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013화
[카르바노그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왜 악명이 높…]
‘원래 세상의 큰일들은 가끔 악명을 각오해야 하는 법이지.’
이를테면 남의 유산을 찾아서 손에 넣는 일 같은 것!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카르바노그의 말은 무시하고 태현은 생각에 들어갔다.
‘아다만티움… 역시 많을수록 좋지.’
판온에서 가장 희귀한 금속이 뭐냐고 묻는다면, 바로 오리하르콘과 아다만티움이라고 대답이 나올 것이다.
최강의 창, 오리하르콘!
최강의 방패, 아다만티움!
이 두 금속은 정말 아주 가끔가다가 발견할 수 있는 금속이었고, 안정적으로 나오는 광산은 실질적으로 없다고 봐야 했다.
그리고 판온에서 유일하게 아다만티움을 적은 양이나마 계속 얻는 게 태현이었다.
아다만티움 거인 골렘에게 새 본거지를 찾아준 대신, 매달 조금씩 아다만티움을 받기로 한 것!
태현이 혼자였다면 그 양으로 만족했을 테지만, 지금 태현은 한 왕국의 국왕.
그 정도 양으로는 턱도 없었다.
‘저번에 확보한 아다만티움으로는 일단 내 갑옷만 만든 상태지. 마음 같아서는 아다만티움으로 전신 세트를 만들고 싶다. 넉넉할 경우 파티원들도.’
아다만티움 장비로 무장한 파티!
생각만 해도 어마어마한 전력이었다. 그 과정에서 태현의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미친 듯이 오르는 건 덤이었고.
다른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이 들었다면 ‘그만한 아다만티움 양을 채우는 건 절대 무리야!’라고 반응했을 생각!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 태현의 <아키서스 화신의 아다만티움 갑옷>도 100% 아다만티움은 아니었는데, 이 양을 채우기 위해 많은 고생을 해야 했으니까.
다른 장비도 아다만티움으로 만들고 심지어 다른 파티원들 것까지 만들려면….
‘게임 접을 때까지 모아도 안 될 수 있겠지.’
그렇지만 이번 퀘스트에서 꽤 많은 양의 아다만티움을 얻는다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목표를 채울 수 있었다.
일단 얻고 나서 생각해도 될 일!
‘흠. 지금 장비들이 어떻게 되지?’
태현은 오랜만에 장비를 한 번 점검해 봤다.
장신구들부터.
‘<마력 회복의 귀걸이>, <마력 응축의 팔찌>, <왕자의 목걸이>, <칸다타 마탑의 반지>… 오래 쓰긴 했군. 이것들도 좀 강화하고 싶긴 한데.’
대부분 총 MP 증가나 마력 회복 옵션에 중점을 둔 장신구들.
태현의 약점은 낮은 레벨 때문에 HP나 MP가 낮다는 것이었는데, 이걸 보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아스비안 제국의 영혼 목걸이>는 효과는 강력하지만 기본 스탯이 영 꽝이란 말이지.’
우이포아틀을 잡고 얻은 강력한 아티팩트.
<아스비안 제국의 영혼 목걸이>.
물리 방어력이나 마법 방어력은 0이지만, 옵션이 사기적이었다.
쓰러뜨린 강적의 영혼을 가둬서 소모하는 것으로 절대방어!
태현은 이걸 위험할 때 쓰기 위해 아껴두고 있었다.
‘사실 이런 것보다 더 필요한 건 평소에 쓸 MP 회복용 목걸이긴 해.’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화신은 솔직히 워낙 얍삽… 아니, 위기관리를 잘해서 크게 위험할 일이 없다고 말합니다.]
태현은 하도 위기관리를 잘해서, 저 목걸이를 쓸 일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무난하게 MP 회복을 시켜주는 목걸이가 더 쓸모 있었다.
장신구 다음에는 안에 착용하는 장비들이었다.
‘음. 안에 착용하는 장비는 한동안 바꿀 일이 없겠군.’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용의 비늘과 가죽으로 만든 황제의 셔츠>와 <황제 살해자 세트>!
마찬가지로 우이포아틀 레이드에서 얻은 미친 듯이 강력한 장비들이었다.
셔츠 아이템의 방어력이 중갑 뺨 때릴 정도였으니….
거기에 옵션도 만만치 않았다. 각종 패시브 스킬이 상시 발동되고, 파티원들에게도 스탯 보너스를 주는 것이다.
‘그다음은 갑옷인데….’
태현이 갖고 있는 갑옷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물론 이 갑옷들을 다 쓰진 않았다.
보통 녹이고 부숴서 재료를 추출했지만, 남겨놓은 게 몇 개 있었다.
<사디크에게 선택받은 성기사단장의 갑옷> 같은 건 <사디크의 성기사단장>으로 변신 가능하다는 옵션 때문에 태현이 부수지 않았던 것이다.
언젠가 쓸지도 모르니까!
[카르바노그가 정말 화신은 아키서스답다며 감탄합니다.]
언제 있을지 모를 사기를 대비해 차곡차곡 쌓아 놓는 성실함!
그야말로 아키서스였다.
어쨌든 이렇게 여러 개의 갑옷을 갖고 있었고, 하나하나가 경매장에 올라오면 랭커들이 군침을 가질 장비였지만….
<아키서스 화신의 아다만티움 갑옷>에 비교하면 약하게 느껴졌다.
무한한 내구도를 가진 사기적인 전설 등급 갑옷!
태현이 온갖 도움을 받아 만들어 낸 걸작 중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옵션 또한 사기적이라, 태현이 착용하면 근처 아키서스 관련 직업에게 추가 보너스를 주었다.
각종 스킬들은 덤이고!
‘사실 대회에서 스킬들을 좀 쓰게 될 줄 알았는데.’
<아키서스의 비전 방어>나 <아키서스의 마법 해제>, <아키서스의 마법 흡수> 같은 갑옷 스킬들.
리그에서 아이템이 허락된다는 건 태현이 이런 사기적인 아이템들을 쓸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다른 게임단들은 훨씬 자본이 많은 그들이 유리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태현이 갖고 있는 아이템들은 워낙 상식을 벗어난 아이템들!
현질을 한다고 따라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갑옷 스킬도 좀 쓰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그렇지만 굳이 필요 없을 때 써서 전략 노출 시킬 필요가 있나?’
[놔뒀다가 국 끓여 먹겠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보자… 무기는….’
태현은 무시하고 무기를 점검했다. 대충 만든 불안정한 강철검을 기본으로, <용의 파멸>과 카르바노그의 창. 그리고 오리하르콘 석궁 정도였다.
무기도 거의 완벽했다.
[특히 카르바노그의 창이 그렇다고 말합니다.]
‘그래그래.’
대충 만든 불안정한 강철검은 태현이 매번 소모하고 만드니,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를 때마다 늘어났다.
지금 고블린들이 열심히 만들고 있는 마검 <황제 살해자>가 완성되면 여기에 무기가 하나 더 추가될 것이고….
황제 우이포아틀의 무기, <용의 파멸>은 대만불강검이 먹히지 않을 때 요긴하게 먹히는 히든카드였다.
‘흠… 그래. 지금 당장 업그레이드 하기 좋은 건 장신구하고 갑옷이겠군.’
셔츠나 벨트, 신발 등의 안쪽 아이템은 태현이 건드리기 힘들었다.
무기도 당장 더 좋은 걸 구하기는 힘들었고.
가장 건드리기 좋은 게 장신구와 갑옷!
‘좋아. 유산을 찾으러 가볼까?’
* * *
“광부 베켈프의 가족이 어디 살지?”
“베켈프는 가족이 없는데?”
“…그러면 친구는?”
“그놈은 친구도 없었는데….”
“…….”
퀘스트를 시작하려던 태현은 불길함에 멈칫했다.
[카르바노그가 이거 좀 불길하다고…]
‘내가 맡은 퀘스트가 불길한 게 하루 이틀이었냐.’
[그건 그렇다고 카르바노그가 동의합니다.]
광부 베켈프는 괴짜로 불리는 드워프라, 친구나 가족도 없이 혼자 살았던 드워프였다.
‘하긴 그러니까 유산이 사라졌겠지.’
“그러면 일하던 곳부터 뒤져야겠군.”
“드워프들이 일하는 곳은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가면….”
“음?”
[화술 스킬이…]
[상대의 공포가 매우 높습니다!]
[협박에 성공합니다!]
“?”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나는 ‘음?’ 한 마디밖에 안 했다고!
[카르바노그가 뒤에 데리고 다니는 놈들을 보라고 말합니다.]
태현은 아무 생각 없어도 자동으로 협박이 될 수밖에 없는 것!
“들… 들어가셔도 됩니다.”
“…그… 그래.”
허락해 준다는데 안 들어갈 수도 없는 법. 태현은 입맛을 다시며 안으로 들어갔다.
뭔가… 뭔가 찜찜하다!
* * *
드워프들이 일하는 곳, 지하 광산은 보통 드워프들의 왕국에서 더 지하로 파고 내려가야 했다.
깊고 깊은 곳이다 보니 생각도 못 한 몬스터들이 튀어나오게 마련.
가끔은 잠들어 있던 악마들도 깨어나서 드워프들을 위협하곤 했다.
악마 칼카손이 왜 갑자기 튀어나왔겠는가.
깊게 내려갈수록 위험해지는 곳이 지하!
강한 몬스터가 하나 나타나면 비상 걸리는 건 흔한 일이었다.
다만 보통은 그게 지하 광산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왕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 차이!
우르르-
“??”
허가를 받고 광산의 갱도를 따라 내려가고 있던 태현 일행은, 저 너머에서 달려오는 드워프 광부들을 보고 의아해했다.
“뭐지?”
“도망쳐! 도망치라고!”
드워프들이 황급한 표정으로 외치는 말에, 태현은 왜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바로 명령을 내렸다.
“후퇴!”
[카르바노그가 이유 안 물어보냐고 당황합니다!]
‘이유는 나중에 물어봐도 돼!’
태현이 판온을 하면서 배운 건, NPC가 도망치면서 ‘도망쳐!’라고 할 때는 도망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상황에서 ‘왜?’라고 물으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놈은 몇 대 맞게 되어 있는 것이다.
태현 일행은 명령이 떨어지자 군말 하지 않고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거인들은 허겁지겁 대포를 들고 악마들이 갇힌 우리를 끌고 뛰었다.
“왜 도망치라는 거지?”
어느 정도 같이 도망치자 태현은 이유를 물었다. 드워프 광부 한 명이 혼이 나간 얼굴로 말했다.
“고, 고대 거인이 발견됐습니다!”
“!”
뭐 대형 몬스터라도 발견됐나? 싶었는데 고대 거인이라니.
“밖에 사는 놈 아니었나?”
“그러니까요!”
원래는 밖의 산맥을 어슬렁거려야 하는 놈이 왜 지하에서 저러고 있단 말인가.
드워프들은 생각치도 못한 상황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얼마나 무섭길래 저러는 거야?’
[아키서스보다 거인을 더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아키서스는 선신이잖아.’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쫓아오고 있는 거 맞나?”
“놈은 자고 있었습니다! 깨울까 봐 조심조심 도망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
태현은 그 말을 듣고 멈칫했다.
자고 있었으면 오히려 잡기 좋은 상황 아닌가?
[드래곤이 자고 있다고 잡기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그건 그렇지만.’
베켈프가 일하던 <8번 갱도 광산>으로 가려면 고대 거인을 무조건 지나쳐야 했다.
잡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치우기는 해야 한다!
“폐하! 빨리 도망치셔야 합니다!”
“설마 내려가려는 건 아니시겠죠?!”
“아, 아니야.”
드워프 광부들은 태현의 속마음을 눈치챘는지 황급히 재촉했다. 태현은 아쉬워서 입맛을 다시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 * *
“<8번 갱도 광산>은 폐쇄하고, 근처에 있는 다른 광산들도 다 폐쇄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손해가 너무 심한데….”
“지금 손해가 문제요! 고대 거인 놈이 올라와서 왕국까지 오기라도 한다면 어쩔 거요!”
“안 그래도 웬 미친 악마 놈이 보물 안에서 튀어나온 바람에 피해가 큰데… 아. 폐하에게 한 소리는 아닙니다.”
“별생각 없었는데.”
태현은 지금 갈카드 부족 회의에 참석한 상태였다.
[갈카드 부족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앞으로 드워프 종족을 만날 때 친밀도 보너스를 받습니다.]
“지금 광산이 문제가 아니라, 놈이 올라올 때를 대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하필 미친 거인 놈이 지하에 있어 가지고…!”
‘거인들이 밖에 있어서 다행이군.’
들었다면 삐졌을 것!
‘으음. 마음 같아서는 같이 잡자고 하고 싶은데 도저히 통할 분위기가 아니군.’
[카르바노그가 설득은 무리일 거라고 말합니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는 태현이었기에, 말이 먹힐 분위기인지 아닌지 파악이 가능했다.
아무리 태현이 설득해도 절대 먹히지 않을 분위기!
‘그래도 너무 아쉬운데.’
포기하고 넘어가면 놓치는 게 너무 많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