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014화
아다만티움부터 시작해서 날아가는 각종 기회들!
머릿속에서는 벌써 아다만티움으로 뭘 할지 계획까지 다 세워놨는데….
[아직 얻지도 않았는데 그런 계획을 세웠었냐며 카르바노그가 어이없어합니다.]
얼굴만 보고 결혼해서 노후까지 생각한 수준!
‘크윽….’
태현은 갖고 있는 수단들을 떠올려봤다. <살아 움직이는 폭탄>은….
[쓰기도 힘들고 만약에 쓰면 드워프들에게 평생의 원수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긴 하군. 영혼관은… 역시 애매하고. <사디크에게 선택 받은 성기사단장의 갑옷>이나 <다섯 신의 귀족 살해자>로 변신은?’
<다섯 신의 귀족 살해자>. 태현이 만든 갑옷 중 하나로, 전투 천사로 변신이 가능한 갑옷이었다.
아껴 놓고 있던 수단 중 하나!
[사디크의 성기사단장이나 전투 천사로 변해서 될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솔직히 지금 아키서스의 화신이 전투 천사가 된다고 해서 그렇게 크게 강해질지는…]
카르바노그가 보기에도 태현은 정말 다양한 권능을 갖고 있었다.
이런 권능들을 포기하고 전투 천사로 변신한다고 그렇게 크게 강해질까?
보통 이런 변신 스킬을 가진 갑옷을 만드는 건 비장의 수단으로 만드는 법이었는데, 태현은 비장의 수단이 너무 많았다.
오히려 비장의 수단이 의미 없어지는 결과!
‘후… 그래. 포기하면 되잖아.’
태현은 결국 포기했다. 원래 태현은 이렇게 욕심을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포기해야 할 때는 포기할 수 있는 사람!
아다만티움 때문에 눈이 약간 뒤집힌 것이다.
“인간의 왕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음? 잡자고?”
무심코 튀어나온 본심!
“…예?”
“아무래도 좀 미친 것 같….”
드워프들이 수군거렸다. 고대 거인을 잡자고 말하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역시 악마, 고블린, 거인을 데리고 다닐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아니. 꼭 잡겠다는 건 아니고… 잡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버려 두는 게 좋지 않겠나?”
“인간의 왕께서도 저렇게 말하는군.”
“확실히… 저거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이니….”
드워프 장로들은 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결정을 내리려 했다.
‘깨워서 치운다고 하면 미친놈 취급하겠지?’
[카르바노그가 그 생각은 마음속 깊이 간직해두라고 말합니다.]
그 소리를 꺼냈다가는 안 그래도 높은 공포 스탯이 더 뛸 것!
“폐… 폐하! 큰일 났습니다!”
“???”
“놈이 일어났습니다!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
자리에 있던 드워프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 * *
쿵, 쿵, 쿵-
갱도 근처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드워프 순찰자들은 기겁해서 보고를 올렸다.
“놈이 깨어났다! 빨리 위로 올라가서 보고해!”
-으아! 으아… 크아아아!
고대 거인이 일어나서 신음 소리를 내자 드워프들은 겁에 질렸다.
지하 깊숙한 곳에서 온갖 몬스터들이 나타나는 일에는 익숙한 드워프들이었다.
어지간해서는 겁을 먹지 않는 단단한 종족들이었지만….
고대 거인은 경우가 달랐다.
쿵, 쿵, 쿵-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드워프 순찰자들은 움직이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갱도로 대피해서 납죽 엎드렸다.
-드워프 냄새가 나는데….
‘!!’
-으음. 됐다.
고대 거인은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더 많은 기운이 느껴졌던 것이다.
이왕이면 많이 먹는 것이 좋은 법!
깨어난 고대 거인이 향한 곳은 갈카드 왕국이었다.
* * *
패닉!
드워프 장로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미친 듯이 허둥거렸다.
“대피를 해야 합니다!”
“이 왕국을 버리고 어디로…!”
“이대로 있으면 죽을 뿐 아닙니까?”
“차라리 마법 무구들을 전부 꺼내서 싸워봅시다!”
“정신이 나갔냐! 이런 곳에서 어떻게 저놈과 싸우라고! 이긴다 하더라도 절반은 죽고 도시는 박살 날 거다!”
“이… 어린 놈의 새끼가!”
“뭐?! 나보다 하루 일찍 태어난 놈이…!”
[카르바노그가 드워프들 싸움은 언제 봐도 흥겹다고 흥미진진해합니다.]
“그만!”
태현은 화술 스킬로 끼어들었다. 강한 힘이 담긴 목소리에 드워프들은 멈칫했다.
“지금 자기들끼리 싸울 때냐? 내게 좋은 생각이 있다.”
[카르바노그가 설마 설마 하며 두려움에 떱니다.]
카르바노그는 태현을 말리려고 했다.
아무리 아다만티움이 좋아도 그렇지 고대 거인이랑 붙으려고 하다니!
물론 태현은 카르바노그의 충고를 아주 잘 기억하고 있었다.
“놈을 밖으로 끌고 나가는 거다!”
“놈을… 밖으로?”
“고대 거인 놈이 과연 그렇게 해줄까?”
“놈이 도시를 보면 도시부터 공격하지 않겠습니까?”
장로 중 한 명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세게 때려서 쫓아오게 만들어야지.”
“턱도 없는 소리! 고대 거인은 그런 게 통할 상대가 아닙니다!”
“유인하려고 들어간 이들이 죽을 겁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대피를 시켜야 합니다!”
“걱정 마라. 내가 할 테니까.”
“!!!”
드워프들은 깜짝 놀랐다.
“그… 그게 정말인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밖에서 온 사람한테 그런 일을 시키는 건….”
“내가 누구냐? 밖에서는 영웅이라고 불리는 인간이다.”
[그 의견은 좀 찬반이 갈린…]
“손님 대접을 해준 드워프들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해줄 수 있지!”
“오오… 오오오…!”
“제가 당신을 오해했습니다! 악마와 거인과 고블린을 데리고 다니는 폭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저런 놈이 인간 영웅이라니 인간들의 왕국도 이제 맛이 갔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속으로만 생각해라 좀.”
태현은 살짝 울컥했다. 도와주려던 마음도 사라지게 만드는 드워프들의 속마음!
[공포가 크게 내려갑니다!]
[친밀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
태현이 이번 일에 나선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일단 아다만티움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가 그중 하나였고….
‘드워프들과 확실하게 친해져서 나쁠 거 없지.’
이번 일로 드워프들에게서 뜯어내기 위해서였다.
아쉬운 거 없는 드워프들한테 언제 또 빚을 지게 만들겠는가. 이럴 때 해놔야 했다.
<고대 거인을 유인하라-갈카드 드워프 부족 퀘스트>
갈카드 드워프 부족들이 사는 도시는 오랜 시간 동안 드워프들이 지낸 곳으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곳이다.
타락한 고대 거인이 도시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밖으로 유인하라!
만약 성공한다면 갈카드 드워프들은 당신을 영원한 은인으로 기릴 것이다.
…살아남는다면 말이다!
보상: 갈카드 드워프 부족에서 친밀도 최대, 공적치 포인트, 칭호 <드워프들의 은인>, ??, ????
‘…음. 퀘스트 설명이 좀 불길하지만 그래도 잡는 것도 아닌데… 도망 정도는 칠 수 있겠지? 내가 가진 게 몇 개인데.’
[카르바노그가 시선을 피합니다.]
* * *
“인간의 왕이여! 만약 이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경우 우리 갈카드 드워프들은 당신을 무조건적으로 돕겠소.”
“앗. 그러면 나중에 전쟁을 벌일 때가 되면 드워프들 이끌고 참전하나?”
태현은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드워프들의 지원은 어떤 상황에서나 든든한 법이었다. 레이드 때도 그랬지만 영지전 때는 더더욱 그랬다.
지금이야 길드 동맹과 미다스 길드가 서로 오스턴 왕국에서 으르렁거리고 있었지만, 태현은 알고 있었다.
판온에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것을!
둘 다 속으로는 ‘김태현 죽어 김태현 죽어’를 몇백 번 읊고 있을 테니, 당연히 대비를 해놔야 했다.
드워프 부족들은 든든한 우군이 되리라.
‘마법 전차와 마법 대포들 끌고 나타나는 것만 생각해 봐도 든든하군.’
“으음… 사악한 목적으로 일으킨 게 아니라면 도와주겠소.”
[갈카드 드워프 부족 내에서 <전쟁> 공적치 포인트 사용이 허가되었습니다!]
[앞으로 공적치 포인트를 사용해 갈카드 드워프 부족에게 지원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오.’
어차피 안 도와준다고 했어도 아다만티움 욕심 때문에 했을 텐데!
태현은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드워프 부족들이 도와준다면 어중간한 길드 몇 개보다 더 든든할 것이다.
* * *
“계획은 간단해. 대기하고 있다가 올라오면 전력을 다해서 때린 다음, 내가 직접 어그로를 끌고 위로 도망친다.”
“태현 님을 안 쫓아오면 어떡하죠?”
“이제까지 보스 몬스터 중 날 안 쫓아온 놈은 없었잖아?”
“…….”
“…….”
일행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너무 맞는 말!
태현이 마음먹고 덤벼들었을 때 신경 쓰지 않고 무시할 수 있는 보스 몬스터는 없었다.
“선배. 이거라도 다시 들고 가세요.”
유지수가 걱정된다는 듯이 총을 내밀었다.
“으음… 그래. 여차하면 이거라도 던지라는 거지?”
-??????
“아, 아니요. 얘는 그냥 들고만 있어도 알아서 자기가 공격하니까….”
“아. 그런 소리였군.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거짓말하고 있네!’
‘선배님…!’
떠드는 사이 거인이 다가오고 있다는 비명이 들려왔다. 태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맞다. 만약에 거인이 나 대신 드워프들 도시로 쫓아오면 그냥 드워프들 두고 도망쳐.”
“당연하죠. 걱정 마세요.”
‘저런 쓰레기 같은 대화를 훈훈하게 하다니….’
최상윤은 이다비와 태현의 대화를 보고 어이없어했다.
그렇게 훈훈하게 말하지 마!
-드워프들이 잔뜩 있군. 진수성찬이다!
탓!
거인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태현은 움직였다.
은신 스킬을 써서 최대한 접근한 다음, 행운의 일격으로 미친 듯이 부풀린 데미지를 쑤셔 박는다!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으로 약점 만들고 시작한다.’
동시에 <아키서스의 저주>까지!
기습+폭딜+강력한 디버프. 어지간한 랭커도 잘못 맞으면 그냥 녹여 버리는 콤보.
설령 견뎌낸다 하더라도 아키서스 검법으로 인한 추가 약점이 더욱 더 상처를 크게 만들었다.
[타락한 고대 거인이 <반신의 눈동자>를 사용합니다.]
[주변의 은신 관련 스킬이 모두 해제됩니다!]
“!”
-으헛?!
고대 거인은 별생각 없이 스킬을 사용했다가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갑자기 바로 앞에 인간이 나타나다니.
‘뭐 저런 사기 스킬을….’
[괜히 위험하다고 한 게 아니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아키서스의 저주!
계획이 틀어진다고 당황했다면 태현이 아니었다. 태현은 빠르게 계산을 바꾸며 움직였다.
[고대 거인의 피가 <아키서스의 권능:저주>를 견뎌냅니다! 저주가 크게 약화됩니다!]
-아키서스! 아키서스 놈이냐!
‘뭐 저런 사기적인 놈이….’
이세연이 얼마 전에 했던 생각을 똑같이 하는 태현이었다.
‘머리나 목은 무리다! 발목을 노린다!’
머리나 목 같은 곳이 추가 효과를 주기 좋은 급소이긴 했지만, 고대 거인은 덩치가 너무 컸다.
평소라면 스스로의 피지컬을 믿고 덤벼들었겠지만….
‘지금은 잡는 게 목표가 아니라 도망치는 게 목표다.’
발목에 약점을 만든다!
태현은 상대의 이동 속도를 느리게 만들 생각이었다. 물론 이 모든 건 거인의 선공을 한 번 받아내고 나서의 이야기였다.
‘해봐라. 직접 공격이냐? 아니면 마법? 광역기든 저주든 무조건 받아친다!’
갖고 있는 각종 스킬들을 점검하며 전의를 불태우는 태현.
뭐가 날아오든 간에 한 번은 무조건 막고 카운터를 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
타락한 고대 거인은 이상한 짓을 했다. 근처의 바위를 꺼내더니 자기 귀에 쑤셔 박은 것이다.
그러더니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크하하. 아키서스놈. 어떠냐? 안 들리면 속일 수도 없겠지!
[카르바노그가 소름 돋게 똑똑하다며 전율합니다!]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
-크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