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012화 (1,011/1,826)

§ 나는 될놈이다 1012화

악마 칼카손.

드워프들이 갖고 있던 보물 중 하나에 봉인되어서 기회를 노리던 사악한 악마로, 드워프들의 사고로 인해 우연히 나오게 되었다.

그는 절대로 약한 악마가 아니었다.

악마 공작 구시렉의 충실한 심복 중 하나로, 구시렉이 명령만 내리면 어디든 찾아가 피바다로 만드는 잔인하고 강력한 전투형 악마였던 것이다.

뱀파이어나 살라비안 교단처럼 피 관련 마법을 사용하고, 거기에 악마들의 전투 스킬까지 쓰니 그 강함은 정말 까다로웠다.

한 번 기회를 주면 몸을 피 안개로 만들어 사방을 덮치고, 흡혈해서 힘을 늘리는 독자적인 스킬 <칼카손의 흡혈>은 악마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자자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싸웠을 때의 이야기였고, 태현은 상대가 누군지도 몰랐다.

‘레벨 업을 하다니. 생각보다 강한 상대였나?’

사실 칼카손이 제대로 힘을 회복한 상태에서 정면으로 맞붙었다면 태현도 꽤 까다로웠을 것이다.

그럴 시간도 주지 않고 잡아버린 게 매우 잘 먹힌 것!

[카르바노그도 처음 들어보는 악마라고 합니다.]

‘흠. 그러면 그냥 경험치가 많이 쌓였던 건가?’

태현은 스탯을 확인했다.

이름 : 김태현

레벨 : 185

직업 : 아키서스의 화신

HP : 173,780

MP : 127,855

힘 : 1,105

민첩 : 1,115

체력 : 1,245

지혜 : 1,200

행운 : 6,920

보너스 스탯: 0

‘행운이 생각보다 덜 늘었군. 요즘 많이 사용하긴 했지.’

원래라면 7천을 넘겼을 텐데 아직도 6,920인 걸 보니, 최근 행운 스탯을 많이 쓴 게 컸던 모양이었다.

‘…많이 써도 7천 직전이라니.’

명성 스탯은 15만을 넘겼고, 악명 스탯은 7만을 넘겼다.

정말 어마어마한 명성 스탯!

사실 판온의 다른 플레이어들과 비교해서 가장 압도적인 스탯은 행운이 아니라 명성이었다.

남들이 게임하면서 한 번 할 퀘스트를 혼자서 몇 번이고 깨왔으니….

‘신성이 39,010. 4만을 곧 찍겠는데.’

[4만을 찍으면 기념으로 자기 동상을 건설해 주지 않겠냐고 카르바노그가 묻습니다.]

‘그건 내기 보상이었잖아.’

[카르바노그가 시무룩해합니다.]

* * *

-으음. 저 악마… 아무래도 낯이 익군.

구시온은 우리 안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칼카손의 모습이 낯에 익었던 것이다.

어디서 본 것 같은 기분!

좀 더 볼 수 있으면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얼핏 보는 순간 포격이 시작되어서 잘 볼 수가 없었다.

포갈로가 옆에서 구시온을 욕했다.

-낯이 익긴 뭐가 낯이 익냐! 배신자 놈 같으니.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나와 협력해서….

-여기 이놈이 또 헛소리합니다!

“하하. 구시온이. 고맙구만.”

“우리 구시온이가 최고야!”

드워프들이 허겁지겁 달려와 포갈로한테 성수를 촥촥 뿌려댔다.

포갈로는 비명을 질러대며 몸을 비틀었다.

그러는 사이 무너진 관문 안에서 드워프 전사들이 달려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태현에게 감사 인사를….

하지 않았다.

“으아악! 악마다!”

“아닙니다! 저건 착한 악마입니다!”

“뭔 고블린 같은 소리냐 이 미친놈아!”

먼저 들어간 드워프 순찰대원이 필사적으로 설명을 위해 나섰지만, 드워프 전사들은 쉽게 믿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소리였던 것!

결국 태현이 큰소리로 외쳐 설명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긴 설명이 끝나자 드워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아, 그러니까 저 악마들은 붙잡아서 데리고 다니는 놈들이란 건…가?”

“바로 그거지.”

“…….”

드워프 전사들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갈카드 드워프 부족 전사들이 당신에게 공포심을 갖습니다!]

[드워프 전사들 사이에서 공포가 오릅니다!]

“…….”

태현은 떨떠름했다.

아니 친밀도가 올라야지 왜 공포가 오르지?

[카르바노그가 당연한 걸 왜 묻냐고 합니다.]

악마를 붙잡아서 데리고 다니면서 힘을 뽑아 쓴다는 설명을 들으면, 보통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방금 탈출한 악마를 압도적으로 날려 버린 걸 봤으니 더더욱!

‘드워프 순찰대들은 이해해 줬는데.’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아무래도 젊은 드워프 순찰대와 드워프 전사들은 다른 모양이었다.

“그러면 들어가도 되나?”

“잠… 잠깐만. 지금 손님 맞을 준비가 덜 되어서.”

옆에 있던 드워프 순찰대원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런 준비가 있었습니까?”

“조용히 해라 이 눈치 없는 놈아! 악마가 날뛴 탓에 건물이 무너졌잖느냐!”

드워프 전사들은 눈치 없는 젊은 드워프를 구박했다.

그러자 아키서스 포병대에서 나이 많은 드워프 하나가 나섰다.

“카악, 퉷!”

“????”

태현 일행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포병대 드워프의 모습에 당황했다.

대체 뭘 하려고 이러는 거지?

“이 어린놈들아! 너희는 예의도 모르고 법도도 모르느냐! 손님이 왔으면 마땅히 안으로 들여서 제대로 대접을 하지 못할까!”

“아, 아니. 드워프잖아?”

“드워프 탈을 쓴 악마 아닌가?”

드워프 전사들은 수군거렸다.

악마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뻥뻥 쏴대는 드워프가 너무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포병대의 드워프들은 진짜 드워프였다. 그것도 나이 많은 장성한 드워프들!

드워프들은 장유유서가 철저한 종족.

그건 다른 부족끼리 만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이가 어린 드워프는 많은 드워프한테 쉽게 따질 수가 없는 것이다.

아키서스 포병대의 드워프들이 뿜어내는 기세가 범상치 않자, 드워프 전사들은 당황해서 변명을 하려고 했다.

“그게 아니라 안이 지금….”

“이 어린놈의 자식이!”

“그러니까….”

“이 어린놈의 자식이!”

“…….”

드워프들 사이에서 무적 기술로 통하는 ‘이 어린놈의 자식’!

한 번 꺼내면 나이 어린 드워프는 얌전히 입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폐하께서 친히 찾아오셨는데 맞이하지는 못할망정! 떽! 빨리 다른 드워프들을 모셔오지 못할까!”

“예….”

드워프 전사들은 기가 죽어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예상을 벗어난 광경이었다.

* * *

“폐, 폐하. 큰일 났습니다.”

“?”

“저 드워프가 저보다 나이 많아 보입니다.”

“…내가 말할 테니까 걱정 안 해도 되네.”

태현은 드워프들을 뒤로 가 있게 했다. 갈카드 왕국의 드워프 왕이 태현을 맞이하러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말이 왕국이지 부족 수준이었기에 왕이라고 해도 귀족과 비슷했다.

태현과 비교하면 낮은 신분!

그러나 태현은 먼저 인사했다.

‘잘 보여야 하니까.’

자이언 산맥에서 드워프들 도움을 받으려는 태현 입장에서는 신경을 써줘야 했다.

이런 걸로 호감을 살 수 있다면 몇 번이고 하겠다!

[당신의 예의 바른 태도에 갈카드 23세가 호감을 가집니다.]

[화술 스킬이 매우…]

[……]

[……]

[친밀도가 크게 오릅니다.]

다행히 악마를 데리고 있는 것보다, 태현이 해준 일이나 스킬들이 더 컸던 모양이었다.

웃으면서 태현을 환영하는 드워프 왕!

“어서 오십시오, 인간의 왕이시여. 여기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갈카드 왕국에 입장을 허락받았습니다!]

[이는 몇몇 특별한 모험가만이 받을 수 있는 혜택입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대장장이 기술이 오릅니다.]

[……]

드워프들의 도시에 들어가려면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 허가가 만만치 않아 눈물을 흘리는 대장장이들도 많았다.

-검 천 개, 방패 천 개, 창 천 개, 갑옷 천 개 만들어서 바치라고 하길래 바쳤더니 불량품 몇 개 있다고 퀘스트 실패 떴다! 이게 말이 되냐!

‘후. 1차 관문은 통과했군.’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어떻게 자이언 산맥에서 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이렇게 도시 몇 개만 추가해 놓으면 자이언 산맥을 돌아다니기 한층 더 수월해지리라.

‘근처 다른 드워프 도시 위치 지도 얻어낸 다음 밖으로 나가봐야겠군.’

“상점 좀 돌아봐도 되나?”

“상점? 상관이야 없지만 별 도움 안 되지 않나?”

최상윤의 말에 태현은 의아해했다.

물론 새로 찾은 마을이나 도시에 상점을 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보물찾기!

아직 플레이어들의 손이 닿지 않은 미개척 마을이나 도시에는 어떤 보물이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아이템이나, 희귀한 옵션의 아이템이나….

그러나 그런 일은 극히 드물었다. 드워프 도시니까 좋은 장비는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최상윤이 지금 갖고 있는 장비만큼 잘 맞지는 않을 것이다.

랭커가 자기 직업에 맞춰 구한 장비가 어디 흔하게 나오겠는가.

“하지만… 좋은 게 나올 수도 있잖아!”

“하긴 그것도 그렇긴 하네. 오랜만에 뽑기나 해볼까….”

태현은 일행을 데리고 드워프 상점을 쭉 돌기로 마음먹었다.

확실히 살 수 있으면 사는 게 이득!

“이다비. 알고 있지?”

“네. 쓸 만한 거 있으면 전부 사가지고 돌아갈게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할 걸 이미 알고 있는 이다비였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건 상인의 기본!

“좋아. 가자!”

* * *

[드워프들의 무기를 대량으로 구매했습니다!]

[경험치가 오릅니다!]

상인으로서 구매한 덕분에 계속해서 메시지가 떴다.

이다비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을 것 같은 건 전부 싹 쓸어버렸다.

-읍읍읍읍읍.

덕분에 고생하는 건 토왕이!

무게 제한이 상관없다 보니 정말 미친 듯한 쇼핑이 가능했다.

물론 다른 일행들은 그런 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아 이거 옵션 왜 이래!”

“으… 이 활은 좀… 역시 드워프 쪽 활은 좀 그래요.”

“선배님. 드워프제 지팡이는 역시 좀 그렇겠죠?”

까다롭게 옵션을 비교해가며 뭐라도 하나 챙겨가려는 일행들.

훌륭한 판온 플레이어의 정신이었다.

드워프 장인이 못마땅한 얼굴로 헛기침을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드워프 활은 별로다’고 말하는 유지수.

태현은 그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강해졌구나!

“선배님은 무기 안 고르십니까?”

“난 지금 딱히… 어차피 내가 만드는 일회용이 더 편하기도 하고. 케인이 쓸 만한 거나 골라볼까?”

태현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봤다.

[명성이 매우 높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만족시켰습니다.]

<영웅 직업-드워프 마법 부여자 전직 퀘스트>

드워프….

[아키서스의 화신입니다. 전직할 수 없습니다.]

“…….”

순식간에 떴다가 사라지는 메시지창.

뭔가 발견한 줄 알고 좋아했는데…!

태현은 씁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악명이 매우 높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만족시켰습니다.]

‘또 사기 아냐?’

<베켈프가 숨겨놓은 아다만티움-갈카드 드워프 왕국 퀘스트>

드워프들이 지하에 자리 잡는 건 지하를 좋아해서도 있지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금속들이 지하에 있어서이기도 하다.

평생을 지하에 살며 금속을 캐내는 드워프들은 막대한 양의 금속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곤 한다.

드워프들 중에는 가끔 제대로 유산을 전달하지 못하는 드워프들도 나오는데, 이렇게 시간이 지날 경우 그 유산은 찾아낸 자가 주인이 된다.

과거에 광부 베켈프가 아다만티움 광맥을 찾아냈지만 혼자 독점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 상점에 있는 <베켈프의 투박한 단검>에는 아주 적은 양의 아다만티움이 섞여 있다!

광부 베켈프가 숨겨놓은 아다만티움이 있다는 증거다.

광부 베켈프의 유산을 찾아내 손에 넣어라!

“!!!”

태현은 눈을 크게 떴다. 퀘스트 형식 자체는 보물찾기 퀘스트라 크게 놀라운 게 없었지만, 보상이 놀라웠다.

아다만티움!

게다가 퀘스트에서 설명하는 걸 보니 보통 양이 아닌 것 같았다.

‘이건… 이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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