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996화
그린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 전 재산을 꼬라박은 건 틀리지 않았어!
난… 옳은 선택을 한 거야!
“크흑!”
그린은 감격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했다. 옳은 선택을 하고도 파워 워리어를 믿지 못하다니!
그린은 파워 워리어 길드 간부 채팅에 가서 외쳤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앗, 전 재산을 바친 호구… 아니, 그린이잖아!
-앗, 호ㄱ… 그린이잖아!
-전바호… 아니, 그린! 무슨 일?
-길드 탈퇴한다고 해도 돈은 못 돌려줘! 이미 건물 올리고 있단 말야!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오늘 파워 워리어의 명성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정말 대단했습니다.
-?
-???
-?????
길드 간부들은 당황했다.
뭔 소리지?
헉, 설마…?
-그린! 네가 무슨 소리를 들었든 간에 그건 다 오해다!
-맞아! 그건 우리를 음해하려는 놈들이 만들어 낸 소문이야!
-우리가 이렇게 보여도 얼마나 착하게 살고 있는데!
파워 워리어에 대한 온갖 안 좋은 소문들!
간부들은 새로 들어온 그린이 그런 걸 듣고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
‘제발 나가지 말아줘!’
‘너처럼 정상적인 인재는 드물어!’
‘물론 전 재산 바쳤다는 점에서 너도 좀 비정상적이긴 하지만…!’
-…파워 워리어 이름을 말하더니 쫓아오던 놈들이 다 도망갔는데요?
-???
-진… 진짜?
-뭐? 그런 게 통해? 처음 알았는데??
간부들도 깜짝 놀라는 상황!
아니, 파워 워리어에 그런 힘이 있단 말이야?
그런 줄 알았다면 진작 썼을 텐데!
-난 싸움 붙으면 죽은 척하는데….
-나는 무조건 사람 많은 곳으로 튀지.
-파워 워리어 이름을 꺼내본 적도 없다. 꺼냈다가 괜히 더 얕보일까봐.
-고마워, 그린! 덕분에 좋은 거 배웠어!
-우리도 길드 이름을 팔 수가 있구나…! 그런 거 대형 길드만 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기뻐하는 간부들!
그 모습에 그린은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과연 잘 들어온 게 맞… 나?’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파워 워리어의 초창기부터 있던 간부들은 이다비의 ‘우리 레벨 낮아도 잘 먹고 잘살아보자’ 같은 말에 혹해서 온 성실한 한탕주의자들!
성실하게 매일매일 ‘판온을 날로 먹게 해주세요’ 하고 빌던 이들이었다.
파워 워리어가 엄청나게 성장하고, 고렙 플레이어들과 랭커들이 들어오고 나서도 그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파워 워리어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들 잘 모르는 상황!
여전히 다들 초심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게 파워 워리어의 장점 중 하나였다.
길드 규모가 커지면 더 욕심을 부리고 길드원들을 쥐어짜거나 새 규칙을 만들 텐데, 파워 워리어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길드 시설 이용 제한 없음!
길드 파티 제한 없음!
길드 세금 없음!
대형 길드 중에 길드원들한테서 세금 안 걷고 등급 안 나누고 시설 제한 안 거는 길드는 정말 드물었다.
거기에 파워 워리어는 길드원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여겼다.
이런 규모인데도, 아직도 길드원들이 탈퇴할 때면 붙잡고 사정하는 길드!
-꼬와도 나가지 마! 너 없으면 길드 망해! 돌아와!
대형 길드쯤 되면 보통 ‘꼬우면 길드 나가라’인데, 언제나 한결같은 파워 워리어였다.
* * *
“모두 첫 경기 수고했어!”
“와아아아!”
“선배님. 한 명이 없지 않습니까?”
“아. 케인이야 마계로 갔겠지.”
“…….”
“…….”
일행은 침묵했다.
케인…! 힘내라!
투기장으로 가기 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기에, 원래 마계에 있던 케인은 마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흠. 케인 이제 정체가 완전히 드러났을 테니 좀 더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겠지.’
이제까지 왕자의 호위기사인 척도 하고 케인인 척도 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텐데, 이제는 절반만 고생하면 됐다.
[?]
‘뭐 왜 뭐.’
카르바노그의 의아함은 무시하고, 태현은 현재 상황으로 고개를 돌렸다.
“폐하! 하늘성은 멀쩡하게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소리를 보십시오!”
철커덩철커덩-
아키서스의 하늘성은 거대한 기계음을 만들어내며 하늘을 부유하고 있었다.
[<아키서스의 하늘성>의 현재 내구도는 100%입니다.]
[<고블린식 추가 부스터>로 인해 이동력이…]
[<추가 장갑>…]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뢰>…]
[<낙석장치>…]
[<침입자 제거>…]
잘츠 왕국(사실은 길드 동맹과 미다스 거였지만)의 광산에서 쫙쫙 긁어낸 어마어마한 양의 금속들은 무시무시한 장치로 변해 있었다.
하늘성을 공략하려는 순간 위에서 쏟아지는 폭격을 마주하게 되는 것!
“…잠깐만… 지금 든 생각인데. 너무 과한 거 아닌가…?”
태현은 문득 깨달았다.
지하 연합 고블린들이 ‘폐하! 하늘성 수리하는 김에 공격력 방어력 더 강화시킵시다!’이랬을 때에는 ‘흠 그거 참 좋은 생각이군’이라고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잖아!
[카르바노그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늘성은 잘 움직이기만 하면 됐지, 뭐하러 저렇게 강화시킨단 말인가.
싸움이 벌어지면 그냥 공중 높이 띄우면 대부분의 공격은 빗나갈 거고, 공중에서 들어오는 공격이야 저 장치의 절반만 해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뭐 저렇게 공격력을 강화했지?!
‘…고블린 놈들한테 홀렸나?!’
태현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실 아니었다. 태현도 원했던 것이다.
크고 강력한 성!
‘하긴 뭐 이미 다 만들어졌는데….’
태현은 성의 다른 상태를 확인했다. 사실 지금 공격보다는 다른 게 더 궁금했다.
[현재 <아키서스의 하늘성>에는 <만신전의 성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아키서스의 하늘성> 내의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추가 효과가 적용됩니다.]
[<아키서스의 하늘성>이 지나가는 곳에 신성한 축복을 겁니다. 만신전의 해당되는 신들의 축복이 랜덤으로 적용됩니다.]
[현재 <아키서스의 하늘성>에는 정령의 대장간이…]
[냉기 정령들이…]
[<아키서스의 하늘성> 내의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정령들과의 친화> 추가 효과를…]
[<아키서스의 하늘성이 지나가는 곳에 정령의 축복을…]
[……]
‘오오….’
기대했던 대로 하늘성은 다른 효과도 훌륭했다.
교단의 영웅들이 그렇게 신성력을 쏟아붓고, 정령들까지 고용해서 성을 돌렸는데 다른 효과가 없을 리 없었다.
하늘을 돌아다니는 축복 살포기!
[카르바노그가 드워프들이 만든 <화염 살포용 헬리콥터> 같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말하니까 좀 멋없어 보이잖아.’
방금까지는 주변 지역에 광범위한 버프를 거는 하늘성 같았는데, 카르바노그의 말을 듣고 보니 그냥 농약 뿌리고 다니는 농기계 같았다.
“에잉… 신성력이나 정령의 힘은 필요 없었는데….”
“오로지 기계공학만으로만….”
지하 연합 고블린들은 각종 버프에도 투덜거렸다.
그들이 원한 건 기계공학만으로 굴러가는 멋진(고블린 기준으로) 성이었는데!
지금 하늘성은 신성력과 정령력, 그리고 악마 공작의 힘까지 섞인 혼종이 되어버렸다.
[빙결공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마력의 잔향으로 악마들이 쫓아올 수 있습니다.]
‘뭐 이 정도야 예상했다.’
태현은 메시지창에도 놀라지 않았다.
애초에 성을 갖고 튀었는데 안 쫓아오는 놈이 어디 있겠는가. 흔적이 있든 없든 어떻게든 쫓아 왔을 것이다.
“하늘성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일단… 필요한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탈리 왕국 안을 계속 돌게 해야겠어.”
태현의 계획은 간단했다.
하늘성은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으니, 아탈리 왕국 수도와 골짜기 주변을 빙빙 돌게 만들 생각이었다.
자연스럽게 각종 버프를 땅에 걸어주고, 그 근처 플레이어들은 하늘성에 들어와 추가 버프를 받고 사냥을 하러 갈 수 있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효과!
다른 왕국에서는 교단 대신전에 가서 받을 버프를, 여기서는 가만히 있어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효과였다.
“남부는 빼죠?”
“남부는 빼야지.”
아탈리 왕국 남부?
거기는 태현 말도 잘 안 듣는 영주들 있는 곳인데 뭐하러 해주나!
매번 심심하면 [반란도가 올라갑니다]만 띄우는 놈들인데….
“하늘성은 그렇게 돌리고, 이제 다음 퀘스트가 고민인데….”
태현에게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일단 마계 퀘스트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태현이 맡은 건 선봉으로 가서 마계에 전초기지를 세우는 것.
이건 일단 해낸 상태였다.
…물론 아직 4왕자와 케인이 거기 있긴 했지만, 거울이 있으니 얼마든지 빼낼 수 있었다.
4왕자와 케인을 데리고 온 다음, 나머지 남은 놈들은….
[비싸게 받자고 카르바노그가 환호합니다!]
‘하하.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단다.’
쿵짝이 잘 맞는 화신과 신!
비싸게 받든 더 비싸게 받든, 어쨌든 데리고 올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퀘스트는 1차 완료!
하지만 여기서 더 나갈 수도 있었다. 아예 에랑스 왕국의 마계 토벌 퀘스트에 참가해서 같이 싸우는 것이다.
그러면 보상이 몇 배로 더 늘어날 수 있었다.
[카르바노그가 미쳤냐며 말립니다.]
‘으음. 확실히.’
남들이 마계에 가면 하드 모드였지만, 태현이 마계에 가면 헬 모드였다.
원한 쌓은 악마들이 너무 많아!
게다가 최근에 싱싱한 원한을 쌓은 푸르네우스까지…!
‘그냥 길만 양보해 주는 걸로 타협 볼까?’
에랑스 왕국 원정대 쪽에 마계의 요새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혜택!
세계수를 통해 마계로 가면 어디로 떨어질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에랑스 왕국 원정대가 아무 생각이 없이 마계로 가진 않을 텐데, 마법 같은 게 있나? 마계에 원하는 위치로 가는….’
그런 마법이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그런 마법은 준비하는 데도 오래 걸리고 쓰는 데도 시간이 걸릴 테니까.
그에 비해 이 거울은 들어가면 바로 마계의 요새로 뚝딱!
‘공개하면… 판온에는 한동안 마계 유행이 오겠지.’
태현이 마계에 가자 대형 길드들에서 ‘헉 마계에 뭔가 있나본데?’ 하고 급히 공략 파티를 꾸려서 따라가긴 했다.
그 숫자도 제법 됐지만,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유행이 불 것이다.
왜 대다수의 사람들이 마계에 따라가는 걸 포기했겠는가.
가는 것도 위험한 데다가 돌아오는 방법도 확실하지 않으니까!
자칫하면 마계의 미아가 되는 것이다.
대형 길드야 고렙 이상으로 구성된 파티를 꾸릴 능력이 됐으니 도전했다지만, 솔플하는 사람들은 그것도 무리였다.
그런데 갑자기 마계의 요새와 대륙을 이어주는 안전한 길이 생긴다면?
포기했던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욕심을 내며 도전할 게 분명!
[카르바노그가 잔뜩 골드를 긁어모을 수 있는 기회 아니냐며 좋아합니다.]
‘그렇긴 한데… 요새에 갑자기 플레이어들 많아지면 악마들이 괜히 신경 쓸까 봐 그랬지.’
[카르바노그가 괜찮다고 합니다.]
‘?’
[어차피 그 정도로는 달라질 거 없다고, 이제는 악마가 올 걸 감안하고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맞는 말이다.’
요새에 사람들이 몰려서 악마들이 넘어올까 봐 걱정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었다.
이제는 맞서 싸워야 한다!
어차피 올 악마들이라면 사방에서 찾아올 것이다. 그런 걸 걱정해서 확장을 안 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좋아. 공개한다! 에랑스 국왕한테 사신을 보내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자! 이다비!”
“네?”
“이용료는 얼마가 좋을까?”
“…!!”
* * *
“우릴 속였어! 케인!”
“아니… 속인 게 아니라….”
“우우우! 우우우!”
“실망이다! 케인!”
“대회에서도 맨날 죽기만 하는 놈!”
“어떤 자식이야?!”