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998화
“뭐하냐, 다들. 안 따라오고. 몬스터 잡으러 가야지. 쉐도우 엘프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아앗. 가야지! 케인!”
“맞아! 맞아! 케인!”
“우리 친구지, 케인?”
정신이 들자 바로 친한 척을 하는 공략 파티원들!
물론 케인이 ‘우리 친구지!’라고 대답할 리 없었다.
“미쳤냐? 방금 나 매달고 불태우려고 한 놈들이?”
“…그건 잊어주고! 내가 짐 들어줄게!”
“팔 무겁지 않냐? 내 어깨 위에 올려!”
“이, 이 자식들 왜 이래? 안 떨어져?! 떨어져! 떨어지라고!”
갑자기 샘솟는 케인에 대한 애정!
공략 파티원들은 시선을 교환했다.
…일단 살고 보자!
* * *
[영지 인원이 대폭 증가합니다!]
[<영지의 성장> 추가 버프를 받습니다. 모든 생산물들이…]
[……]
[……]
[영지의 경제력 랭크가 상승합니다!]
[골드가 쌓였습니다. 새 건물 설치가…]
태현은 메시지창을 보고 울컥하는 감동을 참아야 했다.
이게… 이게 진짜 제대로 된 영지인가?
정말 길었다.
골짜기를 받고 나서,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가?
완전히 폐허인 땅에 온갖 아키서스 시설들을 설치하고, 사람들을 선동해서 성벽과 방어 시설을 설치하고….
거기에 또 온갖 종족들을 불러 모으고 모으고….
그렇게 한푼 두푼 모으고 모아서 성장시킨 영지가 이제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골드가…]
[골드가…]
미친 듯이 쏟아지는 골드들!
더 대단한 건 이게 영지 세금을 거의 걷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는 골드라는 거였다.
영지에 있는 각종 시설 이용료와 상인들이 내는 수익만 받아도, 워낙 고렙 플레이어들 숫자가 많아서 돈이 굴러들어오는 것이다.
거기에 거울 이용료까지!
‘길드 동맹 이 자식들… 이렇게 골드를 많이 벌었으면서 말아먹었단 말이야?’
오스턴 왕국이 내전 때문에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긴 해도, 그래도 골짜기처럼 망한 땅은 아니었다.
잘나가는 도시 몇 개는 있었던 것!
거기만 잘만 굴려도 골드가 쏟아져 들어왔을 텐데….
[그거야 화신이 방해해서 아니냐고 카르바노그가 묻습니다.]
태현은 무시했다.
‘내정만 했어도 잘 먹고 잘살았겠군. 왜 그렇게 확장을 해서….’
[골드가 없어서 중지되었던 <아키서스의 샘터>가 건설 시작됩니다. 골드가 소모됩니다.]
[골드가 없어서 중지되었던 <골짜기 외곽의 대형 숲>이 건설 시작됩니다. 골드가…]
[골드가 없어서 중지되었던 <뱀파이어들의….]
[골드가 없어서 중지되었던 <지하 고블린 사교장>이…]
[……]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태현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수입으로 들어왔던 골드들은 닥치는 대로 나가기 시작했다.
태현은 곧바로 반성했다.
‘후. 그래. 길드 동맹도 이랬겠군. 하긴 번 만큼 나가니까….’
아니었다.
길드 동맹은 세금도 더 많이 걷고 현금 투자까지 받은 탓에 이런 식으로 건설만 해도 허덕이진 않았다.
길드 동맹이 망했던 건 군대 때문!
그렇게 NPC들을 잔뜩 불려놓고 다 꼬라박았으니, 적자가 잔뜩 쌓이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아키서스의 예술관에 새로운 예술품들이 추가됩니다.]
[악마공 푸르네우스의 전리품으로 인해 예술관의 명성이 크게 드높아집니다!]
[아키서스의 예술관에 추가 버프가…]
[……]
매번 전리품을 털어올 때마다 쌓아놓는 예술관!
돈 한 푼 안 들였는데도 어마어마한 버프가 나오는 영지의 핵심 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카르바노그가 입장료 올리자고 합니다.]
‘…조금만 더 고민해 보고.’
태현은 골드가 다 빠져나가자 오히려 후련해졌다.
그래, 뭐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영지 인구 확 늘고 시설 늘어나면 만족이지!
지금 골짜기는 역대급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찾아오는 데다가 위의 하늘성이 버프를 걸어주고 있었고, 각종 성장 버프까지 걸린 상태.
이대로만 가면 누가 ‘그 골짜기’라고 하겠는가!
‘에랑스 국왕한테 가서 퀘스트 보상 받고, 통로 연 거 추가 보상 받으면 되겠군. 마계는 더 이상 가지 말아야지.’
빠른 손절.
마계로 가서 더 개척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태현은 결국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솔직히 내버려 둬도 지금 오만가지 악마 놈들이 다 찾아올 텐데….
‘가기 전에 아키서스 포병대 다시 준비시켜야겠군. 거인들이 빠져서 아쉽지만 곧 돌아올 테니….’
거인들은 지금 케인과 같이 마계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었지만, 나머지 포병대들은 영지에 있었다.
거기에 우리에 넣을 새 악마들까지!
* * *
태현이 갖고 온 <아키서스의 봉인 감옥>에, 포병대 드워프들은 감탄했다.
-아키서스는 정말 대단한 신임이 틀림없습니다! 이런 감옥을 만들다니!
-다음 시대는 악마들이 뿜어내는 지옥 에너지의 시대다! 그런 미래를 읽고 있었음이 틀림없습니다!
드워프들이 찬사를 보내는 아키서스의 선견지명!
화술의 악마, 포갈로는 당황해서 태현을 쳐다보았다.
-나… 나는 네가 시키는 걸 다 했지 않냐?
-그래그래. 이리 와라 악마 놈아!
드워프들은 태현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신이 나서 포갈로를 끌고 들어갔다.
-날 속인 거냐! 아키서스의 화신!
-다 속고 속이는 거야! 우리가 잘 대해주마, 이녀석! 크헬헬!
드워프들은 신이 나서 포갈로를 끌어당겼다.
새 감옥도 생겼겠다, 악마 에너지가 몇 배로 늘어난 것이다.
“포갈로. 널 딱히 죽일 생각은 없지만… 널 풀어줄 수는 없다.”
-그게 무슨 소리냐!
“그야 푸르네우스한테 발견되면 너나 나나 위험해지니까.”
태현은 포갈로가 푸르네우스한테 접근했을 때, 에다오르로 변신하고 공격했다.
그리고 포갈로가 갖고 있던 <잊혀진 악마왕의 지팡이(가짜)>도 강제로 뺏었었다.
연기가 제대로 먹혀들어 갔다면 푸르네우스도 포갈로를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 포갈로는 공격도 받지 않고 용케 목숨을 부지했다.
푸르네우스가 의심할 수도 있다!
그리고 포갈로가 푸르네우스한테 잡히면 충성을 지키겠는가? 당연히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불겠지.
-그, 그거면 그냥 가두지 않고 그냥 옆에 있어도 되지 않냐!
“그것도 문제가 있지.”
푸르네우스의 부하 악마가 태현을 찾아왔을 때 포갈로를 발견한다면?
어? 저놈 왜 저기 있지?
하고 의심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연기를 하려면 평소부터 철저하게 해야 했다.
즉….
감옥 안에 가두고 다녀야 한다!
-역시 폐하! 폐하만큼 생각이 깊고 계획이 철저하신 분은 없습니다요!
-크헤헤… 새 악마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대포를 더 늘려도 되겠군요!
태현이 무슨 말을 하든 악마가 새로 늘었다는 것에 기뻐하는 드워프들!
포갈로는 저항했지만 드워프들의 억센 손길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아니 잠깐. 그러면 에너지는 안 뽑아도 되는 것 아니… 으허헉!
-안 뽑으면 네놈들이 탈옥을 시도할 거잖아!
드워프들은 화를 냈다. 포갈로는 꿰에엑거리며 에너지를 흡수당했다.
그러는 사이, 옆의 우리에 있던 악마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드워프 어르신들.
-아, 구시온이. 잘 잤나?
-예. 다 드워프 어르신들이 잘 대해주신 덕분 아니겠습니까요.
공손하기 그지없는 악마의 모습!
간도 쓸개도 다 빠진 것 같은 악마의 목소리에 포갈로는 경악했다.
세상에 저런 악마가 있다니!
얼마나 하급 악마길래…!
-너는 악마로서 부끄럽지도 않… 잠, 잠, 잠깐만…?!
포갈로는 말하다가 멈칫했다.
저 우리 안에 있는 악마의 모습이 너무 익숙했던 것이다.
설, 설마 저건…?
악마 공작 구시렉의 아들, 구시온?!
파멸의 악마라고 불릴 정도로 강대한 대악마인 구시온이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단 말인가!?
-이놈이 어디서 감히!
-우리 구시온이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드워프들은 단단히 화가 나서 포갈로한테 성수를 뿌리고 축복 받은 채찍을 휘둘렀다.
악마들 다루는데 이골이 난 포병대 드워프들!
-크아악! 따가워! 따가워! 이 드워프 놈들!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으냐!
그 모습에 구시온은 빙그레 미소지었다.
저놈이 팔팔하니 나 대신 밭을 많이 갈겠, 아니 나 대신 에너지를 많이 빨리겠구나!
-이놈 팔팔한 거 보게. 아주 일을 잘하게 생겼군!
-드워프 속담에 <누런 소가 일을 잘한다>던데 역시…!
포갈로는 두들겨 맞으면서도 외쳤다.
-구시온 님! 정신을 차리십시오! 당신은 이러실 분이 아닙니다!
-이놈이 아직도! 구시온이한테 이상한 소리 하지 마!
포갈로가 아무리 외쳐도 구시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예의 발라진 악마 공작 아들의 모습!
천사들이 봤다면 기겁을 했을 모습이었다.
* * *
[골짜기에 입장했습니다. 아키서스의 하늘성으로 인해 <만신전의 축복>을…]
[아키서스의 하늘성으로 인해 <정령의 축복>을…]
[아키서스의 하늘성으로 인해 <아키서스 하늘성의 축복>을…]
[현재 영지가 성장 중입니다. 추가로 버프가…]
[거대한 김태현 동상을 보았습니다. 버프를…]
[……]
골짜기에 처음 발을 디딘 플레이어들은 정말로 놀랐다.
수십 개의 버프 메시지창!
여기에 영지 안을 돌면서 신전에서 추가로 버프를 받거나, 예술관에 가서 각종 버프만 받아도 두 배로 뛰었다.
이런 버프는 평소에는 어지간하면 경험할 수 없었다. 교단의 대주교가 있는 퀘스트에 참가해야 맛볼 수 있을 정도!
“이… 이 정도 버프면 마계에 가서도 할 만할 것 같은데?”
“그러게…?”
마계에 생각이 없던 플레이어들도 ‘와 이 정도면 해볼 만한데?’ 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버프 양!
그리고 가장 충격 받은 건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었다.
“…….”
“…미… 미친….”
“김태현 이 자식 영지를 뭐 어떻게 운영한 거야…!?”
몇십만 골드를 쏟아부은 길드 동맹의 수도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플레이어에게 버프를 주는 시설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당연히 길드 동맹도 각종 예술품들을 곳곳에 놓고 교단의 신전들을 배치해놨는데….
그런데도 따라갈 수 없는 버프 수준!
대체 영지에 뭔 짓을 했길래 이 정도 버프가 쌓이는지 알 수 없었다.
약이라도 쳤냐!?
“여기가 아탈리 국왕의 영지로군요.”
“저 너머에서부터 상서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과연 그 명예로운 국왕의 영지에 걸맞습니다. 하하하.”
“????”
뭔예? 명예?
에랑스 왕국 원정대에 참가한 귀족 NPC들의 대화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어이가 하늘로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야! 여기가 어딘지 알고! 여긴 ‘그 골짜기’라고!
저주 받은 골짜기를 보고 ‘상서로운 곳이다’, ‘신성하다’ 같은 소리를 하다니.
게다가 오스턴 왕국 국왕인 쑤닝과, 귀족인 그의 부하들과는 명백히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역적 새ㄲ… 아니, 오스턴 왕국 국왕 폐하!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역적 새ㄲ… 아니, 폐하!
에랑스 왕국에서 모인 귀족 놈들이 저런 소리를 지껄여도 길드 동맹은 꾹 참았다.
보상을 받아야 하니까!
그런데 그런 놈들이 여기 와서는 명예로운 영웅이니 치켜세워주자 너무 억울했다.
‘김태현이 뭐가 영웅이야…!’
‘저기 예술관에 있는 아이템 중 우리 왕국 예술품도 있다고…!’
정말 치사하고 더럽다!
길드 동맹 길드원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총천연색으로 변했다.
그때 저 멀리에서 태현과 아키서스 교단 NPC들이 보였다. 에랑스 왕국 원정대를 맞이하러 나온 것이다.
“폐하!”
“이렇게 뵙게 되다니 너무 영광스럽습니다!”
“마계에서 악마들을 물리치고 요새까지 세우시다니…!”
“거기에 마계로 가는 길을 찾았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누구하고는 전혀 다르십니다! 하하하!”
‘참아야 하느니라…!’
쑤닝은 멘탈을 관리하기 위해 단전호흡을 시도했다.
흔들리지 마라 내 멘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