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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97화 (996/1,826)

§ 나는 될놈이다 997화

케인은 발끈했다.

첫 번째 경기가 끝나고 나서 케인은 매우 복잡미묘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전문가들은 케인을 아주 칭찬했다.

-세계 최고의 탱커 중 하나로 꼽혀도 부끄럽지 않은 실력.

-팀 KL의 단단한 벽은 김태현이 활약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둘의 호흡은 다른 팀을 압도한다.

-종족 변환은 신의 한 수였다. 탱커로서 가장 탁월한 종족이다. 앞으로 탱커들은 케인처럼 종족 변화가 유행할 것….

압도적인 칭찬!

2라운드에서 보여줬던 황소 같은 돌진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케인은 왜 맨날 죽죠?? 적팀인가요??

-혹시 케인하고 김태현 사이 안 좋은 거 아님?

-김태현이 다른 애들 죽여도 되는데 일부러 케인만 죽이는 거 같음.

-케인… 힘내라! 형은 널 응원한다! 죽으면 뭐 어떠냐! 이기면 그만이지!

이겼는데도 동정을 받는 기묘한 상황!

가족들도 경기를 보고 ‘정말 잘했다! 크흠…’ 하며 시선을 피했다.

가장 슬펐던 건 하연이 ‘다음에는 안 죽을 수 있을지도 몰라! 기대할게!’라고 말했던 거였다.

그런 내 마음을 너희들이 알아?!

케인이 발끈했지만, 요새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도 만만치 않게 화가 난 것이다.

“이 자식… 네가 에랑스 왕국의 왕족이지만 저주를 받고 태어나서 밖을 떠돌아다니는 검술 마스터인 줄 알고 내가 얼마나 기대를 했는데…!”

“뭔 망상을 그렇게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하는 거냐!?”

케인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는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그냥 폼 잡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는데, 지들이 이상하게 오해해놓고 이제 와서 ‘우릴 속였어! 이 자식!’이러며 화를 내고 있었던 것!

에랑스 왕국 왕족, 검술 마스터, 이런 설정들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같이 퀘스트 잘 해놓고 이러기냐?! 근처에서 몬스터 잘 잡아 놓고!”

“흥! 그건 다 눈속임일 뿐이었어!”

“우린 다 끝났다고!”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은 대부분이 다 대형 길드에서 온 공략 파티였다.

그리고 대형 길드 쪽은 당연히 케인과 싸우라고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공략 파티를 달래려고 한 게 그들!

-애들아. 우리 믿지? 좀만 더 기다려! 곧 구하러 갈 테니까!

-에랑스 왕국 원정대도 곧 출발한대! 포기하지 마!

그러나 공략 파티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

마계에 와서 온갖 공격에 죽을 뻔한 것도 모자라, 요새에 갇혀서 돌아갈 방법을 찾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와서는 원정대가 온다 하더라도 돌아갈 방법이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이 결정을 내린 간부 놈 목을 잘라야 해!

-맞아! 어떤 XX같은XX가 제대로 마계 견적도 안 내고 가자고 결정을 내린 거야!?

-진짜 김태현 간다고 무작정 따라간 거 아니냐??

-애, 애들아. 그렇게 과격하게 말하면 안 되지!

-뭐? 과격? 진짜 과격한 게 뭔지 보여줘?

-야. 길마. 마계로 와라. 뚝배기를 깨줄 테니까.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공략 파티는 이미 길드 입장에서도 통제가 불가능했다.

반쯤 포기한 고렙 플레이어들은 막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길마 이 자식아! 평소부터 너한테 불만 많았다!

-솔직하게 말해봐! 너 김태현이 가니까 그냥 따라간 거지! 솔직히 그런 거잖아!

-길, 길드 채팅에서 차단해! 다른 길드원들 못 보게 해!

-차단한다고 못 말할 줄 아냐! 게시판에 글 올린다! 평소 했던 짓들 다 까발릴 거야!

-진… 진정해! 진정하고 대화로 풀자고!

이렇게 막 나가기로 마음먹은 플레이어들이 케인이라고 가만히 둘 리 없었다.

케인 뒤에는 4왕자의 호위기사들과 아키서스 포병대의 거인들, 그리고 쉐도우 엘프 부족이 있었지만, 지금 플레이어들은 반쯤 눈이 뒤집힌 상태였다.

보이는 게 없다!

태현이 있었어도 덤벼들 정도로 막 나가는 상태였던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너도 같이 망하게 해주겠어… 크크큭…!”

“케인…! 죽으면 페널티 때문에 2번째 경기에 참석 못 하겠지…?! 그러면 팀 KL도 쫄딱 망하는 거야…!”

“…하지만 생각해 보니 케인 정도는 없어도 될 거 같긴 한데… 에이! 그래도 잡자!”

“이것들이…!”

케인은 여러 의미로 분노했다.

어떻게 저렇게 얄밉게 말하냐??

“오냐! 어디 해보자!”

요새가 무너지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싸워야 할 때!

막 덤비려던 길드원 한 명이 멈칫했다.

-야! 야! 지금 게시판 봐! 마계로 가는 길이 열렸대! 너도 산 거야! 돌아올 수 있어!

-…???

갑자기 친구한테서 날아온 귓속말!

-자포자기 그만해! 너 길마한테 아직 욕 안 했지? 그 정도면 괜찮아! 그쪽에서도 이해해 줄 거야!

-…….

“야. 왜 그래? 같이 저 케인 놈을 붙잡기로 했잖아.”

“…게시판 확인해 봐라….”

“…??”

“…….”

갑자기 조용해진 요새 안!

케인도 게시판을 슬쩍 확인했다. 그러고는 깨달았다.

이 자식들…!

다시 목숨이 아까워졌구나!

게시판은 벌써 미친 듯이 글을 올라오고 있었다.

-김태현이 공개한 거울 아이템이란?

-<버려진 땅 요새>와 신전을 잇는 차원 아이템… 그 효과는??

-야 어제 누가 아키서스 투기장 입장권이랑 만능 제작기 이용권 5개에 골짜기 땅 판대서 샀거든? 이거 잘 산 거냐?

-골짜기 땅 샀다고? 진짜 잘 산 듯. 가격이 벌써 몇 배로 뛰었다.

-마계 가려면 무조건 골짜기 들러야 하는데 거기서 살 거 다 사야 하고 잡템도 다 거기서 처리하겠네.

-여러분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골짜기는 언젠가 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와, 살다 보니 ‘그 골짜기’가 정말 뜨는구나…!

-골짜기는 원래 잘나갔거든요??

-에이, 솔직히 골짜기는 좀… 그렇지?

-크흠… 좀… 그렇지.

-아니 뭐가 그런데! 제대로 말을 해!

골짜기를 거점으로 하는 플레이어들 숫자는 많았지만, 대부분이 제작 직업이었고 랭커들은 거의 없었다.

골짜기 근처에서는 레벨 업이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마계로 가려면 무조건 골짜기를 들러야 하는 것!

마계를 노린다면 부활 거점을 골짜기로 하는 것도 당연한 선택이었다.

-헉. 나 예전에 골짜기 땅 판 적 있어서 샀는데 이거 지금 팔까?

-ㄴㄴㄴㄴㄴ.

-절대 지금 팔지 마! 묵혀두면 더 오른다!

-지금 길드들이 길드 하우스 만들려고 골짜기 땅 닥치는 대로 모으고 있다! 무조건 더 오른다!

태현이 정보를 공개하자마자, 머리 좀 굴러가는 대형 길드들은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1초 1초가 중요하다!

남들보다 먼저 골짜기의 땅을 사서 길드 하우스를 만든 다음 안정적으로 마계로 보낼 준비를 마쳐야 하는 것이다.

남들한테 뺏기면 아예 못 살 수도 있었다.

게시판을 확인 끝낸 케인은 고개를 들었다. 방금까지 ‘케인을 매달아라! 불태워라!’ 하던 놈들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 뭐라고 했냐 다들?”

“…….”

“후. 내가 정말… 너희들한테 많이 실망했다.”

케인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그러자 플레이어들은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케… 케인…!”

“그게 아니라…!”

“우리가 잠시 미쳤나 봐!”

“이 자식이… 이 자식이 하자고 했어! 다 같이 죽자고 했어!”

“너, 너도 오케이 해놓고 왜 이제 와서 이러는데!”

“시끄러! 먼저 꺼낸 놈이 잘못한 거야!”

순식간에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한 파티들!

각 길드별로 헤쳐 모여서 다투는 그 꼴이 매우 보기 좋았다. 케인은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헉. 내가 김태현을 닮아가고 있잖아?!’

케인은 깜짝 놀랐다.

이런 걸 배우다니!

“거울 이용료는 단돈 1골드지만, 너희들한테는 열어줘도 될지 모르겠다.”

“케이이이인!”

“제발! 흑흑! 대륙으로 돌아가고 싶어! 친구들 얼굴 보고 싶어!”

“난 친구는 없지만 돌아가고 싶다! 제발!”

“후. 좋아. 너희들 중에 가장 일을 잘하는 놈부터 돌려보내 주겠어!”

“…!”

“아, 아니….”

“퀘스트 더 하자고? 여기서? 일단 대륙으로 돌아가고 나면 안 될까?”

마계는 분명 레벨업하기 좋은 곳이었다.

필드의 야생 몬스터 하나하나가 레벨 200은 훌쩍 넘기는 곳!

케인과 쉐도우 엘프 부족의 도움을 받아가며 이 근처 몬스터 사냥 퀘스트를 하는 건 분명 레벨업하기 좋은 선택이었지만….

지금 공략 파티 길드원들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무조건 대륙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케인은 에랑스 왕국 본대가 올 때까지 좋으나 싫으나 4왕자 비위를 맞추며 여기 있어야 했다.

나도 못 돌아가는데 너희들이 어딜 돌아가냐!

“넌 마이너스 10점이다.”

“아, 아니…!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희들은 못 믿을 놈들이야! 기회만 주면 내 뒤통수를 치고 날 배신하려고 하겠지! 내 예전 길드원처럼!”

“…….”

“…….”

순간 플레이어들은 케인을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레드존 길마였다는 건 알았는데 길드원들한테 배신당했었나?

오죽 못났으면….

“너희들은 좋으나 싫으나 나와 같이 가게 된다! 크하하하!”

케인은 이번 기회에 아예 요새 플레이어들을 확실하게 참가시켜놓을 생각이었다.

[<4왕자의 마계 원정대>에 참가하시겠습니까?]

[<4왕자의 마계 원정대>에 참가할 경우 에랑스 왕국 공적치 포인트가…]

[……]

[……]

[이탈할 경우 4왕자가 분노할 수 있습니다.]

[에랑스 왕국에서 명성이…]

‘이 자식…!’

‘치사한 놈 같으니…!’

나중에 도망 못 치게 4왕자까지 끼워 넣어서 아예 소속을 만들어버리는 치밀함!

김태현 따라다니면서 배웠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심지어 지금 저 원정대장 역할은 케인이 맡고 있으니 명령도 마음대로!

‘후후. 케인 저 멍청한 놈. 애들아. 걱정 마라. 저놈은 한 가지를 놓치고 있다.’

‘??’

‘잘 생각해 봐라. 이제 곧 거울이 열리면 길드 쪽에서 우리를 구하려고 바로 길드원들을 계속 보낼 거다. 사람이 쭉쭉 쏟아지겠지.’

‘…그렇구나!’

‘그래. 지금이야 요새에 사람이 적으니까 케인이 저 기사들로 협박을 한다지만, 사람들이 많아지면 어떨까? 협박하지 못할걸?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우리한테 거울을 열어주게 될 거다.’

‘크크큭… 멍청한 케인 놈!’

‘크크크큭!’

파티원들은 깔깔대며 웃었다.

이제 곧 길드원들이 몰려오기만 하면…!

그 순간 길마한테 귓속말이 날아왔다.

-야.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이제까지 정이 있어서 척살령은 안 걸어준다. 아는 척하면 죽여 버릴 거니까 아는 척하지 마라.

[길드에서 탈퇴당하셨습니다.]

“…….”

“…….”

아…!

생각해 보니까 우리… 길드에서 사고 쳤지…!

길드에서 그 난리를 쳤는데도 참아준 건 지금 마계에 간 공략 파티가 그들밖에 없어서였다.

마계가 어떻게 굴러가나 정보를 얻어야 하기도 했고, 마계에서 힘을 빌려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제 이야기가 달라졌다.

먼저 간 공략 파티들이 없어도 충분히 수십, 수백 명을 마계로 보낼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된 이상 공략 파티는 그냥 ‘길마한테 시비 걸고 길드 내 분위기를 흐린 놈들’밖에 되지 않았다.

당연히 가만둘 리가 없다!

정말 척살령 안 건 게 용한 수준이었다.

“…….”

“우리 어쩌냐 이제?”

하지만 그건 길드 입장이었고, 쫓겨난 사람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길마한테 욕 좀 하고 길드 채팅창에서 다 뒤지라고 말하긴 했지만 쫓아내다니…!

너무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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