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005화 (1,004/1,826)

§ 나는 될놈이다 1005화

케인이 영지를 받았다는 말에 파티들은 한층 더 놀랐다.

하긴 영지를 받을 만한 업적이긴 했다. 마계에서 땅을 점령하고 요새를 세우다니.

‘으윽… 배가 아프다…!’

‘배가… 배가…!’

‘김태현한테 업혀 가는 놈이!’

‘다음 경기에서 꼭 망해라!’

‘근데 저놈은 망해도 어차피 최소 폭탄이라 무조건 포장 아니냐?’

‘와 진짜 날로 먹네!’

케인이 들었다면 바로 목을 쳤을 불경한 생각!

-이 영지에 너희들을 부르고 싶다.

-!!!!

-그, 그게 정말이냐?

-그래. 대신 다른 놈들도 많이 가고 싶어해서 자리가 얼마 없다. 선착순이니까 할 거면 빨리 결정해라.

아키서스 노예 3년이면 사기를 칠 줄 안다!

단단히 각오를 한 케인은 놀라운 지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행들이 봤다면 감격의 눈물을 흘렸을 놀라운 장면!

[케인 님이 <노드란체 개척단>에 합류를 제안합니다!]

[합류할 경우 에랑스 왕국 소속으로…]

[이탈할 경우…]

[……]

[……]

-간다! 나부터 간다!

-케인! 저놈은 길드 동맹 출신이야! 저런 놈은 받아주면 안 돼! 나! 날 받아줘!

-멍청하기는! 그럴 시간에 수락을 해! 수락! 수락!

-모두 고맙다! 그러면 노드란체에서 보자!

-그래! 지금 갈게!

-근데 노드란체가 어디냐?

* * *

“내 영지 중 어디가 수입이 가장 높은 줄 알아?”

“…요새요?”

“응….”

태현과 이다비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무리 요새가 돈 벌기 좋은 환경이라지만 이건 좀 슬프잖아…!

-주인이여! 와이번이다!

-제가잡겠습니다!

대답도 듣기 전에 유지수가 들고 있던 총이 울부짖으며 일격을 발사했다.

날아오던 와이번은 구슬픈 비명을 지르며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

“…….”

“지수야, 위력이 좋긴 한데 그건 잠시 쓰지 말자. 경험치가 안 들어온다.”

“네!”

유지수는 말과 함께 총을 들고 바닥에 후려쳤다.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

-아,아니저건참을수가없었….

아키서스 포병대의 거인들은 대포를 들고 움직이면서 낄낄 웃었다.

“거인 놈들 멍청하다. 이런 곳에 산다.”

“맞다. 맞다. 골짜기 오면 맛있는 것도 많이 주는데 멍청하다.”

“???”

“????”

자아부정?

-드워프 놈들아! 이런 곳까지 악마들이 쫓아올 리 없지 않나! 여기서는 좀 풀어주라!

포갈로는 철창을 탕탕 치며 외쳤다. 그 모습에 구시온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포갈로라고 하는 저 악마는 왜 저렇게 모르는 것일까?

저렇게 해봤자 남는 건 상처뿐인데….

촤아악!

-크아아악! 따가워! 따가워!

“악마들이 쫓아올 수도 있으니 조용히 해라.”

실제로 태현은 종종 암살자 NPC들을 만나곤 했다.

마계에서 돌아오고 나서는 악마도 거기에서 추가됐다.

누가 보냈는지는 뻔하다!

악마 암살자 NPC들은 덤빌 때마다 ‘푸르네우스 님이 널 찾아갈 거다…!’ 같은 식으로 말을 해서 태현을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자이언 산맥이 험하고 외진 곳이긴 해도 쫓아올 수야 있겠지.’

악마들의 집념은 무서웠다.

특히 성 뺏긴 놈은 더더욱…!

‘아저씨들을 데리고 올 거 그랬나? 아니… 인원은 충분하다. 괜히 짐을 늘릴 필요 없지.’

태현 일행이 우르크를 지나 자이언 산맥을 오르기 시작하자 바로 김태산한테서 연락이 왔다.

우르크 지역에서 점점 자리를 잡아나가는 아저씨들한테 자이언 산맥은 탐나는 목표였던 것!

만만치 않은 목표를 공략하는데 태현만큼 좋은 동료도 없었다.

-아들아 등산에 흥미 생겼니?

-등산 고??

-막걸리에 파전 고???

물론 태현은 못 들은 척했다. 괜히 인원 늘려서 갈 필요 없었으니까.

“폐하. 이런 척박한 곳에서 살 만한 곳은 많지 않습니다. 아예 아래로 뚫고 내려가거나, 위로 올라가거나.”

“그거야 알고 있지.”

거인들이야 산봉우리 근처나 동굴에 마을을 차리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저희 고블린들이 아래로 뚫고 내려가 보겠습니다.”

“지금? 아무것도 발견 못 했잖아?”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고블린 아니겠습니까?”

“…??”

태현은 멈칫했다. 지하 연합 고블린들의 이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좀 고민이 됐다.

‘그냥 여기서 뚫고 들어간다고 뭐가 나오나?’

정말 까마득한 산맥이었다. 고개를 들어보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산봉우리만 보일 정도로.

왜 플레이어들이 아직까지 자이언 산맥을 꺼리는지 알 것 같았다.

‘계속 돌면서 낭비하는 것보다 하나 뚫어보는 것도….’

뚫어서 뭐라도 찾으면 그 부족들과 친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친해지면 근처 지도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시행착오도 줄어들 테니….

“얼마나 걸리지?”

“하루면 됩니다. 저 악마 놈들만 빌려주시면….”

“그거야 뭐 가능하지.”

“크헷헷헷헷. 감사합니다!”

아키서스 포병대 드워프들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드워프와 고블린은 원래 전통적으로 사이가 안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고블린 놈들이 와서 태현의 총애를 받으니….

[아키서스 포병대의 드워프들이 고블린들에 대해 불만을 가집니다!]

“이해 좀 해줘. 저놈들이 악마 좋은 건 알아서 그러는 거잖아.”

“크흠. 그건 그렇습니다만….”

드워프들은 기침을 하며 쑥스러운 듯 수염을 쓰다듬었다.

잘 키운 소를 칭찬할 때 농부가 기쁜 것처럼, 잘 키운 악마를 칭찬하면 드워프들이 기뻐하는 것!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드워프들이 만족합니다!]

[카르바노그가 저 드워프들은 대체 왜 기뻐하는 거냐며 의문을 품습니다.]

‘쟤네는 원래 좀 이상했어.’

“굴착 골렘 가동! 땅을 파고 들어간다!”

“지하에 굴이 있나 먼저 찾아보자고!”

고블린들이 열심히 땅을 파고 아래로 내려갈 길을 찾는 사이, 나머지 일행들은 주변에 대포를 배치하고 임시로 진영을 만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막겠군.’

와이번들이 거세게 날아오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다른 몬스터들은 더 들어가야 나올 것 같았으니….

* * *

“등산에는 8,000m를 넘는 산봉우리 14개를 뜻하는 14좌가 있습니다. 이 중 저는 K2와 안나푸르나를 가장 좋아하는데….”

등산 매니아, 이중섭은 자이언 산맥의 외벽을 타고 오르며 신이 나서 유 회장에게 말을 걸었다.

유 회장은 묵묵히 침묵했다.

‘바위가 되리라… 바위가 되리라….’

이 모든 일의 원흉은 바로 와이번이었다.

-어르신. 실버 와이번 펫으로 갖고 싶지 않으십니까?

-실… 실버 와이번?

이중섭의 말에 유 회장은 솔깃했다.

실버 와이번이라니!

그냥 와이번은 많이 잡아봤고 탈 것으로도 구했지만, 실버 와이번이라니.

실버 와이번은 그냥 와이번과 다른, 압도적인 장점이 있었다.

바로….

은색이라는 점!

-어… 그냥 은색인 게 다야?

정신이 멀쩡한 아저씨 한 명이 의문을 품었지만, 다른 아저씨들이 분노해서 화를 냈다.

-그게 다라니! 그거면 충분하지!

-너는 외모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냐! 실버 와이번이 얼마나 비싼데!

탈것은 이미 있었지만, 실버 와이번을 부릴 수 있다는 말에 유 회장은 솔깃했다.

‘저번에 에랑스 왕국에서 와이번 잡느라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이번에 저희 길드원이 자이언 산맥을 타면서 발견했는데, 부릴 수 있는 와이번 둥지를 발견했답니다. 위험해서 바로 도망치긴 했지만 거기 가서 알만 가지고 나오면 바로 부릴 수 있는 실버 와이번을 얻는 겁니다. 이건 돈 주고도 못 사는 거 아닙니까!

-그… 그렇군!

유 회장도 훌륭한 플레이어가 되었는지, 그 말을 듣자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하면서 OK를 외쳤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어차피 이놈들은 알 갖고 나오면 다 팔 텐데 그거 돈 주고 사면 되는 거였잖아?!’

굳이 등산을 같이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게다가 여기는 비행 탈것을 쓸 수도 없었다.

와이번들은 날아다니는 걸 보면 일단 덤비고 보는 호전적인 몬스터인 것이다.

‘크윽… 내가 왜 여기에 와서….’

“어? 여기에 먼저 온 플레이어들이 있나 봅니다.”

이중섭이 저 멀리 불빛을 가리켰다. 꽤 많아 보이는 일행들이 모여 있었다.

“꽤 규모가 큰 파티 같은데… 이대로 가면 만날 것 같은데 어쩌시겠습니까?”

“만나면 싸우게 될 것 같나?”

“그건 잘 모르겠지만, 상대방이 생각이 있다면 여기서 싸움을 걸지는 않을 겁니다.”

외진 곳에서는 자기가 먼저 선점하겠다고 싸움이 나긴 했지만, 여기는 자이언 산맥이었다.

둘이 싸웠다가는 자칫하면 공멸할 수도 있는 것!

“그러면 그대로 쭉 가지.”

“엇. 저기 대포에 유성 로고 아닙니까? 유성생명… 와. 진짜 잘나가는 친구들인가 본데요? 괜히 시비를 걸지는 않겠습니다.”

이중섭은 금세 알아봤다.

요즘 잘나가는 플레이어들은 장비나 갖고 다니는 아이템에 광고 마크를 다는 게 기본이었다.

빵빵한 스폰서는 플레이어의 꿈!

그리고 그 광고에 따라 플레이어의 급을 알아볼 수 있었다.

대기업이면 대기업일수록 그 플레이어는 대단한 셈이 됐다. 어지간한 대기업이라면 아무 사람한테나 광고를 맡기진 않을 테니까.

대한민국 최고 그룹인 유성 그룹. 거기 계열사의 광고를 맡았다는 건 그만한 명성과 이미지가….

“…….”

유 회장은 절벽을 기어오르고서 어이가 없어서 멈칫했다.

태현 일행을 여기서 만난 건 이해할 수 있었다. 둘 다 서로 고렙이니 이런 곳에서 만날 수 있지.

근데 왜 너희들이 유성 광고를 하고 있냐???

* * *

팀 KL이 유성생명의 광고를 맡은 이유는 별거 없었다.

진짜 유성생명에서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독보적인 제안!

“이거 아무리 봐도 회장님한테 보고 안 하고 제안한 것 같은데….”

“뭔 소리야? 우리는 이걸 받을 자격이 있어! 우리가 잘나가고 있다는 증거잖아!”

뒷사정을 모르는 케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유성 게임단이 유성 그룹 휘하에 있긴 했지만, 그건 별개의 문제였다.

같은 그룹 소속 계열사라도 광고는 할 수 있는 법!

팀 KL이 그만큼 뜨거운 화제의 팀이라는 것 아니겠는가.

“으음….”

“다른 쪽 제안의 두 배인데 안 받을 이유가 없잖아! 게다가 독점할 경우 추가 옵션이…!”

“…에이, 그래. 받자. 내가 스트레스 받는 것도 아닌데 뭘.”

* * *

“아이고, 교황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저번에 그렇게 신세를 졌는데! 어떻게 그럽니까!”

아저씨들은 태현 일행을 보자마자 매우 기뻐했다.

저번 파르바트 산맥에서 그 희귀한 와이번 심장을 구할 수 있었던 게 누구 덕분이었는가.

바로 태현 덕분!

와이번 하나한테서 심장을 몇 개씩 뽑아내는 그 멋진 모습에 반한 아저씨들은 그날로 아키서스 교단 가입을 결정했다.

“경기 축하합니다! 얼마나 응원했는데 잘 되어서… 엇, 그보다 그 친구는요?”

“아, 케인은 다른 일이 있어서… 여러분들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쉿. 이건 비밀인데… 실버 와이번 알을 구하러 왔습니다.”

“오… 실버 와이번은 뭐 특별한 게 있습니까?”

“네. 당연히 있죠. 바로… 은색이라는 겁니다.”

“…????”

“????”

정수혁과 유지수는 ‘????’ 하며 의문을 표했지만, 최상윤과 이다비는 바로 이해했다.

“색은 중요하죠.”

“마X노기 좀 해본 놈이라면 당연히 아는 상식….”

여기서 아는 얼굴을 만난데다가, 거기에 전원이 다 아키서스 교단까지 가입했다니 태현의 마음이 너그러워졌다.

“필요하시면 여기 이용하셔도 됩니다. 꽤 오래 있을 것 같으니.”

“앗. 그래도 됩니까? 감사합니다!”

두 파티가 화기애애하게 서로 이야기하는 사이 유 회장은 귓속말을 보내고 있었다.

-유성 게임단을 홍보대사로 삼아야지 뭐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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