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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007화 (1,006/1,826)

§ 나는 될놈이다 1007화

딱히 한 것 같지 않은 반성!

뉴욕 라이온즈도 우승 후보로 당당히 꼽히는 팀이었고,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준 팀이었다.

만약 다음 상대가 유성이었다면 망설이지 않고 ‘떨어뜨려!’라고 신호를 보냈을 유 회장이었다.

-언니! 뭔가 저쪽을 노려보는데 말한 거 아니에요?!

-아니라니까…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을 보고 의아해하시는 거겠지.

-혹시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을 지금 처리하면 좋지 않을까 고민하는 게 아닐까요?

-농담도 참. 그럴 리가 없잖니.

* * *

아스비안 제국.

크기만으로 따지면 중앙 대륙의 다른 왕국들을 압도하는 나라였다. 괜히 이름이 ‘제국’이겠는가.

그러나 땅의 절반 넘는 곳이 사막에 황무지인 데다가, 수도와 항구 근처를 제외하면 충성 부족과 반란 부족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어서 할 일이 천지였다.

즉….

빚 좋은 개살구!

그래도 잠재력만큼은 대단했고, 아탈리 왕국을 받은 태현처럼 빡센 상황은 아니었다.

충성하는 부족들도 많은 데다가 이세연 길드는 능력 있는 플레이어들이 많았으니까.

이세연의 길드원들은 인맥으로 파티를 만든 다음 제국의 각지로 흩어져 빠르게 퀘스트를 해나가며 제국의 세력을 늘려나갔다.

그리고 이세연은 아스비안 제국의 몇몇 부족한테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고, 느부캇네살과 싸운 요새까지 갖고 있는 태현에게 협조를 요청하려고 했다.

…했는데 고블린들하고 ‘황제 살해자’ 같은 흉흉한 이야기를 하길래 바로 도망쳤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날 암살하려고 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나중 일이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니, 태현이 정말 암살할 생각이었다면 그렇게 허술하게 고블린들을 불렀을 것 같지는 않았다.

무언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제 와서 오해를 풀기에는 딱히 방법도 없었고, 태현한테 아쉬운 소리를 하는 건 더 배가 아팠다.

“폐하! 폐하를 거역하는 부족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

“앗. 어떻게?”

“제게 군대를 주시면 당장 끌고 쳐들어가 부족을 전부 죽이고 불을 지른 후 땅에 소금을 뿌려 황무지로 만들어버리겠습니다!”

“…누가 저놈을 감옥에 가둬라!”

“폐하! 폐하! 어째서! 저는…!”

아스비안 제국에는 능력 있는 NPC들이 많았다.

원래 황제를 따르던, 싸움에 자신이 있는 부족의 귀족 전사들!

충성심은 문제없었고, 명령만 내리면 자기 부족에서 고렙 기마 전사들을 끌고 나타나는 지휘관 귀족들이었다.

중앙 대륙의 기사단장들과 비슷한 수준!

태현이 봤다면 부러워서 피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누구는 기사단 하나 가지기 위해 온갖 짓을 해야 하는데…! 하고 말이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조금….

호전적이라는 점이었다.

“주민의 불만도가 높고 세금 수입이 낮다.”

“불만 있는 놈들의 목을 잘라버리고 전 재산을 압수하면 해결이 될 것입니다, 폐하!”

“…남서쪽 끝의 항구에서 언데드들이 자꾸 날뛰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는데….”

“자기 손으로 언데드도 처리 못하는 머저리들을 모두 죽여 버리면 언데드들도 설치지 못할 것입니다! 어디에 숨을 수 있겠습니까!”

“…….”

폭주하긴 해도 능력 없는 것보단 낫긴 했다.

…어디까지나 아탈리 왕국이나 오스턴 왕국과 비교하면 말이다.

이세연은 판온 1에서부터 김태현을 상대해 오면서 매우 강한 분노조절 능력을 키워온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아스비안 제국의 귀족 전사들은 애송이에 불과할 뿐!

‘괜찮아. 저 정도는 0.1 김태현도 되지 않으니까….’

분노지수로 태현을 사용하는 이세연이었다.

<타락한 고대의 거인 사냥-아스비안 제국 황제 퀘스트>

우이포아틀의 뒤를 이어 새 황제의 자리에 오른 당신.

제국의 신민들은 강력한 힘과 마법으로 제국을 다스리는 당신을 두려워하면서 따르고 있다.

‘…내가 뭘 했다고….’

이세연은 솔직히 정말 평화롭게 다스리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밑의 NPC들이 난리 쳐서 그렇지!

…그러나 아직 수많은 부족들이 당신의 군림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답은 더 강한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니. 아닌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김태현 방송 안 보는데?? 나 관심 없는데??? 진짠데???’ 하고 다녔지만, 이세연이 태현에게 관심을 끊을 리 없었다.

태현의 영지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왕국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세세하게 정보를 사서 보고 있었다.

왕관 하나 달랑 받은 태현이 어떻게 아탈리 왕국을 장악했는가?

그건 참을성 강하게 인내해서였다.

각 영지의 귀족들이 ‘넌 내 왕 아니다!’라고 말해도 참고 인내하면서 설득한 것!

물론 설득 과정은 좀 거칠긴 했어도 그 정도면 매우 매우 평화로운 수준이었다.

이세연도 그걸 보고 꽤 감탄했었기에, 아스비안 제국을 다스릴 때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기도 했다.

그런데 아스비안 제국 황제로 나오는 퀘스트는 자꾸 힘으로 제국을 지배하라고 설득하고 있었다.

반란이 일어난다고? 힘으로 때려잡으면 되지!

세금이 안 들어온다고? 힘으로….

제국의 북쪽, 자이언 산맥에는 <타락한 고대의 거인>들이 내려와 제국의 변방을 약탈하고 있다. 아무도 상대할 수 없는 이들을 처리한다면 당신의 위엄은 제국을 뒤흔들 것이다!

보상: 권위 대폭 상승, 제국 내 평판 상승, 제국 내 공포 상승, <부족 초토화> 사용 가능, ?, ???, ???.

아스비안 제국은 넓었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자이언 산맥과도 맞닿아 있었다.

물론 이 자이언 산맥을 통해 중앙 대륙으로 가려는 미친놈은 없었다.

그 고생을 하며 갈 바에는 바다로 가는 게 훨씬 편했으니까.

‘할 만한 퀘스트네.’

사냥 퀘스트.

물론 자이언 산맥의 거인들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고, 이름이 붙은 걸 보니 몇 배는 강해 보였지만….

이세연의 전력도 만만치 않았다. 랭커들부터 시작해서 아스비안 제국의 전사들까지 동원 가능했으니까.

사막을 휩쓰는 귀족 전사들은 스피디하고 강력한 딜러였다.

“뉴욕 라이온즈 쪽에서 제안을 해왔다고?”

“네. 아마 연습용으로 쓰고 있던 던전을 더 이상 못 쓰게 된 모양입니다.”

게임단이라면 당연히 현실에 시설이 있었지만, 판온은 게임 내 연습 장소도 필요로 했다.

가장 인기 있는 건 역시 에랑스 왕국!

치안도 높고, 길드 하우스나 공터를 빌려 연습하기는 딱 좋았다.

그러나 에랑스 왕국은 너무 인기가 많아, 쓸 만한 던전들은 길드들끼리 이미 점령을 끝낸 상태였다.

모든 길드들이 태현처럼 ‘자리라고? 네 묫자리를 말하는 것인가?’라고 싸움을 일으키진 않았다. 오히려 적당히 타협하는 편이 훨씬 많았다.

뉴욕 라이온즈의 연습장은 에랑스 왕국과 오스턴 왕국 국경지대에 있는 유적 던전!

층수도 많고 다양한 몬스터들이 나와 연습장으로 잘 쓰고 있었는데…

미다스 길드가 점령하고 나서부터 쓰지 못하게 하겠다고 통보를 해온 것이다.

“길드 동맹과는 협상을 했었는데, 미다스 길드는 그럴 의무가 없다고 자른 모양입니다.”

“뉴욕 라이온즈가 돈 안 낼 곳은 아닐 텐데?”

“아마 견제겠죠. 미다스 길드의 랭커들 중에 뉴욕 라이온즈 선수는 없으니까.”

약간 치사하게 들렸지만 꽤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다.

길드에 특정 게임단 소속 선수가 없으면 굳이 그 게임단의 편의를 봐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럴 바에는 뺏어서 쓴다!

연습장으로 쓸 정도의 던전이라면 어느 곳이든 환영이었다.

“나 같으면 싸웠을 텐데.”

‘그러시겠죠.’

‘길마님은 은근히 김태현 같으시다니까.’

길드원들은 길마가 들으면 목이 날아갔을 생각을 속으로 했다.

“그래서 아스비안 제국으로 오고 싶다?”

“네. 사실 제국만큼 연습장 찾기 좋은 곳은 없겠죠.”

플레이어 숫자도 비교적 적은 편인데다가 아직 미발견된 던전도 많고 땅도 어마어마하게 넓으니….

게임단 입장에서는 던전 하나 찾아서 잘 가꿔 놓으면 부담 없이 계속 이용할 수 있을 거란 계산이 섰을 것이다.

깔끔한 일 처리로 유명한 뉴욕 라이온즈답게 빠르게 나섰다!

“거절해 봤자 별 의미 없겠지?”

“받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뉴욕 라이온즈가 연습장 못 구할 팀도 아니고.”

“싸움 전에 훼방 놓으면….”

“나도 그 생각 하긴 했는데 차마 말로는 못 꺼냈다. 그거 할 수 있는 사람은 김태현뿐 아니냐? 김태현 말고 다른 사람이 하면 욕 먹을 거 같은데.”

“김태현은 대체 왜 욕을 안 먹죠?”

“너도 이미지 잘 잡아봐라.”

길드원들의 쓸모없는 대화를 듣던 이세연은 결정을 내렸다.

“뉴욕 라이온즈라면 도움을 받을 만하지. 좋아. 수락한다고 전해줘.”

1군 선수들뿐만 아니라 후보 선수도 기본적으로 다 랭커였으니, 하나의 게임단은 강력한 랭커 파티나 소형 길드라고 봐야 했다.

“그리고 바로 도움을 받아볼까?”

* * *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인원이었다.

시원하게 허락을 받은 뉴욕 라이온즈 측에서는 거절을 할 수 없었기에, 스미스가 직접 이끄는 후보 선수들을 꾸려서 지원에 나서게 된 것이다.

물론 이세연은 대환영이었다.

스미스는 써먹기 좋은 호… 아니, 탱커!

직업적으로도, 성격적으로도 스미스는 이세연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세연 파티는 빠르게 준비를 끝냈다.

본 와이번을 소환해 와이번들의 눈을 속이고 산맥에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뉴욕 라이온즈 소속 선수들에게 어디로 갈지 이야기를 해 산에서 싸울 수 있는 장비를 세팅하게 했다.

이세연이 소환한 정예 언데드 몬스터들 군세를 등에 업고 랭커들까지 동원하면 아무리 거인들이라 하도 쉽게 상대할 수 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연습 장소를 빌릴 수 있었습니다.”

“공짜로 빌려준 것도 아닌데 뭘. 뉴욕 라이온즈 경기 봤어. 잘하던데?”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팀원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스미스는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런 말을 진심으로 할 수 있다는 게 스미스의 장점이었다.

성실, 선량, 믿음!

태현과는 정반대에 서 있는 사람!

‘으으. 역시 오래 상대하면 정신적으로 피곤할듯.’

이세연은 그렇게 생각했다. 김태현과 같이 스미스를 상대하면 속이 시꺼먼 사람들끼리 손을 잡고 놀릴 수 있는데, 혼자서 스미스를 상대하는 건 영 벅찼다.

자기만 나쁜 사람인 것 같은 느낌!

역시 김태현과 있는 게 편했다. 혈압은 좀 오를지언정….

“그… 그래. 그렇구나.”

“유성 게임단 경기도 봤습니다. 그 물량에는 감탄했습니다. 제한 걸린 투기장에서 그렇게 많은 물량을 소환해 내다니….”

“진짜 실력 있는 상대한테는 안 통할 전략이야.”

“겸손이 과하십니다. 아. 김태현 선수 경기 보셨습니까?”

“내가 왜?!”

“…?? 같은 리그 선수인데….”

“…아. 그렇지. 그, 그래. 그런 의미로 봤다는 뜻이었어.”

“정말 대단하더군요. 순수하게 감탄했습니다.”

스미스의 말에는 이세연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도 감탄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솔직히, 판온 1 때보다 더 물이 오른 것 같았다.

‘동료가 생겨서겠지?’

판온 1 때 태현은 언제나 솔플만 추구하는 플레이어였다.

그런 태현인 판온 2에서는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동료들을 데리고 다니나 싶었는데….

저렇게 변한 모습을 보여주니 기분이 복잡했다.

좋기도 했고, 원래 자기가 알던 모습이 사라진 것 같아 쓸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더 강해졌다는 게 화가 나!’

솔플할 때를 좋아했는데 더 강해지다니.

그렇게 뒤집을 사람이었으면 그냥 판온 1에서도 제안을 받….

“김태현 선수도 팀원들과 같이 절차탁마하며 좋은 영향을 받은 거겠죠. 음음.”

“…그쪽이 절차탁마 같은 단어를 쓰는 게 신기하긴 한데, 김태현이? 절대 아닐 걸.”

아무리 양보해도 그건 아니다!

“그러면 어째서입니까?”

“자기가 무조건 1인분 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스미스와 달리 이세연은 정확하게 맞추었다.

동류!

태현이나 이세연이 들으면 펄쩍 뛸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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