습니다.]

잡일하는 기사: 기사라고 해서 꼭 무기만을 잡을 필요가 있습니까? 당신은 기사로서 다른 일에 더 소질이 많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일반 평민 NPC 상대할 때 보너스, 비전투 스킬에 보너스, 일부 귀족과 기사들에게 경멸을 받을 수 있음.

“…….”

필요 없어…!

케인은 이렇게 진심을 보여줬건만, 모인 플레이어들은 더욱더 수상쩍어할 뿐이었다.

‘저거 아무리 봐도 쇼 같은데.’

‘저걸 보니 확신이 들었다. 3조가 꿀이네.’

‘3조가 꿀입니까?’

‘3조가 꿀이래요.’

모인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순식간에 의견 교환이 끝났다.

3조가 답이다!

플레이어 한 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들고만 있었다.

“…???”

케인이 플레이어를 쳐다보며 물었다.

“왜 말을 안 하고 손만 들고 있냐? 말해!”

“네가 입 안 다물면 페널티라고 했잖아 이 자식아!”

“앗.”

페널티 받기 싫어서 입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

“그래서 왜?”

“조를 이렇게 짠 건 불공평한 거 같다!”

손을 든 건 1조에 속한 플레이어였다. 케인은 의아해했다.

‘2조를 가고 싶은 건가?’

“불공평하더라도 참아. 시간 지나면 1조는 2조로 가고 2조는 3조로 가고 3조는 1조로 갈 테니까. 3조는 빨리 끝내줄게.”

“아니! 그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할 필요 없이 여기서 정하자!”

“…??”

케인은 ‘이 자식 뭔 꿍꿍이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뭘 정하자고?”

“케인 넌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우리끼리 알아서 주사위를 굴리든 가위바위보를 하든 할 테니까! 한 번 정해지면 계속 그 조에서 하는 거야. 어때?”

“아니 그건 너무 극단적….”

“좋아!”

“나도 찬성이다!”

“오케이. 한번 해보자고.”

“?!”

케인은 깜짝 놀랐다. 다들 왜 이러냐?!

“야. 그래도 3조에 최소 인원은 있어야 하거든?”

“걱정 마라, 케인. 난 3조에 지원할 테니까.”

“나도 3조에 지원!”

“저도 3조에….”

전원이 3조에 들어가겠다고 손을 드는 상황!

케인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대체 뭔 상황이냐?

“케인. 네가 숫자를 정해줘! 거기 맞춰서 우리끼리 뽑겠다.”

“전부….”

“??”

“전부 합격…! 너희들, 내 진심을 이해한 거냐!”

케인은 감격한 목소리로 외쳤다.

불만투성이인 놈들을 설득하기 위해 솔선수범했는데, 정말로 진심이 통한 것이다.

“…어, 전원 합격?”

“진, 진짜?”

“그래! 조를 나눈 내가 바보였다. 다 같이 일하고 다 같이 개척하자! 가자!”

“아, 아니… 잠… 잠깐만. 뭔가 이상한데….”

“케인…! 케인! 우리 말 좀 들어봐!”

“출발! 이제 시간 그만 낭비해!”

케인이 외치자 4왕자와 기사들도 호령하기 시작했다.

“움직여라, 천한 것들아!”

“빨리빨리 움직이지 못할까!”

그걸 보고 있던 오크, 고블린, 거인, 뱀파이어 부족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쯧쯧쯧. 모험가 놈들은 저렇게 품위가 없다니까. 그럼 우리도 지역을 정해볼까?”

“우리 고블린들은 무조건 지하다!”

“취익. 그런 곰팡이 냄새 나는 곳에 들어갈 생각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우리 오크는 섬 남쪽에 자리 잡고 싶다. 땅도 평평하고 근처에 바닷가라서 물고기도 많이 잡힌다.”

“우리 뱀파이어는 서쪽의 숲에 자리 잡고 싶군. 그늘진 곳이 필요하거든. 해가 잘 안 뜨는 곳이라 좋긴 하지만 그래도 그늘은 필요하지.”

“우리 거인들은 중앙에 있을 거다! 힘 쓰는 일 돕는다!”

모인 종족들은 각자 말 한 마디씩 하고 나서 서로를 빤히 쳐다보았다.

어라?

“…뭐야? 다 해결된 건가?”

“취익! 그렇다!”

새로 섬에 왔으니 서로 다툴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손쉽게 해결된 것이다.

서로 영역이 다른 탓에 전혀 부딪힐 이유가 없는 종족들!

“…해산! 알아서 잘 지내자!”

“와!”

[노드란체에 고블린 부족이…]

[노드란체 교역품에 기계공학 아이템이 추가됩니다.]

[노드란체에 뱀파이어 부족이…]

[노드란체 교역품에 뱀파이어 특제 와인을 포함한 각종 아이템이 추가됩니다.]

[노드란체에 오크 부족이…]

[노드란체 교역품에 오크 부족 아이템이…]

[노드란체에 거인 부족이…]

[노드란체의 민심이 떨어집니다.]

[노드란체의 주민들의 불만도가 높아집니다.]

“…….”

케인은 순간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나 후회했다.

영지 발전이 되긴 하는데….

왠지 뒷감당이 매우 골치 아플 것 같은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에이,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어쩔 수 없지. 정 위험하면 김태현한테 도와달라고 하고…!’

당당 그 자체!

케인은 퀘스트를 잡은 다음 노드란체 섬 한가운데에 있는 성으로 향했다.

아무것도 없는 섬에 그나마 있는 시설이었다. 작은 성과 근처 마을이 전부였던 것이다.

“아이고, 영주님…!”

“영주님 오셨습니까!”

‘후후. 더 칭찬해라. 더 칭찬해!’

그래도 영지는 영지.

케인은 반드시 이 영지를 부유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휘이이이잉-

[북쪽에서 얼음 폭풍이 들이닥칩니다! 노드란체의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을 얼려 버릴 기세입니다.]

[안으로 대피하고 몸을 덥히십시오!]

“…아오 진짜!!”

그러나 노드란체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

* * *

“저놈들 싸우고 있었을 텐데 어떻게 쫓아온 거지?”

[똑똑한 놈들이니 싸우다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합니다.]

‘과연.’

[아키서스의 이름을 대면 싸우다가도 정신이 번쩍 들었을지도…]

‘…그건 좀….’

다행히 고대 거인 중 한 명만 쫓아오고 있었다. 태현은 갑자기 문득 궁금해졌다.

저놈, 이세연을 쫓던 놈인가 김태현을 쫓던 놈인가?

[귀를 보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아. 그랬지?’

태현을 쫓던 놈은 귀를 막고 있었다!

태현이 고개를 돌리자, 쫓아오던 고대 거인은 기겁해서 외쳤다.

-똑똑한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그러면서 재빨리 바위를 꺼내 귀에 박아 넣었다.

“…….”

“쟤 왜 저래?!”

이세연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

고대 거인이 뭐라도 잘못 먹은 것처럼 귀를 막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세연 쫓아오던 놈이었군.’

앗. 그러면 이세연을 버리면 이세연을 쫓아가지 않을까?

[아키서스의 이름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좀 희박하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이세연 파티에서 고대 거인이 이세연을 노린 건, 이세연이 리더라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가장 중요한 적부터 먼저 노리는 지능!

그리고 아키서스는 가장 먼저 잡아야 하는 최우선 적이었다.

내버려 두면 대체 뭔 짓을 할지 모른다!

“…….”

‘고대 거인 짜증나!’

태현은 오랜만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작은 동굴, 작은 동굴, 작은 동굴… 찾았다!’

-용용아. 틀어!

태현은 그냥 도망치고만 있던 게 아니었다. 만약을 위해 숨을 곳을 찾고 있었다.

다행히 자이언 산맥은 서쪽부터 동쪽 끝까지 봐도 봐도 산맥만 보일 정도로 거대한 곳.

따돌리기만 하면 충분히 숨을 수 있었다.

태현이 찾고 있던 곳은 고대 거인이 들어오지 못할 정도의 동굴!

-알겠다, 주인이여!

휙!

빠르게 방향을 튼 용용이. 이세연은 속이 울렁거리는 걸 느꼈다. 엄청난 속도의 곡예비행이었던 것이다.

-!

고대 거인은 자기 몸 절반도 안 되는 입구로 용용이가 쏙 들어가 버리자 깜짝 놀랐다.

고대 거인과 달리 용용이는 덩치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멍청한 골드 드래곤 놈! 아키서스한테 속아 놓고도 쫓아다니는 호구 같은 놈!

상대를 놓치자 고대 거인은 괜히 화풀이를 했다.

골드 드래곤 종족 전체한테 시비를 거는 패기!

-저… 저놈이…! 주인이여! 저놈이 날 모욕한다!

“그래. 나중에 복수하고 지금은 좀 참자.”

[<소리 없는 동굴>에 입장하셨습니다. 던전 첫 입장으로 보너스…]

[명성이…]

[……]

“던전이었군. 난이도가 안 어려웠으면 좋겠는데.”

쿠쿠쿠쿵-

“무슨 소리야?”

“고대 거인 놈이 화나서 화풀이하나본데.”

고대 거인은 힘으로 부수고 들어올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키서스가 기다리고 있는 좁은 안쪽으로 들어가기는 찜찜했던 것이다.

실로 똑똑한 두뇌!

대신 고대 거인은 화풀이로 입구를 닥치는 대로 부숴버렸다.

“저기로 나가는 건 무리겠지?”

“위험하겠지 역시.”

고대 거인이 몰래 숨어서 대기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태현이나 이세연 모두 이런 잔수작에는 이골이 난 사람들!

1%의 가능성도 허투루 보지 않는 플레이어들이었다.

“던전 깨면 반대쪽 출구 나오겠지. 안 되면 힘으로 뚫어도 되고… 던전 안쪽 탐사 좀 해봐야겠는데 언데드 소환 좀 해주겠어?”

고대 거인을 만난 이상 태현은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

이런 경우에 네크로맨서는 편리했다. 죽어도 되는 언데드들을 안쪽으로 보내서 어떤 던전인지 확인이 가능했으니까.

“…….”

“…너 아직도 회복 안 됐냐?”

태현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이세연은 부끄러움과 창피함으로 얼굴을 붉혔다.

아직 저주 쿨타임이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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